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부탁 (2)
서녀를 어찌 적녀와 비교한단 말인가? 하물며 손씨 가문의 아가씨는 오씨도 본 적이 있었는데 인상이 정말 좋았다. 오씨는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간섭하긴 어려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얼굴 한 번 본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정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보고 별로면 다른 데를 또 보면 되죠. 청주 쪽은 다 본 거예요?”
도씨가 말했다.
“청주 쪽은 올케도 알다시피 다들 서로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적당한 사람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아요. 내 마음에 들면 그쪽에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 그쪽에서 마음에 든다고 하면 또 내 마음에 안 들고 어쨌든 적당한 사람이 없네요. 범씨 집안 가풍은 좀 어때요?”
오씨가 말했다.
“범씨 집안이요, 희첩이 많아서 자식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추문 같은 건 없었어요.”
임근용은 안으로 들어가며 마지막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순간 촉각을 곤두세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두 분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도씨가 말했다.
“이 철부지야,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이리 와봐, 어미가 너한테 당부할 게 있어. 밖에 나가서 구경하는 건 좋은데 공 마마를 데려가렴. 나가서는 네 사촌 오라버니랑 공 마마 말을 잘 듣고 소란을 피우거나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된다. 사촌 오라버니랑 언니를 귀찮게 하지 말고 신지를 잘 보살펴야 해.”
임근용은 속으로 어찌 되었든 며칠 안에 도씨가 임역지의 혼사를 결정하지는 않을 테니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임신지의 털끝 하나도 상하지 않게 잘 데리고 갔다 올 것이며 절대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도봉상 역시 임근용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오 씨가 웃으며 말했다.
“어미는 네가 더 걱정되는데? 너 동생 부추길 생각하지 마.”
도봉당이 빙그레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자, 나머지는 아들한테 맡겨 주세요. 제가 동생들을 잘 데리고 다녀올게요.”
아이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도씨가 오씨를 향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올케 언니, 부탁할 일이 좀 있어요. 우리 막내딸도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니 계획을 좀 세워야 할 것 같아서요. 정말 사람 겉으로만 봐서는 모르는 게 근용이가 고집이 얼마나 센지 몰라요. 무슨 일을 하겠다고 하면 곧 죽어도 끝장을 보려고 해서 그 쇠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니까요. 올케가 볼 때 청주에 마음이 너그럽고 부유하고 나이와 외모가 근용이랑 어울릴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진사까지 구하는 건 아니고 봉당이처럼 후덕하고 자상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오 씨가 난처하다는 듯 턱을 괴고 말했다.
“남의 혼사야 나도 쉽게 소개해줄 수 있지만 내 조카딸이면 얘기가 다르잖아요. 이것저것 따져보다 보면 마음에 차는 사람도 없고요. 그래도 천천히 알아볼게요. 청주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요? 그 육 대부인 아들은 혼처가 정해졌어요? 안 정해 졌어도 아마 임 노부인께서 원치 않으시겠죠?”
“정말 웃긴 게 그쪽 집에서 선택할 거래요.”
도씨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얼마 안 있으면 결정될 것 같아요.”
오씨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래서 그 꽃이 누구네 집으로 떨어질 것 같은데요?”
도씨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올케, 비유가 정말 탁월하시네요. 육함 그 아이가 확실히 꽃같이 예쁘긴 하지요. 아마 별 문제만 없으면 차남가가 될 것 같아요. 장남가에서는 벌써 다섯째랑 큰 형님네 친정 조카를 맺어 주려고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얼마 전까지 어찌나 피를 튀기며 싸워댔는지, 올케는 아마 이런 얘길 들어 본 적도…….”
올케와 시누이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이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임근용이 도봉당에게 물었다.
“오라버니, 우리 오늘 각장도 갈 거예요?”
도봉당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거리구경만 할거야, 각장은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너희들이 가기엔 별로야.”
임근용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왜요?”
도봉상이 그녀를 향해 아주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겁을 주었다.
