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44)
145화 약빨
“영약이요?”
“어. 사냥은 아직 무리잖아.”
운기조식은 이미 하고 있고, 역사의 증명을 통해서 성장하려면 마몬족 사냥이라도 나서야 하는데 지금은 적절하지 못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몬스터 사냥을 통해 각성등급을 올리는 것도 적절치 못했다.
동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죠. 아직 건우는 던전이나 필드 다니긴 그렇죠.”
“맞아. 아직 사냥 다니기엔 조금 약해.”
“…….”
어려서가 아니라 약해서였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이 형님은 정말 사람을 평가할 때 나이 자체를 빼놓는 느낌이다.
“하하, 더 강해지면 건우도 데리고 다닐 건가요?”
“당연하잖아?”
새끼들이 사냥에 나서지 않는 것은 덜 자라서 약하기 때문이다. 덜 자라든 다 자라든, 충분히 사냥할 정도로 강하다면 함께 다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 저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하하.”
이걸 준호 형님이 들으면 난리가 날 테지만, 건우의 삼촌과 사부는 이미 작당모의에 들어갔다.
“확실히 좋은 방법이오. 인면지주의 내단이나 이무기의 내단이라면 확실히 몇십 년의 공능은 볼 것이오.”
[나 다 듣고 있다.]건우의 옷섶을 해치고 고개를 빼꼼 내미는 이무기 백사를 보며 당진철이 헛기침했다.
“험, 인면지주도 약효가 좋소.”
“와,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잔인하네.”
수호가 인상을 쓰며 벌레 보듯 하자 당진철이 욱했다.
“대협이 할 소리가 아니오만.”
“어떻게 친구를 먹냐?”
“키우던 개도 배가 고프면 먹는데, 거미가 대수요?”
수호의 표정이 아예 해충을 보듯 변했다.
“와, 걱정만 많은 줄 알았더니 식성도 괴랄하네.”
“후, 되었소.”
수호가 피식 웃었다.
“길들인 애들은 안 먹어.”
수호가 길들인 맹수들은 일정부분 의식이 연결된다. 배가 고프다고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먹을 사람은 없다.
천적 관계의 맹수들도 수호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면 서로 적대하지 않는다.
토순이가 늑대나 곰과 투닥거리며 놀긴 해도 잡아먹진 않는다.
“이것도 영약 아니냐?”
수호가 후왕의 동굴에서 얻은 풀과 이끼를 꺼냈다.
“으음. 하나 줘 보시오.”
풀잎 하나를 받아 오물오물 씹던 당진철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소처럼 풀을 씹던 그가 퉤 뱉어냈다.
“왜? 영약 아냐?”
“맞소.”
“근데 왜 뱉냐?”
“더럽게 맛이 없소.”
이 새끼 보소?
지 거 아니라고 막 뱉네.
“걱정 마시오. 이미 그 기운은 모두 취했소.”
“아니, 그러니까 왜 네가 취하냐고.”
“…….”
당진철이 입을 꾹 다물었다가 물었다.
“그게 전부요?”
수호의 손에 쥐여진 풀은 다섯 뿌리.
“아니. 더 있어.”
“그럼 한 뿌리 정도는 내게 줄 수도 있잖소? 대협께서는 한 번씩 너무 박하게 구시오.”
“넌 먹어봐야 약빨 없잖아.”
“미약한 내공 증진의 효과는 있소. 잠깐 기다려 보시오.”
당진철은 그대로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아주 짧은 소주천 후에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의 내공 증진이 있었소. 건우가 섭취하면 2년 정도의 내력 증진은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오.”
“호, 2년.”
다섯 뿌리만 해도 10년의 내공이다.
“아깝기 그지없소. 환단을 제조할 수만 있다면 그 효과가 더 극대화될 것인데…….”
“괜찮아. 많으니까.”
수호는 인벤토리에서 영초를 한 움큼 더 꺼냈다.
그 양에 당진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니, 대협은 그만큼 가지고 계시면서 내가 먹은 잎 한 장이 아까우셨소?”
“아오, 쪼잔한 놈. 이거 너 먹어.”
수호는 한 주먹을 다 넘겨주고는 인벤토리에서 또 그만큼을 꺼냈다.
“아니, 대체 얼마나 있는 거요?”
“이거 스무 배 정도?”
“……!”
