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bird and the Wolf RAW novel - Chapter (74)
바다새와 늑대 (73)화(74/347)
#73화
깜짝 놀라서 헤더를 본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부상자가 많아 선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해적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헤더는 침착했지만, 낭패라는 기색을 지우지 못한 얼굴로 시선을 굴렸다. 요한이 연신 씩씩거리기에 나는 그들 가까이 가서 조금 다급하게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낸들 아나! 내야말로 알고 싶다! 식재료가 부족해서 창고에 갔다가 발견했다 아이겠냐.”
요한은 나에게 그렇게 대꾸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설설 저었다. 경황없이 그들을 보고 있던 도멤이 서둘러 둘에게 다가가 요한이 붙든 헤더의 목덜미 옷자락을 놓게 했다.
그러자 헤더는 안 그래도 불편했던 듯 요한의 손이 풀리자마자 목깃을 탁, 치며 혀를 찼다.
도멤이 아직도 황망한 얼굴을 한 채 물었다.
“헤더 누나, 왜 여기 있어? 섬에서 가출했다고…….”
“…….”
도멤은 말을 하다 말고 알아서 경악했다. 그래, 어차피 섬은 사방이 바다로 막혀있는데 못 찾는 게 이상하다 했지. 헤더는 잠시 입을 다물고 말을 고르는 것 같더니 나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나는 아빠한테 말했어, 나도 배에 타고 싶다고.”
“안된다고 하셨겠제! 하이고! 느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몰래 타나! 우리가 고기잡이배인 줄 아는 기가!”
요한이 속 터진다는 듯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헤더는 요한의 말에 고통스러운 얼굴로 인상을 구기다가 질린다는 듯 귀를 막았다.
“알았어, 좀 조용히 해!”
헤더가 꽥 외치자 요한도 꽥 외쳤다.
“느 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 시끄럽나!”
서러워서 못 살겠네, 하이고~! 요한의 탄식을 뒤로하고 도멤을 잠깐 본 나는 키이엘로와 눈을 마주치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시끄러운 건 맞아, 요한. 조용히 좀 말해. 여기 환자들 많잖아.”
안 그래도 방해되었는지 세운이 뒤에서 옳소, 하고 외쳤다. 아니, 의사 양반 당신이 소리치면 어떡해. 나는 잠시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가 한숨을 쉬며 헤더를 보았다.
헤더는 약간의 기대를 담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착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헤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날 봐요…….
하지만 그래도 헤더가 내게 기대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었기에 나는 별말 없이 그녀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일단 디겔 아저씨가 오시면 대화해봐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디겔이 선실로 들어왔다. 헤더가 요한에게 잡히자마자 무슨 상황인가 싶어 부상인 와중에도 눕거나 앉아서 눈을 굴리던 선원들이 디겔의 등장에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헤더는 디겔을 보고 조금 움츠러들었다가 이내 단단하게 표정을 굳히고 섰다. 디겔이 헤더를 보는 순간 그의 얼굴에 수많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했던 의심과 경악, 걱정과 황당함, 그리고 마지막은 분노였다. 그가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뿜어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순간 헤더가 입을 열었다.
“아빠, 난…….”
“여기가 어디라고 따라와!”
그러나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디겔이 버럭 소리치자 헤더는 입을 딱 다물었다. 쩌렁쩌렁한 외침에 나와 주변에 있던 해적들까지 흠칫할 정도였다.
디겔은 들소처럼 한숨을 쉬더니 헤더에게 손짓했다.
“나와라, 선원들 방해되니까.”
“아빠.”
“당장 나와!”
헤더는 입술을 꾹 물고는 디겔을 노려보았다. 디겔 역시 제 딸을 노려보다가 이내 앞장서 밖으로 나갔다. 도멤이 불안한 눈치로 둘의 뒤를 보았다. 따라가야 하나?
나도 비슷한 의문을 담은 얼굴로 그를 보았지만 아무래도 회의적이었다.
“우리가 뭐라고 저기에 끼겠어…….”
키이엘로의 말에 나와 도멤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헤더와 대화를 하는 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대신 우리는 요한을 보았다.
그는 아직도 황당했는지 디겔과 헤더가 나간 곳을 보고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우리를 보고는 턱을 까딱였다.
