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시비
육씨 가문의 연회석은 해당청(海棠厅)에 마련되어 있었다. 해당청에는 그 이름처럼 정성껏 키운 해당화가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색, 분홍색, 흰색 꽃에 옅은 녹색, 짙은 녹색, 연한 갈색, 짙은 갈색, 자홍색의 잎이 어우러져 오색찬란했고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정성스럽게 준비된 요리가 물 흐르듯이 차려졌다. 과일, 채소, 새우, 산나물, 고기 등이 차려졌고 동양주(东阳酒)와 사천 융주(戎州)의 여지주(荔枝酒)도 상에 올라왔다. 십여 명의 하녀들이 각자 맡은 직무대로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게 손님들을 모셨다. 잡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해당청 앞에 설치된 연극 무대에서는 한창 떠들썩하게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주 즐겁고 풍요로운 분위기였다.
임근음이 잠시 지켜보더니 임근용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벌써부터 이렇게 호사스럽게 하다니, 진사 시험에 합격하면 얼마나 더 화려하게 하려고?”
더 뭘 어쩌겠는가? 육씨 가문은 평주에서는 명문대가라 할 수 있었지만 평주 이외의 다른 지역의 명문 세가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로 놀랄 것도 없지 않은가? 육함이 진사에 합격했던 그해에도 이 해당청에 연회를 마련했고 음식과 술 또한 이 정도 수준이었다. 단지 연회를 며칠 동안 열어 좀 더 길게 먹고 마시며 연극을 보았을 뿐이었다.
임근용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녀는 단숨에 우아하게 여지주를 들이켜고는 임근음에게도 은근히 권했다.
“언니, 이 여지주 한 번 마셔 봐. 평소에는 맛보기 힘든 거야.”
“너 많이 마시지 마.”
임근음도 한 모금 맛보더니 작은 소리로 웃었다.
“정말 맛있네.”
한쪽에서는 육운이 임근주와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2등밖에 못 했다고 기분이 안 좋은가 봐요. 사람을 시켜서 편지를 보내왔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분 전환을 좀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할아버지께서는 허락하셨지만 어머니는 허락하지 않으셔서 데려오라고 사람을 보냈어요. 아마 며칠 있으면 돌아올 거예요.”
* * *
육 노부인은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한 시간쯤 앉아 있다 피곤해했다. 그녀는 연거푸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임 노부인과 함께 뒤로 가서 옛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송씨가 들어와 인사하고 밖에 있는 남자들이 먹고 마시는 걸 관리해야 한다며 스스로 벌주를 세잔 마시고 나갔다. 그래서 연회 자리에는 임옥진, 육운 모녀와 육씨 가문의 손자며느리들만 남게 되었다.
육씨 가문의 손자며느리들은 임씨 가문의 손자며느리들과 함께 모여 웃고 떠들었고 임옥진은 저쪽에서 친정 식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었다. 임옥진은 술을 몇 잔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 연거푸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육함이 시험을 보기 전에 점을 쳤는데 점괘가 잘 나왔다는 둥, 좋은 꿈을 꿨다는 둥 하며 자기는 처음부터 육함이 합격할 줄 알았다고 갖은 교만을 떨며 의기양양해했다.
라씨는 흥미로운 척하며 듣다가 때때로 질문을 던져 임옥진의 말을 유도했다.
임 삼공자가 시험을 잘 보지 못한 탓에 이런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았던 주씨가 임옥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역시 이 집 맏며느리는 할 만하겠네요. 자질구레한 일들은 둘째 며느리가 다 알아서 하니 고모는 이렇게 앉아서 관리만 하면 되잖아요.”
라씨가 비꼬며 말했다.
“큰 형님, 힘든 일 있으면 말씀을 하세요. 제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괜히 저한테 게으름 피우며 안 도와준다고 하지 마시고요.”
주씨는 듣고도 못 들은 척했다.
임옥진이 살짝 냉소하며 말했다.
