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27)
바다새와 늑대 (326)화(327/347)
#170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우투그루는 당시를 회상하며 생각했다. 아마 칼란투는 수배된 것만 보고 뭔가 과하게 확대해석을 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우투그루는 처음엔 분명 ‘소장과 결혼하려다 튄 여자애가 바다새라는 제국의 공공재물을 절도하고 비슷한 폭도들과 함께 다니는 중이다’였던 수배 내역이 어떤 식으로까지 진화한 것인지 알아보기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로트렐리는, 매우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첫째로, 칼란투는 그들에게 협력을 약속하기는 했으나 바로 다음 순간 발카와 로트렐리를 떼어두길 제안했다. 바다새를 자기들 쪽에서 관리하겠다는 명목이었다. 물론 이 말이 그간 바다새를 노리는 이들 탓에 온갖 사건 사고를 겪은 로트렐리에게 어떤 식으로 들렸을지는 안 물어봐도 뻔했다. 결국 그녀의 거센 반발로 인해 칼란투를 비롯해 중부 혁명단은 로트렐리를 더 자극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우친 모양이었다.
둘째로, 랄티아에 관한 소식이었다. 서부 혁명단에 랄티아가 있다는 이야기와 달리, 전해진 정보에서 랄티아가 서부 혁명단에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칼란투는 그것을 감추려다가 감이 좋은 키이엘로에게 딱 걸렸다. 당연하게도, 이때는 로트렐리뿐만 아니라 도멤과 키이엘로 역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기 때문에 칼란투는 식은땀을 흘려가며 그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셋째로는, 우투그루의 사정이었다. 그는 현재 중부 혁명단 역시 못 믿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칼란투가 그들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유가 뒤에서 그들 몰래 정보를 통제하는 등의 수작질을 하려다 걸린 탓이었다. 이렇게 걸린 것을 보면 걸리지 않은 수작질도 더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넷째로, 제국이 전쟁에 관해 전혀 생각도 못 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일행 모두는 현재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다.
“제국은 제정신인가? 그렇게까지 바다새가 갖고 싶은 거야?”
“전쟁이 일어났는데 안중에도 없다니…….오만한 건지 뭔지. 어쨌든 분명한 건 연합군은 꽤 자존심 상하겠다는 것 정도네.”
제국은 현재 연일 전쟁에 관해서는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 혼란을 틈타 로트렐리의 일행이 수월하게 돌아다닐 것을 염려한 것처럼 온갖 검문을 강화했다. 겉보기로는 전쟁 때문에 검문을 강화한 것처럼 보였기에 제국이 전쟁에 대처를 하는구나 생각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검문소에서 검사하는 것은 눈동자였다. 누구를 노린 검문인지는 뻔했다.
그리고 서부 혁명단에서는 랄티아와 클레인스, 네토르와 브레딕이 실종되었음을 알려왔다. 더 정확한 정보 전달과 연합군 회의를 위해 알 만한 사람을 보내겠다고 답이 왔으나 로트렐리로서는 속이 터지는 일이었다.
“망할…. 짜증 나 죽겠어.”
그리고 현재 로트렐리는 인어를 부르기 위해 외진 바다로 나온 상태였다.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키이엘로가 로트를 달랬다.
“아깝게 엇갈리긴 했지만, 이제 구체적인 행방을 알 수 있을 거야. 너무 열 내지 마.”
“그래야 할 거야. 안 그러면 혁명단이고 뭐고 이곳도 뒤집어 버리고 싶어질 테니까.”
로트렐리의 성격을 어떤 식으로 예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칼란투는 로트렐리의 깡패 같은 태도에 기겁을 했다. 칼란투 왈, ‘길거리에 나앉았던 나도 너처럼 시정잡배처럼 구는 애는 처음 본다!’였다. 물론 로트렐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글쎄요, 아마도 게슈베르송엔 고상한 사람만 있었나 보죠’하고 응수했지만 말이다. 우투그루는 중부 혁명단 내에서 로트렐리의 이미지는 ‘음침하고 뭔가 속을 알 수 없는 마녀 그 자체’였을 거라는 데에 제 손목이라도 걸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건달이 튀어나오니 적응을 못 하고 뒤집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칼란투는 일행이 제국인은 아닐 거라고 가늠했고, 그 이후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혹시 혁명단에 가담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마녀와 폭도들이었지만. 사실 우투그루는 ‘마녀’와 ‘폭도’의 명칭이 뒤바뀌지 않았나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로트렐리 쪽이 폭도에 더 잘 어울렸다.
