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30)
바다새와 늑대 (329)화(330/347)
#173화
로트 일행은 게슈베르송에서 나름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조악한 배에서 항해하는 것보다 육지에서 지내는 것이 몸이 편하다는 것에 이견은 없었다. 특히나 그들은 혁명단에서 한편으로는 귀빈, 또 한편으로는 요주의 인물로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어떤 단체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편리함이 있는 것이다. 물론 몸이 편하다고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멤은 식사 거리를 가지러 나간 일행들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들끼리 묵는 방은 넓었고, 폐공장을 개조한 것치고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도멤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두 뱀이었다. 세계의 뱀과 한참을 마주 보던 도멤이 입을 열었다.
“너희.”
그에 답지 않게 몸을 한껏 움츠린 뱀들은 마치 야단맞을 것을 알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멤은 흔들림 없이 물었다.
“요즘 무슨 꿍꿍이야?”
『우, 우리가 뭘?』
『그래, 우리가 뭘 했다고.』
“아무것도 안 하니까 의심스러운 거잖아.”
로트렐리가 혁명단의 선전을 맡겠다고 말했을 때, 일행들은 제각기 반응이 달랐으나 어쨌든 결국은 로트렐리가 바라는 대로 하길 지지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도멤은 이죽이던 세계의 뱀이 최근 입을 꾹 다문 것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요르문간드는 도멤의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도멤은 로트처럼 자신도 요르와 간드의 모가지를 쥐고 마구잡이로 흔들거나 잡아당겨야 하나 고민했으나 그건 너무한 행동 같았다.
결국 그는 한숨을 쉬며 두 뱀을 응시했다.
“너희, 내가 지켜볼 거야. 허튼짓하지 말고, 알아 들어?”
『알지, 알지…….』
『우린 아무것도 못 해, 알잖아?』
『우린 그저 너희의 손에 운명을 건네주고 바라봐야 하는 관객일 뿐….』
“그러니까 그런 이상한 소리도 하지 말라고.”
도멤은 부루퉁하게 말했으나 결국 그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요르문간드는 각자 도멤의 손을 타고 올라가 팔뚝에 몸을 단단히 감았다. 당장은 로트렐리가 랄티아를 되찾으면 될 일이지만, 도멤은 왠지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로트렐리가 랄티아를 되찾으면, 그 이후엔?
제국과 연합군의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제국이 그들을 가만히 둘지, 세계의 뱀과 초월자들의 속셈에 휘말리게 될지…….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 불안한 정세만큼이나 그들의 미래도 불안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이런 걸 로트에게 말해서 굳이 근심스럽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아마 일행이 말로 하지 않아도 로트렐리는 이미 도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개로, 가뜩이나 그녀에게 역린과 같은 랄티아의 존재가 대대적으로 까발려진 만큼 로트렐리는 분노하고 있었다. 목적의식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이니 도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일단 제쳐둔 상태일 게 분명했다.
그런 로트렐리에게 해소되지 못할 불안을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도멤은 팔뚝에 몸을 감은 뱀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아는 게 있어?”
『우리야 모르지.』
『하지만 우리도 너희가 잘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잘해갈 수 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지금처럼 너희를 노리고, 공격하고, 경계하는 이들.』
『그런 이들을 지나서 최후에 도달할 곳이 우리가 순환하게 될 순리이길 바란다.』
그냥 우릴 부려먹을 거니까 알아서 힘내라는 뜻이었군……. 도멤은 요르문간드와 대화하는 걸 포기했다. 그때 식사를 가지러 나갔던 일행이 돌아왔다. 얼른 표정을 유순하게 바꾼 도멤이 그들을 반겼다.
“왔어?”
“그래. 뱀들하고는 대화했어?”
키이엘로가 빵이 든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도멤은 어깨만 으쓱였다.
“별로 유의미한 대화는 아니었어.”
“그럴 것 같았어.”
우투그루는 매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쌀쌀맞게 말하곤 자리에 앉았다. 로트렐리는 시큰둥한 얼굴로 도멤의 팔에 몸을 감은 뱀들을 일별하곤 시니컬하게 말했다.
“어차피 내킬 때 또 알아서 씨부리겠지. 정 쓸모없는 것 같으면 그때야말로 갖다 버리자고.”
『그, 그러지 마!』
요르가 애원하듯 말했으나 로트렐리는 무시했다. 도멤은 허허 웃고는 둘러앉은 자리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도멤은 발카가 로트렐리의 곁이 아니라 우투그루의 곁에 있는 것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반면 로트렐리는 이제 발카의 그런 행동이 익숙한 듯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도멤은 키이엘로에게 속닥였다.
“발카랑 로트 말이야, 괜찮은 거 맞아?”
“응? 아…….”
키이엘로는 어색한 얼굴을 했다.
“발카는 아무래도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로트는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
“그럼 왜 하필 우투그루한테 가 있는 거지?”
그 말에 키이엘로는 얼핏 재수 없는 얼굴을 했다. 도멤이 보기에도 퍽 신랄한 표정이었다.
“뭐, 말귀도 못 알아듣고 로트와 가깝게 지내지 않는 녀석으로 고른 걸지도 모르지.”
“……다시금 생각하지만 널 적으로 만들면 굉장히 성가시구나….”
“내, 내가 뭘.”
“아냐……. 가엾은 우투그루.”
도멤의 말에 키이엘로는 눈썹만 치켜올렸다. 일행은 바깥 정세와 비교하면 한가로울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간만의 여유였다. 그사이 연합군과 제국의 전쟁이 지지부진 이어지고 있었으나, 연합군의 사기는 역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꽤 의외의 결과였다. 반면 제국은 점차 선전으로 통제되는 정보가 풀리기 시작하며 전선 가까이 위치한 마을의 제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게슈베르송에서도 크고 작은 접전이 이어지고 있어 근처로 제국군이 종종 보였으나 로트렐리는 이전과 달리 느긋했다. 도멤은 로트렐리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꼬치꼬치 캐묻기도 애매했다. 그러다 로트렐리가 혁명단으로부터 선전 대본을 받아오자,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로트, 혹시 랄티아를 되찾으면 혁명단에 의탁할 생각이야?”
그 말에 대본을 대충 읽는 것 같던 로트렐리는 눈만 둥그렇게 떴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 그게 아니라면 굳이 혁명단의 선전을 맡아준다거나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싶어서.”
“아.”
로트렐리는 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듯 짧게 소리를 냈다. 그녀는 대본으로 부채질을 하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혁명단을 돕는다거나 그런 생각 아니야. 이건 그러니까…….”
잠시 말을 멈춘 로트렐리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냥 확성기가 필요한 거지.”
“화풀이라도 할 심산인가 본데, 내버려 둬.”
우투그루가 불쑥 끼어들어 비아냥거렸다. 그에 곧장 로트렐리가 왜 시비냐며 투덜대기 시작해 도멤은 그에 관해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도 로트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이러면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건 오히려 나인 건가? 도멤은 왠지 머쓱해졌다. 도멤의 어깨 위에서 요르문간드가 서로 눈짓을 하고 있었으나 그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로트렐리는 관련한 일로 칼란투와 자주 만나야 했다. 로트 일행이 어떤 상하관계나 특별한 관계가 아닌 단순한 친구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칼란투는 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