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이상한 일 (1)
여지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눈꺼풀이 떨렸다. 왼쪽과 오른쪽에 번갈아 가며 경련이 왔는데 왼쪽 눈꺼풀이 떨리면 재물이 들어오고 오른쪽 눈꺼풀이 떨리면 재난이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럼 양쪽이 번갈아 가며 떨리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초조한 마음에 눈꺼풀을 잡아당겨 손으로 눌러 떨리지 못하게 했다.
그 모습을 본 계원이 웃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여지는 왠지 마음이 무겁고 뭐라 말할 수 없이 걱정스러운 기분이 들어 계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살짝 든 채 문발 밑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계원은 입을 삐죽거리고 뒤돌아 가 버렸다. 가볍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지기 장씨가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죽 언니, 오셨어요.”
여지가 얼른 눈을 제대로 뜨고 웃으며 방죽에게 인사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방죽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로 그녀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다는 듯 바로 섬돌 위로 올라갔다.
“여지야, 이소부인께서는 일어나셨어?”
여지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그녀를 훑어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일어나셨어요. 무슨 일이에요?”
방죽이 단번에 문발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걸음 뒤로 물러서 여지에게 부탁했다.
“여지야, 나 대신 이소부인께 내가 중요하게 보고 드릴 일이 있다고 말씀 좀 드려 줘.”
여지가 얼른 안으로 들어가 침상에 앉아 있던 임근용과 눈을 마주치자 임근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지는 곧 문발을 들고 방죽을 안으로 들여보낸 뒤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켰다.
방죽이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 쿵 소리를 내며 임근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소부인, 살려 주세요!”
임근용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왜 그래?”
방죽이 입술을 떨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재빨리 말했다.
“어젯밤에 노비가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날이 밝는 대로 서둘러 일어나 중문 쪽으로 갔는데 침방에 벌써 사고가 나 있었어요! 노태야와 노부인의 그 사경교라로 만든 옷이랑 다른 옷감들이 다 물어 뜯겼다고 해요!”
그녀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벌써 흐느껴 울고 있었다.
임근용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죽은 심장이 끝도 없이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임근용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일어나. 정말 곤란하게 됐네, 네가 뭐라고 확실하게 해명을 할 수가 없겠어.”
방죽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예, 노비가 감히 한 말씀 올리면, 이 일은 이소부인을 노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임근용이 정색하며 말했다.
“넌 내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을 때 내가 널 보호해 주지 않으면 누가 널 보호해 주겠어.”
방죽은 마음이 조금 든든해졌다. 임근용이 또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면 널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을지도 몰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 혹시 빠트리고 말 안 한 부분은 없어?”
그녀가 빠트린 부분은 침방에 가기 전에 먼저 임옥진의 집에 들렀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걸 어찌 입 밖으로 낸단 말인가? 또 뭐라 말해야 한단 말인가? 방죽은 이마에 맺혀있던 가는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임근용은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여지가 들어와 말했다.
“이소부인, 사 마마가 왔어요.”
이렇게 일찍 사 마마가 여기에 왔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지 않겠는가? 방죽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이소부인, 노비는…….”
임근용은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웃는 얼굴로 사 마마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 마마, 어찌 이리 이른 시각에 왔어? 차 한잔 할래?”
사 마마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차는 괜찮습니다. 일이 좀 생겨서 노부인께서 물을 것이 있으니 방죽을 데려오라 하셨어요.”
임근용이 말했다.
“무슨 일인데?”
사 마마 역시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침방에 문제가 생겼어요. 한참 만들고 있던 노태야와 노부인의 옷하고 여러 옷감들을 쥐가 물어뜯어서 다 못 쓰게 됐어요. 이소부인께서도 아시다시피 거기는 쥐와 벌레를 막기 위해 문과 창문 틈새도 다른 집들보다 훨씬 작잖아요. 또 침방에서는 그런 상급의 물건들은 물론이고 매일 일을 마치고 나면 항상 모든 물건들을 따로 상자에 담아 보관했다고 해요. 침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은 자기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네요.”
그녀가 방죽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어젯밤에 누군가 방죽이 혼자 침방에 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침방의 열쇠도 방죽이가 이소부인 대신 보관한다면서요? 어쨌든 이 일은 방죽이 가서 확실하게 해명을 해야 해요.”
만약에 제대로 해명을 못 하면? 또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이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었다. 방죽은 몸이 차게 식었다.
“이소부인, 노비는 그 열쇠를 어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혜 마마께 드렸어요…….”
임근용이 침착하고 냉정하게 그녀를 저지했다.
“넌 일단 사 마마를 따라가. 할머님께서는 인자하신 분이니 네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시지는 않을 거야. 내가 바로 따라갈게.”
사 마마가 웃으며 말했다.
“방죽아, 날 곤란하게 하지 마.”
이에 방죽은 이를 덜덜 떨며 겁에 질린 채로 사 마마를 따라갔다.
여지는 밖으로 나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밖에서 소곤대고 있는 시녀들에게 호통 쳤다.
“뭐 구경이라도 났어? 뭘 그리 허둥대! 가서 할 일 들 해!”
이에 시녀들이 조용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임근용은 일부러 잠시 앉아서 시간을 끌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영경거에 갈 채비를 했다. 그녀는 출발하기 전에 여지에게 지시했다.
“일전에 얘기했던 대로 해.”
여지가 그녀에게 물었다.
“대부인께 가서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임근용이 반문했다.
