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387
387화. 새 생명 (2)
육함이 아쉬워하며 건네주더니 다시 물었다.
“아용, 뭐 먹고 싶은 것 있어요?”
두아와 시녀들이 입술에 힘을 주며 속으로 웃었다. 이에 육량 댁이 웃으며 말했다.
“이소야, 주방에 닭고기 탕을 준비해 뒀어요. 안이 깨끗이 정리가 되면 이소야께서도 들어가실 수 있을 거예요. 우선 옆방에서 좀 기다리고 계세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그를 내쫓았다.
“피비린내가 많이 나서 이소야께서 계속 여기 계시는 건 좋지 않아요.”
육함도 화를 내지 않고 돌아서서 두아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두아야, 가서 사람들에게 내 말을 전하거라. 오늘 모두에게 두 관씩의 상금을 내리마! 저녁도 푸짐하게 차리라고 해라!”
두아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했다.
“예, 이소야, 이소부인, 축하드려요!”
그녀가 이렇게 앞장서자 앵두와 다른 시녀들이 또 한 번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육량 댁이 육함에게 물었다.
“이소야, 아직 아침을 안 드셨는데 일단 가서 식사를 하시겠어요? 다 드시고 오면 여기도 아마 얼추 정리가 끝났을 거예요. 이렇게 계속 기다리시는 것보다는…….”
육함은 당장이라도 방으로 들어가 두 모자를 보고 싶었지만, 법도상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육량 댁의 말을 따라 일단 동쪽 곁채로 가서 밥을 먹었다. 하지만 마음이 설레서인지 별로 입맛이 없었다. 그가 그릇을 내려놓자마자 쌍전이 와서 말했다.
“이소야, 산실 정리가 끝났어요.”
육함은 얼른 손을 씻고 양치를 한 뒤 서둘러 달려갔다. 하지만 임근용은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자그마한 아이가 놓여 있었다. 두 모자는 똑같이 침착하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임근용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하고 초췌하다는 것뿐이었다.
육함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공 마마가 작게 속삭였다.
“이소야, 이소부인께서는 이번이 첫 출산이시잖아요. 아마 기력이 다해서 많이 피곤하실 거예요…….”
이 말은 임근용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육함은 멋쩍어하며 손을 거두고 다시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이 아이의 작은 얼굴에 닿자 아이는 작은 입술을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울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깜짝 놀란 그가 황급히 손을 거두고 눈을 껌뻑이며 당황한 기색으로 공 마마를 바라보았다.
공 마마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배가 고파서 그래요. 노비가 공자를 유모한테 데려다주고 올게요.”
그러더니 몸을 숙여 아이를 안았다. 육함은 자기가 아이를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유모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데 자신이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고 있으면 남들이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하려던 말을 삼키고 말했다.
“마마가 수고 좀 해 줘.”
공 마마가 그를 향해 웃으며 속삭였다.
“이소야, 여자가 아이를 낳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정말로 죽음의 문턱을 밟고 와야 가능한 거예요.”
육함은 그녀가 지금 자신에게 임근용에게 잘해 주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 걱정 마.”
공 마마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뒤 아이를 안고 작은 목소리로 달래며 밖으로 나갔다.
“아이고, 아가야, 착하지. 어머니께서 주무시게 시끄럽게 떠들지 마.”
육함은 공 마마의 말이 왠지 자기한테 하는 말 같았지만 굳이 따지지 않았다. 그는 방에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몸을 숙여 임근용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임근용은 너무 피곤한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육함은 또 한참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데도 임근용이 여전히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춘아를 불러 그녀를 잘 지키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소부인이 깨어나시면 즉시 나한테 알리거라.”
그런 다음 서재로 가서 기쁜 소식을 알리는 편지를 썼다.
집으로 보낼 편지를 차례로 쓰고 난 후 그는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남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잠시 사방을 둘러보다가 결국 구석에 구겨져 있는 편지지를 응시했다. 그는 묵묵히 생각해보다가 다시 편지지를 깔고 단정하게 무홍(茂宏)이라는 두 글자를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육함은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고 임근용도 그에게 잘해주어 부부 사이의 정이 아주 좋다고 적었다. 그는 이런 기쁨과 행복을 강남에서 혼자 있는 오상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당가 금은방의 당 노삼이 오상의 안부를 물었다고 하면서 시간이 되면 사람을 보내 그쪽에 안부를 전하라고 말했다. 육함은 일찍이 오상이 임근용에게 보낸 혼인 축하 선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최근에야 그것이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 알았다고 말하며 나중에 오상이 혼인을 하게 되면 섭섭지 않게 선물을 할 것이니 하루라도 빨리 혼인하여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고 썼다……. 육함은 쓰면 쓸수록 말이 술술 나와 단숨에 편지를 완성했다. 편지를 다 쓰고 나니 창문을 통해 들어온 석양빛이 온 방 안을 물들이고 있었다.
육함은 고개를 들고 실눈을 뜬 채 하늘가의 찬란한 노을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활짝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장수야, 이 편지들을 부쳐라!”
