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6)
바다새와 늑대 (5)화(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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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그의 말에 키이엘로는 한숨을 푹 쉬었다. 별로 안 반가웠어……. 그런 키이엘로를 흘긋 바라본 텐은 또 사회성 떨어지는 머저리 같은 얼굴이라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홉피아주에서 원하는 건 발카라는 그 새일지도 몰라.”
『‘일지도 몰라’, 인 게 아니라 거의 맞을걸. 우홉피아주 같은 쓰레기들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한 일이라면 그 새뿐이지. 어쩌다 그 새가 다시 세상에 나온 건지는 몰라도…….』
“그 새가 그렇게 대단해? 그냥 날씨 정도 알려주는 거 아냐?”
텐은 키이엘로를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졸지에 머리를 바닥에 찧은 키이엘로가 악, 하고 작게 비명을 질렀지만, 늑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한 차례 털고는 느긋하게 앞발을 모아 앉으며 말했다.
『바다새는 날씨를 읽을 수 있고, 폭풍이나 암초를 피할 수 있는 항로를 알려줘. 바람의 냄새를 맡아서 아주 작은 날씨의 차이도 읽어내지. 노련한 뱃사람도 그렇게는 못 해. 순항을 기원하는 가호도 내릴 수 있지. 문제는 그게 주인에게 한정한 서비스라는 점이지만, 결국 주인이 선장이나 항해사라면 문제는 없지.』
“내 말은, 그러니까 그런 새들이 왜 멸종했느냔 말이야.”
『앞서 말했듯, 바다새는 자신이 고른 주인, 즉 파트너에게만 모든 걸 알려줘. 그리고 그것도 개체마다 성격이 달라서 가끔은 믿음직하지 못할 때도 있지. 하지만 결국 자신의 파트너를 위하고 있음은 같아. 문제는 그 애정이 다른 인간에게까지 닿지는 않는다는 점이지.』
텐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했다. 키이엘로는 로트의 어깨에서 조용히 있던 발카를 떠올렸다. 진짜로 조용히 있던 것인지, 자신이 그 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바다새가 자신들을 썩 내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늑대의 표정을 읽다 보니 이젠 새의 표정도 읽네……. 키이엘로는 침착하게 자조했다.
『그래서 간혹 주인을 죽이고 바다새를 차지하려는 멍청한 놈들이 있었어. 정말로 멍청한 짓이었지. 대부분의 바다새는 파트너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주인의 뒤를 따라가거든……. 그런데도 멍청한 인간들은 그 짓을 멈추지 못했어.』
텐의 말을 듣고 키이엘로는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커다란 나무만큼이나 오래 산 동물에게 바보 같은 인간의 면모를 지적당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전부 죽은 거야? 어느 정도 개체 수가 적어지면 그만뒀을 것 같은데.”
『바다새의 개체 수를 정확히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인간에게 있었다면 바다새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 주인을 택하는지도 알았겠지. 안타깝게도 인간들은 바다새가 멸종해가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저 전설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
물론 저렇게 살아있는 바다새를 보니 나도 멸종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있던 건 아닌가 싶지만……. 텐은 웅얼거리다가 돌연 눈을 번뜩이며 키이엘로를 노려봤다.
『내가 이 얘기도 해줬던 것 같은데 기억을 못 하는 건 내 이야기 동안 내내 딴생각했다는 거로군.』
“딱히 그런 건 아냐…….”
키이엘로가 나름 변명해 보았지만 텐은 이미 말할 맛이 뚝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던 키이엘로는 조금 아쉬워졌지만 텐을 재촉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리고 동시에 막연한 옛날 전설 이야기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귀담아듣지 않았던 과거를 조금 후회했다. 그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어둠에 잠겨가는 바다를 보았다.
키이엘로는 텐과 시답잖은 대화를 하면서 밤 중 내내 시간을 때웠다. 그쯤이면 질리지 않을까 싶은데도 텐은 의외로 키이엘로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건 키이엘로에게 상당히 위안을 주는 일이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속 깊은 늑대는 그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떠들다 슬슬 해먹으로 갈까, 생각한 키이엘로는 몸을 일으키다가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키이엘로는 당황해서 주변을 살피며 선미를 살펴댔다.
텐이 산만하다며 콧김을 뿜자, 키이엘로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내 배 모형.”
『뭐야?』
“내, 내가 어렸을 때 만들었던 모형 말이야! 어디로 갔지?”
