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40)
바다새와 늑대 (339)화(340/347)
#183화
클루스도는 이를 갈며 선원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지금 소리의 바다로 가지 말자는 뜻인가?”
“아뇨,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원이 움츠러들며 물러나자 클루스도는 거세게 숨을 몰아쉬었다. 로트렐리의 선언은 온갖 방법으로 가공되고 다방면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당연히 소리의 바다 가까이 향하던 검은바다에게도 닿았다. 그 소식을 들고 왔던 상선도 검은바다에게 흥미와 약간 재보는 시선을 갖고 접근했기에, 검은바다는 정보와 물자만 얻고 서둘러 그들을 떠났다.
“그 망할 것이…….”
사람들은 이제 로트렐리에게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언급된 검은바다가 더한 화두로 떠올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간 로트렐리는 여러 번 신문의 지면에 오르내리며 내력이나 출처를 모를 지라시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이제 슬슬 그런 소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중이었다. 소위 말해 단물이 빠졌다는 소리였다.
그런 와중 화제의 인물이 전혀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니 어떻게 파고들지 않겠는가? 제국의 행동을 지켜보느라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던 전투까지 합하면 정말이지 엄청난 사건이었다. 제국은 공식적으로는 그 검은바다라는 해적과 수배된 마녀 모두를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곧장 클루스도는 전서를 보냈다.
그에 대한 그레고리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그거 다 겉으로만 하는 말이니까 걱정 말고 소리의 바다로 와라. 다른 곳에서 만나서 굳이 의심 사고 다른 세력에 치이는 것보단 그게 낫지 않냐.’
물론 클루스도는 그것에 순순히 따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레고리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대신 조건을 붙였다.
‘선금과 몸값을 더 받고 싶다.’
그레고리는 처음엔 거절했다. 그러나 클루스도가 그러면 소리의 바다로 가지 않겠다고 하자 얼른 말을 바꿨다.
‘그래, 알겠다. 그럼 소리의 바다로 와서 값을 받아 가라. 두 번에 나눠 값을 보내겠다.’
클루스도는 이것이 그레고리로부터 자신이 승리를 얻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클루스도는 갑판으로 나와 명령했다.
“주변에는 아직도 정찰선이 있나?”
“몇 번 위협 사격을 했더니 물러나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세 척 정도가 있습니다. 소형 정찰선입니다.”
클루스도는 짤막하게 말했다.
“전부 쏴서 가라앉혀.”
“예?”
“우리는 지금부터 소리의 바다로 간다. 앞서 괜히 추적되지 않도록 모두 쏴서 가라앉히라는 뜻이다.”
“아, 예!”
포문을 일사불란하게 열기 시작하는 선원들을 뒤로하고 클루스도는 손수 램프를 들고 함저 구역으로 내려갔다. 그가 내려오자 하몬이 대번에 이를 드러냈다.
“그 귀하신 몸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나? 반겨줄 놈 없으니 꺼져!”
“소리의 바다로 마저 향할 거다. 마장석 기구를 작동시키도록 해.”
“꺼지라고!”
하몬은 냅다 옆에 있던 작은 나무 접시를 집어 클루스도에게 던졌다. 기민하게 그것을 피한 클루스도는 이를 갈며 하몬의 휠체어를 걷어찼다. 그에 클레인스가 인상을 구겼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이 접시는 뭐지? 너희에게 오는 식사는 이런 접시에 오지 않을 텐데.”
랄티아는 클루스도에게 덤비려는 클레인스의 어깨를 잡고는 말했다.
“소리의 바다로 간다고요? 주춤하는 것 같더니 왜?”
“네 알 바는 아니지.”
“내 일일 텐데 내 알 바가 아니라고요? 뭐, 그래요.”
랄티아가 은근히 속을 긁는 소리를 하자 클루스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접시를 바닥으로 툭 던졌다. 그때, 배가 흔들리며 포성이 들렸다. 정찰선을 향한 발포가 시작된 것이다. 랄티아는 검은바다가 굳이 발포를 시작했다는 것에서 이 배에 정찰선이나 적이 붙었고, 그것을 포격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해냈다.