“제가 타지에서 오랫동안 사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런 자질구레한 일을 관리하는 건 너무 성가셔서요. 둘째 동서는 오랫동안 이런 소소한 일들을 맡아 해와서 아주 익숙하게 잘해요. 동서가 잘하기도 하고 자기가 맡아서 하면서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데 하게 해줘야지 별수 있나요. 그걸 제가 어찌 막겠어요. 동서도 제가 하게 내버려두지 않고요.”
이 말은 결국 두 사람에게 동시에 미움을 샀다. 주씨는 자질구레한 일에나 전념한다며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라씨는 그녀가 자신을 송씨와 비교하며 비웃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간 두 사람이 모두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씨는 자신이 눈치 없이 말실수를 해서 남에게 미움을 샀을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오히려 어떤 분위기인지 제대로 눈에 보였다. 그녀는 “하!” 하고 웃으며 손뼉을 치고 말했다.
“이 배우가 노래를 참 잘하네요. 어디서 데려온 거예요? 다음 일정이 잡혀있는지 모르겠네요? 없으면 청주에 있는 친정 올케 언니 생일잔치에 부르고 싶어서요!”
임옥진은 술김에 거침없이 말했다.
“안 돼요! 제가 벌써 예약했어요. 다음번 축하연에도 또 와서 공연하기로 했어요!”
“아이고, 참 아쉽네요.”
도씨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눈을 돌리고 웃었다.
“오씨 가문에서도 마침 같은 날 축하연을 한다면서요. 전 그 집에서 예약한 줄 알았네요. 아가씨, 전 그날 오씨 가문에 가야 해서 여긴 못 올 것 같아요.”
그녀는 임옥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구는 게 꼴 보기 싫어 일부러 오상을 들먹거리며 임옥진을 자극했다.
하지만 임옥진은 전혀 자극을 받지 않은 듯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그 집도 그날이었어요? 전 왜 못 들었죠? 직접 찾아가서 축하할 생각이었는데.”
라씨가 마침내 할 말을 찾았다.
“동서가 착각했나 보네, 오씨 가문의 축하연은 내일이야.”
도씨가 깜짝 놀란 척하며 말했다.
“어머, 제가 착각했네요.”
그러고 나서 도씨는 오상에 대해 몇 마디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임옥진도 그녀를 따라 칭찬했다.
“오상은 정말 총명하고 뛰어난 아이예요. 참 보기 드문 인재지요.”
임옥진의 이런 반응에 도씨는 흥미가 떨어져서 맥없이 고개를 돌려 연극을 관람했다.
라씨와 임옥진은 한쪽에서 뭔가 즐거운 일이 있는지 싱글벙글하며 소근거렸다. 주씨가 도씨 옆에 앉더니 여지주 한 잔을 따라주고 웃으며 말했다.
“셋째 동서,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동서 혹시 시골 저택에 있을 때 제 선생 이야기 들은 적 있어?”
도씨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주씨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 선생 문하에서 공부한 학생들 중에 진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맞지?”
도씨가 말했다.
“그럴 거예요. 형님 친정 조카가 그 선생 문하에서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육함이도 한동안 거기서 공부했고요. 근데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주씨가 멋쩍은 듯 웃으며 곁눈질로 서로 기대앉아 귓속말을 하는 임근용 자매를 훑어보고 말했다.
“근용이 혼사는 동서가 따로 생각해 둔 바가 있어?”
주씨가 갑자기 왜 이 일에 관심을 가지는 거지? 도씨는 주씨를 흘겨보고 아무렇게나 웃으며 말했다.
“역지부터 보내야지요. 근용이는 아직 급할 거 없어요. 참, 근지 혼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데요? 생각해둔 사람 있으세요?”
주씨는 잠시 침묵하더니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있어. 역지와 근용이가 정해지고 나면 정할 생각이야.”
도씨는 깜짝 놀라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누구요? 벌써요? 형님은 일을 정말 감쪽같이 하신다니까요.”
