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ibility RAW novel - Chapter 14
04. Baby & Baby
“아흣, 아응, 아.”
머리가 띵하고 골 전체가 찌릿찌릿 울렸다.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흐트러지는 건 그녀였다. 질속한 피스톤질을 견디지 못해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자 침대 헤드에 앉아 있던 이환이 그녀의 엉덩이 두 쪽을 쥐고서 바짝 끌어당겨 모았다.
그에게 당겨진 만큼 다리가 벌어지고 안을 후비던 페니스가 그의 의도대로 더욱 깊은 각을 그리며 찔러 대자 결국 가련하게 중심을 잡고 있던 등허리가 뒤로 꺾여 넘어갈 듯 휘청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모유가 들어차 젖이 무거운데 위아래로 출렁거리니 그가 된통 빨아 부은 유륜부터 모유가 흘러 젖은 젖꼭지, 아침보다 뭉쳐 흔들리는 몽우리까지, 아릿아릿한 아픔과 그에 비례해 증식하는 쾌감에 제 스스로 두 젖을 받쳐 잡을 수밖에 없었다.
삽입의 반동으로 꿀렁거리는 와중에도 색이 짙어진 젖꼭지가 모유를 찔끔찔끔 토해 내 가슴살이 죄다 젖어 미끈거렸다.
작은 손으로 넘실거리는 젖가슴을 받쳐 잡아 주무르며 억센 추삽질을 견뎌 내느라 가녀리게 신음하자 그가 연의 상체를 확 끌어와 그의 가슴에 붙여 주었다. 땀에 젖은 서로의 살결이 뜨끈한 반죽처럼 찰싹 달라붙는다.
무게 중심이 그가 되니 한결 엉덩이를 흔들기 수월했다. 연은 그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고서 골반을 흔들어 삽입부로 몰아치는 오르가즘에 열중했다. 마침내야 젖은 구멍을 불알 직전까지 갖다 붙이고 빠르게 허릿짓을 하자, 전신 곳곳에서 열이 붙고 눈앞이 터졌다.
“아흐, 아, 아!”
굵직한 밑둥치를 머금어 비로소 제 속으로 비볐을 때 느껴지는 절정감은 단순한 삽입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만이 선사할 수 있는 경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쪽쪽, 목덜미로 이어지는 그의 집요한 키스까지 더해지자 머릿속은 이내 폭파하듯 파열되고 떠도는 쾌락의 잔해만이 가슴 전신에 퍼졌다.
더불어 그의 가슴팍에 젖가슴을 비벼 흔들어 대는 통에 이환의 탄탄한 맨가슴이 모유로 흠뻑 젖었다.
수유 기간이라 가만히 있어도 모유가 흘러 수유 패드가 젖을 지경인데 그의 너른 가슴팍에 두 젖이 뭉개져 요동치니 묵직하게 들어찬 모유가 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맨살을 타고 흘러 가슴을 휘적시고 있었다.
지저분하게 더럽혀진 몸뚱이에 흥이 식을 만도 하건만 모유가 맨살 위로 질척하게 맞부딪치는 소리에 더 추삽질이 깊어졌다. 페니스의 삽입 각도가 그의 복근 쪽으로 깊어지고 끈질겨졌다. 그 흡족한 교미에 동시에 신음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 부푼 젖가슴 살가죽을 게걸스레 핥고 모유가 흐르는 젖꼭지를 콱 씹었다. 주륵, 튀는 유즙 방울을 꿀꺽 삼키곤 아픔을 호소하는 젖가슴 전체를 핥아 댔다.
그의 혀가 유두를 쓸고 지나갈 때마다 젖빛 방울이 착실하게 혓바닥을 축이고 목구멍을 보드랍게 적셨다. 얼얼함에 솟은 젖꼭지를 만질 새도 없이 그가 아려 퉁퉁 부은 젖꼭지를 빨아 달래 주었다.