“대영(大荣)의 야만인들은 거칠고 상스러워. 거기엔 강제로 군대에 끌려온 범죄자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얼굴에 문신이 새겨져 있어. 아마 너 같은 아가씨를 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뒤쫓아 와서 네 얼굴 가리개를 걷어버릴걸. 무섭지?”
임근용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렇게 무섭다는 걸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건데요?”
“…….”
도봉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곧 당당하게 말했다.
“남자 옷을 입고 아버지, 큰 오라버니랑 가 본 적이 있어. 그땐 옆에 십여 명의 하인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무서울 게 없었거든.”
임근용이 부러워하며 말했다.
“정말 부럽네요. 전부터 각장에 가서 견문을 넓히고 싶었는데, 이제 보니 난 평생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나중에 청주에 올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누가 알겠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도봉당을 힐끗 쳐다보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도봉당은 마음이 약해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사촌 언니가 하는 헛소리는 들을 필요 없어. 괜히 너한테 겁 주려고 그러는 거야. 각장에 여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야. 다만 내가 너희들이랑 오상을 돌봐야 해서 이번에는 못 간다는 거지. 다음에 가자.”
다음이라, 도씨가 여기서 얼마나 머물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리고 임역지를 대신해서 혼사를 처리해야 하는 일도 남아 있으니 지금 기회를 잡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었다. 임근용은 도봉상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애원했다.
“셋째 언니…….”
사실 도봉상도 각장에 가고 싶었지만 혼날까 두려워 핑계를 댔던 것이었다.
“나한테 묻지마, 내가 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어. 어쨌든 난 쓸데없는 말은 하나도 안 한 거야.”
임근용이 더욱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큰 오라버니, 작년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나중에 내 부탁 하나 들어준다고 한 거 기억나요?”
그때 도봉당은 몰래 임근음의 선물을 가져 왔었다. 그는 임근용에게 임근음한테 어떤 말을 좀 전해달라는 부탁을 했었고 그녀는 그 기회를 틈타 도봉당에게 이런 약속을 요구했었다. 임근용은 지금이 바로 그걸 쓸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봉상이 바로 궁금해하며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나한테도 알려줘.”
도봉당은 얼굴을 붉히며 여동생을 가볍게 때리고 말했다.
“일단 밖으로 나간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먼저 앞으로 가 버렸다.
도봉상이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약속한 거야! 근용아, 대체 뭔데 그래? 나한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임근용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일들은 그녀와 임근음, 도봉당만 알고 있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쳇! 치사하긴!”
도봉상은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네가 수놓은 그 수건 아주 예쁘더라. 두 개만 더 만들어주면 화 안 낼게.”
“두 개가 아니라 다섯 개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다 만들면 사람을 시켜 갖다 줄게요.”
임근용은 사촌 언니의 손을 꼭 잡고 싱글벙글 웃으며 중문을 나섰다.
* * *
남자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기다려서 기다리다 못 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마침내 그녀들이 나오는 것을 본 도봉거가 어른인 척하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여자들은 정말 귀찮아 죽겠어. 외출 한 번 하는데 이렇게나 시간을 끌고.”
금새 그녀들의 뒤에서 공 마마와 오씨의 심복인 송 마마가 유유히 따라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귀찮은 벌레를 두 마리나 달고 왔네.”
도봉당이 꾸짖었다.
“계속 허튼소리나 할 거면 따라오지 마. 너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의 맏형은 위신이 대단해서 도봉거는 감히 대꾸할 수 없었다. 그는 목을 움츠리고 다시는 입을 열지 못했다.
임신지는 눈을 크게 뜨고 도봉거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주 걱정스러운 듯하면서도 억울한 말투로 작게 말했다.
“둘째 형님, 형님은 우리도 귀찮은 거예요?”
도봉거는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더니 한사코 부인했다.
“누가 그래? 그랬으면 내가 널 데리고 말을 타지 않았겠지. 널 데리고 낚시를 가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을 거고. 마마들은 쓸데없이 간섭하는 걸 좋아해서 우리가 재미있게 노는 걸 방해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
임신지가 기뻐하며 말했다.
“둘째 형님, 형님은 진짜 좋은 형이에요. 전 둘째 형님이 제일 좋아요.”