아무리 미약한 증진 효과가 있는 영초라도 그 정도 양이면 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사탕처럼 까먹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거다.
“영약은 동시에 독약과도 같소. 과용은 주화입마를 부를 뿐이오. 환단을 만드는 게 제일 좋긴 한데…….”
“넌 못해?”
“안타깝지만 그렇소.”
수호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럼 일단 이만큼만 먹어 봐. 배탈 나면 약제사 하나 모셔오지 뭐.”
“…….”
주화입마를 배탈로 치부하는 수호의 언변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네, 삼촌.”
착한 조카는 넙죽 두 뿌리 영초를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나머지를 모두 인벤토리에 도로 집어넣은 수호가 당진철을 보았다.
“뭐하냐? 무공 선생이 봐줘야지.”
“그러려고 했소. 여기 앉아 보거라.”
건우를 앉히고 명문혈에 장심을 대고 운기를 도왔다.
“비뢰간지심법의 운용법을 따르거라.”
“…….”
운기중이라 대답은 못하고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운기행공에 집중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레벨 11 – 초심자 (E)
무인
스킬 – 침묵, 운기조식, 비뢰간지…….
전보다 레벨이 무려 3단계나 올랐다.
스킬이야 당진천에게 전수받고 있으니 하나씩 차츰 늘어나 지금은 10개가 넘은 상태.
‘나보다 무공은 더 많네.’
보법이나 신법 같은 것들까지 스킬로 체득하다 보니 조카인 건우가 무공스킬이 더 많았다.
수호의 무공 스킬은 삼재심법과 삼재검법 둘이다.
거기에 파생되는 검법초식이 3가지에 봉인된 오의가 또 3가지.
‘팔방풍우는 풀었고.’
아직 봉인된 오의 둘이 궁금했지만, 그 전단계의 초식의 숙련도를 극한까지 올리지 못했다.
‘차차 하자.’
한동안은 어차피 지구에 있을 계획이라 차근차근 해볼 생각이다.
인생 긴데 조급할 게 뭐가 있겠나.
“후우.”
“후우.”
사제지간이 동시에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영초가 야생상태라 더 섭취는 어렵겠소. 외려 몸을 상하게 할 뿐이오.”
“아쉽네. 그럼 이건?”
수호는 다른 이끼와 영약들을 더 꺼내보았다.
“으음, 분명 기운이 느껴지긴 하나 약제 쪽은 지식이 일천하여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소.”
“건너오기 전에 약제사 하나 더 데려 왔어야 했는데…….”
수호는 이참에 다시 구천 행성으로 갈까하다가도 급히 마음먹지 않기로 했다. 조급해하는 조카 덕에 자신도 괜히 급해질 뻔했다.
“건우야, 라면이나 먹고 가자.”
“네, 삼촌.”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캠핑도구들을 꺼내자 동수가 익숙하게 냄비를 걸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무림맹 임시본부.
“찾았습니다.”
“어디에 있더냐?”
“아미파에 제자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미파?”
여승인 비구니들만을 제자로 받는 문파였다.
그 수는 적지만 고수들의 역량은 소림사에 버금갈 정도의 불도에서 알아주는 문파다.
“예. 특이혈도를 타고났다 하여 어릴 때 치료를 위해 보냈다 합니다.”
“치료를 위해서라…….”
이미 죽어버린 남궁장천의 속내야 알 길이 없다.
천검야장의 딸이 왜 아미파에 있는지, 천검야장 본인은 왜 죽었다 여기는지.
“어찌할까요? 급습할까요?”
제자의 말에 임시무림맹주 중언개가 냅다 머리통을 쳤다.
팍.
“이놈이 무림 멸망을 바라느냐?”
“허, 허면 어찌할지?”
“아미파에 청해 정중히 모셔 오너라. 그 아이가 우리 무림의 희망이다.”
“예?”
중언개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를 보며 한숨 쉬고 말했다.
“혈마라는 칼로 마몬 놈들을 쓸어버릴 것이다. 그 아이는 우리의 칼자루가 될게야.”
“허면 아이를 인질로 잡고 협상을…….”
빠악!
“크흡.”
중언개가 혀를 찼다.
“쯧쯧, 네놈이 무엇이냐?”
“개, 개방 제자입죠.”
“그래. 거지가 잘하는 게 뭐더냐?”
“구걸입죠.”