흡입구가 빨아들이는 강한 압력에 그의 입 안에 먹힌 유륜 주위가 아릿한 통증과 그와 맞서는 쾌감으로 몸부림쳐 댔다. 와중에도 젖이 나오니 그가 목젖을 꿀떡거리며 넘어오는 달큼한 것을 삼켰다.
“이런 걸 매일 먹으니 토실이가 살이 오르지.”
아랫입술에 젖 방울을 묻힌 그가 진지하게 아이가 살이 오른 이유에 대해 통감하고 있었다.
“아파?”
“괜찮… 아.”
“이건 뭐, 내가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진심이 흠뻑 묻어 나온 그의 뜨거운 날숨에 연은 내놓은 젖가슴 두 쪽을 부르르 떨었다. 그새를 견디지 못하고 뿌연 모유가 유두 주름을 타고 그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젖 능선을 따라 검흘렀다.
그렇지만 연은 구불떡구불떡하며 안에서 용솟음치는 페니스를 신경 쓰기에도 머릿속이 벅차 앞가슴 사정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후으, 애 깨면 어떡, 해. 조금 천천히.”
“깨기 전에 빨리 하고 끝내는 게 낫지 않겠어?”
씨익 웃는 입술이 전하는 바는 따로 있었다.
“그럼 얼른 싸. 승주 깨기 전에.”
그의 말에 동조를 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이환이 빨던 젖을 뱉고 그녀의 허리에 손을 뻗어 자세를 뒤집어엎었다. 엉덩이를 그에게로 쭉 빼고선 시트에 상체를 딱 붙이니 이내 마지막 절정을 위해 재차 삽입한 페니스를 엉망으로 흔들어 입구를 긁고 쑤셨다.
“앙! 이렇게, 세게, 아! 하면, 아앙!”
“정말 바로 싸?”
안 된다고 도리질을 치는 그녀가 스스로 엉덩이를 돌려 가며 좁은 구멍 가득 욕망에 휘감긴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그는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불그스름한 자지를 처박고 들어올 적마다 꾹꾹 씹어 대는 요망한 질구를 쳤다.
“너, 구멍 많이 부었어. 그만 싸자, 어?”
그녀의 안위를 걱정했다. 사실은 출근하기 전 거의 아침나절 한바탕했는데, 퇴근을 하고도 맞춰 먹으니 이 여린 구멍이 부어오를 만도 했다.
싫다고 그의 골반에 엉덩이 두 쪽을 흔들며 딱 붙이는데 정말이지 걱정과 동시에 사랑스러워 머리꼭지가 튄다.
“하여간 얼른 싸랄 땐 언제고. 응? 꼭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시지.”
“더… 더 먹고, 으응.”
이 구멍으로 애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의문이었다. 그의 성기 하나 받아 내는 것도 힘에 부쳐 하면서. 그녀가 원할 때까지 좆을 넣어 주고 한껏 안을 들락거려 주고 나서야 그녀가 마침내 사정을 허했다.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탄력을 받아 흔들거리는 귀두를 거세게 안까지 치받쳐 놓은 채 그녀가 진탕 흘려 대던 모유와 같은 유백색 정액을 토해 냈다. 보다 걸쭉하고, 보다 음탕한.
“아앙! 앙!”
박혀 있던 굵다란 귀두를 뽑아냄과 동시에 두툼한 귀두 삿갓이 지스폿을 치고 튕겨 나왔는지 흥분액이 음모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다 대번에 시원한 쾌감을 터트리며 남은 줄기까지 쏘아 냈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탓에 물줄기의 낙차가 컸다. 그는 기어코 시트가 난잡하게 젖어 가는 광경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온통 그녀의 것으로 젖어 드는 게 보기 좋았다.
“아으… 여기… 미치겠, 흐으.”
소변인지 흥분액인지 분간이 모호한 음란한 물을 한참 흘려보내면서도 그녀는 스미어 번지는 오르가즘에 음핵을 좌우 양옆으로 문대 가며 온몸을 뒤틀어 댔다. 시트가 물 먹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를 증명하듯 싸면서도 연신 벌름거리는 질 구멍은 성감에 푹 절어 있었다.