키이엘로가 선미에 늘어져 있던 그물들을 파헤치며 허둥거리자 텐은 날아드는 그물을 피해서 옆으로 뒹구르르 굴렀다. 늑대가 뭐라고 꿍얼거리는 것도 들리지 않는 듯 키이엘로는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거의 비명을 지를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퍽 꼴사나웠을 얼굴도 키이엘로의 이목구비는 마치 절망하는 천사를 그린 명화처럼 아름답게 소화해냈다.
그러나 넉살 좋게 그것을 감상해줄 사람은 그곳에 없었으므로, 키이엘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 꼴사납게 절망했다.
“만약 그게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다면 당장 자살할 거야.”
상당히 많이 꼴사나운 발언이었다.
『비관 좀 그만해. 물자 조달 가기 전에 어디에 숨겨두지 않았어?』
“숨겼……, 숨겼지. 어디에 숨겼더라?”
『너 지능 다람쥐냐?』
텐이 비아냥거렸다. 조용히 해! 키이엘로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작게 소리쳤다. 텐은 얼씨구, 하면서 뒹굴어 바닥에 등을 긁을 뿐이었지만, 감성적인 글귀를 적어둔 자신의 작고 깜찍한 흑역사가 외나무다리에서도 안 마주칠 원수에게 넘어가는 최악을 상상한 인간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텐은 가련한 인간 사내를 구제하고자 부드럽게 타일렀다.
『자살할 거면 바다에 뛰어들어. 물고기들도 오랜만에 포식하게 해줘야지.』
“안 도와줄 거면 조용히 하래도! 생각 중이잖아……!”
그러다가 키이엘로는 기적적으로 떠올렸다. 그 유리병이 다름 아닌 메인 돛대의 장루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는 한 번 더 절망했다. 거기는 조금 전에 텐과 대화했던 내용의 주인공인 바다새와 그 파트너가 지내는 곳이었다. 키이엘로가 장루를 응시하고 있자 그것을 눈치챈 텐은 콧김을 뿜듯이 힘껏 그를 비웃고는 말했다.
『수치스러운 흑역사의 산물을 방치할 것이냐, 신참에게 그게 네 것이고 지금까지도 애지중지한다는 것을 굳이 알릴 것이냐, 둘 중 하나로군.』
“죽고 싶다.”
『말했지? 바다야. 기억해.』
“죽더라도 너부터 죽이고 죽을 거야.”
텐은 심드렁하게 앞발을 허공에 휘저으며 키이엘로를 놀렸다. 그래, 힘내봐라. 키이엘로는 조용히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텐이 옆에서 접싯물이라도 떠다 줄까? 하고 이죽이죽하는 걸 무시하고 그는 선미의 벽을 잡고 일어났다. 슬쩍 벽 너머로 고개를 기울이자 이미 새벽이 된 하늘 사이로 마스트의 전망대가 보였다.
그리고 갑판에 아무도 없는 것도.
키이엘로는 결정했다. 가려면 지금뿐이다.
* * *
통, 통.
잠이 들었던 눈이 작은 소음에 떠졌다. 뻐적지근한 몸을 느끼며 눈을 비비는데, 다시 한번 잠을 깨운 소음이 들려왔다. 통, 통. 나는 발카를 힐끔 보았다. 발카는 장루에 묶여 있는 모래주머니 위에 앉아 탐탁지 않은 얼굴로 불퉁하게 내뱉었다.
『그 얼굴 잘생긴 부선장이야.』
“이번엔 또 뭐래…….”
나는 피곤함에 절은 한숨을 쉬고 하품과 함께 느리게 기지개를 켰다. 할 일이 없어 늘어져라 잔 잠이 오히려 몸을 둔하게 만든 것 같았다. 하늘이 아직 어두운 때였다. 하늘에 희미하게 뜬 별을 보며 정확한 시간대를 가늠하면서도 조금 비몽사몽 한 기분이라 인상을 찌푸리는데, 발카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요즘 너무 피곤해하는 것 같아.』
“음…… 뭐……. 이런 바닥에서 자니까 그래.”
발카에게 둘러대자 그녀는 대충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신경질을 부렸다. 하여간에 해적들, 사람을 이따위로 대하고……. 내 생각엔 우홉피아주나 여기나 다를 바가 없어……. 어쩌고저쩌고……. 나는 대충 흘려들으며 머리를 한 번 헝클리고는 고개를 밖으로 뺐다.
마스트 아래에서 마룻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