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411
411화. 이별의 슬픔
앵두는 고개를 돌리며 멀리 가는 육함을 눈으로 전송하고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일어나셨어요?”
방문을 열자마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앵두도 이제는 세상 물정을 알아 절로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다시 한 번 불렀다.
“아가씨.”
임근용은 머리를 풀어헤친 채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와서 머리 좀 빗어 줘.”
앵두는 그제야 난처한 기색을 거두고 얼른 황양목으로 만든 빗을 꺼내 임근용의 머리를 빗으며 몸단장 시중을 들었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임근용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절로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의랑 공자를 낳으신 후에 더 예뻐지신 것 같아요.”
임근용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어루만지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
앵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이에요.”
임근용이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
“하여튼 점점 아부만 늘지. 가서 춘아랑 육량 댁 좀 불러와. 연회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야겠어.”
* * *
저녁에는 성대하게 중추절 연회가 열렸다. 은쟁반 같은 달이 빛나는 가운데 세 사람은 반쯤 취해 있었다. 임근용은 고훈을 불고 육함은 피리를 연주하고 임세전은 그들의 연주를 평론했다. 그들은 삼경(*三更: 밤 11시~1시) 무렵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
명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육함의 휴가도 끝이 났다. 그는 한가할 때마다 사람들을 초대해 자기와 친한 친구들 몇몇에게 임세전을 소개했다. 임세전은 총명하고 상냥했으며 말재주가 좋아 사람들 비위도 잘 맞췄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너무 낮추지도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짧은 시간 내에 무슨 마음이 통하는 지기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서로 안면을 터서 나중에 또 만날 수 있는 사이만 되면 충분했다.
임근용은 대충 9월 초하루쯤 평주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의심할까 봐 자기 물건을 전부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임근용은 육량 부부와 장수, 장녕 등을 남겨 육함의 시중을 들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전부 평주로 데려갔다. 그녀는 사소한 일들까지 전부 적당하게 안배한 뒤 또 장산랑을 비롯한 사람들을 찾아가 일일이 작별인사를 했다. 다들 그녀가 내년이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그녀의 송별회를 열어 주었다.
9월 초하루는 날이 흐렸다.
육함은 반차를 내고 평주로 돌아가는 부인과 자식을 배웅할 준비를 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유 없이 마음이 초조해졌다. 육함은 물건을 옮기려 드나드는 시녀들 때문에 눈앞이 다 어지러웠다. 그는 저쪽에서 육량 댁에게 자신의 일과를 챙기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임근용을 바라보았다. 의랑은 한쪽 옆에서 임근용에게 안아달라고 보채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울음을 터뜨렸다. 육함은 갑자기 너무나도 아쉬워 임근용 모자를 보내기가 싫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반씨의 곁으로 가서 의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창 울고 있던 의랑은 아버지가 내미는 손을 보고 안아달라며 즉시 손을 뻗었다. 그는 육함의 품에 안겨 잠시 조용해졌다가 또 다시 바쁜 임근용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울었다. 어찌나 크게 울어대는지 귀가 다 윙윙거릴 정도라 사람들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두아가 기지를 발휘해 손바닥만 한 거울을 하나 가져와 말했다.
“의랑 공자, 이게 뭘까요?”
의랑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울음을 그치고 미간을 찡그리며 거울 속의 작은 아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머금은 채로 “우우” 하며 거울 속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함은 깜짝 놀라며 얼른 이 기쁜 소식을 임근용에게 전했다.
“아용, 이것 좀 보시오! 우리 의랑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오!”
임근용은 한껏 흥분한 그의 얼굴을 보고 절로 웃음을 터뜨렸다.
“애들은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육함이 단호하게 부정했다.
“어딜, 호랑이는 이렇지 않았소, 이보다 더 컸을 때도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 같았소.”
임근용이 사 마마를 흘끗 쳐다보고 다급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무슨 소리람. 그건 당신이 아이를 매일 본 게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거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잖아요.”
사 마마는 임근용이 육함이 호랑에 대해 험담하는 걸 자기가 눈치챌까 봐 저런다는 걸 깨닫고 웃으며 말했다.
“이소부인, 이소야께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부모라면 누구든 자기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더 총명하고 철들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에요. 다 그런 거니 이소야께서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에요.”
육함은 돌이켜 생각해보다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소. 내가 너무 수선을 피웠군.”
“아?”
의랑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거울을 힘껏 두드리며 깔깔 웃었다. 아이가 즐거워하자 사람들도 거기에 동화되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로 인해 이별의 슬픔도 조금 희석됐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임근용은 뒷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육함은 홀로 길가에 서서 애절한 눈빛을 하고 그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우뚝 솟은 그의 그림자가 고독하기 그지없었다.
* * *
돌아가는 길은 순풍에 돛단 듯이 순조로웠다. 임세전은 임근용과 의랑이 불편할까 봐 너무 더울 때는 서늘한 곳을 찾아 쉬고 날씨가 서늘해지면 길을 재촉했다. 그는 어딘가 도착할 때마다 배를 기슭에 대고 쉬게 한 뒤 직접 나가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 오고, 선원이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는지까지 감독했다. 임세전의 보살핌은 육함과 임근용이 상경할 때보다 훨씬 더 세심했다.
