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74)
175화 수호기사 (3)
“아니, 뭔놈의 벌거지들이 약을 쳐도쳐도 끝이 없어.”
“엄마, 벌거지 아니. 벌이다.”
“이눔 시키, 고만 좀 쫄쫄 따라댕겨.”
이숙자는 당진철을 향해 스매싱을 날렸으나, 절정무인에 오른 그가 맞을 리가 없었다.
휘익.
유령신보같은 절묘한 수법으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찾은 그를 이숙자가 얄밉다는 듯이 노려봤다.
“그리고 누가 네 엄마야, 임마.”
“곧 엄마. 무조건 엄마.”
“쌍놈새끼. 한 번만 더 자는데 들어와서 요상한 짓 하먼 가만 안 둘겨.”
“쳇.”
기회를 틈타 이숙자가 잘 때 속전속결로 조상신께 고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영혼결혼식을 추진하던 당진철이 입을 삐죽였다.
“제사, 결혼, 엄마, 성공적!”
“이놈의 시끼가!”
구순 바라보는 노인네 앞에 두고 어쩜 저리 재수 옴붙은 말만 늘어놓는지.
“언젠가 나의 어머니!”
“안 꺼져, 이눔 시끼야!”
파팟.
당진철이 신법을 발휘해 멀찍이 떨어졌다.
“망할 놈의 새끼. 아예 죽어라 제사를 지내지.”
“오래 살아야 한다. 나의 어머니.”
분명 저 멀리 날아간 녀석이 다시 코앞에 나타나 이숙자가 결국 들고 있던 봉지를 집어 던졌다.
“이 시끼가!”
텁.
“새로운 독. 감사. 당신은 나의 영웅.”
“말이나 똑띠 배워 이눔아!”
당진철은 멀찍이 떨어져서 이숙자의 화가 풀릴 때까지 원거리 경호했다.
띠리리.
그때 전화가 울렸고, 김미소의 부름이 있었다.
“거 볼 것도 없드만, 무슨 관광을 한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데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길드 내성으로 들어가니 이미 수송드론이 출발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녀 말고도 신입 용병들이 열댓 명이 더 있었다.
그들 모두 당장 던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배틀슈트에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복지부장님 오셨어요?”
“잉, 다들 같이 가는가?”
“네. 얼른 타세요.”
이숙자가 수송 드론에 탑승하자, 언제 왔는지 당진철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옆에 앉았다.
“아 이놈아. 찡기니까. 절루 가.”
자리도 많구만 굳이 옆에 와서 탈 건 뭐란 말인가?
“엄마 보호. 나 사명.”
“어우, 이 모지리……. 건우라도 봐야 말이 통허지.”
위이이잉.
드론이 이륙했고, 곧 4구역을 향한 비행이 시작되었다.
긴장한 신입 용병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당진철과 이숙자의 눈치를 봤다.
“아, 이눔 시끼야. 눈깔에 힘을 빼.”
팍, 팍!
수송 드론 안이라 피할 곳이 없어 그대로 두들겨 맞는 당진철이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머니 손길.”
“어유, 이눔 시키랑 같이 있다가 복장 터져서 죽지.”
말도 안 통하고 매도 안 통하는 놈이다.
“젊은 양반들 긴장하지 말어.”
“아, 넵!”
무려 수호 길드 창립멤버이자 복지부장인 이숙자다. 신입 용병들에게는 하늘같은 인물 아닌가.
그래도 몇 분 지나자 꽤 긴장이 풀어져 몇은 질문을 던져왔다.
“저희 정말 7성 던전 가는 것 맞습니까?”
“잉, 거기가 7성인가.”
“네, 맞아요.”
인솔을 위해 함께한 비서실장 이소진의 확인에, 신입 용병들은 한층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길드에 대기하고 있다가 함께 가는 이들은 죄다 F급이다. 아직 입사 초기 단계라 던전에 나가지 않고 대기발령 중인데, 첫 던전이 7성이다.
“저, 저, 저희 정말 7성 갑니까?”
“아따, 젊은 놈들이……. 나도 가, 이눔아.”
“헙, 넵.”
“엄마 나 지킨다.”
당진철은 각오를 다졌다.
지키는 걸 넘어서, 홀로 강해져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폭렙을 도와주리라.
자신은 사냥해도 아무런 경험치도 못 얻지만 이숙자가 대신 얻으니 참 다행이다.
*
치지지직.
고기가 맛있게 굽힌다.
“우웁.”
“안 드세요?”
“최 대리.”
“네.”
“너 우리 멕이는 거지?”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맛집 간다더니 소고기 집으로 와?”