“거 먹을 거라도 주까?”
우리 셋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도멤이 좀 배고픈 것 같다고 웅얼거리자 군말 없이 요한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는 창고에서 챙기려 했던 식재료를 마저 챙기고는 손이 부족해 들지 못한 짐은 우리에게 들게 했다.
“이거 때문에 우리한테 따라오라고 한 거지.”
도멤의 말에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지만, 그 의도는 이미 들키고도 남았다.
나는 어깨가 아픈 도멤 대신 식재료를 짊어지고 말없이 걸음을 옮기며 디겔이나 헤더가 보이지 않나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다른 선실이나 조타실로 들어간 건지 부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선실에서 날 기다리다 못한 발카가 때마침 날아왔다.
내가 깜짝 놀라 발카를 보자 바다새는 약간 꽁한 눈으로 나를 마주 보았다. 그러나 아직 발카와 나 사이의 껄끄러움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라 그녀는 조용히 내 어깨에 앉을 뿐이었다.
도멤이 어쩐지 조금 눈을 빛내며 발카를 보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무시했다.
주방까지 온 뒤에야 요한이 한탄하듯 말했다.
“헤더 저놈의 자식은 뭔 생각으로 배에 탔대냐?”
“모르지…….”
키이엘로가 적당히 넘기려는 듯 말했고, 도멤은 눈을 굴리며 스툴에 앉아 다치지 않은 팔로 턱을 괴고 말했다.
“디겔 아저씨랑 출항하기 전에 싸웠다는 게 이 일 관련이었나?”
그 말에 나는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헤더를 떠올렸다. 정글처럼 우거진 정원, 밀짚모자를 덮어쓰고도 약간 발갛게 열이 오르던 헤더의 살갗이나 주근깨 따위를 떠올리고 나자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요한은 헤더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도멤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다가 고개를 기울이며 추측했다.
“정원의 일이 많이 힘들었나 봐.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었을 수도.”
“글타고 배에 몰래 오르나? 고놈의 기지배가 뭐 칼이라도 다루든 쌈이라도 잘하믄 모를까. 디겔 아저씨가 그런 걸 걱정하는 걸 몰러서 아버지 뜻도 거스르나.”
“거스른다고 하면 거스른 거지만 어쨌든 헤더의 선택이잖아.”
“와 어른이 걱정허시는 걸 거스르냐고!”
내 말에 요한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요한이 말하려는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 납득도 되었기 때문에 나는 별달리 말을 덧붙이지 않고 키이엘로를 흘끔 보았다.
키이엘로는 자기가 뭐라고 말을 얹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깨만 들썩였다.
도멤은 간단하게 요약했다.
“둘이 대화가 끝나면 헤더한테 가보지 뭐.”
“그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에 요한은 머리를 갸우뚱 기울였다. 당연히 돌려보내지 않겄냐? 그 말에 나는 눈만 굴렸다.
물론 디겔의 반응으로 미뤄보아 당장이라도 섬마을에 헤더를 돌려보내고 싶은 것 같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는가? 작은 배에 헤더와 선원 하나만 태워서 섬으로 돌려보낼까?
그간 보았던 디겔의 면모를 따지자면 딸과 남자 선원을 함께 두진 않을 것이다. 나는 가타부타 지껄이지 않고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요한에게 굳이 이러저러하다는 것을 알려주기엔 좀 귀찮았다. 대신 나는 갑자기 헤더가 이런 일을 벌인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헤더는 섬에서 나가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지. 그리고 헤더는 내가 여자인 걸 알게 된 이후에도 그저 내가 여자란 이유만으로도 나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마냥 기뻤지만 아무래도 헤더의 행동에 내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속이 복잡해졌다.
나를 보고 결심을 굳힌 것은 기뻤고 실제로 헤더가 섬마을에서 벗어나게 되어 축하해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일단 내가 여자란 걸 숨기고 있었기에 잡다한 문제가 꼬이지는 않았지만, 헤더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않던가.
