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ing For My Villainous Dad's Memories! RAW novel - chapter (29)
악당 아빠의 기억을 찾는 중입니다! 25화(25/40)
나는 선두에 선 아빠가 눈치채기 전에 잽싸게 움직이기로 했다. 어차피 주변엔 다 키 큰 어른들뿐이라 내 모습은 쉽게 감춰질 터였다.
“습습하, 이렇게 호흡해라.”
“습습…… 욱!”
“토하지 말고! 입술에 힘!”
“힘! 욱!”
“그, 그냥 토해야 하나? 세상에. 뽀얀 얼굴이 시퍼레졌어. 케이트! 케이트!”
마차 문이 열렸다.
놀란 얼굴의 케이트가 달려왔다. 엘리사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마차에서 뛰어내리기 전, 나는 용기 내 엘리사를 꼭 끌어안았다.
“할머니!”
“또 할…머니?”
그러곤 뻣뻣하게 굳은 그녀의 손가방 안으로 보호 마도구 하나를 쏙 넣었다.
2개는 마차 아래에 넣어 두었고, 나머지 하나는 혹시 몰라 엘리사의 몸에 지니게 하고 싶었다.
“전 할머니께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진짜예요!”
그래서 우리 아빠가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해 주세요! 흑화하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너…….”
“처음 뵀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진심이에요!”
난 왁! 소리친 뒤 마차를 빠져나왔다.
* * *
이제부턴 속도전이었다.
뒤따르던 하녀 케이트가 저택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나섰고, 나는 토할 것 같단 핑계로 주변 공원에서 쉬는 척했다.
그러다 음료를 사러 간 케이트 몰래 공원을 빠져나왔다.
“헉, 헉.”
미친 듯이 달리며 미리 봐 둔 수도 지도를 떠올렸다. 행진식 경로와 함께 하도 많이 외워서 이젠 눈에 훤했다.
뿐만 아니라 그간 하녀들 외부 심부름을 틈틈이 따라가기도 해서 길을 찾는 건 쉬웠다.
몸집이 쬐끄만 덕분에 개구멍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난 지름길을 주파해 붕괴 예정인 건물이 대각선으로 보이는 곳에 멈추어 섰다.
‘좋아.’
행렬은 아직 이곳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나는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 모습을 숨겼다. 어둡고 잡동사니도 많아 나 같은 땅꼬마는 쉽게 감추어 주었다.
‘여기서라면 건물도 잘 보이고, 보호 마도구도 활성화할 수 있어.’
나는 나무의 조언에 따라, 보호 마도구 안에 들어 있던 씨앗에 내 마력을 연결해 놓았다.
그건 마치 마도구와 나를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 놓은 것과도 같았다.
[ 이렇게 연결해 둔 마력은 네 의지에 따라 활성화하는 게 가능해. 특히 네 마력이라면 더더욱. 물론 일정 거리 내에서만이지만. ]‘내 마력에 원격 조종 기능이 있었다니.’
나는 멍하게 생각하며 모퉁이 너머를 살짝 엿보았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악!
먼 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공기의 흐름이 단숨에 날카로워지며 알 수 없는 돌풍이 일었다.
쿵, 쿵.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도 함께 났다.
“흐으…….”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휴지를 대충 뭉쳐 만든 귀마개를 대충 쑤셔 넣었다.
그럼에도 땅이 울릴 정도의 굉음이 이어졌다. 마치 천둥 같았다.
‘무서워…….’
나는 커다란 소리가 무서웠다.
천둥소리나 폭발 소리, 크게 소리 지르는 남자 어른의 고함 같은 것.
저절로 몸이 굳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아마 그대로 마차 안에 있었다면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그래도 여긴 좀 떨어진 곳이라 다행이야.’
괜찮아. 괜찮아.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눈에 힘을 주었다.
행렬이 엉망이 되고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사람들을 대피시키라며 고함을 내질렀다. 느긋하던 거리에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그 순간, “엘리사 님! 안 돼!” 하는 비명과 함께 폭주한 마차가 구르는 소리가 났다.
엘리사의 마차는 행렬을 이탈해 이쪽을 향해 단숨에 질주했다. 예상대로였다.
‘역시, 엘리사의 마차만 폭주하는 게 이상해.’
분명 사용인들이 꼼꼼하게 점검했을 텐데, 도대체 누가, 어떻게 한 거지?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지금은 엘리사를 구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나는 골목에 숨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폐쇄 예정인 건물인지라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덜컹, 덜컹!
마차가 굴러오고,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한 건물의 창문이 팍 터졌다.
‘아직, 아직.’
마부가 어떻게든 고삐를 당겨 보려 했지만, 그 반동으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뿐이었다. 마차의 바퀴가 더욱 빠르게 굴렀다.
아직, 아직이야!
그때, 멀리서 묵직한 마력과 검은 연기가 일순 솟구쳤다. 동시에 지면이 크게 울렁거렸다.