도봉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가자! 얼른 안 가면 늦겠어.”
별 뜻 없이 한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은 마음에 새길 수도 있는 것이다. 오상은 임신지의 말을 듣고 임근용이 어젯밤 자신의 책을 돌려준 일이 떠올랐다. 책은 분명 보지도 않은 것 같았고 또 다른 책을 빌려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먼저 밖으로 나갔다.
임세전도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타고 뒤따라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라잡았다.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었고 오상은 그제 서야 속도를 늦추었다.
* * *
청주는 대영과 가깝고 관영과 민영 두 개의 각장이 있었다. 관영 각장은 시내에 있었는데 본조의 관부에서는 비단을 가져다 대영의 낙타, 말, 소, 양, 옥, 융단, 감초 등으로 교환했다. 향약, 도자기, 생강, 육계 등을 대영의 밀랍, 털옷(毛褐), 종용(*苁蓉: 약재의 한 종류), 사향(麝香), 영양(羱羚), 시호(*柴胡: 약재의 한 종류), 홍화(红花), 우모(翎毛), 노사(*硇砂: 천연 염화암모늄) 등과 바꿨다.
이것들은 모두 관부에서 장악하고 민간 거래를 허락하지 않는 물건들이었지만 관영에서 파는 것만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쓰기에 충분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겉으로야 아무리 체면을 앞세운대도 사실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익인지라 무수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적으로 몰래 각장을 열어 거래를 했다. 민간 시장의 물건들뿐만 아니라 관부의 물건들까지도 제멋대로 거래를 해서 밀매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민영 각장의 유래였다. 안타깝게도 민영 각장은 공인된 것이 아니고 은밀하게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인의 소개가 없으면 거기서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민영 각장은 관영 각장 안에 숨어 있어. 저 사람들을 봐, 겉으로 보면 성실하게 규율을 준수하는 사람들 같지. 하지만 사실은 사적으로 그런 일들을 하면서 뒤로 자기 몫을 챙기는 거야!”
도봉상은 임근용의 팔을 꼭 잡고 그녀가 제일 잘 알면서도 좋아하는 가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좋은 옥을 팔고 저기서는 유리그릇을 팔아, 이쪽 집은 산호와 호박을 몰래 팔지. 아 맞다, 저 집 향료도 괜찮아!”
임근용은 도씨 남매에게서 들은 정보를 조용히 외워두려 애썼다. 진주, 대모갑(*玳瑁: 대모거북 등껍질), 서상(*犀象: 코뿔소 뿔), 연철(镔铁), 벽피(*鼊皮: 거북이 등껍질), 산호, 호박, 마노, 유향(乳香), 목향(木香), 석지(*石脂: 돌의 한 종류지만 끈적끈적한 성질이 있어 약용으로 쓰임), 유황, 침향(沉香) 등의 물건은 모두 관부에서 관장하는 물건들이었다. 어떤 물건들은 낯설고 또 어떤 물건들은 익숙했다. 그녀는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봐서 전부 다 외우기가 힘들었다.
임세전이 이 모습을 보고 있다가 도봉상이 고개를 숙이고 호박 팔찌를 구경하는 틈을 타 임근용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넷째야, 외우기 힘들면 안 외워도 돼. 내가 지금 조금씩 적고 있어. 이따 돌아가서 저 사람들이 적은 것도 달라고 해서 합치면 돼.”
그는 이렇게 말을 하고 도봉당에게 들러붙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호기심이 이는 물건이 있으면 가게 주인에게 다 가져오라고 한 뒤 둘러보았다. 그는 얼굴이 어찌나 두꺼운지 사람들이 귀찮아하는 건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역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니 훨씬 좋았다. 이런 일을 할 때 임세전은 그녀보다 무언가를 알아보기도 편했고 사람들 또한 무성의하게 대하지 않아서 좋았다. 임근용은 한숨 돌리고 전생에 관부에서 어떤 물건들을 민간에서 팔 수 있게 풀어 주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한참 생각한 끝에 목향, 석지, 유황, 침향, 정향, 후추 등이 포함되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식량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디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