장수가 안으로 들어와 공손하게 편지를 받더니, 아주 기분 좋아 보이는 그를 보고 한 마디 했다.
“이소야, 전부 기쁜 소식을 전하는 편지인가요?”
육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육량이 문밖에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소야, 영 칠소야와 몇몇 대인들께서 축하 인사를 하러 오셨어요. 옆집에서도 좁쌀과 숯, 식초 등을 선물로 보내셨고요.”
육함이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가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주방에 술상을 준비하라 이르거라. 이소부인은 일어나셨느냐?”
“제 안사람 말로는 아직 안 일어나셨다고 하네요.”
육량도 웃음 가득한 얼굴로 육함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잤는데 왜 아직도 안 일어나는 거지? 육함이 미간을 찡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맥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으니 의원을 부르거라.”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산모이니 안정을 취하며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육량은 이소야가 이런 일에 경험이 없어서 뭘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량은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하고 바로 사 마마와 공 마마에게 가서 말을 전했다.
* * *
한편 임근용은 아주 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줄곧 달리고 있었는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녀는 멈추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멈출 수가 없었다. 임근용은 큰 소리로 육함을 부르며 그를 잡으려 했지만 육함은 아무 대답이 없었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임근용은 귓가에 울려 퍼지는 아이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아이가 왜 이렇게 울어?”
“엄마를 찾는가 보오.”
방 안에는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고 육함은 물처럼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따뜻한 물수건으로 임근용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며 말했다.
“드디어 일어났군. 당신 여섯 시진도 넘게 잤소.”
그는 한껏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근용이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지쳐서 그래요. 의랑(毅郎)이 이리 줘. 엄마가 지쳐서 잠드는 바람에 예뻐해 주지도 못했네.”
공 마마가 우는 아이를 임근용의 품에 안겨 주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그랬나 봐요.”
임근용은 익숙하게 아이를 품으로 안으며 작은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몇 번 흐느끼는 듯하더니 이내 조용히 잠들었다.
육함이 신기해하며 그녀를 칭찬했다.
“정말 신기하구려. 우리가 아무리 달래도 계속 울어서 유모까지 와서 달랬는데도 그치지 않았소. 근데 당신 한 마디에 바로 이렇게 조용해지다니.”
임근용이 웃으며 의랑의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작게 말했다.
“내가 아이 엄마니까. 매일 아이한테 말을 걸어서 아이도 내 목소리를 알 거예요.”
“나도 아이 아빠인데 내 목소리는 왜 못 알아듣는 거요?”
육함이 작게 투덜거렸다.
“뭐라고요?”
제대로 못 들은 임근용이 물었다.
육함이 말했다.
“아니, 당신 뭐 먹고 싶은 거 있느냐는 말이었소.”
임근용이 웃으며 말했다.
“뭐든 다요! 배고파 죽겠어!”
음식을 못 먹는 것이 문제지 뭐든 먹고 싶어 하는 건 좋은 현상이었다. 공 마마는 뛸 듯이 기뻐하며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만들어둔 게 있어요, 노비가 얼른 가서 가져올게요!”
방 안에는 이제 세 식구만 남아 있었다. 육함은 임근용의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갖다 대며 속삭였다.
“아용, 아직도 많이 아파요?”
임근용은 무의식적으로 안 아프다고 말하려다가 말을 바꾸었다.
“아파요. 아프고 힘들고 무서웠어요.”
전생에 그녀가 녕아를 낳았을 때, 육함은 임옥진과 집안 어르신들 때문에 밖에 격리되어 있다가 그다음날 아침에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육함은 임근용과 아이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그저 고생했다고 딱 한 마디 했다.
육함은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다가 한참 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고생 많았소, 내가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마음이 아프군.”
이번에는 대신 아파 줄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이 한 마디 더 추가됐다. 임근용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녀는 품에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뭔 들 못 하겠어요.”
육함은 침상에 올라가 두 모자와 함께 눕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침상 옆에서 계속 꼼지락대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용, 우리 가족은 앞으로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살 거요.”
임근용은 마음이 시큰시큰하고 또 몽글몽글해져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요. 민행…….”
육함이 재빨리 대답했다.
“응, 왜?”
임근용이 손으로 육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민행, 당신도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예요. 앞으로 고생을 많이 해야 할 거예요.”
육함은 왠지 모르게 임근용의 말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뭔지는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이 아이를 낳느라 이렇게 고생을 했는데 내 고생을 어디 갖다 댈 수나 있겠소?”
임근용이 진지하게 말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에요. 당신 전에 나랑 약속했었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아이를 사랑해 주고 잘 가르치고 잘 키우겠다고. 음, 난 아이가 무슨 천하를 다스릴 인재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그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육함이 절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 답답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오, 당신한테 잘해 주고 당신과 백년해로할 거라고 약속했지 않소. 왜 안 믿는 거요? 왜 또 이런 말을 하는 거요?”
임근용은 잠시 침묵했다가 웃으며 말했다.
“방금 아이 엄마가 돼서 마음이 울렁거려서 그런가 봐요. 민행…….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 거예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녀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