“어머님이 가만히 계실 것 같아?”
임근용이 영경거 문밖에 도착하니 여씨가 흐느끼며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 이리 못된 짓을 할 수 있어? 그냥 따귀 한 대 때린 것뿐이지 않느냐? 그랬다고 나한테 이렇게 해코지를 하다니. 다른 것들은 둘째 치고 아버님과 어머님 옷은 어쩌란 말이냐. 다른 것들이야 어찌저찌 배상을 한 다쳐도 그 옷감은 아주 귀한 것이라 어디 가서 찾기도 힘든데 나더러 그걸 어찌 배상하라고?!”
방죽이 처량한 목소리로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삼부인, 노비는 정말로 억울합니다. 노비가 어찌 그리 간 큰 짓을 하겠습니까?”
여씨가 호통 쳤다.
“감히 궤변을 늘어놓다니! 그런 헛소리를 누가 믿는단 말이냐? 네가 침방에 들어갔다 나와 수상쩍게 구는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서 마마는 널 부른 적도 없다는데 그럼 넌 한밤중에 침방에 가서 뭘 했느냐?”
임옥진이 말했다.
“셋째 동서, 아직 제대로 조사해 보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죄를 확정 짓고 그래? 증인과 물증이 전부 갖춰져야 하는 거잖아. 사람들이 본 건 저 아이가 침방 근처에서 돌아다녔다는 것이지 침방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제 방죽이 그 열쇠를 혜 마마한테 건네주는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혜 마마가 그랬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혜 마마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대부인, 노비는 억울합니다! 노비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여씨가 억울해하며 말했다.
“큰 형님, 혜 마마가 왜 저한테 그런 해코지를 하겠어요? 열쇠를 이미 넘겨받았고 앞으로 시간도 많은데 그렇게 급하게 손을 쓸 필요가 뭐가 있는데요? 제게 망신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있다는 것쯤은 저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럼 저한테만 망신을 주고 말면 될 일이지 왜 아버님과 어머님 옷에까지 장난질인데요? 형님, 조급해하실 필요 없어요. 연루시키지 말아야 할 사람까지 연루시키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담긴 의미가 너무도 명확해서 임옥진은 분노하며 냉소했다.
“그래, 동서는 사람들이 다 동서를 거슬려한다고 생각하고 동서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고 사람들이 다 질투한다고 생각하지. 침방을 관리하는 일이 뭐 대단한 권한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네. 대체 누굴 연루시키고 싶어서 그래? 난 동서가 누굴 끌어들인대도 무서울 거 하나 없어!”
여씨가 울며 말했다.
“큰형님, 어쩜 그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시면 안 되죠! 형님이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저야말로 형님한테 물어볼게요. 방죽이가 대체 누구 사람인가요? 저 아이가 어제 형님 집에서 나온 후에 침방으로 간 거 아닌가요?”
임옥진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지금 그 말은 내가 저 아이한테 시키기라도 했다는 뜻이야?”
여씨가 말했다.
“전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송씨는 이 두 사람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중간에서 살짝 건드리니 두 사람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서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임근용은 탄식하며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임옥진 뒤에 섰다. 육 노부인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눈을 내리깐 채 며느리들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임근용이 들어오는 걸 본 송씨가 두리뭉실하게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만들 하세요. 누가 그랬든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아마 실수로 문을 닫는 걸 잊어버려 때마침 쥐가 들어와 물어뜯은 거겠죠. 그냥 운이 나빴던 것뿐이에요.”
여씨는 임근용이 들어오고 난 후 더욱 눈이 벌게져 도무지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았다.
“물건들은 전부 상자에 넣어 뒀고 제가 잘 정리해 두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어요.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면 그렇게 쉽게 다 물어뜯을 수 있었겠어요? 안 그래, 서 마마? 항상 마마가 제일 마지막으로 가고 가기 전에 전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에 직접 문을 잠근다고 하지 않았어?!”
여씨는 지금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억울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녀에게 해코지를 하려 한 사람이 누구인지보다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한 것이라는 걸 증명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했다. 여씨와 그 수하의 사람들이 뭔가를 잘못해서 이런 큰 사건이 벌어진 건 아니라는 걸 밝혀야 했다.
서 마마는 한쪽에 미동도 하지 않고 돌부처처럼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마지못해 대답했다.
“노비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여씨가 또 말을 이었다.
“문과 창문에 비틀린 흔적도 없는 걸 보면, 열쇠 없이는 절대 못 들어가는 것 아니야?”
서 마마가 난처해하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다.
“노비가 아무리 간이 커도 감히 그런 짓은 못 합니다.”
여씨가 말했다.
“당연히 마마는 아니겠지. 오랫동안 어머님을 모신 데다 신임을 얻고 있는 네가 얼마가 바르고 점잖은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열쇠를 건드린 사람은 몇 명 없어요. 제일 먼저 둘째 형님, 그다음엔 둘째 조카며느리, 그 다음은 저예요. 제가 저 스스로를 해코지를 할 이유는 없겠죠?”
송씨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려씨가 낮게 기침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셋째 숙모님, 저희 어머님께서는 절대…….”
여씨가 말했다.
“네 시어머니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그럼 남은 사람은 오직 하나, 바로 임근용이었다. 그녀는 제일 먼저 임옥진을 지목하고 이번에는 또 은근히 임근용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씨는 어차피 고모와 조카 두 사람은 전부 한패이고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