우투그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됐고, 인어나 불러.”
“명령질?”
“그럼 뭐 빌어야 하냐?”
“넌 진짜 평소에도 싸가지 없어서 봐주는 줄 알아.”
“이게 무슨 대화야…….”
우투그루와의 투탁거림에 눈만 끔뻑이는 도멤을 두고 로트렐리는 이내 군말 없이 바다로 향했다.
“파도의 근원이 너를 부른다. 지느러미 달린 나의 친우를 부른다.”
로트렐리는 평이하게 내뱉었으나 우투그루를 비롯해 일행들은 새삼스럽게 저것이 과하게 유별난 것처럼 다가왔다. 세계의 뱀이 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혁명단은 발카의 존재만을 알고 요르문간드의 존재는 아직 알고 있지 못했다. 로트렐리는 혁명단을 이용하기로 생각했으나 그렇다고 신뢰하지도 않았다. 그들 일행을 압박하려던 칼란투 역시 생각 외로 그들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키이엘로는 칼란투의 태도를 기민하게 눈치채고 로트렐리에게 귀띔했다.
결론적으로, 지금 로트 일행과 중부 바다의 혁명단은 긴장 속에 협력 중이었다. 지금 이곳에 온 것도 혁명단의 감시를 피해 몰래 빠져나온 상태였다. 그때 로트렐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란이 늦는데.”
로트렐리 입장에선 사란에게 따질 것도 있었기에 더 조급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보통 부르자마자 거의 곧장 도착했던 것과 달리 수면은 잠잠했다. 일행은 잠시간 기다리다가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바쁜가? 올 생각을 안 하네.”
“망할, 언제든 불러주라고 해놓고 이게 무슨…….”
로트렐리가 무어라 꿍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있는 곳과 멀찍이 떨어진 수면에서 물거품이 일었다. 그것을 발견한 도멤이 로트의 어깨를 건들었다.
“어, 온 것 같아.”
그 말이 맞았다. 사란은 평소와 달리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느리게 다가왔다. 그것이 로트 일행에게는 제 죄를 알고 제 발 저려 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란은 우물쭈물하며 로트렐리를 바라보았다.
『…로트.』
“너 나한테 할 말이 많지?”
『뭐, 뭘?』
인어는 시치미를 뗐다. 그에 로트렐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랄티아가 언제부터 제국에 있었어?”
『…….』
사란은 어깨를 움츠리며 수면 아래로 고개를 반쯤 집어넣었다. 그러나 로트렐리가 전혀 봐줄 것 같은 기색이 아니자, 이내 인어는 느리게 말했다.
『나는… 잘못 없어. 루루미가 그렇게 전하라고 해서 전한 거야….』
“바다의 마녀가?”
로트렐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도멤을 돌아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도멤의 소매 아래로 고개를 내민 뱀들을 보는 것이었다. 로트렐리의 시선에 세계의 뱀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말했다.
『그녀가 간섭한 것일 수도 있긴 하지.』
『쓸데없는 짓이었지만.』
“초월자들은 간섭할 수 없게 금언이 걸려있다며?”
『약간의 희생을 감당한다면 못 할 것은 아니지.』
“희생?”
『거창한 것은 아냐.』
『하지만 명을 재촉하는군, 루루미. 무슨 속셈이지?』
세계의 뱀들은 그렇게 떠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 사란은 조금 신기하다는 듯 요르문간드를 보았을 뿐 곧 다시 로트렐리에게 집중했다. 인어는 루루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바다의 마녀가 나를 협박했어. 너에게 그렇게 전하라고 말이야. 내 탓 아냐.』
사란은 마치 부루퉁한 아이처럼 말했다. 그러나 로트렐리의 표정은 녹지 않았다. 그녀는 인어에게 다시금 따졌다.
“너, 예전에 메흐의 분신을 불러내게 시켰지. 그게 나한테 어떤 일이 되었는지는 알고 한 일이야?”
그러나 로트렐리의 물음에도 사란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에 요르가 혀를 찼다.
『몰랐던 모양이군. 공교롭게 되었어, 정말이지 공교롭게…… 껙!』
로트렐리는 요르를 철썩 때리고는 사란을 돌아보았다. 사란은 눈만 반짝이며 로트를 바라보았다.
『메흐의 사념? 그게 왜? 넌 내 부탁을 들어줬잖아. 그는 내게 남은 인연이 있다고 했지. 난 그게 너라고 생각해.』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