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39)
바다새와 늑대 (38)화(39/347)
#38화
유리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해도 바람이 부는 탓에 느껴지는 추위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목덜미를 파고드는 바람에 코트 깃을 조금 세우며 주변을 보았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이 마주친 키이엘로가 조금 멈칫거리더니 물었다. 혹시 추워?
딱히 추워서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고개를 내젓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들과 과하게 친해졌다는 생각이 아직도 들고 있었지만, 물러진 마음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침범을 허락하게 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침범’? 이걸 침범이라 해도 좋은가?
나는 내 목을 감싸주는 발카의 날개를 느끼며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겼다. 나는 도멤에게 따지듯 말했다.
“이런 날씨에 낚시라니. 유리 바다는 그나마 바람이라도 안 불었지만 말야…….”
“숲의 바다 근처로 가게 되면 마음이 바뀔걸.”
나는 그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도멤과 키이엘로에게 요 며칠간 거리를 두려 노력하며 깨달은 것은 이들이 내가 밀어낸다고 밀릴 위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수선 조의 뒷정리를 돕는 일이 끝나자 나는 난간에 걸터앉았다.
신입이라고 막 시켜 먹다니 너무해……. 도멤의 말에 나는 눈썹만 슬쩍 들어 그를 흘겼다.
“왜 신입이 나밖에 없는 거야?”
“별수 없지……. 너 이후에 들어온 이들이야 세운과 원 정도인데 그들은 간부진이기도 하고 섣불리 시켜 먹기 힘들고. 그렇다고 너 이전의 신입이 있냐 한다면 그것도 아니고.”
“나 이전의 신입이 누군데?”
내 물음에 도멤은 애써 생각해내려는 것 같았지만 결국 눈을 굴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기억 안 나. 워낙 예전 일이라. 그 말에 키이엘로가 대꾸했다. 아마 그렐리일 거야. 그 말에 도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키이엘로가 그걸 기억하는 것이 신기하다는 얼굴이었다.
도멤은 나에게 같은 이름을 말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들어온 뒤로 전무하다 네가 온 거니까. 거의 일 년만이지. 나는 계산을 해보다가 문득 이들과 함께 지낸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랄티아가 우홉피아주에게 납치당한 지도 벌써 두 달째였다.
나는 조금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돌리며 물었다.
“일 년이면 너무 오래 걸린 거 아냐? 그동안 우홉피아주가 잠잠했을 리도 없고.”
“그건 맞아. 그렇지만 별수 없었지. 우홉피아주가 지나간 곳에 생존자가 없었으니까…….”
나는 그걸 듣고 그러려니 넘어가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자 키이엘로가 눈치채고 나를 보았다. 왜 그래, 로트? 나는 잠시 어색한 얼굴로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우홉피아주가 그…… 보통 사람들을 몰살하는 게 흔해?”
“뭐, 그렇지. 그래서 살아남는 쪽이 더 드물어. 생존력이 엄청난 거지!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도멤이 말하자 키이엘로도 가볍게 응수했다. 그래서 우리 배가 선원은 적어도 전투력은 강하잖아. 나는 머리를 짚었다. 그럼 왜? 왜 우리 섬은……. 내 기색에 발카가 날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괜찮아, 로트? 나는 발카에게 눈짓을 하고 날 보는 키이엘로를 보며 말했다.
“우리 섬은 몰살까진 아니었어.”
“그래? 그건 조금…….”
도멤은 과연 그것을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대신해 가볍게 말했다. 운이 좋았지. 내 말에 도멤이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잠시 우홉피아주의 습격 이후 섬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나 때문에 우홉피아주가 왔다고 생각해서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마을의 제사를 담당하던 주술사가 내게 저주를 걸고 내쫓았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전부 몰살하곤 했다는 우홉피아주의 손속치고는 유한 면이 있었다. 왜지? 정말 나만이 목적이었기 때문인가?