“더 싸. 뭘 싸도 예뻐 넌.”
그가 던진 자극을 전력투구로 때려 맞은 그녀는 절정의 어딘가에서 넋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쾌감의 나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손은 끈질겼다. 이 절정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기특하게 손가락을 놀렸다.
이환은 아예 연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치켜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유도하다, 유혹을 참지 못하고 젖어 벌름거리는 둥그런 구멍에 혀를 넣어 오르가즘의 잔여 액을 빨았다.
“아앗, 지금은 안, 아아!”
뜨끈한 액의 쾌감을 쏟아 내는 요도에 혀를 붙이고 음핵까지 혀끝으로 문질러 흐트러뜨리자 풀썩, 시트로 몸이 넘어가는 그녀가 손톱을 세워 시트를 할퀴고 눈물 젖은 얼굴로 눈을 감았다.
모유로 젖은 가슴하며 그의 정액으로 난잡해진 음부, 아래위로 엉망이 된 그녀의 자태를 감상할 새도 없이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깬 거 같아.”
“보고 올 테니까 있어.”
그는 쌔근쌔근 숨을 고르는 그녀의 뺨에 입 맞추고서 가운을 걸치고 방을 나갔다.
연은 제가 추접하게 쾌감을 쏟아 낸 탓에 온통 젖어 버린 시트를 더듬다 젖은 이마를 훔쳤다. 또 그녀가 뜨끈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그가 귀찮은 일을 도맡게 생겼다.
그렇지만 그와 뜨겁게 살을 겹치는 것은 역시 좋았다. 섹스 내내 오롯이 그녀에게만 집중하며 보듬는 그를 가장 절실히 느낄 수 있어서, 연은 그가 죽자 사자 파고들었던 음부가 아직 채 다물어지지 않은 것을 느끼며 잦아드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가 침실 콘솔에 놓아둔 물을 마시다 말고 그녀에게 남은 물을 내밀었다. 목을 축이라는 그의 배려에도 그의 손을 침대로 끌어와 앉히고 대충 여며 헐거운 가운 앞섶을 벌렸다.
후희를 즐길 여력도 없이 침실을 나가, 아직 기운이 빠지지 않고 반쯤 서 껄떡이고 있는 페니스가 툭 박차고 올라왔다.
그럼 그렇지, 한두 번 사정으로 쉬이 죽을 성기가 아니었다. 여태 그와 배를 맞춰 온 전적이 얼만데 그의 아랫도리 사정쯤이야 훤했다.
연은 묵직한 무게감에 출렁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침대 아래로 내려와 물러앉고서 군데군데 뭉친 애액이 말라붙어 난잡해진 페니스를 가슴 골짜기 안으로 깊숙이 끼워 넣어 파묻었다.
그러모아 쥔 가슴을 압박하며 끼운 것을 문질러 비비자 손가락 끝에 닿는 유두가 촉촉하게 젖어 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부드러운 젖가슴 살갗에 환열하며 쿠퍼액을 잘금잘금 지리는 그를 보자 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차례 절정을 쏟아 내 힘이 떨어진 손을 간신히 수습해 남자의 자지를 중앙에 들여세운 후 젖무덤을 한데 모아 압박했다.
손바닥에 힘이 가해지고 유방 전체로 조이니 꼭지가 아리고 몽우리가 욱신거렸지만 미숙하게 주물러 주는 애무에도 금방 젖색 정액이 고이는 귀두구의 음란한 광경에 연은 자꾸만 흔드는 손이 바빠졌다.
“너 젖, 하, 천천히, 어? 연아, 괜찮으니까. 흣, 젖 나오잖아. 아프다며.”
손가락 새에 끼워진 꼭지가 꼬집힐 때마다 주륵, 샌 유즙이 어느새 가슴 언저리를 적셨다.
