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초대
마 장두가 멀리 가자 임세전이 육함과 임근용의 뜻을 물었다.
“어떤 것 같아?”
임근용은 잠시 침묵했다 입을 열었다.
“저 사람으로 해요.”
임세전은 또 찻집 일에 대해 말을 꺼냈다.
“공사는 거의 끝났어. 넷째 네가 시간 될 때 언제든 와서 봐.”
갑자기 오상이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세전 형님, 내가 가게에 오래된 골동품들을 많이 장식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형님 생각은 어때요?”
임세전은 이미 진유(秦有)에게서 그날의 일을 들은 터라 그저 웃기만 했다.
“허허허…….”
그는 웃으며 어물쩍 넘기려 했다.
오상이 불평했다.
“또 이렇게 얼버무리려 하는구먼.”
그는 임근용의 곁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육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웃으며 앞으로 나갔다.
“아운아, 오랜만이네.”
육운은 그에게 뻣뻣하게 인사한 뒤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오상 오라버니는 아주 바쁜 분이잖아요. 자주 못 보는 건 당연하지요.”
오상이 머리를 긁적였다.
“바쁘긴 뭘, 그냥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것뿐이지.”
그는 육운의 냉담한 반응을 감지했는지 또 말을 걸었다.
“지금은 고훈을 얼마나 불어?”
육운이 냉담하게 말했다.
“안 분 지 꽤 됐어요.”
“오.”
오상은 또 머리를 만지며 잠시 조용해졌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웃으며 말했다.
“넷째야, 내가 장담하는데 넌 이제 내 적수가 안 될 거야.”
임근용이 살짝 미소 지었다.
“지난번에도 졌는데 지금이야 더 말해서 뭐하겠어요?”
임근용은 예전에 양씨가 혼담을 거절했던 일을 오상이 알고 있는지 아닌지 헷갈렸다. 그가 육운의 행동에 불편해하는 걸 보면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일부러 육운에게 말을 걸면서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걸 보면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육운이 갑자기 말했다.
“새언니, 왜 이렇게 패기가 없어요. 어떻게 남한테 져놓고 더 분발할 줄을 몰라요. 전에는 분명 언니가 훨씬 잘 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육운은 웃으며 농담하듯 말했지만 말투가 영 귀에 거슬렸다. 이걸 농담이라고 치부하더라도 거기 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신랄한 말투로 농담을 하는 육운은 아주 생소하게 느껴졌다.
임근용은 자연스럽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육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운?”
육운이 또 웃으며 임근용에게 예의바르게 절을 했다.
“새언니, 미안해요.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안타까워서 그랬어요. 우리 여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덕언용공(*德言容功: 옛날 부녀자들에게 요구되던 네 가지 덕, 부덕, 말씨, 바느질, 용모 등을 말함)이라지만 재능을 갈고닦는 것도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새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고훈을 불었고 잘 불어서 사람들의 칭송을 받기도 했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공부하고 열심히 연습해야죠. 오상 오라버니한테 한 번 졌다고 포기해 버리면 어떡해요? 이러면 남자들이 우리 여자들을 무시하는 게 당연해지잖아요?”
임근용이 뭔가 말을 하려 입을 살짝 열었다. 이걸 왜 그렇게까지 비약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육운이 또 오상을 향해 절을 하며 말했다.
“오상 오라버니, 내가 오라버니를 공격하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설마 나한테 화난 건 아니죠? 오라버니랑 새언니가 고훈을 불어 승부를 다투는 건 아주 보기 드문 신기한 일이잖아요. 난 그저 그런 것들을 통해 두 사람의 기예가 점점 더 성장하기를 바라서 그랬던 거예요. 새언니가 그런 이유로 좋은 취미를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오상은 잠시 멍해졌다 입을 열었다.
“그래, 아용, 나한테 한 번 졌다고 그냥 포기해 버리면 안 되지. 너 오랫동안 고훈 안 불었지?”
임근용이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바쁘기도 했어요.”
그녀가 오랫동안 고훈을 불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다. 육씨 가문으로 들어간 이래로 그녀는 정말 한가할 틈이 없었다. 가끔 한가할 때도 고훈을 불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임근용이 오상에게 져서 고훈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이 두 사람은 대체 뭘 하는 걸까? 한 사람은 혼자서 마음대로 갖다 붙이며 우아한 척을 하고 있었고, 뜻밖에 다른 한 사람은 이걸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오상이 진지하게 말했다.
“일이 많아서 바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틈틈이 연습할 시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 내 적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집안일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가할 때 기분을 환기시키는 것도 필요한 법이야.”
임근용이 헛웃음을 지었다.
“오상 오라버니 말이 맞네요.”
육운은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느긋하게 너울을 정리했다. 보라색 너울을 만지는 새하얀 그녀의 손가락이 유독 눈에 띄었다. 때마침 불어온 산들바람에 그녀의 하얗고 아름다운 얼굴이 반쯤 드러나자 육운은 재빨리 너울을 누르고 얼굴을 더 높이 치켜들었다.
하지만 오상은 계속 진지하게 임근용에게 잔소리를 했다.
“네가 장사를 하고 장원을 관리한다고 세속적이라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난 그저 네가 이런 재능을 잃어버리는 게 너무 아까워서 그래. 물론 천부적인 재능도 있지만 십여 년 동안 고생하며 연습해서 얻은 능력이기도 하잖아.”
임근용은 오상이 고고한 척하며 재물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 재물에 집착하지는 않았지만 재물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임근용이 성의껏 대답했다.
“알았어요. 오라버니 말 명심할게요.”