그리고 헤더가 나를 무조건 지지해준 것은 정말로 기뻤지만, 그러니까. 내가 만약 나쁜 사람이었다면 어쩌려고……. 어쩌면 헤더도 단순히 내가 여자라서 쉽게 믿은 게 아닐까?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생각을 갈무리하고 한숨을 쉬었다. 요한이 내 앞으로 샐러드를 내주고 식기를 닦으며 기다란 테이블 안쪽의 스툴에 앉아 말했다.
“솔직히 헤더 그 녀석이 무력이 있어도 배에 타는 건 안 될 말 아니겠나. 남자만 수두룩한 곳에 여자? 큰일 날라고.”
“염려하는 건 알겠지만 만약 여자가 있다고 하면 그런 일이 없게 해야 하는 거 아냐?”
키이엘로가 떨떠름하게 말하며 내 접시에 대고 포크를 놀렸다. 나는 그의 포크가 샐러드를 찌르든 말든 그릇 가장자리만 깨작이다가, 빵을 먹는 도멤에게 그릇을 밀어줬다. 졸지에 샐러드를 멀리 뺏긴 키이엘로가 나를 망연한 얼굴로 멀뚱멀뚱 보기에 나는 대충 샐러드를 찍어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때 요한이 키이엘로의 말에 대꾸했다.
“그게 어디 쉽나? 내는 남자 취향이지만 남자 놈들은 죄다 짐승이여. 응? 그렇게 생각 안 하나, 로트?”
“짐승 새끼면 목줄을 차고 지내든가. 뭐가 자랑이라고 그렇게 말해?”
요한은 내 매정한 말에 객쩍게 웃으며 머…… 그러기야 하제……. 하고 중얼거렸다. 도멤은 요한의 말을 들은 뒤에야 ‘그런 위험’을 인지한 듯 걱정스러운 낯을 했다.
“헤더한테 칼을 주자.”
과연, 도멤은 현자였다. 도멤의 말에 요한이 그러려면 헤더가 배에 타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깃장을 놓았지만, 도멤은 상관없는 것 같았다. 대신 그는 칼을 갖고 있어도 헤더가 다루는 법을 모르는 점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난 헤더나 다른 여자가 같이 항해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 당연한 일이잖아. 아니라면 그건 좀…… 자제를 못 하는 거 아냐?”
“느이들은 고자냐?”
“듣자 하니 막말하네.”
도멤이 퉁명스레 대답했지만, 별달리 더 사내놈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발카가 경멸하듯 혀 차는 것을 귓등으로 들으며 턱을 괴고 포크고 테이블만 톡톡 두드렸다.
요컨대 헤더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밖에 없는 이 해적선에 문제가 일어날 거라고 상정한단 말이지.
정말이지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내가 남자로 오해받아 망정이지 그대로의 성별을 알았다면 그동안의 생활이 지금보다 더 성가셨을 것 아닌가? 나는 잠시 눈을 굴리다가 말했다.
“애초에 여자를 이 배에 안 태우는 건, 말하자면 그런 이유인 거야?”
내 말에 요한은 잠시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수염이 난 턱을 문질렀다. 그런 점에 대해선 별로 생각한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 도멤이 빵을 손으로 작게 찢으며 말했다.
“글쎄, 사실 난 그런 문제는 선장님이 기강만 잘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우리가 해적질은 한다고 해도 그렇지 같은 선원 자격으로 오른 여자를, 음. 뭐, 불미스럽게 본다는 건 그냥 쓰레기잖아. 무언가 좀 더 사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이를테면?”
“왜, 여자들 달거리라거나.”
조금 의외의 말이었기에 나는 흐음, 하고 소리를 냈다. 문득 말이 나와 생각하니 최근 월경을 안 하고 있어서 짧게 걱정이 들었다. 벌써 두 달째 거르지 않았나? 최근엔 저주 때문에 아픈 것도 잠잠했기에 조금 의아했다.
안 하니 잊고 있었던 터라 편하긴 했지만……. 나는 묘하게 불안함을 느끼고 미간을 좁혔다.
도멤은 이어서 말했다. 달거리 때는 대부분 많이 힘들다더라. 나는 솔직히 그가 그렇게까지 알고 있는 것이 별난 쪽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알고 있지?