코끝을 후비는 젖내도 마다 않고 추켜세운 페니스를 야살스레 끼워 올리던 그녀가 힘에 부쳐 박자가 엇나가기 시작하자, 그가 대신 두툼한 상체와 이어진 허리 그리고 골반을 흔들어 발그무레하게 익은 페니스를 치키기 시작했다.
미끄덩거리는 유방 사이에서 한데 젖어 우윳빛으로 물든 남자의 성기가 음란성 짙은 정액을 뻐끔거리기 시작했다. 흥분이 차곡차곡 쌓인 남성의 귀두는 맛깔스럽게 익어 사정의 낌새를 드러냈다.
구태여 눈으로 확인치 않아도 연은 풍만한 젖몸 사이를 주살나게 드나들던 페니스가 끝내 절정의 초입에 다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슴골 사이에서 한층 더 뜨겁게 부푼 귀두가 사출의 신호를 보내 왔기 때문이다.
가쁘게 뻐끔거리는 요도 구멍을 보던 연은 혀를 내어 귀두를 크게 핥으며 물었다.
“아, 으응, 아, 어디에 응, 쌀 거야?”
“후, 어디로, 큿, 먹고 싶은데. 너 원하는 대로 싸, 줄 테니까.”
그가 신음을 죽이느라 갈라진 음성으로 그녀의 의사를 물어 왔다. 연은 곧장 모으고 있던 가슴을 열고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보란 듯이 엎드려 엉덩이를 세우고 가슴이 납작해지도록 상체를 낮췄다. 남자의 씨를 가장 깊숙하게 받아먹을 수 있는 짐승의 교미와 같은 체위.
후배위를 위해 자세를 취하자 그가 더 따져 묻지도 않고 페니스를 질구에 붙여 한 템포 깊게 호흡한 뒤 사출 직전의 성기를 깊숙하게 곤두박아 넣었다.
쩍, 쩍, 몇 번의 추삽질이 이어지고 고통과 가까운 오르가즘에의 만족으로 엉덩이를 달달 떨었을 때, 그가 때를 놓치지 않고 파정했다.
이제 그는 그녀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원하는 것을 척척 갖다 바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흉악한 페니스도, 그에 걸맞게 질펀하게 쏟아지는 정액도 모두 그녀의 것이 아닌가.
감당키 힘든 그의 육욕진 순애에 털썩, 쓰러지듯 무너지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그는 끈질기게 입을 맞댔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따뜻한 목욕물 안, 그의 너른 품속이었다.
고요한 욕실엔 찰랑거리는 목욕물 소리가 낮은 높낮이를 이루며 들려왔다. 마치 피로한 그녀를 위로라도 하듯 뜨거운 그의 품만이 사무치게 느껴질 뿐이었다. 등 뒤에선 그의 나른한 숨소리가 다소 불규칙적으로 쏟아졌다.
설마, 또 성욕이 차오른 건 아니겠지. 연은 간과할 수 없는 가능성을 조심히 묻어 두고서 상체를 더욱 누여 그의 가슴을 지지대 삼아 눈을 감았다.
이환은 그녀가 보다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잡아 주며 얼룩덜룩하게 씹혀 외잡스레 붉은 자국이 뒤덮은 젖가슴을 주물렀다.
“아응….”
“유축을 했는데도 젖이 많이 부었네. 원래 이런 건가.”
그가 젖가슴이 녹아떨어지도록 물고 빨고 온통 쥐어흔든 통에 그런 거라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녀가 자진해 흔들었던 기억 역시 선명히 떠올랐기 때문이다.
뭉친 몽우리를 꾹 누르는데 절로 허리가 튀었다. 주물럭거리는 손아귀의 힘이 적당해 기분 좋게 시원했다.
그녀의 손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손바닥이 풍만한 젖가슴을 거뜬하게 받쳐 들고 안정감 있게 마사지를 했다. 원하는 곳을 속속들이 지압하며 누르고 당겨 주는 악력에 절로 앓는 소리가 샜다.
만족과 아픔의 경계에서 가늘게 끙끙대자 마사지에 열중하고 있던 그가 진지하게 고뇌했다.
