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선물 (2)
육함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내리깔고 손에 든 물건을 진지하게 훑어보았다. 불상은 역시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일반 장인의 솜씨 같지는 않았다. 여의는 소박하지만 우아한 모양에 선이 거침없고 크기가 컸다. 색깔은 거무스름했는데 향기가 코를 찔렀다. 임근용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으니 다른 사람들은 눈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오상과 도봉당이 모두 와서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두 개 다 괜찮아 보이는데.”
육함이 결심을 굳혔다.
“주인장, 이것들이 다 얼마인가?”
주인이 손가락을 하나 펼치고 웃으며 말했다.
“속담에 이르기를 한 냥의 침향은 한 냥의 금과 같다 하였습니다. 이 침향목은 다른 것들과는 달라서 안에 기름 성분이 많아 조각을 하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이렇게 크고 색깔이 예쁜 침향 조각품은 정말 귀해서 보기 드물지요. 제가 공자님께 비싼 값을 부르지는 않겠지만 밑지는 장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 맘에 드시는지 말씀해 보십시오.”
육함이 도봉당에게 물었다.
“큰 형님이 보시기엔 어떤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이렇게 귀한 물건은 도봉당도 함부로 말하기 곤란해 되물었다.
“이걸 선물하려고 사는 거야, 아니면 동생이 쓰려고 사는 거야?”
육함이 담담하게 웃었다.
“전 아직 이런 귀한 물건을 쓸 나이는 아니잖아요. 어르신께 드릴 선물이고 여자 어른이세요.”
도봉당이 잠시 진지하게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불상이 아주 좋아 보이긴 하지만 신실한 분들은 불상을 보통 절에 가서 특별히 청하는 걸로 알고 있어. 안 그러면 성의가 없고 신중치 못하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볼 땐 여의가 괜찮을 것 같아. 만사여의(*万事如意: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짐)라는 말과 의미도 통하고 조각 역시 정교하면서도 대범해 보여. 모양이 소박하지만 우아하고 크기도 딱 좋은 것 같아.”
그러자 육함이 말했다.
“그럼 이 여의로 하지.”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에누리 없이 황금 이십 냥입니다. 여기 자루 부분 모양이 둥글고 윤기가 흐르는 것 좀 보세요. 이건 재료의 모양에 따라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한 덩어리의 큰 재료를 깎아서 이렇게 만든 겁니다. 공자님께서 도 대공자의 친척이시니 특별히 공자님께만 이 가격으로 드리는 거지 다른 분들에게는 이 가격으로 안 드립니다.”
스무 냥의 황금, 임근용은 이 말을 듣고 속이 쓰렸다. 이 정도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산의 거의 절반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별 쓸모도 없는 여의 하나 가격에 불과했다.
육함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가격도 괜찮군.”
주인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도봉당을 향해 웃고는 말했다.
“역시 친척이라 그런지 대공자님처럼 대범하고 시원시원하시네요.”
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육함은 쉬지 않고 몇 가지 작은 물건들을 가리켰다.
“그럼 이것들을 덤으로 줄 수 있나?”
임근용은 그의 손가락이 자신이 쥐고 있는 기러기 장식 목걸이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절로 냉소했다. 그 여의는 아마도 육 노부인에게 주려고 샀을 것이다. 시간을 따져 봤을 때 그는 임옥진이 마련한 경축연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돌아간 후에 임옥진의 격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임옥진을 진정시키려면 육 노부인과 육 노태야 두 사람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가 진심으로 아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소소한 물건들은 일부러 자신에게서 빼앗아 화를 돋우려는 수작일 뿐이었다. 좀 전의 유리비녀처럼 그녀를 화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 눈에 안 보이면 짜증 날 이유도 없겠지, 네가 이겼다! 임근용은 그 목걸이를 아무렇게나 계산대에 내려놓고 곧장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기다렸다.
여지와 공 마마가 눈을 마주치고 얼른 따라 나갔다. 공 마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방금 물건들을 고르시지 않았나요? 부인께서 노비한테 돈을 챙겨 주셨어요. 아가씨나 일곱째 공자께서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셔도 돼요.”
임근용이 담담하게 말했다.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여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방금 들고 계셨던 기러기 목걸이가 아주 예뻤어요. 노비가 거기다 매듭을 묶어 주면 더 우아하고 예쁠 거예요. 사고 싶으시면 사촌 공자께 말씀을 드려 보세요. 분명히 양보해 주실 거예요…….”
임근용은 억지로 숨을 삼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가볍게 말했다.
“마음에 안 든다니까!”
이에 여지와 공 마마도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 사람들이 희희낙락하며 걸어 나왔다. 도봉상이 손에 그 기러기 모양 목걸이를 들고 임근용에게로 다가오더니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네 거야.”
“응?”
임근용이 의아해하자, 도봉상이 자신의 허리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좀 봐, 네 사촌 오라버니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니까. 우리한테 하나씩 다 선물했어. 신지한테는 매 모양을 줬고 내 거는 제비 모양이야. 예쁘지?”
그리고 또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 그거 알아? 아까 그 여의 말이야,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리 어머니 생신 선물로 산 거래. 어찌나 세심한지. 너 저 오라버니한테 화내지 마. 내가 볼 때 이 기러기 목걸이는 너한테 사과하려고 일부러 산 것 같아. 주인이 기남향은 덤으로 주지 않으려 해서 오라버니가 돈을 더 주고 샀어.”
