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41)
바다새와 늑대 (340)화(341/347)
#184화
“내가 간부까지 허고 있는디 이런 말 하나를 못 허겠냐?”
“아니이…….”
“그 영감님은 이런 쓴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혀! 선장이란 자리가 아무렇게나 앉은 줄 알아?! 그 양반은, 그 양반은…… 디겔 아재가 죽은 뒤로 완전히 감을 잃고는…….”
요한은 말을 하다 말고 습기 어린 숨을 내쉬더니 신경질적으로 닦은 그릇을 수납장에 밀어 넣었다. 날카롭게 부딪는 소리에 베제는 그릇이 깨지지나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프라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쟁에 휘말리진 않겠죠?”
“모르지……. 만약 그렇다고 해도 우린 도망칠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베제의 말에 프라세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그런 소년의 머리를 쓱쓱 쓸어준 베제는 요한에게 말했다.
“로트 녀석의 소식을 랄티아는 모를 텐데……. 전할 시간이 있을까?”
“모르겄다. 그래도 내 함 눈치 보고 내려갔다 오련다.”
요한은 베제가 쓰다듬은 프라세의 머리를 저도 쓱쓱 쓸며 말을 이었다.
“느이는 느이 걱정이나 혀. 특히 프라세 너. 혹여라도 쌈박질 붙는다, 싶으면 얼렁 토껴라. 알겠제?”
“제 머리가 언제부터 공공재였는지…….”
“시꺼, 인마! 이쁘다고 쓰다듬음 감사헌 줄 알아야제.”
요한의 역정에 프라세는 결국 동네 똥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머리를 쓰다듬 당해야 했다. 그러면서 요한이 말했다.
“아무튼, 걱정하덜 말어. 내가 알아서 랄티아헌티 말해볼 테니.”
* * *
그렇게 검은바다가 소리의 바다로 향하는 동안.
그레고리는 알라프라리에 도착해 있었다. 로트렐리의 등장 이후, 알라프라리는 표면적으로는 평소와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 아래로는 파문이 이는 중이었다. 알라프라리로 곧장 들어온 로트렐리가 연합군의 확성기를 사용했던 것을 바탕으로 알라프라리 변두리와 알라프라리 아래쪽의 멜런고르로 군사가 집결했다.
경비병들이 나날이 모든 집을 검문하고 있었고, 오가는 선박들을 더 철저히 살피는 중이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마녀는 보이지 않았다. 제국이야 모르겠지만 로트렐리는 광장에서의 선언 이후 곧장 알라프라리를 떴으니 당연했다.
그 탓에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인가, 하며 불안에 떠는 사람이 있기도 했으나, 반면 급변하는 상황에 로트렐리가 말한 동생을 노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마녀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는 그들이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필립이 그레고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남작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하겠어. 답서도 오지 않았나.”
“그럼…….”
그레고리는 다소 날 선 태도로 한숨을 쉬었다. 검은바다에게 대가를 더 건네주겠다고 한 것은 그레고리의 함정이었다. 그래야 배가 두 척이나 세 척이 다가와도 어리둥절 갈팡질팡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그레고리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 망할 마녀의 짓으로 제국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코앞에 마녀가 나타났는데도 잡지 못하고 놓친 데다 다른 세력들에게 갖고 있던 패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거기에 더해 혁명단으로 무슨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혁명단은 진심으로 전쟁에 임하는 이들을 철저히 상대하고 아닌 이들을 적은 피해로 패퇴시킴으로 이득을 보고 있었다.
“소리의 바다로 출항할 준비를 해둬. 소형 군함을 앞세우고 후열에 소장급 군함을 거리를 둔 채 따라오도록 한다.”
“그대로 명하겠습니다.”
“한 개 중대를 모두 무장시켜 대기해놓는다.”
“예!”
필립은 그레고리에게 경례하고 일을 처리하러 서둘러 걸어갔다. 그레고리는 나갈 채비를 했다. 일에 변수들이 생겼으나 어쨌든 그의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검은바다를 치고 인질을 확보한다. 그 뒤 수배된 마녀를 불러내 생포한다.
그러면 자신의 일은 모두 끝난다. 황제가 약속한 부귀와 그 뒤에 숨은 자의 정체를 알 수 있겠지. 그레고리는 총과 검을 챙긴 뒤 일어났다. 끝을 볼 때였다.
그리고 그런 제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집단이 있었다. 바로 혁명단이었다. 정찰대에 올라 단원과 함께 바다를 응시하던 헤더가 마스트 아래에 알렸다.
“제국군이 움직입니다!”
칼란투는 망원경을 들고 알라프라리의 항구를 보았다. 커다란 군함 몇 척이 움직이고 있었다. 뱃머리가 향하는 곳을 본 칼란투가 웅얼거렸다.
“멜런고르로 향하는군.”
그녀는 단원들에게 외쳤다.
“거리를 두고 추격한다! 의심을 사지 않게 조심하라!”
“예!”
어느새 마스트 아래로 내려온 헤더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에퀘야에게 전할게요.”
“그래.”
이미 에퀘야와 무르하는 무르하의 예지와 달리 로트렐리가 사달을 낸 것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그에 관해 에퀘야는 무르하의 예지가 틀려서 유감이라고 밝혔으나 그 이상 무르하를 질책하지도 않았다. 칼란투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무르하의 기묘한 예지가 유용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에만 의지한 결과가 결국 이런 것이라니. 그렇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시정해야 할 텐데, 에퀘야는 무르하를 아끼느라 그러지도 않았다. 그것이 칼란투에겐 영 고까운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제국이 움직이는 곳엔 검은바다가 있고, 그것은 수배된 마녀 역시 그 근처로 향할 거라는 뜻이지.’
혁명단의 목표는 어쨌거나 제국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예상하듯 마녀가 바다새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 거짓말이든 아니든, 마녀의 신병과 바다새가 제국에 넘어가게 둘 수는 없었다.
소리의 바다 변두리에서 대기하던 에퀘야와 다른 연합군들로부터의 답신은 빠르게 날아왔다. 멜런고르로 연합군의 배들이 뱃머리를 돌렸다는 내용이었다. 칼란투 역시 배의 속도를 높였다. 혹여 검은바다와 거래를 마친 군함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포위할 필요가 있었다. 칼란투가 외쳤다.
“우리가 멜런고르 앞의 소리의 바다에 닿으면 큰 전투가 일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하라!”
* * *
“…르, 네토르!”
네토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퍼뜩 눈을 떴다. 브레딕은 에휴, 하고 깊은숨을 내쉬며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네.”
“내가 잠깐 졸았어?”
“그래. 잠시 쉬어갈까?”
브레딕과 네토르는 현재 세라무티에서 제국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연합군의 선전포고가 한창인 무렵, 인쇄소로 세라무티의 극우파가 들이닥쳤다. 퍼지는 전단지를 막기 위해서였다.
막무가내로 난입한 그들을 피해 혁명단의 인원들은 전단지를 닥치는 대로 품에 안고 뿔뿔이 흩어졌고, 세라무티의 극우파는 인쇄소에 불을 질렀다. 네토르와 브레딕 역시 그들을 피해 도망쳐야 했다.
네토르와 브레딕은 곧장 혁명단으로 합류하기 위해 달려갔으나 항구에서 랄티아와 클레인스가 검은바다로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에 브레딕은 혁명단으로 가야 할지 검은바다로 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뜻밖에 네토르가 말했다.
‘제국으로 가자.’
‘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