“애 두 번 낳다가 애 잡겠다, 잡겠어.”
전자의 애가 승주를 가리킨다면 후자의 애는 그녀를 말하고 있음이었다. 그에겐 그녀가 어화둥둥 보듬어 주고만 싶은 아내, 혹은 사랑해 종일 물고 빨아도 아쉽기만 한 여자였다.
그런 그에게 연이 아이를 가진 것이 마냥 좋게만 보일 리가 없었다. 임신 중에도 고생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툭하면 첫째 아이로 끝내자고 하던 그였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데 그 구멍에서 애가 나오는 게 말이나 되냐고 그는 바짝 마른침을 삼키곤 했었다.
“하여튼 내가 묶든가 해야지.”
“안, 안 돼!”
“어?”
혹시 둘째는 안 된다 할까 그녀가 선수를 쳤다.
“그래도 있잖아, 나 요즘 승주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 선배 많이 닮았잖아. 그래서 얼마나 예쁜지 몰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묶을 필요는….”
아이는커녕 결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던 입장이었다. 마음이 바뀐 건 오로지 이 남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차이환이 아니라면 감히 꿈꾸지도 않았을, 누군가에겐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겐 가장 큰 변화이자 행복이었다.
그와 닮은 아이를 낳고 매일을 정성껏 사랑해 주는 이 남자와 함께한다는 것.
그렇게 아이와 함께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열심히 어필을 하는데 답도 않고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만 보는 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가는가 싶더니 피식 웃는다.
걸리는 웃음이, 올라가는 입매가, 섹시하게 접히는 눈꼬리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연은 순간 멍하게 그를 바라보다 가까스로 정신을 챙겨 물었다.
“…왜?”
“아니 뭐, 좋아서.”
“뭐가?”
“난 네가 그런 눈으로 봐 줄 때 좋더라.”
“그런 눈?”
“너 내 거 빨면서 꼭 그렇게 보거든. 지금처럼.”
우씨. 지금 얼마나 진지한데 놀리고 있어.
“몰라. 변태야. 말 안 해.”
토라진 척 툴툴거리면서도 그의 손을 유두로 조준해 옮겨 주자 목덜미로 낮은 실소가 터졌다. 그의 웃음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돌아 버리겠네. 짧게 뇌까리며 조금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는 그를 보자 그가 키스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욕망은 습격처럼 찾아왔다. 소망을 힘껏 담아 고개를 틀어 그를 쳐다보며 씀뻑씀뻑 야살스레 눈을 깜빡이는데 마침내 그와 눈이 마주쳤다.
“뭐, 또, 왜.”
이미 그녀의 속셈을 간파한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되레 저의를 물어 왔다.
도발에 넘어가지 말자고 그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고 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유혹에 결국 버티지 못하리란 사실도.
그렇지 않아도 더 이상 몸을 겹치면 그녀의 몸에 무리가 간다는 염려를 하고 있는 그였다. 그랬으니 두 번의 사정으로 갈무리를 한 것이다.
평소의 루틴을 벗어나 예외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것을 모를 리 없어 연은 더욱 그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너 내가 그렇게 보지 말라고, 하.”
저음의 욕지거리가 섹시하게 들리는데 저 역시 미친 것이지.
“아, 좆 또 섰어.”
결국 입술이 부딪쳤다. 그러게 불가항력이라니까. 모르는 척 상체를 슬쩍 빼자 도리어 안달이 난 그가 몸을 붙여 온다. 마침내 그녀가 원하던 것이었다.
***
그는 벌써 며칠째 재택근무를 택했다. 아이를 봐주는 베이비시터도 있고, 양 조모가 살뜰히 아이를 보러 집에 들르건만 그는 재택근무를 위해 거의 한 달을 잠 한숨 못 자고 일하다시피 했었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출근 대신 서재를 택한 그가 아이 곁을 차지했다.