‘소리의 바다로 향하다가 속도를 늦추기를 명한 것이 이틀 전이지. 그런데 다시 소리의 바다로 향한다고? 뭐가 됐든 이번에야말로 애시포드 남작과의 거래에 마침표가 찍힌 것은 맞는 듯한데……. 하지만 왜 포격을 하고 있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혁명단이 검은바다를 쫓아왔나?’
아직 요한에게 상황을 전달받지 못한 랄티아는 로트렐리의 행동에 관해 알지 못했다. 따라서 중간에 검은바다가 소리의 바다로 곧장 가지 않고 주춤거린 이유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랄티아는 어쨌거나 검은바다가 드디어 제국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러는 한편, 클루스도의 요구에 따라 클레인스는 마장석 기구를 움직여야 했다. 하몬은 그것이 치가 떨리는 모양이었으나 당장은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클루스도가 나가자 랄티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한이 오길 기다리는 건 좀 어렵게 됐네요.”
“접시 때문에?”
“우리에게 음식을 전해줄 사람은 요한 정도라는 건 그도 알 테니까.”
클레인스는 아쉽게 되었다는 얼굴을 했으나 그 이상으로 연연하진 않았다. 요즘 요한이 그들에게 음식을 가득 전해줬던 탓에 그렇게 배가 고프진 않았다. 아마 요한도 이걸 노리고 그렇게 올 때마다 음식을 한 보따리 싸 오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그런 것과 별개로 랄티아는 하몬을 돌아보았다.
“하몬은 괜찮겠어요?”
“됐다, 늙은이가 밥이나 처먹어서 똥이나 싸지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아니 뭐 엄청 늙은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말해요?”
전 하몬 환갑잔치도 갈 건데. 클레인스의 말에 하몬은 물론 랄티아까지 떨떠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클레인스는 어깨만 으쓱이고 화두를 돌려 물었다.
“이대로 가면 넌 그대로 제국에 팔리고 우린 해적한테 붙잡힌 노예 그 자체일 것 같은데 어쩔 셈이야?”
“예전에도 말했잖아, 제국이랑 검은바다는 서로 깊게 신뢰하지 못한다고.”
“그렇다고 해도 한 번쯤은 거래할 수 있는 거 아냐? 무슨 직감을 믿고 그랬다고 했으면서…….”
클레인스의 말에 랄티아는 찔끔한 얼굴을 했다. 그때는 그런 기묘한 확신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 상황의 연속선이다. 랄티아라고 아무런 단서 없이 번뜩 좋은 생각이 날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게, 나도 별생각 없는데.’라고 말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제국이 검은바다에게 순순히 돈을 주려고 하진 않을 거라니까? 그러면 분명 검은바다와 제국 사이에 어떤 마찰이 생겨. 우린 그 틈을 타면 돼.”
“그 틈을 타서 이 함저 구역에서 노상 갑판까지 아무 일 없이 올라가고 바다도 헤엄쳐서 육지로 간다고?”
“왜 이렇게 삐딱하게 굴어? 네토르처럼 굴지 마.”
“야, 넌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해?”
클레인스와 랄티아가 투닥이기 시작하자 하몬은 한숨을 쉬며 턱을 괴었다. 랄티아는 그가 마장석 기구를 만져서 속도를 늦춘다든가 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하몬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렇게 해봐야 클루스도가 또 내려와서 대거리를 할 것이니 아예 손대지 않는 것 같았다.
랄티아는 하몬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비죽였다.
“어쨌든 당장은 그래, 뭐든 소리의 바다에 닿는 때를 노리는 수밖에 없어.”
같은 시각, 요한은 베제와 프라세의 앞에서 그릇을 닦는 중이었다.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선장님은 노망이 난 게 틀림없다 안 카냐.”
“조용히 좀 말해, 요한.”
베제가 주변을 살피며 난감하게 말했다. 그러나 근처에 선원은 몇 없었고, 요한은 베제의 말에 오히려 역정을 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