잊을 만하면 새벽마다 배를 찢는 것 같은 아픔을 주던 저주를 떠올리자 괜히 속이 쓰린 느낌이었다. 최근에 달거리를 안 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또 내심 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전혀 달거리를 안 하고 있잖아……. 물론 안 해서 좋았지만 걱정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이걸 상담할 수도 없고……. 나는 발카를 힐끔 보았다. 언제나 주변에 도멤과 키이엘로, 텐이 있기 때문에 발카와 단 둘이 대화를 할 때라곤 씻을 때 정도가 다였다.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그때 서늘하게만 불어오던 바람 사이로 따스한 공기가 끼쳐왔다. 누군가의 숨결이 닿았다고 착각할 만한 온기였다. 그에 날렵한 들짐승처럼 키이엘로가 고개를 들었다. 도멤도 퍼뜩 턱을 들고 바다를 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긴장한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숲의 바다 가까이로 왔나 봐.”
“방금 그 바람은 뭐야?”
“숲의 바다는 숲의 주인의 관할 구역이잖아.”
키이엘로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발카가 옆에서 부리를 부딪었다. 누가 그걸 모른대? 그 말에 키이엘로의 얼굴이 조금 머쓱해졌지만 이내 도멤을 흘끔 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추운 지방에 있지만, 숲일 때의 모습이 남아있어. 그곳은 기후도 따뜻해.”
“숲일 때의 모습이라……. 그럼 이전의 바다에서는 이곳도 따뜻했을 거란 건가?”
“그건 모르지…….”
키이엘로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별생각 없이 난간 너머의 바다를 보았다. 물결이 치는 수면 아래로 이따금 구렁이 같은 줄기가 흐릿하게 보였다. 내가 물었다.
“저거 설마 나무야?”
“맞아. 숲의 바다 안쪽까지 가본 적은 없지만, 깊이 가면 갈수록 더 빽빽해질걸.”
나는 일순 바다에 뛰어들어 줄기가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생각이 든 스스로에게 조금 놀란 다음 갑판으로 눈을 돌렸다. 찬 공기 사이로 때때로 온화한 바람이 끼쳐오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때 선실에서 나와 무언갈 옮기던 세운이 우리를 보더니 키이엘로를 불렀다. 거기, 부선장 어르신! 그 호칭에 키이엘로가 어색한 얼굴을 했다. 부선장 ‘어르신’? 키이엘로가 황망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도멤은 낄낄 웃으며 그의 등짝을 때렸다.
“가 봐, 어르신!”
“고꾸라지지 않게 조심해, 어르신.”
“너희 놀리지 마…….”
키이엘로는 얼굴을 조금 붉히더니 세운에게로 다가갔다. 세운은 요한이나 우투그루에게 얻어온 것으로 보이는 꾸러미들을 가득 안고 있었는데, 아마 그것을 선실로 옮겨주길 요청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시시덕거리며 웃던 도멤이 이내 몸을 일으켰다. 우리도 도와주자.
나는 그 당연한 움직임을 조금 새삼스럽게 보면서 도멤과 함께 그들에게로 갔다. 키이엘로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간부진에게 갑자기 잡일을 시키니……. 그런 감상을 갖고 세운을 보는데, 세운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인지 키이엘로에게 약간 따지는 어투로 말했다.
“다 자네 부선장들 아버지께 쓰일 약품이네. 자네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나?”
그러자 키이엘로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으면서 뭐라고 반박하고 싶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침착하게 그 꾸러미들을 들어 올렸다. 이것저것 다 주워들려 하는 모습에 나는 키이엘로의 팔뚝을 가볍게 치며 몇 개를 내가 가져다 들었다.
로, 로트. 내가 들어도 되는데. 키이엘로가 꿍얼거리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너 힘 센 걸 누가 몰라. 하지만 키이엘로가 한 것처럼 아무렇게나 겹쳐 든다면 꾸러미 안의 약초 따위가 뭉개질 것이 훤했다. 나는 도멤도 키이엘로의 품에서 꾸러미 몇 가지를 가져다 어깨에 짊어지는 것을 보고 세운을 향해 물었다.
“그 무사분은…… 이름이……, 뭐였더라, 음…….”
