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491
490화. 가련한
방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다로 나간 16척의 배 중에 6척만 돌아왔대요. 큰 폭풍을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들은 임옥진은 안색을 가다듬고 손수건을 움켜쥐며 차라리 우는 게 나을 것 같아 보일 정도로 흉하게 웃었다.
“그나마 다행이구나, 어쨌든 여섯 척은 돌아왔으니 전부 손해 본 건 아니지 않느냐.”
그녀는 또 무슨 확답이라도 바라듯 임근용에게 물었다.
“전에 네가 귀중품 장사를 하면 몇 배의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지?”
그녀는 그렇게 계산하면 아마 본전 정도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본전만 건질 수 있으면 다음에 또 재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임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만, 그건 시박사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을 때 얘기예요. 지금은 이윤이 예전 같지 않아요.”
방죽이 참기 힘든지 울상을 하고 외쳤다.
“대부인!”
임옥진의 얼굴에서 조금씩 웃음기가 사라지며 목소리도 차가워졌다.
“왜 그러느냐?”
방죽이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나머지 여섯 척의 배도 상부에 잡혔어요! 이미 사실대로 보고하고 항구에 입항한 뒤 다른 곳에 팔 수 있도록 공문도 발급받았는데, 갑자기 배에 여자와 금지 물품을 숨겨 들어왔다고 하면서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배가 전부 압류된 상태래요! 매 대노야 댁의 대집사와 공문을 발급해 준 관리들도 전부 감옥에 갇혔고요! 또 죽은 뱃사공들의 집에서도 배상하라고 난리라고 하네요.”
임옥진은 공문이니 세금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임근용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그녀의 맥문을 꼬집은 뒤 작게 말했다.
“고모? 고모?”
임옥진은 임근용에게 꼬집혀 약간 정신을 차리고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떨며 말했다.
“대노야 쪽은?”
방죽이 황급히 대답했다.
“어르신들께서 전부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계세요. 노비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부인께 알려드리려고 달려왔어요.”
임옥진은 입을 앙다물고 마치 죽은 사람 같은 눈빛으로 바닥의 청석을 바라보며 원한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가라! 즉시 가서 이 일을 이부인한테 알려!”
그녀가 이렇게 괴로운데, 송씨를 가만둘 수 있겠는가?!
방죽이 재빨리 눈을 굴리며 임근용을 쳐다보자, 임옥진이 소리를 꽥 질렀다.
“빨리 가라는 말 못 들었어?”
깜짝 놀란 방죽이 황급히 대답했다.
“예.”
그녀는 대답을 마치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임옥진은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맥없이 임근용에게 몸을 기대며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자.”
안에서 동정을 살피던 소심이 황급히 나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대부인, 괜찮으세요? 아니면 일단 들어가서 좀 쉬시다 가시겠어요?”
마음이 몹시 초조한 임옥진이 그녀를 상대할 기력 따위가 어디에 있겠는가! 임옥진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근용이 얼른 소심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그녀가 이렇게 말하며 방령에게 눈짓했고 두 사람은 함께 임옥진을 부축하며 돌아갔다.
소심은 멀어지는 그녀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영경거로 돌아갔다. 그녀는 복도에 서 있는 사 마마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단에 투자한 일이 크게 잘못된 것 같아요.”
사 마마가 막 대답을 하려는데 방 안에서 육 노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아이들이 얼마나 투자했는지 아느냐?”
임근용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사 마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대부인께서 저렇게까지 충격을 받으시는 걸 보니 꽤 많은 돈을 투자하신 것 같긴 하네요.”
육 노부인은 아미타불을 외고 염주를 돌리며 목탁을 두드리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죽이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소부인, 이부인께서는 이 소식을 듣고 바로 기절하셨어요. 대소부인께서 마침 옆에서 시중을 들고 계시다가 이부인의 인중을 힘껏 꼬집으셨는데 그래도 한참 동안 못 일어나시다가 깨고 나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대소부인은 한쪽에서 울고 계셨고 삼소부인은 의원을 부르러 가셨어요. 분위기가 안 좋아서 노비는 먼저 돌아왔어요.”
그녀가 임옥진의 방을 힐끗 쳐다보며 속삭였다.
“대부인은 좀 어떠세요?”
“누워 계셔,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으시네.”
임근용이 졸고 있는 의랑을 반씨와 두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난 잠시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으니 너희는 의랑이를 데려가서 재워. 일어나면 잘 달래서 거기서 놀게 하고 이쪽으로는 데려오지 마.”
이렇게 사람들의 심기가 불편할 때 어린아이까지 성가시게 구는 건 좋지 않을 것이다.
두아와 반씨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고 대답한 뒤 재빨리 의랑을 안아 데려갔다.
임근용은 그제야 다시 방죽에게 물었다.
“삼부인 쪽 상황은 어때?”
방죽이 치마끈을 배배 꼬며 문 앞에 서 있는 어린 시녀를 힐끗 쳐다보고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임근용은 긴 복도를 따라 반대 방향으로 십여 보를 걸어간 뒤 말했다.
“이제 말해 봐.”
방죽은 한숨을 내쉬고 다가와 속삭였다.
