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47)
바다새와 늑대 (346)화(347/347)
#190화
로트렐리가 알라프라리에서 선언을 한 뒤 정확히 사흘 뒤에 발발한 전투였다. 소리의 바다에서 다른 선박들의 눈을 피하며 낌새를 살피던 로트렐리는 전투가 발발한 것을 듣고 곧장 키를 잡았다. 전선 가까이 간 로트렐리는 매서운 눈으로 검은바다의 선체를 포착해냈다.
검은바다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전선은 소리의 바다를 드넓게 둘러싸고 있었다. 멜런고르의 항구에서 제국의 군함이 추가로 출격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연합군의 군함도 어디선가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군.’
그것을 보며 우투그루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저게 얼마 전까지 로트렐리의 상황이었으니 내심 꼴좋다, 싶기도 했다. 이미 무장을 끝낸 일행에게 로트렐리가 말했다.
“검은바다가 있어. 여기까진 계획대로야.”
“제국 군함도 있겠지.”
우투그루가 시니컬하게 덧붙였다. 로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연합군 군함도.”
“전쟁이구만~.”
도멤은 질색하는 소리를 내며 창날을 점검하고 도로 등에 창을 맸다. 이제 걸리적거리는 로브를 구태여 뒤집어쓸 필요가 없었기에 그들은 모두 가벼운 차림새였다. 키이엘로가
물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다음도 생각했던 대로 할 거야?”
“그래야지.”
로트렐리는 제 어깨 위에 앉은 발카의 등을 쓰다듬다가 난간으로 다가갔다. 인어를 부르려는 것이었다. 암만 그들이라도 무턱대고 난전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종의 보험이었다. 여전히 인어와 세계의 뱀은 꺼림칙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로트렐리의 부름에 헤엄쳐 온 사란은 금세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다. 로트렐리가 말했다.
“안타깝게도 내 동생을 찾는 건 내가 더 빨랐어.”
그 말에 사란은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로트는 인어에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더 부탁할 게 있어.”
『뭔데?』
“저기 보이는 전투에서 우리를 엄호해줄 수 있어?”
그 말에 사란은 로트렐리가 가리키는 곳을 한 번 쓰윽 보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부탁할게.”
로트렐리가 그렇게 말하자 사란은 다시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고 아마 주변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도멤과 키이엘로, 우투그루는 난간 근처에서 혹시라도 그들을 발견한 군함이 포격을 하지 않는지 망을 보기로 했다.
로트렐리는 다시 조타를 쥔 채 배를 몰았다. 그때 발카가 로트렐리에게 말했다.
『나를 정말로 넘겨줄 상황이 되면 저들 중 하나에게 날 넘길 거야?』
로트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발카를 보았다. 사흘간 발카는 내내 조용히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일상적인 대화만 했기에 내심 안심했던 그녀였다. 로트렐리는 묵묵히 발카를 보다가 대답했다.
“아니.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맹세할게.”
『알았어.』
로트렐리의 말에 발카는 어쩐지 홀가분한 어조로 응하고는 날개를 퍼덕였다.
『바람이 거세군. 전쟁에 딱 어울리는 날씨가 되겠어.』
“우리 알 바는 아니겠지.”
『맞아.』
약간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하는 바다새를 보며 로트는 왠지 그간의 고민이 모두 해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실상은 어느 것 하나 해소된 것이 없음에도 발카와 로트렐리는 이런 식으로 다시 친근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가족이란 관계를 가진 이들이 항상 그렇듯이 말이다. 배를 몰아 전선으로 다가가며 로트렐리는 발카에게 말했다.
“내겐 랄티아도 가족이지만, 발카 너도 내 가족이야.”
『…….』
“이전부터 이 이야기를 네게 해줘야 했는데.”
사실 이야기를 해줘도 발카가 믿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결국 누구에게든 말로 전하지 않으면 모르는 마음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바닷바람이 둘을 쓸며 지나갔다. 소금기가 섞인 바람에서는 눈물의 냄새가 났다. 발카가 말했다.
『그래. 난 그거면 되었는데.』
바다새는 로트렐리와 주변 공기의 냄새를 한가득 맡았다. 화약 냄새가 뒤섞인 바다에서는 포성과 고함이 소란스럽게 울리고 있었다.
소리의 바다는 기이하게도 바다의 소리가 메아리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암초에 가까운 군도가 알라프라리 아래쪽의 멜런고르를 초승달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바다. 원래라면 시원한 파도 소리가 메아리쳐야 할 소리의 바다에서는 우렁우렁 울리는 포성과 쇠붙이가 부딪는 소리, 총성과 비명이 뒤섞이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 끼고 바람이 거센 것 외엔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들리기엔 지나치게 과격한 소음이었다. 발카는 불현듯, 예의 그 이끌림을 느꼈다.
로트렐리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흐름, 그리고 자신을 이끄는 직감. 이 애가 내가 세상에 남긴 것이 될 날이 왔다. 발카는 자주색 눈으로 바다를 응시했다. 내 유산은 네가 되겠구나.
그리고 마침내.
일행의 배는 전선과 맞닿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