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이상한 사람
오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저 사람은 살기가 엄청나네.”
도봉당이 그들을 불러 다른 쪽으로 가라고 했다.
“저 사람 건드리지 마. 성질이 더럽고 팔자도 사나워서 아주 흉악해.”
육함이 작은 소리로 도봉상에게 물었다.
“큰 사촌 형님은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도봉당이 말했다.
“저 사람의 이름이 왕립춘(王立春)이라는 것만 알아. 내가 어려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왔을 때에도 저 자는 벌써 여기 있었어. 새로 온 관아 사람이 저 자에게 일을 시켰는데 말이 통하지 않자 발로 찼지. 근데 오히려 저 자가 그 관리를 때려서 다리를 부러뜨려 버린 거야. 원래 곤장 200대의 벌이 내려졌었는데 우리 아버지께서 마침 우연히 그걸 알게 되어 돈을 주고 그 관리의 다리를 치료해 주고 저 자를 대신해 사정을 했어.
결국 곤장 100대를 맞게 되었는데 고집스럽게 버티며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어. 그 이후로는 아무도 저 자를 건드리지 않았지. 이렇게 죄를 짓고 군대에 끌려온 사람들 중에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자들이 많으니 너희들도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고 최대한 피해 다니는 게 좋을 거야.”
도봉거는 처음에는 좀 두려워했지만 자기 아버지가 그와 얽힌 인연이 있다는 말을 듣고 두려움이 가신 듯 오히려 아주 흥분하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하다고요? 근데 저 사람은 왜 형을 무시하는 거예요?”
도봉당이 미소를 지었다.
“넌 저 사람이 뭘 어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와서 나한테 옛날 일이라도 이야기하라고? 그러면 그건 왕립춘이 아니겠지. 저 자는 지금까지 나를 똑바로 쳐다본 적도 없어. 아버지를 봐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야. 듣자 하니 저 자가 전에 사람을 죽였다고 하더라.”
“힉…….”
도봉상은 숨을 헉 하고 들이마시고 입으로 손수건을 물며 임근용의 팔을 꽉 잡았다. 임근용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방금 전까지 나한테 겁주더니 지금은 왜 또 무서워하고 그래요?”
도봉상이 말했다.
“살인범에 도둑이라잖아. 저렇게 흉악한 사람을 어떻게 안 무서워해?”
임근용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저런 사람은 흉악한 성질이 겉으로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언니가 괜히 건드리지만 않으면 무사할 거예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흉악한 성질을 숨기고 있어서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미움을 사는 수도 있어요. 그런 게 진짜 치명적인 거예요. 우리가 저 사람을 건드린 것도 아닌데 언니는 저 사람이 뭘 어쩐다고 무서워하고 그래요?”
옆에서 듣고 있던 육함이 자기도 모르게 임근용을 쳐다보았다.
도봉상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벌써 그런 이치를 알고 있구나?”
임근용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도봉상이 그녀를 외면하며 웃었다.
“아니야, 자세한 얘긴 이따가 다시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도봉당은 외지 사투리로 잡담을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상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더니 친한척하며 이런 저런 소식을 물었다. 그는 나름 많은 시간을 들여 갖가지 핑계를 대고 왔다 갔다하면서 정보를 탐색했다. 임근용과 주변 사람들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역시 장사치들이 교활하다는 사람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평소에는 성실하고 듬직한 도봉당 같은 사람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과 빈말을 줄줄 늘어놓았다.
도봉거와 도봉상, 임신지는 이런 도봉당의 모습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임근용과 임세전은 주변에서 흡수할 수 있는 정보를 탐욕스럽게 모조리 흡수하고 있었다. 임세전은 더욱 열성적이어서 도봉당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임근용은 그가 전체 이야기의 반 정도는 외웠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육함은 미간을 찌푸리고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그는 존경 어린 눈빛으로 도봉당을 바라보았다. 오상이 은근슬쩍 육함에게 물었다.
“난 하기로 결정했는데 너도 같이 할래?”
육함이 그를 쓱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식량과 향약을 사려고?”
오상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응! 사람들이 날 괄목상대하게 만들 거야. 내가 돈을 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벌 줄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 주겠어!”
육함은 아무 말 없이 몰래 임근용을 바라보았다. 반년 동안 임근용은 벌써 많이 자라 소녀의 아름다운 곡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히 한쪽에 서 있는 그녀의 늘씬한 자태는 마치 푸르게 우뚝 솟은 어린 대나무 같았다. 얼굴 가리개가 덮고 있어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육함은 그녀의 집중력과 열의, 그리고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임근용이 어떻게 이런 지식을 가질 수 있었을까? 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가 아는 다른 어떤 여자아이들과도 달랐다. 임근용은 교만하고 자존심이 강했으며 예민하고 선량(물론 이 선량함은 다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긴 했지만)했다. 그녀는 단정하고 조용하고 유순한 성격이라는 가면 아래 엄청난 고집과 도리 따위는 개의치 않는 흉악함과 냉혹함 같은 것들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출중한 고훈 부는 기예와 다도의 기술, 그리고 장사에 대한 열정과 두뇌를 가진,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휙 하고 바람이 불어와 임근용의 보라색 얼굴 가리개를 날렸고 그녀의 작고 정교한 턱이 드러났다. 임근용은 손을 들어 가볍게 얼굴 가리개를 눌렀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청록색 실로 수놓은 옥색 소매에서 뻗어 나와 마치 쪽파의 흰 줄기 같이 보였다. 분홍빛으로 물든 손끝에 붙어 있는 손톱이 햇빛 아래에서 진주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오상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넷째야, 뻔뻔스럽지만 내가 널 따라 물건을 좀 사서 돈을 좀 벌어도 괜찮을까?”