“원 말이오? 원은 아직 험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오.”
“오? 그가 어디 아파요?”
도멤이 곧장 호기심을 품고 묻자, 세운은 입을 꾹 다물고 망설이는 것 같다가 주변을 곁눈질로 살폈다. 그러더니 선실로 걸음을 옮기며 작게 말했다.
“우리가 이 배에 오르기 전에 일이 좀 있었소.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는데, 아직 다 낫지 않았지.”
“그것치곤 유리 바다에서 마주쳤을 땐 멀쩡해 보였는데…….”
“다 허세지!”
세운은 어쩐지 화가 난 듯 버럭 외쳤다가 한숨을 쉬고 고작 하나만을 짊어진 팔을 바꿔 들더니 어깨를 주물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의사 양반 약골이구만. 세운은 마저 걸음을 옮기다가 정말이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코가 시큰하다는 듯 콧등을 문지르며 말했다.
“무사란 자들은 죄다 그렇소. 괜찮은 척만 하고……. 그래서 배에 올라 땅이 보이지 않을 때야 쓰러졌었어. 미련한 사람 같으니…….”
세운이 뭐라고 중얼중얼 말을 더 이었지만, 방언이 강해서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유리 바다에서 이 배, 검은바다에 올랐을 때 도포에 피가 튀어있던 것이나 굉장히 지친 기색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도멤은 어색하게 짐 꾸러미를 고쳐 들더니 말을 돌렸다.
“원은 많이 강해요?”
“그럼, 꽤 강하지. 그가 지금 이곳에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왕궁…….”
세운은 자랑스러운 것처럼 말하다가 돌연 뚝 멈췄다. 그러더니 단아한 얼굴에 약간의 ‘아차’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애써 먹선처럼 깔끔한 눈썹을 문지르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우리 셋이 그를 빤히,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자 앓는 소리를 내며 후다닥 우릴 잡아끌어 선실로 들였다.
그러더니 꾸러미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고 문을 잠그더니, 둥근 얼굴을 손에 파묻고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갑작스레 광인 같은 행동을 하는 세운을 보던 도멤이 키이엘로에게 몸을 기울였다. 왜 저러는 걸까? 나도 키이엘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작게 말했다. 이제 늑대로 변하는 거야. 우리는 늑대인간의 소굴에 들어온 거지. 물론 진짜 늑대인 텐은 코웃음만 쳤다.
도멤이 날 원망스럽게 흘겼다.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도멤과 내 가운데에서 서 있던 키이엘로는 눈을 굴리다가 말했다. 그래, 우리가 여기서 살아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 나는 입꼬리를 삐죽 올려 웃으며 키이엘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도멤은 작게 비명을 질렀다. 키이엘로 너마저!
단정하게 묶였던 검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기 시작할 때쯤, 세운은 번뜩 고개를 들었다. 도멤이 움찔 떨었다. 헉, 변신하기 전에 무찔러야 하는 거 아냐? 나는 태연하게 속닥였다. 원래 변신할 땐 기다려주는 거야. 키이엘로가 난감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쯤 해두지 그래…….
키이엘로의 중얼거림이 끝나자마자 세운은 침착하게 머리카락을 도로 단정하게 빗으며 말했다.
“아까는 내가…… 너무 경황없이 말해서 그랬소. 당황했을 텐데 미안하오.”
“뭘요? 아, 키이엘로한테 ‘어르신’이라고 한 거?”
“응? 그건 그냥 그가 부선장 직위에 있기 때문이오. 보통 그렇게 말하지 않나?”
도멤과 나는 잠시 생각해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겠는데. 세운은 대충 결론지었다. 아마 우리 쪽에서만 쓰는 표현인가 보군. 그러더니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를 되돌렸다.
“원이…… 왕궁……, 커흠, 어쩌구 한 것 말이오.”
나는 시큰둥했고, 도멤은 아~ 하고 아는 체를 했고, 키이엘로는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는 것 같았다. 우리 셋의 반응에 세운은 독이라도 머금은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이런 젠장, 괜히 말했군! 탄식하는 세운을 두고 나는 대충 옆의 의자를 끌어다 아무렇게나 앉으며 물었다.
