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칠석
하엽은 대답하고 기뻐하며 포도를 먹으러 갔다. 두아가 바늘로 머리카락을 두어 번 긁으며 한참을 참는 듯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가씨, 어쩌실 생각이세요? 돈이 부족하신 것도 아니면서 모처럼 이렇게 편하게 쉴 수 있는데 가만히 있으려 하시질 않으시네요.”
임근용이 미소 지었다.
“매일 집에만 갇혀 있으면 정말 병이 날 것 같아. 한가하게 놀면 뭐해.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낫지 않겠어?”
임근용을 돈 쓸 곳이 너무 많았다. 의장(*义庄 옛날 사람들을 구휼하기 위해 만든 장원(莊園))을 만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도 되도록 많은 돈을 남겨 두어야 했다. 마음 편하게 놀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두아는 말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네요, 내일이면 벌써 칠월 칠석이에요.”
임근용은 바느질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하늘가에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그러게, 세월이 정말 빠르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몇 년이 지났어.”
* * *
신시가 다 되어 육함은 하던 업무를 인계하고 하급 관료 두 명과 함께 비서성에서 나왔다. 어가(御街)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길옆에 작은 노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에 거리가 아주 시끌벅적했다. 육함이 의아해하며 두 동료에게 물었다.
“이건 뭐에 쓰는 물건인가?”
두 사람은 그가 경성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이곳의 풍속을 잘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을성 있게 그에게 설명했다.
“내일이 칠월 칠석이지 않나, 이건 칠석날 가지고 노는 장난감인데, 여인들과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네. 육 교서랑도 흥미가 있으면 부인한테 하나 사다 주시게.”
육함의 눈에 작고 정교한 한 쌍의 토우(*泥偶: 진흙으로 빚은 인형)이 들어왔다. 그 작은 토우는 정교하게 조각된 목재 받침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몸에는 붉은색과 초록색 얇은 비단으로 된 상의와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금색 진주와 비취 장식이 꽂혀 있는 것이 아주 정교하고 섬세해 보였다. 또 다른 쪽에는 밀랍으로 만든 기러기, 원앙, 비오리, 거북이 같은 것들이 물 위에 떠 있었는데 하나같이 화려한 색깔에 아주 고급스러워 보였다. 육함은 자기도 모르게 임근용이 이런 물건들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두 동료와 헤어진 뒤 일단 값이 꽤 나가는 그 토우를 하나 사고, 또 거리를 걸어 다니며 곡판(*谷板: 송나라 때 칠월 칠석 때 민간에서 유행한 장식품), 화과(*花瓜: 껍질에 줄무늬가 있는 수박), 과식화양(*果食花样: 칠석에 먹는 중국 특색의 전통 과자), 날향(捺香), 방승(*方胜: 비단을 접어서 마름모꼴을 만들어 옆으로 거듭 포갠 모양), 종생(*种生: 콩이나 밀을 물에 담가 싹을 틔우고 다시 붉은색 실로 묶은 것)등을 전부 샀다.
또 앞으로 걸어가다 보니 쌍두련(*双头莲: 봉오리가 두 개 달린 연꽃)을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육함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빙그레 웃으며 쌍두련도 한 송이 샀다. 육함은 풍격과 체면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물건들은 전부 장수가 들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가뿐하게 앞서가면 장수는 물건을 주렁주렁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불쌍하게 그의 뒤를 쫓았다. 장수는 또 한 손을 뻗어 그 쌍두련을 높이 받쳐 들며 순간 자신의 손이 두 개뿐인 것을 원망했다. 그는 절로 끙끙대며 이렇게 쓸데없는데 돈을 쓸 바에는 한가한 사람에게 돈을 주고 자기를 좀 도와주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육함이 집에 돌아왔을 땐 벌써 유시(*酉时: 오후 5시~7시)초였다. 그가 정원에 도착하니 임근용이 홀로 포도 지지대 밑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돌 탁자 위에는 차 한 주전자와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신선한 과일 두 접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돌아오면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고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육함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가 마치 보물을 바치는 것처럼 임근용의 눈앞에 쌍두련을 내밀었다.
임근용이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참 기다렸는데.”
순간 육함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주려고 이런저런 선물을 사 왔소. 저녁 먹고 나서 같이 봅시다.”
임근용이 온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런 행복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각별히 더 소중히 여겨야 했다.
* * *
놋대야 안에는 크고 작은 기러기, 원앙, 비오리, 거북이, 물고기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붉은색과 초록색의 얇은 비단옷을 입은 한 쌍의 토우는 정교하고 예뻤다. 설탕, 기름, 밀가루로 만든 식과장군(*食果将军: 과식화양의 종류 중 하나로 갑옷을 입은 사람 모양의 과자)이 갑옷을 입은 채로 자잘한 장난감들 사이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임근용은 눈이 다 부셔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웃었다.
“이야, 어렸을 때도 장난감을 이렇게 많이 선물 받아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두아가 조심스럽게 병에 담아 둔 쌍두련을 받아들고 말했다.
“이것도 정말 흔치 않은 거잖아요. 여기는 풍토가 좋아서 연꽃도 이렇게 쌍두로 자라는 걸까요?”
육함은 그녀가 그것이 가짜로 만든 거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고 그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사람도 그런데 꽃은 더 말해 무엇 하겠소?”