그 충격에 금 가 있던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엘리사의 마차가 시야에 가득 찬 것 같단 착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지금!”
내 발밑에 처음 보는 연두색 마법진이 떠올랐다. 어두웠던 골목을 환히 밝혀 주는 빛이 범람함과 동시였다.
‘와, 이런 게 힘……!’
그리고 동시에 엘리사의 마차 밑에도 똑같은 마법진이 떠오르는 걸 보았다. 물론, 와르르 쏟아지는 잔해 때문에 아주 한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됐다……!”
내가 해냈다는 걸.
쩌저저적.
어지러운 잔해를 뚫고 무언가가 솟구쳐 자랐다. 단단한 나무줄기였다. 보호 마도구 속 씨앗들이 순식간에 발아해 성수가 되었다.
질긴 줄기는 서로 몸을 얽어 단단한 방패가 되었고, 엘리사와 마차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해냈어!’
저 멀리 사색이 된 사람들이 달려왔다.
나는 내 조그만 손을 내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와. 나 기특해.’
내가 엘리사를 지켰다. 미래를 바꾸었어.
이로써 아빠의 슬픔을 하나 덜어 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도망치자!’
누군가에게 들키기 전에!
나는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후다닥 달려 나갔다.
[ 대가가 필요해.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달릴수록 다리에서 자꾸만 힘이 풀렸다.
“어라?”
왜 이러지?
안 되는데. 저택까진 무사히 돌아가야 하는데.
“대가가 뭔데?”
[ 네가 고유하게 가지고 태어난 힘. 다른 말로 생명력.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자꾸 시야가 흐려졌다.
[ 아마 그걸 쓰면 부족한 마력은 상쇄될 거야. ]“고유 마력? 생명력?”
‘뭐야……. 다리에 깃든 마력 쓴다곤 말 안 했다고!’
하지만 이미 속수무책. 내 몸이 크게 한 번 휘청였다.
바닥이 너무 빠르게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목을 간지럽히던 무언가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아, 아빠가 기억을 되찾으면 좀 속상하긴 하겠다.
좋아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린!
아, 꿈인가.
문득 코밑이 축축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나타난 기분이었다. 세상이 울렁였다.
“리린!”
꿈이네.
기억을 잃은 아빠는 이제 내 이름 안 부르니까.
“……아빠는 바보야.”
내가 세상의 전부라더니.
전부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 * *
지옥도였다.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당황한 말들이 거친 울음소리를 토해 냈고, 여기저기서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부터 보호해라!”
루스카가 거칠게 소리쳤다.
잠시 당황하던 윈터발트의 기사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능숙하게 주변을 수비했다.
“하, 행진식이 상당히 자극적인데, 루스카.”
칼렉은 짓씹듯 중얼거리며 빠르게 검을 뽑았다.
“복귀 기념입니다. 마수들도 각하의 승계를 축하하러 온 게 아닐까요?”
루스카가 방어선 너머로 달려들려던 마수를 베어 내며 안경을 한 번 추어올렸다.
“괴물들한테도 사랑받으시나 봅니다. 축하드려요.”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칼렉은 차갑게 입술을 끌어 올린 뒤 가볍게 말에서 뛰어내렸다.
“가서 어머니를 지켜라.”
“넵.”
갑작스러운 미궁에도 칼렉은 당황하지 않았다.
허공을 찢듯이 나타난 검은 공동. 그 안에서 튀어나온 마수로 인해 주변은 이미 초토화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수는 칼렉의 검기가 닿는 범위 그 이상으론 나아가지 못했다.
시퍼런 칼날을 타고 검은 기운이 미끄러지듯 흘렀다. 순식간에 주변 공기가 한겨울처럼 차가워지고, 나풀나풀 눈꽃이 흩날렸다.
파괴와 죽음의 마력을 두른 그의 검은 자비 없이 적들을 갈랐다.
돌발적으로 나타났다는 것 외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미궁이었다.
나타난 괴물들도 모두 하수에 불과했다. 칼렉은 검을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잔챙이들을 처리했다.
모든 게 정리되던 그때였다.
“엘리사 님!”
뒤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돌아보니 엘리사를 태운 마차가 방어선을 뚫고 어딘가로 질주하고 있었다.
“당장 쫓지 않고 뭐 해!”
루스카가 소리쳤고, 칼렉은 미궁에 깊숙이 검을 찔러 넣어 코어를 부수었다. 미궁을 완전히 닫은 칼렉이 서둘러 말에 올라탔다.
“비켜. 쓸모없는 새끼들.”
뭐지, 뭘까.
칼렉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수없이 많은 전쟁을 겪은 기사였다. 그랬기에 본능적으로 맡을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냄새를.
그것이 저 멀리 폭주하는 엘리사의 마차를 보았을 때 제 코밑에 드리워져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무언가가 잘못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어금니를 악다문 채 내달리려던 찰나였다.
“……린! 리린!”
이곳에서 절대 들려선 안 되는 이름 하나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