임근용은 순간 오만 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도무지 그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모든 사람들을 두루 살피며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또 다시 공공연하게 그에 대한 반감과 혐오감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틀림없이 그녀가 돼먹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녀는 입술 끝을 끌어올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기러기 목걸이를 아무렇게나 여지에게로 던졌다. 그러고는 여지가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곧장 도봉당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오상이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었다. 그는 고소해하며 육함의 어깨를 툭 쳤다.
“네 신세도 참 처참하구나. 아무래도 마음을 돌리긴 힘들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중간에서 중재를 좀 해 줄까? 내 체면을 봐서 근용이가 좀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육함은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임근용이 사소한 오해 때문에 이렇게 그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그렇지 않으면 별로 큰 문제가 되지도 않을 장난에 어찌 이렇게까지 하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는 도대체 자기가 어디서 임근용에게 그런 원한을 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걸핏하면 그를 공격했고 시시때때로 그를 괴롭혔다. 심지어 그를 물에 빠트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원한이 그리 깊단 말인가?
육함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정확히 알고 싶어서 걸음을 재촉하며 도봉당과 임근용에게 다가갔다. 그는 기회를 봐서 임근용에게 똑똑히 물어볼 생각이었다.
도봉당이 임근용에게 물었다.
“어떤 향료를 사고 싶은데? 얼마나? 사서 뭘 하려고?”
두 사람은 전에 금과 은을 환전하는 일을 함께했던 적이 있었다. 도순흠도 임근용을 도와 염지를 사 준 적이 있었고 그 역시 청주로 돌아오고 난 후 염지를 많이 샀다. 청주의 염지도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평주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많이 오르지는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일을 통해 도봉당은 이 어린 사촌 여동생에 대해 꽤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그녀가 단순히 혼사를 준비하려는 거라면 예전에 도씨가 도순흠에게 사놓아 달라고 부탁해 놓은 것들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임근용이 이번에 향료를 사려고 하는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임근용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절로 호기심이 생겼다.
임근용은 도씨 가족들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도봉당을 이용해 도순흠을 설득하려고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침향, 목향, 정향 같은 몇 가지 물건들이 외지로 가면 아주 부족해져서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물건을 못 산다는 말을 들었어요. 지금 조금 사서 보관해 놓으면 나중에 가격이 오를 것 같더라고요.”
그 외에 유황, 석지, 후추 등의 물건은 지금 여기서는 찾을 수가 없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도봉당이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너 또 누구한테서 그런 말을 들었어? 믿을 만한 정보야?”
임근용이 침착하게 말했다.
“사촌 여동생의 사촌 오라버니인 주매의 말을 들은 거예요. 그 오라버니는 송주에서 왔는데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큰일을 하나 들었는데 오라버니도 들어볼래요?”
그녀는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본 뒤 조정에서 이 물건들의 사적인 판매를 허용한 이유는 딱 한 가지 문제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각지방의 약재 부족 현상을 관영 각장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기로는 지금 이때가 약재 부족 현상이 가장 두드러질 시기였다. 평주와 청주는 각장과 가까워서 이런 현상이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송주 같은 곳은 여기보다 부족 현상이 훨씬 심각할 것이 분명했다. 임근용은 이 정도로 둘러대면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도봉당은 그녀가 정보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힌 데다 말하는 내용 또한 꽤 그럴듯해서 그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또 무슨 말을 했는데?”
임근용은 북방의 대가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를 일깨워 주려는 듯 한 마디 덧붙였다.
“큰 오라버니, 내가 생각한 게 하나 있는데 이게 맞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
도봉당이 그녀의 말뜻을 알아채고 미소를 머금고 격려했다.
“말해 봐, 한 번 들어나 보자.”
임근용이 웃으며 말했다.
“북방에 대가뭄이 들면 식량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요? 우리 사촌 오라버니 말을 들어보면, 언젠가 오라버니의 고향이 수해를 입었을 때 주변 몇 개의 부현의 식량 가격이 무섭게 올랐었대요. 맞죠? 세전 오라버니?”
임세전은 옆에서 임근용과 도봉당이 하는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는 이미 몇 가지 내용은 알아듣고 그녀가 자신에게 확인을 요구하자 즉시 대답했다.
“응. 그때 주변 몇 개 부현의 대지주들이 적지 않은 돈을 벌었어.”
“주변 부현에서 돈을 버는 건 당연한 현상이지. 하지만 북방은 우리랑 꽤 멀어. 우리 쪽의 식량 가격까지 오르려면 저쪽의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해 봐야 해.”
도봉당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상인의 예민한 감각을 타고 난 사람이라, 듣는 즉시 임근용이 가져온 이 두 가지 소식이 사실인지 아닌지 왕래하는 상인들과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회를 봐서 약재를 구매해 두고 상황을 살펴 식량도 사두어야 했다. 약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믿을 만한 매수인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반드시 대담하고 식견이 있어야 하며 인맥이 좋아서 밀수품을 무사히 다른 주부로 가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누가 적당할까?
그는 잠깐 사이에 몇 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식량 문제는 그다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관부에서는 이웃 나라와 대량의 식량 거래를 금지할 뿐 민간에서의 거래는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았다. 어쨌든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도봉당은 이 두 가지를 잘 알아본 뒤 돌아가서 도순흠과 상의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살짝 긴장하고 또 흥분해서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임근용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신중한 성격인 그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