주씨가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서 딸 근음이랑 비슷해.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동서한테만 알려주는 거니까 다른 데 가서 말하지 마. 안 그럼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도씨는 또 깜짝 놀랐다. 그냥 이렇게 육함을 포기했다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차남가와 죽자 살자 싸워대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한 거지? 그녀는 직접적으로 묻기 곤란해 떠보듯 말했다.
“전 또…….”
주씨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 뭐? 남들이 들으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도씨는 주씨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저쪽에 모여있는 라씨와 임옥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꼭 붙어 앉아 웃고 있는 육운과 임근주까지 보고 나서야 마음속으로 깨달았다. 알고 보니 장남가는 이미 차남가에게 져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나 다음 수를 찾은 것 같았다. 도씨는 약간 의기양양해졌다. 다행히 자기 집은 이런 일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임근용도 이런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 않았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아마 크게 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옥진의 비위를 맞출 수 있는 건 라씨 같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흥이 깨진 임 대노야가 사람을 보내 다들 돌아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도 내심 이상하게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사람을 시켜 임 노부인을 모셔 왔다. 그리고 온 집안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중문 근처에 이르자 누군가가 심하게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임근용이 고개를 돌려 보니 육륜이 한 손으로 육선을 붙잡고 길옆의 작은 정자에 서서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임근지가 말한 것처럼 육륜은 검고 뚱뚱하며 키가 작았다. 그의 앞이마가 햇빛을 받아 까맣게 빛나며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육선은 여전히 창백하고 여윈 모습이었다. 그는 겹옷을 입고 콩나물처럼 힘없어 보이는 몸으로 육륜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임옥진은 반쯤 술에 취해 흥이 난 듯 말했다.
“너희 둘, 거기 서서 바보같이 웃기나 하고 뭐 하는 거야. 냉큼 와서 어른들한테 인사 안 해?”
육선은 약간 움츠러들었다. 육륜은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 육선의 옷깃을 붙잡고 그를 힘껏 끌고 왔다. 그는 예의를 갖춰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어른들이 작별 인사를 하는 틈을 타 여자아이들 옆으로 다가오더니 임근용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넷째야, 오랜만이네. 왜 우리 집에 놀러 안 와? 얼마 전에 밖에서 신지를 만났었는데 작년에 못 줬던 여치를 그때 선물로 줬거든, 근데 어른들이 볼까 봐 걱정하더라고.”
임근옥이 비꼬며 말했다.
“신지는 이제 공부를 시작했어요. 글씨를 쓰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여치 같은 걸 갖고 놀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누구처럼 열네살이나 먹고도 하루 종일 여치 같은 거나 잡으러 왔다 갔다 하고 자기 할 일을 안 하는 사람이랑은 다르죠. 그 사람은 아마 책 한 권도 끝까지 다 읽어본 적이 없을걸요.”
육륜은 분노한 눈빛으로 임근옥을 노려보더니 검은 주먹을 내밀며 그녀를 위협했다.
“저리 가, 이 쪼끄만 뚱땡아. 시비 걸지 마! 그 돼지 같은 얼굴에 내 주먹 맛을 보고 싶지 않으면.”
임근지는 보복하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임근옥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이 까만 뚱보, 난쟁이 자식아, 날 보고 감히 작다 했어? 너야말로 돼지 대가리지! 털도 안 뽑은 까만 돼지 대가리! 이것 봐, 넷째 언니보다 한 살 많으면서 언니랑 키는 비슷하잖아. 그런데 부끄럽지도 않아?”
육륜은 진지한 표정으로 임근용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임근용의 곁으로 와 그녀와 키를 비교해 보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역시 나보다 키가 크긴 크네. 하지만 근용이는 여자잖아. 지금은 나보다 좀 더 빨리 자라는 게 정상이야. 근용이는 앞으로 별로 안 자라겠지만 나는 많이 자랄 거라고. 이게 뭐가 대단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