“그 아이는 무림과 혈마 간의 은원을 풀어줄 열쇠다. 정중히 모셔드리고 구걸하거라.”
중언개의 제자 열개가 눈을 끔벅였다.
“제가 말입니까?”
“그럼 대제자인 네놈이 가지. 누가 간다더냐?”
“그치만…….”
“무림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네놈은 조금의 실수도 없어야 할 것이야.”
거지를 때려치울까?
어디 취직이라도 해야 하나.
열개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무시무시한 혈마를 상대로 구걸하고 오라니.
“왜 대답이 없느냐?”
“……아, 아닙니다. 맡겨 주십시오.”
열개가 물러가고 곧 아미파의 협조에 무림맹의 남은 고수들 중 정예 사절단이 꾸려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에 시민들이 환호했다.
“수호시와 서울시는 굳건한 동맹관계로, 레벨7 던전 발생시 신속한 대응으로 시민 여러분의 불안을 해소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레벨 7 길드.
서울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독자적인 도시를 이룬 수호 길드가 서울시까지 비호해 준다.
레벨 6 던전은 기존의 12구역 방위를 담당한 대형 길드들이 도맡는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와 민간 군사기업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각종 용병 지원책으로 등급업을 독려해 보다 안전한…….”
긴 담화문 발표였지만 요지는 하나다.
아직 세계에서 대응 능력을 크게 갖추지 못한 7성 던전이 서울에 생겨도 문제없다. 수호 길드가 없애준다.
각성자관리국장은 대통령과 독대하며 크게 칭찬을 들었다.
“이번에 아주 큰일을 했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대통령님.”
“하하하, 세계챔피언을 구워삶는 일인데 어디 쉽겠습니까? 지금같이 세계가 단절된 상황에 서로 모셔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용병을 대한민국에 눌러 앉힌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지켜주겠노라 공언까지 받았다.
국방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골칫거리 던전에 대해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다 많은 7성 던전 공략팀을 구성하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편성해 주신 예산으로 최대한 지원해, 세계 최강 각성자 대국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 좋아요. 좋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비서실장이 급히 다가와 보고했다.
“대통령님. 긴급히 보고 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뭔가요?”
“익산의 구천 행성 게이트로 무림인들이 차원이동해 왔습니다.”
“…….”
대한민국이 가진 유일한 구천 행성 게이트다.
호전적인 마몬족 진영이 아닌 무림인 진영이라, 평소 소수의 사람들이 오가며 교류하는 곳이다.
지구인들은 무공 유학을 위해 종종 넘어가곤 하지만, 무림인들이 넘어오는 경우는 아주 소수였다.
지구의 물건들은 게이트를 넘을 수 없으니, 상인에게도 무인에게도 지구는 영 매력적이지 못한 행성이었다.
그저 호기심 많은 무인들이 유람삼아 방문할 뿐이다.
“한 번씩 있어 왔던 일 아닙니까?”
“이번엔 규모가 남다릅니다.”
“몇인가요?”
“109명입니다.”
생각 이상의 숫자에 대통령은 물론 각성자관리국장 또한 흠칫 놀랐다.
구천 행성의 무인들의 각성 수준은 지구보다 평균적으로 높다.
“단체이던가요?”
“예, 맹에서 왔답니다. 통역관이 있어 다행히 마찰은 없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찰이 없었다는 말에 한시름 놓았다.
“문제가 뭡니까?”
“매뉴얼에 따라 출입 절차를 진행했는데 각성등급이 다들…….”
비서실정이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SSS, SS…….”
스크롤을 쭉 올리던 대통령의 얼굴이 한껏 굳었다.
대체 SSS급은 가능한 등급인가 싶을 정도인 데다, SS급만 해도 서른 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S급에 겨우 한 명이 C급일 뿐이다.
이 정도면 지구인 랭킹 1위부터 108위까지 모은 수준. C급 하나 추가된 건 애교 수준이다.
“어디 세계 침공이라도 하러 왔답니까?”
일본 문제도 넘어가고, 7성 던전 문제도 넘어가니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그것이, 진실 여부를 가늠하긴 어려우나 저들 태도가 매우 협조적입니다.”
“흐음. 목적이 뭐랍니까?”
이 정도 전력이 그저 관광을 위해 지구를 찾았을 리가 없다.
“밀양을 방문하겠답니다.”
“……?”
밀양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