연은 결국 탈이 났다. 몸살기가 있어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오전 반나절을 보내야 했다. 꼼짝도 못 하고 이불로 온몸을 싸매고 있는데 이마가 덮였다. 커다랗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내 남자의 손.
일부러 눈을 뜨지 않고 맞닿아 오는 손에 이마를 딱 갖다 붙이니 그가 뺨까지 만져 왔다.
“더 자.”
“승주는?”
“내가 볼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떡 치다가 드러누운 건 너 하나일 거다.”
흩어지는 한숨 끝이 뺨에 닿다 말고 떨어진다. 그게 아쉬워 힐끔 눈을 뜨자 가라앉은 남자의 눈이 보였다.
“그러게 내가 더는 힘들다니까. 어떻게 욕실에서까지 해?”
“너 지금 장난, 아니다. 됐다.”
흐응, 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모른 체 다시 눈을 감았다. 너한테 정신 못 차리는 내가 미친놈이지 누굴 탓하겠냐. 중얼거리는 그가 결국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방을 나갔다.
아이 울음소리 한 번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들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쉴수록 달콤한 향기가 불어오고 자꾸 잠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연은 본능적으로 그 향기의 품 안으로 답삭 들어가 몸을 비볐다. 이불 속보다 배는 따뜻했다. 훨씬 너르고 의지도 되고 등을 쓰다듬는 촉감이 부드러운데 또 탄탄하기도 하고.
“따뜻해….”
너른 그곳에 얼굴을 파묻고 비비적거리자 등을 쓰다듬는 촉감이 더욱 보드라워졌다.
“당연히 따뜻하겠지, 네 서방님 품속인데.”
“으… 응?”
“아냐. 자. 자지 만지면서 잘래? 아니다. 자.”
헤실헤실 술에 취한 것처럼 아드레날린이 머리 꼭대기에서 뱅뱅 도는 기분. 몸살 기운에 제대로 취한 건지, 이 따뜻함에 온전히 마음이 놓인 건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연은 꿈속에서 잔뜩 술에 취해 구름 위를 뛰어노는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귀엽지나 말든가. 뭘 또 자면서까지 귀엽고 난리, 어, 아냐 아냐. 자.”
그중 가장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건 이 저음의 음성이었다.
“으응.”
연은 두 눈을 비비며 한결 가벼워진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분명 이른 오후부터 잠이 든 것 같은데 커튼 밖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거의 오후 반나절을 누이고 있던 몸을 일으키려는데 허리를 감고 있는 커다란 팔에 짓눌렸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매가 잘생긴 게 티가 난단 말이야. 새삼 주책맞은 감탄을 하며 꼬리가 길게 늘어진 이환의 눈가를 탐색했다.
이렇게 무방비한 얼굴로 나른하게 잠든 그를 보는 게 아주 오랜만인 것 같았다. 벌써 살을 비비고 함께 산 지가 햇수로 세어야 할 만큼이 되었지만 늘 그에게 무방비하게 늘어진 모습을 보여 준 건 그녀 쪽이었다.
섹스 전이나 이후나 먼저 나가떨어진 건 그녀였고, 그는 그녀보다 출근조차 이르게 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토실이를 낳고 난 이후에도 항상 먼저 일어나 아이의 젖을 챙겼고, 잠자리를 봐준 남자였다. 그래서 둘째도 낳고 싶다는 태평한 소리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늘 고된 일은 그녀의 손이 닿기 전에 먼저 처리를 하는 남자니까.
가정부가 있고 베이비시터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부모의 손이 닿아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니, 더 그의 자리를 실감할 따름이었다. 그는 소리 없이 더 바빠졌고 묵묵히 그녀의 뒤를 받치고 서 있었던 거다. 이러니 자꾸 이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선배.”
늘 사랑을 고했던 붉디붉은 그의 입술에 쪽 키스했다. 사랑하지 않고는 못 버틸 이 남자가 너무 좋아서.
“사랑해.”
그러니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곁에 있어 달라고.
앞으로 무궁히 함께할 우리의 시간에게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