문득 그의 죽은 여동생에게 생각이 미쳤지만, 그의 동생은 월경을 시작하기 전에 죽었을 것이다. 나는 어쩌면 도멤이 동생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고, 돌연 입맛이 조금 씁쓸해졌다.
도멤은 별생각 없이 뱉은 것 같았지만 요한은 그의 말에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래, 그런 점이!
“여자들은 아무래도 쪼매 감정적이잖나. 항해하는 데엔 이성적이어야제.”
“아하…….”
나는 의뭉스러운 소리를 내고는 입을 다물었다. 도멤은 ‘그렇게까지는 모르겠고.’하고 웅얼거리고는 잘게 자른 빵을 발카에게 주다가 손을 쪼여서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키이엘로는 별로 그런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듯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가 머뭇거리다가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로트, 아까 말하려던 건 뭐야?”
나에겐 별로 달갑지 않은 주제였다. 나는 눈을 흘기듯 키이엘로를 보고 시선을 돌렸다. 원래라면 그때 선실에서 말해야 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시기가 좋지 않았다. 오히려 선실에서 말하자고 결심했던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역시 이건 말하지 않는 게 낫겠어.
“아무것도 아냐.”
내 말에 키이엘로는 단칼에 잘린 자신의 화제전환에 조금 당황하다가 다시 꺼낼 말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때 도멤이 먼저 키이엘로의 난감함을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헤더가 섬마을에 돌아갔을 때도 문제야.”
비슷한 주제였지만 조금 달라진 논제에 키이엘로는 고개를 들었다. 역시 대화를 이끄는 능력은 키이엘로보다 도멤이 뛰어났다. 도멤의 말은 나도 조금 의외였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섬마을에 돌아가는 과정도 아니고, 갔을 때?”
“그래. 겔라 부인이 얼마나 난리를 피우시겠어?”
그러자 요한이 입을 일자로 죽 피며 질색했다. 고건 고렇구만. 키이엘로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약간 의아한 얼굴을 했다. 겔라 부인? 그가 중얼거리자 도멤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겔라 부인은 좀……. 여자에게 엄격하시잖아.”
“겔라 부인이?”
“그래……. 그냥 좀 활달하거나 남자애들하고 어울리기만 해도 방탕한 사람이라고 몰아가기도 하고, 좀, 말씀하시는 강도도 세신 편이지. 음……. 확실히. 헤더는 섬마을에 돌아가도 문제야. 험한 욕도 들을지도 몰라.”
당신께서 워낙 틀에 박힌 듯 사셔서 그런 걸까. 도멤은 그렇게 덧붙이고는 빵을 마저 베어 물었다. 요한도 알만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인께서는 내가 이 배에 합류할 때도 워낙 드세셨제. 나도 고 부인께는 들어먹은 소리가 많다 않더냐.”
나는 자연스럽게 우투그루를 떠올렸다.
어쩐지. 겔라 부인이 마을에서 키이엘로의 모친에 관해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는데도 우투그루가 딱히 키이엘로의 모친에 대해 알지 못했단 점이 이상하다 했다.
게다가 그녀는 평소에도 제 아들에게도 폭언을 하곤 했었다. 겔라 부인의 그런 점이 우투그루에게는 오해를 부르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우투그루가 키이엘로의 어머니에 대해 몰랐던 거구나.”
“아……. 생각해보니, 그게 좀 이상하다 했었지. 이제 생각하니 좀 이해가 된다. 겔라 부인이 다른 사람을 욕하는 건 정말이지…….”
나와 도멤의 말에 키이엘로는 묘한 얼굴을 했다. 그는 잠시 바람을 맞은 촛불처럼 일렁이는 눈으로 테이블 위를 헤매다가 나를 보았다.
“우투그루가 나에 대해 정말 몰랐던 건가?”
그의 말에 나는 느리게 눈을 끔뻑였다.
“나야 모르지. 근데 그 녀석 태도로 보면 적어도 사실 그대로를 알고 있진 않았던 모양인데.”
키이엘로는 내 말에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테이블 위만 물끄러미 보았다. 그의 발치에서 엎드려있던 텐이 느리게 숨을 뱉었다.
나는 이 이복형제 사이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겠거니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관여할 생각 없는 형제 사이보다 헤더가 더 걱정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