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36)
바다새와 늑대 (335)화(336/347)
#179화
“지금 내 동생은 검은바다라는 해적에게 붙잡혀 있다! 그러니 말한다.”
칼란투는 그 순간 로트렐리와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들에게서 내 동생을 무사히 데려오는 자에게 바다새를 주겠다!”
그 말에 일순 광장에 소름 끼치는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직후 파도가 밀려온 것처럼 온갖 소음이 섞여들었다. 바다새를? 제국이 노린다는 그거? 아냐, 그 새는 원래 제국의 것이라고 하던데……. 사람들의 입을 타고 온갖 뜬소문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 입 근처에서 확성기를 떨어뜨린 로트렐리는 다시 후드를 쓰며 발카에게 속삭였다.
“미안해, 발카.”
발카는 아무 말 없이 몸 크기를 줄여 후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칼란투는 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망설임 없이 로트렐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연단 위로 키이엘로가 뛰어들었다. 철판을 들고 있어 총알이 새된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그 총성에 광장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테러다! 누가 총을 쐈다! 칼란투는 이를 갈며 인파를 헤치고 연단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때 헤더가 그런 칼란투를 붙잡았다.
“뭐야?”
“일단은 몸을 피하죠. 중부의 혁명 대장이 적진에서 죽으면 무슨 창피예요?”
그 말에 주변을 본 칼란투는 인상을 구겼다. 제국 경비병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 이것을 혁명단도 예상했었다. 그래서 연설이 끝나자마자 로트렐리가 혁명단에게 와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지? 어디 두고 보자는 심보로 연단 위를 올려다본 칼란투는 당황했다.
“뭐야, 어디로 갔어?”
로트렐리는 이미 제 일행들과 몸을 피한 후였다. 이전부터 이어진 도피 생활이 있었으니 혁명단이든 제국군이든 따돌리고 알라프라리를 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칼란투는 명확한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들은 그 마녀에게 완전히 이용당하기만 했다. 칼란투는 헤더와 함께 몸을 피하며 치를 떨었다.
“망할 마녀 같으니, 우리를 이렇게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군…….”
“그건 혁명단도 다르지 않았잖아요.”
“뭐?”
“당신, 로트가 다른 말을 하니 곧장 총을 꺼내 쐈죠. 만약 로트와 일행들이 그런 것까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 애는 정말 허무하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는 거예요.”
“우리에겐 그보다 중요한 대의가 있어! 저 마녀의 동생이 뭐 어떻든 간에!”
칼란투는 버럭 외치며 헤더의 어깨를 밀쳤다.
“착각하지 마라, 우리 혁명단은 물렁한 마음가짐으로 활동하지 않아. 저 마녀의 사정을 봐주며 어화둥둥 달랠 여유는 없다고!”
“정말로요?”
헤더는 굳은 얼굴로 칼란투를 돌아보았다.
“정말로 그럴 여유가 없었을까요?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을까요? 우리 혁명단에게 더 중요하고 급한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외의 방법도 많았어요. 정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면 로트를 휘말리지 않게 할 수 있었겠죠. 그렇지만 로트를 이용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로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모두 칼란투 당신과 우리 선택이었어요. 원망할 사람을 잘 고르세요. 혁명단이 대적해야 하는 건 제국이지 일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게 쏘아붙인 헤더는 곧 몰려오는 제국군을 피해 다시 걸음을 급히 옮기기 시작했다. 검문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낭패였다. 그런 헤더를 칼란투는 따라 뛰며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한편, 로트렐리는 키이엘로와 골목을 내달리는 중이었다. 키이엘로는 들고 있던 철판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철판은 묵직하고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나동그라졌다. 로트렐리가 물었다.
“도멤이랑 우투그루는?”
“먼저 가서 혁명단의 배를 빼돌려뒀어.”
혁명단과의 동행은 일행에게 더 나은 도주 방법들을 가르쳐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혁명단에게도 써먹을 차례지만 말이다. 키이엘로가 투덜거렸다.
“정말로 너에게 총을 쏠 줄이야. 대비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
“뭐, 위치 보니까 그냥 구멍 하나 나는 정도였겠더만.”