“뭐 원이 왕궁의 어쩌고, 별 관심 없어서 상관없었는데 지레 발이 저려서 말을 꺼냈다 그거네요?”
“아……. 저런…….”
“키이엘로, 별로 할 말이 없으면 굳이 반응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
“…….”
세운은 지레 발 저려 하느라 난동을 피워 엉망이 된 자신의 꼴을 보고 못 견디겠다는 듯 결벽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옷매무새며 머리를 정리해댔다. 그러면서 안에 딸린 방을 슬쩍 보고는, 그 방의 문을 닫았다. 아마 안에서 원이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세운이 머뭇거리다가 간단하게 말했다.
“원은 왕궁의…… 호위무사였소.”
“오, 생각보다 엄청나게 번듯한 직업!”
“그런데 제국의 압박도 심해지지, 무슨 놈의 나으리들의 속사정이 그리 꼬였는지…….”
“제국이 그 나라를 쳤어요?”
“아니, 나라 안에서 내분이 일어났네.”
나름 심각한 이야기 같은데, 발카는 이런 이야기가 흥미로운지 목을 빼더니 외쳤다. 오호라! 보아하니 동쪽의 정세가 영 엉망인 모양이야! 나는 발카에게 뭐라 할 수도 없고 갑자기 딴짓하는 척 발카를 볼 수도 없어 조용히 한숨만 쉬었다. 세운은 침잠한 눈으로 까만 머리카락의 끝만 매만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이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는 항상 그것이 걸렸소. 이 배는 제국의 휘하에 있는 것이오? 아니면, 대부분이 제국민이오?”
“에구, 제국민 아닌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제국이 죄다 자기들 땅이라고 우겨대는데.”
도멤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가만히 있던 키이엘로도 말을 더했다.
“우리는 해적선이잖아요. 어떻게 제국 휘하가 되겠어요?”
“제국에서 요새 해적들 몇몇을 섭외하려 든다는 소릴 들었소.”
“오…… 제국이 망하려나? 미쳐 돌아가네…….”
내 솔직한 감상에 도멤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로트, 너 정박해서도 그런 말 하면 잡혀가.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세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안심이라는 얼굴을 해 보였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왕궁의 호위무사가 칼에 맞고 세운과 도망쳐왔다고?
그럼 세운은 뭘 하던 사람이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세운을 보다가 이내 관심을 거뒀다. 고민해 뭘 하겠는가. 아마 의원이었겠지. 그나저나 동쪽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건 서서히 제국이 과한 간섭을 시도하려는 것일 터였다. 우리 같은 일개 해적에게까지 관심을 갖진 않겠지만, 괜히 기분이 싱숭해졌다.
랄티아를 되찾으면 어느 곳이든 정착해서 살아가야 하는데 제국의 침노가 기승을 부리면 아무것도 없는 여자 둘이 살기엔 팍팍해질 것이다. 나는 뜻 없이 물었다. 요즘 어느 섬이 제일 살기 좋을까?
내 말에 도멤이 히쭉 웃었다. 검은바다가 제일 살기 좋지! 나는 그를 향해 혀를 찼다. 백 년 만년 해적질만 하고 살 수는 없을 것 아닌가. 세운은 이야기가 굳이 깊이 들어가지 않고 이 정도에서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확실히 유리 바다 근처에서 우투그루가 정세 이야기를 하며 꺼렸었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망상에 빠졌다. 랄티아를 무사히 구해내면, 책을 많이 구할 수 있는 상가 거리에 작은 집을 구해서 살아야지. 랄티아는 공부 머리가 뛰어나고 나는 몸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하니 둘이 노력하면 돈도 벌고 소소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일상을 이어나가다 우리가 사는 섬에 정박한 도멤과 키이엘로가 때때로 놀러 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국이든 뭐든 우리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고 말이다.
응, 정말로 그렇게만 된다면 좋을 것 같아.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