“여기 “
“소고기만 먹다 왔는데 또 고기를 구워?”
“부사장님이 이리로 가라고…….”
“하…….”
위에서 깠는데 아랫것들이 무슨 힘이 있으리.
“애들 많이 먹여라.”
서민수의 직책은 지원부서총괄팀장.
지원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1인자다.
편한 회식을 위해 방 두 개를 잡았는데 하나는 용병들, 하나는 지원부 식구들이 자리잡았다.
양쪽 모두에 속하는 서민수가 지원부 식구부터 챙기러 들어왔다가, 고기 냄새에 더 못 참고 방을 나섰다.
“다들 물릴 텐데.”
공격대 식구들 데리고 다른 식당으로 갈까 생각하며 방을 연 서민수는 충격에 빠졌다.
“음? 서 팀장 왔어요?”
“어, 여기 앉아.”
“고기 안 드시고 뭐 드십니까?”
테이블 중앙의 석쇠엔 숯불조차 없다.
“역시 소주엔 냉면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는 한동수의 옆에는 벌써 냉면그릇이 여섯 개다.
“여기 맛집이라 그런지 비냉 물냉 다 맛있어요.”
그리 말하는 장재식의 옆에는 그릇이 아홉 개였다.
“아.”
이런 멍청한 놈.
고기가 물리면 사이드를 먹으면 될 것을.
서민수는 자리에 앉으며 벨을 눌렀다.
띵동.
“네, 고객님.”
“여기 계란찜이랑 된장에 밥 세 개요.”
“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서민수가 밑반찬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거 가져가면 참 좋을 텐데.”
지구의 반찬은 가져가지 못한다.
아루카 행성의 식재료로 만든 던전김치가 있지만 이 맛이 아니다.
“에이, 지금 많이 드세요. 지금.”
“그래 배부른 소리지.”
본디 상위 공격대로 갈수록 인원 배정이 빡빡해진다. 하위 던전에서는 존재하는 짐꾼이란 역할도, 상위 던전에서는 모조리 아공간으로 대체된다.
한 명이라도 전투에 도움되지 않는 인원은 없다. 생존과 탐사, 사냥과 공략만을 생각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박수호로 인해 여유롭다 보니 7성 던전을 공략중이면서도 별 실없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
파팟.
“오셨어요?”
김미소는 던전을 나온 박수호를 반겼다.
“얼마나 걸렸어?”
“2시간 20분이요.”
“9시간 20분 걸렸단 거네.”
이번 던전의 시차는 4배다.
“다 잡고 오셨어요?”
“응. 이번에 고양이들 죄다 S 됐어.”
야수왕의 포효가 의외로 효과가 굉장했다.
수호의 조화 스킬과 야수 스킬로 버프받은 야수들이 날뛰다 보니, 전장을 정리하는 데 채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굉장하네요.”
아직 외부에서 수호 길드를 평가할 때 박수호 개인의 무력과 이번에 합류한 홍세희를 중심으로 한 용병들의 전력만 논한다.
하지만 숨겨진 진짜 전력은 야수 군단이다.
“던전 브레이크 걱정은 없겠네요.”
부하 용병들과 사냥하는 것보다 솔로잉이 월등히 빠른 박수호다. 휴식을 최소한으로 하고 혼자서 사냥하면 남은 회차까지도 문제없어 보였다.
“브레이크? 뭐 정 급하면 카우킹만 잡아도 돼.”
“아 참. 창고 다 차지 않았어요?”
“아직 조금 여유는 있는데.”
수호의 인벤토리에 그간의 사냥으로 인한 전리품이 한가득이다.
“트럭 대기시킬까요?”
“됐어. 가서 비우고 오지 뭐.”
“그럼 그사이 공격대 준비시킬게요. 이번엔 입장 제한까지 최대한 데려가주세요.”
“그래.”
휘리릭.
수호가 매로 변신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김미소가 즉시 전화를 걸어 창고관리소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섹션 하나 통으로 비워요. 네, 곧 도착하실 거예요.”
수호의 비행 속도는 수송 드론보다 더 빠르다. 얼마 안 되어 돌아올 것이다.
김미소의 소집에 공격대가 소집되고, 그사이 이숙자도 도착했다.
열댓 명이나 몰려온 인턴들은 길드의 실세 용병들을 마주하자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하며 눈치를 봤다.
‘홍세희다.’
‘쩐다. 대한민국 넘버원이잖아.’
‘그건 그냥 등급이고. 넘버원은 우리 사장님이지.’
‘어쨌든, 지금 우리가 저기 껴서 사냥할 짬이 되는가 몰라.’