육함이 기침을 했다.
“아용, 춘아가 왔소, 당신을 찾으러 온 것 같구려.”
임근용이 뒤를 돌아보니 정말로 춘아가 도씨와 다른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류아를 임세전에게 건네준 뒤 여지와 앵두를 데리고 춘아 쪽으로 걸어갔다.
육운도 다른 말없이 오상 등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재빨리 임근용의 뒤를 따라갔다.
오상은 뒷짐을 지고 서서 올케와 시누이가 멀리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육함을 바라보며 말했다.
“민행, 너한테 뭐라 하려는 건 아닌데, 부인의 재능이 빛을 바래게 만들지는 마.”
육함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오상도 물러서지 않고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뭐 틀린 한 건 아니잖아. 너도 예전에 매화림에서 근용이가 불었던 청설(听雪)이란 곡을 같이 듣지 않았어?”
육함이 오상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
“걱정 마.”
오상이 말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좀 마음이 놓이네.”
육함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돌려 도도하게 흘러가는 저강의 강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등을 곧게 폈다. 오상도 그의 옆에 서서 똑같이 앞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우리가 전에 했던 내기는 아직 유효한 거지?”
육함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오상이 말했다.
“난 네가 날 넘어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역시 서생의 기개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무슨 내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까짓것 이기면 어떻고 지면 또 어떻단 말인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던 임세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벌써 늙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탄식했다. 그는 하루 종일 어떻게 해야 장사가 잘될지, 류아와 임근용이 잘 지내고 있는지 등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 외의 일들은 걱정하지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임세전이 류아를 들어 올려 어깨 위에 목마를 태운 뒤 웃으며 말했다.
“가자, 오라버니가 우리 류아를 데리고 한 바퀴 돌아 줄게…….”
유계가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며 작은 목소리로 나무랐다.
“삼공자, 부인께서 보시지 않게 조심하세요. 부인께서 보시면 공자님과 노비가 전부 꾸지람을 들을 거예요. 아가씨께서 아직 어리시긴 하지만 체통을 잃게 하시면 안 돼요.”
도씨는 류아에게 아주 엄격하게 교양을 가르쳤고, 아이를 가르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임세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류아는 아직 어리잖아, 이 나이에 오라버니 어깨 위에서 목마를 타고 꽃등이나 축제를 구경하는 건 별로 이상할 일도 아닌데 뭘.”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좀 찔리는지 도씨와 사람들이 있는 곳을 돌아보더니 류아의 다리를 잡고 작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오라버니 머리 꽉 잡아, 이제 뛸 거야…….”
류아가 하하 웃으며 그의 머리를 꼭 껴안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랴, 이랴, 오라버니 빨리 뛰어!”
임세전이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리자 유계는 울화통이 터지는지 낮게 욕설을 내뱉고 미친 듯이 그 뒤를 쫓았다.
소리에 뒤를 돌아본 육함이 이 광경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육경이 누군가를 데리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누가 왔는지 좀 보실래요?”
육함이 고개를 돌려보니 열여덟, 아홉쯤 된 보통 체격의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마로 만들어진 초록색 상의에 푸른색 두건, 청포신을 신고 있었고 얼굴이 길고 코가 높았으며 피부색은 약간 검었다. 그는 육함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공손하게 웃으며 물었다.
“둘째 형님, 저 기억 하세요?”
상사절에 만났을 때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데 어찌 잊어버리겠는가. 육함이 웃으며 말했다.
“육적이구나.”
육적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형님, 알아보시는군요?”
육함이 웃으며 그에게 답례했다.
“지난번에 못 알아본 것만으로도 미안한 일인데 또 잊어버리면 되겠어?”
육적이 친근하게 말했다.
“형님, 모처럼 이렇게 형님을 만났으니 오늘은 이 동생이 형님과 형제들에게 오장루에서 한턱낼까 해요. 오실 거죠?”
말을 마친 그가 또 오상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오상 형님, 시간 되시면 제 체면을 봐서 자리를 채워 주세요.”
육함이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오장루? 무슨 좋은 일 있어?”
그는 육적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육 노태야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 지난번에 입었던 옷을 이번에도 입고 온 걸 보면 육적은 손님을 만날 때 입을 옷이 이 한 벌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가난하면서 그들 형제들을 오장루 같은 곳에 초대해 밥을 사겠다니? 육함은 이런 식으로 억지 허세를 부리는 건 절대 동의해 줄 수 없었다.
육적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왜 그러세요, 형님, 설마 절 무시하시는 건가요? 전 무슨 좋은 일이 없으면 형제들한테 식사 대접도 못 하나요?”
육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라, 한 식구끼리 그냥 아무데나 편한 데 가서 먹어도 되지 않겠냐는 말이지.”
육적이 화난 척하며 말했다.
“이거 봐요! 지금 나 무시하시는 거죠!”
오상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장루에 안 간 지도 꽤 됐네. 형제가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는데 내가 어찌 사양하겠어?”
육적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럼 전 가서 다른 분들한테 말씀을 드릴게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재빠르게 임, 육, 오 세 가문의 다른 자제들에게 가서 일일이 예를 올리고 초대했다.
육함이 육경에게 물었다.
“뭣 때문에 저러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밥을 사겠다니, 오장루는 정말 비싼 곳이잖아…….”
육경이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오상이 말했다.
“넌 무슨 쓸데없는 걱정이 그리 많아, 네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미 말을 했는데도 굳이 자기가 나서서 사겠다는데 네가 왜 난리야. 네가 계속 말리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낼걸. 호되게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육경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둘째 형님한테 중요한 청이 있어서 초대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