임근용은 그의 말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리킨다는 걸 알아채고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이 동네에서는 칠석을 어떻게 보낼까요? 명절 장식품들은 우리 고향보다 훨씬 화려한 것 같네요.”
육함이 말했다.
“주방 찬모가 여기 사람이니 불러서 물어보면 되지 않겠소?”
경성의 풍속은 역시 평주와 달랐다. 어느 정도 사는 집들은 정원에 채루(*彩楼: 채색 비단을 묶어서 세운 누대)를 세우는데 그걸 걸교루(*乞巧楼: 칠석에 채색 비단을 묶어서 세운 누대)라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 육함이 오늘 사 온 물건들을 비롯해 술, 안주, 벼루, 붓, 바늘, 실 등의 물건은 걸교루에 넣었다. 그런 다음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고 대월천침(*对月穿针: 달빛 아래에서 7개의 바늘 구멍이 있는 바늘에 실을 뀀, 칠석에 여자들의 바느질 솜씨를 뽐내는 풍습)을 하고, 또 작은 거미를 종이 상자에 넣어 걸교(*乞巧: 칠석날 밤에 부녀자들이 바느질을 잘하게 해 달라고 직녀성에게 빌던 풍속)을 한다고 했다.
임근용이 절로 웃으며 말했다.
“듣고 보니 우리 동네랑 크게 다르지는 않네요. 기껏해야 이런 작은 소품들을 더 놓고 걸교루를 하나 만드는 것뿐이잖아요. 우리 집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 굳이 걸교루를 만드는 일에 돈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육함은 반대했다.
“우리 집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에 나도 녹봉을 받지 않았소. 당신과 내가 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맞는 명절인데 좀 더 즐겁게 보내는 게 좋지 않겠소.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육량이랑 하인들을 시켜 만들라고 할 테니 원하는 모양이 있으면 말하시오.”
임근용은 솔직히 그 돈을 절약해 더 좋은 일에 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육함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내버려두었다.
밤이 깊어지자 쌍전과 쌍복이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임근용은 그녀들에게 그만 정리하고 가라고 지시하고 방에 두 부부만 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육함에게 말했다.
“송붕이 오늘 반루가에 갔다가 빈 가게를 하나 찾았대요. 거기에 세를 얻어서 세전 오라버니가 화정현 쪽에서 구매한 귀중품들을 가져다가 팔면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그런대로 할만 할 것 같아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육함도 두아와 같은 생각이었다. 임근용은 이미 가지고 있는 혼수가 꽤 많아서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돈을 벌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육함의 수중에 있는 돈도 적지 않아 경성의 이름 있는 거부들만큼은 못하더라도 두 사람이 먹고 사는 데는 충분했다.
“좋긴 한데, 우리가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 않소. 당신이 무슨 비싼 물건이 갖고 싶은데 내가 사줄 능력이 못 돼서 당신이 꼭 그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오. 이제 겨우 집을 떠나 한가해지나 싶었는데 당신은 몸조리 할 생각은 안 하고 또 그런 고민을 하고 있군.”
그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는 건 임근용도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고 이 일을 빨리 추진해야지 늦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괜히 늦장을 부리다가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육함은 그녀가 일하는 걸 더더욱 허락해 주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임근용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육함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볍게 주무르며 물었다.
“당신 오늘 글씨 많이 썼죠? 손 아프지 않아요? 내가 좀 주물러 줄까요?”
그녀가 육함에게 어디 이런 애교를 부릴 사람인가! 그는 임근용에게 뭔가 다른 꿍꿍이속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기대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피곤한 날이었소. 사람들이 어찌나 텃세를 부리는지, 안 그래도 지금 온몸이 다 쑤시던 참이었어요. 당신이 주물러 주면 나아질 것 같소.”
임근용은 입을 삐죽거리며 그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안마는 별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느샌가 그녀가 침상에 누워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그녀는 피로가 풀릴 때까지 잠시 쉬다가 그 일을 잊지 않고 다시 육함에게 말했다.
“민행, 난 이 동네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당신이 집에 없을 때는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무서워서 밖에도 제대로 못 나간단 말이에요.”
육함은 반쯤 눈을 감고 그녀가 혼자 이리저리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재미있어 하다가 그녀가 곧 화를 낼 것 같아서 느릿느릿 말했다.
“그럼 가게는 누가 본단 말이오?”
임근용은 그제야 정신을 바짝 차렸다.
“전부터 생각해 봤는데 가게를 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세전 오라버니한테 물건을 보낼 때 쓸 만한 사람도 같이 보내달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평소에는 송붕이 보게 하면 돼요. 우리 집에 있을 때도 항상 송붕이 우리 어머니를 도와서 크고 작은 일들을 관리했었거든요. 아마 이런 일은 누워서 떡 먹기일 거예요.”
육함은 그녀가 이 일을 오래전부터 계획했다는 걸 눈치채고 말했다.
“알겠소. 단 임신을 하게 되면 각별히 몸조심 하겠다고 약속해 줘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벌면 되는 거요. 그런 걸로 괜히 속 끓일 필요 없소.”
임근용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럼 내일 송붕한테 일단 가게 자리부터 계약하라고 할까요?”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일단 시작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단 시작을 해 놓으면 육함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육함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서두르지 말아요……. 일단 내가 가서 둘러본 후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사기당하면 안 되지 않소.”
임근용이 얼른 대답했다.
“나도 같이 가요.”
육함이 그녀를 품에 안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늘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군.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내일모레 휴가를 낼 테니 그때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