인턴들은 저들끼리 쑥덕거리면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그나마 상식적인 답을 냈다.
‘어차피 사냥은 기존멤버로 하고, 우린 허드렛일 하러 들어가는 거 아냐?’
‘그럴 거 같은데. 그냥 T.O 여유 있으니까 데려가는 듯.’
‘시발, 그래도 7성인데 잘못하다 뒈지는 거 아녀?’
저마다 불안 섞인 시선으로 대기중이던 인턴들은, 박수호의 도착과 함께 정신없이 줄 세워졌다.
“자, 차례로 진입.”
처음으로 던전 제한 인원수를 체크하는 과정이다.
서민수를 필두로 박수호와 공격대가 포탈을 향해 속속 진입했다.
파파파팟.
줄줄이 소시지처럼 딸려 들어가던 용병들이 차츰 사라지고 인턴들의 차례가 되었다.
파파파파팟.
설마 죽기라도 하랴.
눈을 질끈 감고 입장하던 인턴들이 들어가다가, 마지막 남은 용병이 포탈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엇!”
통증에 아파하던 그는, 얼른 자신을 잡아끄는 지원부 스텝들로 인해 뒤로 물러났다.
약간 푸른빛을 띠던 포탈은 다시 붉은빛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인던이 생성되었다는 의미.
괜히 개죽음 당할게 아니면 포탈에서 멀어지는 게 낫다.
“휴, 다행이다.”
괜히 위험한 7성 던전까지 따라가서 허드렛일에 짐꾼 노릇하는 걸 면했다.
인턴의 말에 김미소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행이요?”
“헙.”
“이름이 뭐죠?”
“전영수요.”
“입사한 지 얼마나 됐죠?”
“일주일 됐습니다.”
김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입장한 사람들은 동기겠죠?”
“네.”
“동기들과 적어도 5년 격차는 나겠네요.”
“……?”
다행이 아니라 불행이다.
전영수는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
던전 입장한 인턴들은 수호가 건네주는 도끼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 따라와 봐.”
“넵.”
무려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인턴 지도라니.
“자, 차례로 서.”
우르르 몰려간 해님반 인턴들이 식물넝쿨에 묶여 머리만 빼꼼 내민 소를 한 마리씩 두고 섰다.
“이제 모가지를 찍어.”
“예?”
“제일 늦은 놈은 벌칙.”
“헙.”
팍, 팍, 팍!
F급 각성자의 근력수치로 7성 던전의 몬스터에게 상처 주긴 힘들었다. 그들이 어떤 각성 초능력을 얻더라도 마찬가지.
거대한 도끼의 무게가 부족한 데미지를 보충해 주지만, 그 무게로 인해 도끼질 속도는 형편없었다.
퍼억, 콱!
“무어!”
“시발, 깜짝아.”
“으으으으.”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노려보는 소들을 보며 계속하길 10분.
파팟!
“어어?”
첫 사냥에 성공한 F급 인턴은, 단 한 마리로 E급이 되었다.
*
서울의 12개 길드의 전력분석관들이 달려들어 영상을 해체하듯 분석 연구했다.
“이 카우족의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박수호 사장 외의 용병들이 사냥하는 장면이 필요합니다.”
“이건 분석 불가능입니다.”
죄다 하늘에서 떨어져 어디 한 군데 부러지거나 다친 카우족 사냥하는 영상 말고, 제대로 된 사냥 장면이 필요했다.
하지만 박수호의 토네이도 선제공격이 아닌 사냥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
“후, 그건 이후 영상 나오면 분석하지요.”
전력분석관들이 공략법만을 분석하는 건 아니다.
“던전 예상 추정 수익은 나왔습니까?”
“음, 오차는 있지만 수익은 꽤 준수합니다.”
“입장료 고려한 겁니까?”
입장료만 무려 30억인 사악한 던전이다.
수호 길드, 나쁜 놈들.
“네, 그만큼 지불하고도 충분히 수익성이 나옵니다.”
“아니, 쇳덩이가 아무리 많이 나온다지만…….”
길드 연구팀에서 파견 나온 한 명이 영상의 후반부 카우킹의 머리를 가리켰다.
“던전 골드. 저 왕관 하나로 이미 입장료의 10배는 넘게 남겨 먹습니다.”
“…….”
지구에서도 귀한 금이다.
던전산(産) 금의 가치는?
왕관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고 성분을 분석해야겠지만…….
300억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은 최소의 단가일 뿐. 그 이상도 바랄 수 있는 보물이 될 것이다.
“후, 이걸 보고도 아직 공격대를 낼 수가 없으니…….”
12개 길드의 브레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으나 도무지 공략법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