“총상을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 줄래?”
로트렐리는 어깨만 으쓱였다. 혁명단이 껄끄럽고 달갑지 않은 것과 별개로 로트렐리는 그들에게 사감은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아까 광장에서 혁명단의 확성기를 빌린 셈이니 없어졌을 것이다. 제국 경비병이 몰려드는 것에 인파들이 흩어졌다. 더 구석진 곳으로 들어온 키이엘로는 미리 준비했던 다른 로브를 로트렐리에게 건넸다.
로브를 바꿔 입은 그녀는 키이엘로와 함께 건물 위로 올라 항구 쪽으로 뛰었다. 골목만 뒤질 줄 알지 건물 위로 뛰어다니고 있을 줄은 모른 경비병들은 애꿎은 알라프라리 시민들의 집만 검문하기 시작했다. 항구에 도착한 로트렐리와 키이엘로는 혁명단의 눈을 피해 몸을 낮췄다.
키이엘로가 속삭였다.
“이쪽.”
키이엘로를 따라간 곳에는 혁명단에서 빼돌린 배가 있었다. 어선처럼 생겼고 기능도 거의 비슷했으나 속도와 크기가 이전의 허름하던 배에 비하면 월등할 정도였다. 로트렐리와 키이엘로가 재빨리 배 위로 오르자 갑판에서 망을 보던 도멤이 창을 겨눴다가 한숨을 쉬었다.
“너희였구나. 난 또, 놀랐네.”
“그래, 이건 좀 치워 봐.”
로트렐리는 도멤이 겨눈 창끝을 손끝으로 툭툭 치고는 곧장 조타실로 걸음을 옮겼다. 키이엘로가 닻을 끌어올리는 것을 뒤로하고 도멤이 로트렐리의 뒤를 따라왔다. 조타실에는 우투그루가 마장석 기구를 만지고 있었다.
“비켜봐.”
“어디로 갈 거야?”
우투그루는 순순히 물러나며 물었다. 로트렐리는 능숙하게 마장석 기구를 작동시키며 발카를 조타 위에 앉혔다. 발카는 날개를 몇 번 푸드덕거리다가 조타를 발로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움직이기 시작한 배가 빠르게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로트렐리는 마장석 기구에 완전히 시동이 들어오자 조타를 쥐고 말했다.
“일단 소리의 바다 근처를 돌아야지. 물자는?”
“네 말 듣고 몰래 꿍쳐두긴 했지. 하지만 많은 양은 아냐.”
“괜찮아.”
우투그루는 뭐라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을 했으나 이내 별말 없이 조타실 안의 손잡이를 잡았다. 배는 빠르게 바다를 가로질렀다. 눈에 띌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알라프라리에서는 아까의 상황을 전하거나 예견된 난장판을 피해 항구를 옮기는 배가 많았다. 제국의 출항 통제는 뒤늦게 이뤄질 것이다. 전부 계산된 행동이었다.
게슈베르송을 떠나기 전, 로트렐리는 알라프라리에서 혁명단이 원하는 선전 대신 랄티아를 찾는 말을 할 것이라고 일행들에게 털어놓았다. 의외로 도멤이 회의적이고 우투그루가 긍정적이었다.
‘너무 무모해. 그 탓에 랄티아까지 위험해지면 어떡해?’
‘이미 검은바다에 잡힌 이상 위험한 상황이야. 말 한마디로 좌중에 폭탄을 던질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우투그루와 도멤이 서로 의견 차이를 겪는 동안, 키이엘로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로트렐리에게 물었다.
‘검은바다가 그에 위협을 느껴서 아예 서둘러 제국에 붙을지도 몰라. 그건 괜찮은 거야?’
그러나 그 말에 반박한 것은 우투그루였다.
‘이미 검은바다와 제국은 접선을 시도했을 거야. 그런데도 아직까지 경과가 없고 제국 쪽에 퍼진 소식도 없다면 간단하지. 검은바다와 제국은 협력이 긴밀하지 못해.’
도멤은 애매한 얼굴로 그 말을 정리했다.
‘유착이 끈끈하지 못하다는 소리구나.’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