임근용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가볍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없어요. 그게 우리 집 물건도 아닌데요. 난 다들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육함은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돌렸다.
도봉당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자 오상이 그를 맞이하며 말했다.
“큰 형님, 이번에 고모부와 형님의 장사 기술을 좀 배워가고 싶어요. 그러면 집에서도 더 이상 날 책벌레라고 비웃지 않을 거예요.”
도봉당이 방금 알아본 바에 따르면 임근용의 말은 대부분 다 사실이었다. 그는 기분이 아주 좋아 웃으며 말했다.
“겨우 며칠 가지고 이걸 다 배우겠다고? 세상에 그리 쉬운 일이 어디 있어? 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갈고 닦았는데도 이제 겨우 한 발 걸친 정도밖에 안 돼. 사람은 각자 자기한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거야. 널 부러워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아직도 모자라? 네가 이걸 배워서 뭐하게? 더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면 나중에 우리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나중에 또 데리고 나올게.”
사람들은 걷다 멈추고 걷다 멈추고 하면서 흥미로운 물건들을 구매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보고 공 마마와 송 마마가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알렸다. 사람들은 더 구경하고 싶어했지만 도봉당은 두 마마의 의견을 받아들여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도봉당은 육함을 거듭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이번에는 육함도 임근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 대답했다.
“예, 어르신들께 가서 인사를 드려야지요.”
여지는 내심 임근용이 또 뭔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할까 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임근용은 고개를 숙인 채 임신지가 사온 상아 향통만 뒤적거리고 있을 뿐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봉상이 마차의 창문 가리개를 젖히고 작은 틈으로 육함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근용아, 언니가 충고해 줄 말이 있는데 좀 들어볼래?”
임근용이 미소를 지었다.
“언니가 동생한테 하는 말인데 당연히 들어야지요. 말해봐요.”
도봉상은 창문 가리개를 내려놓고 임근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전에 아무리 싫고 미운 사람이 있어도 그런 감정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냥 그 사람을 멀리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었어. 그걸 사람들한테 떠벌려서 모두가 알게 되면 나만 피곤해지는 법이거든.
너도 아까 말했잖아. 어떤 사람들은 악한 마음을 숨기고 있어서 어떻게 미움을 샀는지 모르게 미움을 살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 아까 네가 했던 행동은 남한테 미움을 사는 행동이야. 그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상관없는 사람들까지도 네가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오해하게 될지도 몰라. 그럴 필요까진 없잖아. 내가 널 친자매로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니까 괜한 참견한다고 미워하지는 말고.”
임근용이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앞으로 육함이 임근주와 약혼을 하고 또 임근주와 결혼을 해 한 가족이 되면 그와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분리가 돼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그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 없이 그를 조금 멀리하기만 하면 된다.
* * *
도순흠과 임 삼노야는 도씨, 오씨와 함께 한가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도봉당과 임근음의 혼인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다가 손님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육함이 와 있었다. 도씨와 임 삼노야는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아니, 얘가 어찌 여기까지 왔어?”
임 삼노야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육함에게 물었다.
“네가 여기 웬일이냐? 일전에 너희 집에 갔을 때 네 어머니가 넌 태명부에 있다고 했었어. 그때 벌써 널 데려올 사람을 보냈다고 했는데 지금 넌 여기에 있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보아라, 집안에서는 알고 있느냐?”
오상은 임 삼노야를 치켜세울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의 이 꾸지람은 누가 봐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육함이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셋째 외숙부, 제가 집에다 편지를 보내 할아버지께 허락을 받았어요. 안 그랬으면 이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전 어머니께서 보낸 편지는 못 받았고 데리러 온 사람도 못 만났어요. 하지만 외숙부 말씀을 듣고 보니 집안 어른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자주 편지를 써서 어디에 있는지 설명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가 임옥진의 뜻을 거역한 것은 분명했지만 책임을 육 노태야에게 깨끗이 미룬 데다 대답 또한 물 샐 틈 없이 완벽해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도씨는 옆에서 찻잔을 들고 듣고 있다가 육함이 도씨 가문에 와서 오씨의 생일을 축하하고 값비싼 선물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장원에 있을 때 그를 잘 돌봐주었음에도 무고하게 임옥진의 욕을 먹었던 일을 사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육함을 감싸 주고 싶어졌다. 하지만 임 삼노야가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것 역시 어른으로서 아랫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며 도리를 다하는 일이고 아이도 적절하게 대답을 잘하는 것 같아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