“삼부인께서 울면서 난리를 피우셨대요. 이노야를 흘겨보시면서 계속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시고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노비 생각에는 이노야께서 대노야랑 같이 계신 게 아니었다면 아마 이노야를 붙들고 우셨을 거예요. 삼부인 친정 쪽에서도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임근용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누굴 탓하겠어? 넌 사람을 보내 세전 공자한테 이 소식을 전해. 그리고 나가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봐. 혹시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방죽은 대답하며 할 일을 하러 갔다.
임근용이 몸을 숙이며 방 안으로 들어가니 소성과 아유가 조용히 한쪽에 서서 숨을 죽이고 서 있었고 하 이낭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내심 있게 임옥진을 위로하고 있었다.
“대부인, 몸이 상하실 수도 있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아요? 대노야께서 분명히 뭔가 방법을 찾으실 거예요. 일단 이 인삼차부터 한 모금 드셔 보시겠어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며 인삼차를 건넸다.
한껏 성질이 난 임옥진이 손을 휘둘러 그 인삼차를 내동댕이치고 욕설을 퍼부었다.
“천하고 멍청한 것! 저리 꺼져!”
소성과 아유는 찍소리도 못 하고 일제히 뒤로 물러나며 옷깃에 파묻히기라도 할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하 이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떨어져 깨진 그릇 조각을 주웠다. 그녀의 행동거지는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방 마마와 방령은 냉담하게 방관하며 전혀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임근용이 천천히 하 이낭을 향해 걸어갔다.
하 이낭은 임근용의 신발 끝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근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복숭아꽃처럼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속눈썹 끝에 영롱한 눈물방울 두 개를 매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초여름 새벽 꽃잎 끝에 맺혀 있는 이슬방울처럼 가련하면서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진정한 미인은 울어도 빗물에 젖은 배꽃처럼 자태가 고와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지 않던가. 의심할 필요 없이 하 이낭이 바로 그런 미인이었다. 사람이 늙으면 쓸모없어지게 마련인데, 성격마저 안 좋은 늙은 부인이 자기 기분 나쁘다고 꼬투리를 잡아 꽃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애첩을 구박해대는 걸 남편이 알게 되면 안 그래도 미운 사람은 더 밉고, 예쁜 사람은 더 예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임근용의 눈에 이 하 이낭은 자업자득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음흉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나이 어린 의랑이조차도 임옥진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눈치채고 평소보다 조용히 앉아 얌전하게 구는데, 하 이낭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럴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걸 정말 몰랐을까? 일부러 이렇게 임옥진의 성질을 건드는 걸 보면 그녀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임근용은 하 이낭의 속눈썹에 매달려 반짝이는 눈물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일은 이낭이 직접 할 필요 없고 시녀들한테 시키면 돼. 잘못해서 손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지금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아버님과 어머님 두 분 다 기분이 안 좋으셔. 이낭까지 두 어르신들께 걱정거리를 만들어 주진 마.”
하 이낭은 살짝 억울한 듯 윤기가 흐르는 붉은 입술을 꼭 다물었지만 천천히 감정을 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소부인 말씀이 맞아요. 천첩 명심할게요.”
임근용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쌍희에게 지시했다.
“바닥에 깨진 조각들을 싹 치워.”
임근용이 손수건을 꺼내 임옥진의 몸에 묻은 인삼차를 닦았다.
방령이 어찌 감히 임근용의 시녀에게 이 방의 일을 시키겠는가. 그녀는 쌍희가 들고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조용히 빼앗아 고개를 숙인 채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하 이낭은 손에 깨진 도자기 조각 두 개를 들고 뭔가 말을 하려했다. 방령이 눈을 내리깐 채 쓰레받기를 그녀의 앞에 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낭, 깨진 건 여기다 버리세요.”
하 이낭이 말없이 깨진 도자기 조각을 쓰레받기에 던진 뒤 또 손수건을 물에 적시러 가자 방 마마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건 노비가 할게요, 이낭은 그만 가서 쉬세요.”
임옥진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다.
“꺼지라는 말 못 들었어?! 귓구멍이 막혔나?”
임근용이 소성과 아유를 힐끗 보았다. 벌써 분위기를 읽은 두 사람이 말없이 절을 한 뒤 하 이낭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우린 이만 가요.”
하 이낭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없이 두 사람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입구까지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리더니 침착한 눈으로 임근용을 바라보았다. 임근용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하 이낭의 긴 속눈썹 끝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이 쓸쓸하고 가련해 보였다.
임근용은 시선을 거두고 임옥진의 옷을 정돈해 주며 낮게 속삭였다.
“화가 난다고 몸까지 상하게 하시면 되겠어요. 돈이야 쓸 만큼만 있으면 그만이지만 건강은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거예요.”
임옥진은 그녀를 등지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근용도 말없이 그녀의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육건신과 임옥진이 대체 얼마를 투자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임옥진이 이러는 걸 보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절로 예전의 임옥진이 떠올랐다. 그 당시 육운은 아직 어려 시집가지 않은 상태였고, 임옥진도 강남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중에 재물을 많이 쥐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육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나 임씨 가문의 여자 식구들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곡식을 사서 비축해 두었다 파는 일도 참여하지 않겠다 할 정도로 거만하게 굴며 사람들을 깔봤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