의랑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인지 아주 건강하고 활발해서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아이는 풍랑이 잔잔할 때 품에 안겨 뱃머리에서 햇볕을 쬐는 시간을 아주 좋아했고, 임근용, 임세전과 노는 걸 가장 즐거워했다. 하지만 사 마마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뱃멀미를 했다. 선장의 비법을 써서 구토는 하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정신을 못 차리고 대부분 선실에서 잠을 잤다. 임근용은 늙고 몸이 약한 그녀가 불쌍했지만 달리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어서 선원들에게 몸을 보신할 수 있는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임세전이 사온 신선한 과일도 일부 남겨 그녀의 몫을 따로 챙겨주었다.
임세전은 가는 내내 계산에 철저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천천히 가면서도 너무 오래 시간을 지체하지는 않아 9월 26일 저녁 무렵에 벌써 무의 부두, 즉 강신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육씨 가문에서 그녀 모자를 마중하러 온 하인들이 일찌감치 해안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배가 해안에 닿자마자 바로 확인하러 올라왔다. 하인들 중 우두머리가 임근용 모자가 배에 타고 있다는 걸 듣고 바로 만남을 요청했다. 그 사람은 예전에 육 노태야가 육함에게 상경할 때 데리고 가라고 주었던 하인들 중 하나인 육송이었다. 임근용은 갑판에서 그의 인사를 받았다.
“고생했어, 얼마나 기다렸어?”
육송이 웃으며 말했다.
“고생은 무슨 고생입니까, 저희도 어제 도착했습니다.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이소부인께서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네요. 노태야께서 빨리 서두르셨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희가 더 늦을 뻔했습니다. 객잔은 저희가 마련해 두었으니 이소부인과 사공자께서는 올라오시자마자 바로 그쪽으로 가서 쉬시면 됩니다. 오늘은 하루 쉬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 겁니다.”
임근용이 그에게 물었다.
“할아버님 건강은 어떠셔?”
육송이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인도 요 며칠 노태야를 못 뵈었습니다. 범 대집사한테 전해 들은 것 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으신 것 같습니다.”
전생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육 노태야는 자리에 누워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유는 다들 전에 몇 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터였다. 임근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육송에게 짐을 내리고 임세전을 뭍으로 모시라 지시했다.
탁 트인 곳으로 나오니 멀리 강신묘가 보였다. 임근용이 말했다.
“세전 오라버니는 강신묘에 가 본 적 있어요?”
임세전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당연히 가 봤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마다 제사를 지내러 갔었어.”
그는 임근용이 거기에 서서 멀리 그곳을 바라보는 걸 보고 마음이 움직여 물었다.
“넷째 너 가고 싶어서 그래?”
임근용이 웃으며 말했다.
“가 보고 싶은데, 오라버니 시간 괜찮아요? 우리가 몇 번이나 이 강을 건넜는데 늘 이렇게 순풍에 돛단 것처럼 순조로웠잖아요. 가서 제를 올리며 감사 인사를 드려야죠.”
임세전이 말했다.
“이제 막 도착했으니 일단 좀 쉬고 내일 보러 가도 늦지 않을 거야. 여기서 며칠 더 있어도 괜찮고.”
전생에 육 노태야는 9월 30일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평주에서 불과 이틀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도착해 있는데 여기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님께서 학수고대하시는데 여기서 뭉그적거리면 안 되죠. 난 가서 둘러볼 테니 오라버니는 가고 싶으면 가고 싫으면 그냥 여기서 쉬어요.”
임세전이 불안해서 어찌 또 그녀를 혼자 보내겠는가? 그는 객잔으로 들어가 목욕을 한 후 잠시 쉬었다가 임근용과 함께 강신전으로 향했다.
처마 밑에 앉아 채소를 다듬고 있던 금고는 임근용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소부인이셨군요, 제사를 지내러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친절했고 활기차 보였다.
금고는 지난번 임근용이 공 마마에게 부탁해 보낸 은전 스무 냥도 전처럼 사양하며 그 돈으로 임근용을 대신해 강신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임근용이 기증한 돈이 강신전을 공양하는 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는지 임근용을 데리고 들어가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했다.
“아침저녁으로 향을 세 개 피우고, 평소에는 제물을 공양합니다. 명절이 되면 제사를 지내는데…….”
임근용은 대충 훑어본 뒤 기회를 봐서 묘지기를 불렀다. 그녀는 묘지기에게 만약 금고가 시집가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혼수를 마련해 주고 주변의 밭 수 십 묘(亩)를 사서 생계를 꾸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임근용은 금고가 스스로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더는 금고에게 묻지 않고 직접 묘지기를 찾아 은자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묘지기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연거푸 감사 인사를 한 뒤 금고를 불러 임근용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라고 말했다.
임근용은 금고의 감사 인사를 받고 임귀에게 은 스무 냥을 금고의 혼수로 내주라 지시하고 또 부녀가 땅을 살 수 있도록 시세만큼의 돈을 따로 챙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