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43)
바다새와 늑대 (342)화(343/347)
#186화
멜런고르는 이전에 머물렀던 도시들과 달리 전쟁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역에 도착한 타지인들이 그렇게나 당황하던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제국이 정보를 이렇게나 잘 통제하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브레딕과 네토르는 항구로 가는 마차에 올랐다. 마차 삯을 냈는데도 꽤 돈이 남았지만 펠른으로 지불할 때와 달리 물가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국 괸으로 사용하니까 확실히 돈이 훅훅 줄어드네.”
덜컹거리는 마차에 앉아 브레딕이 툴툴거렸다. 제국에 있는 마차는 대부분이 값비싼 고급 마차였기에 더욱 돈이 빠르게 소진되는 감이 있었다. 그 덕분에 편안한 쿠션까지 깔린 작은 마차에서 다른 일행과 합승하지 않고 갈 수 있었지만 말이다. 브레딕의 말에 네토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뭐, 어때. 어차피 공돈이었잖아.”
“그래도 이왕 생긴 돈 아껴 쓰는 게 더 좋았을 거라고.”
네토르는 그의 말에 크게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 네토르를 보며 브레딕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이제 와서 의형제 찾는 거 포기한 건 아니지?”
“뭐?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요즘 너무 순순하잖아.”
물론 브레딕은 그의 의형제가 이미 죽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브레딕은 눈썹을 치켜올리는 네토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말 좀 그런데, 네 성격에 그렇게 성깔 죽이고 있는 거 좀 낯설어. 좀…… 순종적인 로트 녀석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운동을 좋아하는 랄티아를 마주한 기분이라고 할까…….”
“비유가 왜 다 그따위야?”
네토르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자 그제야 브레딕의 얼굴이 편하게 변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곤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니, 뭐. 그렇다니까. 여하튼 안 어울리게 굴지 말고, 심경의 변화가 생길 만한 일이 있는 거라면 차라리 그냥 털어놔.”
“너랑 같이 다니는 게 짜증 나고 거슬린다는 이유여도?”
“그럼 네가 이미 훌쩍 가버리지 않았을까 싶다만……. 아니, 진심 아니지?”
브레딕이 뒤늦게 당황하자 네토르는 코웃음만 쳤다. 그제야 그가 큰 의미 없이 말했다는 것을 알고 브레딕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쨌든 그래. 그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알려줘.”
“고민이 내 의형제 때문은 맞아.”
“오.”
브레딕은 짧게 소리를 냈다. 네토르는 퍽 익숙한 자세로 마차의 의자에 편하게 앉기 위해 자세를 고치며 말했다.
“혁명단과 지내며 얻은 정보가 있었잖아. 그것과 관련해서도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래.”
“혁명단? 그곳에서 지내면서 얻은 정보 중에 의형제 관련한 게…….”
잠시 생각하던 브레딕은 이내 아, 하며 물었다.
“연금술? 그거 때문에?”
“아니.”
“엥?”
브레딕은 눈만 끔뻑였다. 혁명단과 함께 생활하며 네토르가 의형제에 관한 화두를 꺼낸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브레딕은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뭐 내가 없는 곳에서 네 의형제 정보가 더 나왔었어?”
“아니.”
“아, 그럼 뭔데!”
“네르갈 말이야.”
네토르의 대답에 그는 한참을 과거를 되짚어야 했다.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존재감이 남지 않는 이름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브레딕은 무르하가 네르갈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 그 초월자……. 왠지 기억에 잘 안 남는다. 누구였지?”
“지저분한 자, 죽음에서 태어난 자.”
“……그런 거창한 이름이었나? 근데 그 초월자가 네 의형제와는 무슨 상관인데?”
그 말에 네토르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브레딕을 마주 보고 말했다.
“그가 내 의형제니까.”
“……아?”
브레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초월자와 의형제? 그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연금술에 연관되어 있다던 그 의형제가 네르갈이란 초월자라는 의미인가?
“잠깐……. 솔직히 네가 재미없는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으레 그런 반응이니까 그다지 말하지 않고 다녔던 거지.”
“의형제가 우홉피아주에게 잡혀갔고 어쩌고 했던 건?”
“뻥이지.”
“…왜?”
네토르는 재차 침묵했다. 브레딕은 혼란한 얼굴로 네토르를 보았다. 생각보다 더 거물이었잖아? 제국의 신분증이 있을 때부터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다.
“다 좋아, 그럼 그때 그 연금술 매개의 출처가…….”
“네르갈이었던 거지.”
“넌 그걸 숨긴 거고.”
“어차피 난 혁명단에게 모든 걸 내주며 협력할 생각은 없었어.”
브레딕은 할 말을 잃었다. 그건… 그랬지. 심지어 브레딕 자신도 혁명단에게는 묘한 태도였으니 할 말은 없었다. 반면 네토르는 입을 열고 말을 덧붙였다.
“나도 그가 제국에 협력하고 있다는 건 몰랐어. 어느 순간부터 그와 나는 이유도 모른 채 헤어졌고, 나는 그와의 정을 생각해서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야.”
“검은바다에 들어온 이유도 포함이야?”
“그런 셈이지. 그리고 네르갈에 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어. 오랜 시간 오해가 쌓였으니 그걸 이제 와서 바꾸는 건 힘들겠지만.”
“오해? 무슨 오해? 애초에 오해를 할 정도의 인지도가 없는 초월자 같던데. 아, 이런 말 하면 좀… 실례인가?”
브레딕이 곤혹스러운 어조로 횡설수설했다. 그래도 그는 나름 열린 생각으로 네토르를 대하려고 애썼다. 바다새를 가진 해적 동기가 제국에 수배되고, 그 전에 초월자들도 만나게 하기도 했는데 이런 걸 못 믿을 건 뭐란 말인가. 그때 네토르가 말했다.
“네르갈이 바다의 주인이야.”
“그래, 이제 나도 못 들어주겠다.”
브레딕은 결국 두 손을 들며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네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네 망상증이 도졌다고 보는 게 더 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대로 생각해.”
“하지만, 그렇잖아. 왜 이제 와서 이런 것들을 나한테 말해주는지도 이상하고.”
“내가 로트 놈을 싫어하는 건 간단해.”
네토르는 브레딕의 반응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그 앤 자신이 뭔지도 모른 채로 네르갈의 것이어야 하는 것들을 뺏고 있어. 네르갈이 진정한 바다의 주인이야. 걔가 얼렁뚱땅 그 자리에 앉게 둘 줄 알고?”
“뭐, 뭐?”
“네르갈이 바다의 주인이라고.”
브레딕의 마음속에서 네토르의 발언은 이제 거의 그의 망상증에 의한 것이라고 기우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웬 바다의 주인이 어쩌고……. 그건 메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잖는가? 특히나 로트렐리와 함께 항해했던 검은바다에 올라 있던 선원이라면 말이다.
게다가 현재 로트렐리의 상황을 단순히 바다새를 노린 제국에 의해 수배된 민간인이라고 알고 있는 브레딕의 관점에서는 네토르의 말이 더더욱 생뚱맞은 소리였다. 그러나 말거나 네토르는 말을 이었다.
“난 그를 위해 움직이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그가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아니, 그 초월자가 무슨 생각인지는 원래도 몰랐던 거 아냐?”
“아냐.”
“어떻게 그렇게 확답하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