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75)
176화 SSS (1)
던전 총 참여 인원 30명.
이번에 함께한 인턴들은 총 11명.
그들은 빠르게 적응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얼른 얼른 하자.”
“넵!”
“느린 놈들 다음에 안 데려온다. 오기 싫냐?”
어떤 미친놈이 있어 7성 던전에서의 경험치 루팅을 포기하겠나?
“아닙니드아!”
“빨리 빨리 움직여.”
“네엡!”
허리가 부서져라 도끼질을 했고, 한 마리씩 잡을 때마다 두세 단계씩 레벨업을 했다.
1성 던전 솔로잉보다 7성 던전 몬스터 하나 잡는 게 더 낫다.
인턴들 중 누구도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호는 그런 이들을 쭉 훑어보며 뭔가 특이한 각성 스킬이 없나 살폈으나, 눈에 띄는 이가 없었다.
“쓸모없네. 다 전투원으로 써야지.”
내심 그들의 활용가치를 낙점한 수호는 계속 사냥을 했고, 얼추 B등급까지 오르자 포박되지 않은 소들을 던져 주었다.
“무어어어!”
하늘에서 떨어져 상처 입었다곤 하지만, 죽기 싫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들의 뿔은 여전히 위협적인 무기.
몇 시간 전까지 F급 각성자였던 인턴들로서는, 갑자기 B급이 되었다고 하여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엄머야!”
“쉬쉭! 개샤끼들!”
겁을 먹거나 액션만 요란하고 도끼질에 서툰 이들이 대다수.
개중에서 쓸 만한 건 두엇 정도.
파팍! 퍽!
“무어!”
저들은 다음 던전행에도 낙점이다.
신체 변화를 정확히 인지했든 우연이든, 적응이 빠른 이들이다.
나머지는 지금까지 오른 성취만으로도 만족하고 각자 본인의 성장에 적응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잡아요!”
“누나 나이스!”
이미 합이 정확히 맞아들어 팀으로서 200~300마리 소떼의 돌진은 어렵지 않게 막아내는 저 새싹반처럼 말이다.
“곧 카우족 영역이다. 준비해.”
“어우, 형님 밥 먹고 합시다.”
“맞습니다.”
“이모님 오셨는데 밥이나 먹고 하죠.”
“알았어.”
수호는 기대에 찬 그들의 시선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다.
“포인트 아까워.”
“에이, 형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고기만 먹으니 죽겠습니다.”
“김치! 김치 좀 사 주십시오.”
수호의 업적상점에서는 여러 가지를 판다.
맛을 위해 업적포인트를 쓰라는 녀석들을 보며 한마디 해주었다.
“배불렀구나, 우리 동수.”
“헙.”
배가 불렀으니 김치 타령을 하지.
“자, 슬슬 카우족 사냥해 보자.”
언제까지 이들 등급만 올려줄 수는 없다.
여럿 올려 놓으면 싹수 보이는 놈은 알아서 튀게 마련이다.
능력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호 길드에 합류하기 전부터 SS급에 오른 홍세희는 능력있는 부류.
실제로 회귀자 이성우의 미래에서도 영웅 중 하나로 성장하는 그녀다.
쿠웅! 파파팟!
타워실드를 이용한 몸통 박치기 이후 빈사상태의 적의 급소만 타격하는 검술도 간결하고 위협적이다.
“정찰병인가 봐요.”
카우족 하나를 가뿐히 해치우고 온 홍세희가 보고했다. 수호의 고개가 김치 타령하던 동수로 향했다.
“좀 본받아라.”
“……넵.”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던지라 동수는 할 말이 없었다.
“서 팀장. 이거 다 찍었지?”
“네, 아까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꼭 기록 남겨라.”
“네. 하하.”
“7성 던전에서 김치 타령한 최초의 용병이시다.”
“아닛, 형님!”
한창 동수가 놀림 받고 있을 때 이숙자가 나서 주었다.
“어휴, 애들이 왜 그렇게 못됐어. 잘 먹어야 잘 싸우지. 내 들으니께 틀린 말 하나도 없구만.”
수호야 야생에서의 섭식이 익숙하다지만, 현대인에게 몇 날 며칠 고기만 먹게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보급의 부실로 사기가 떨어지는 일은 꽤 흔하다.
“음, 좋아. 한 번은 사 주지. 하지만 이후엔 아루카에서 파는 걸 사와.”
“헉, 형니임!”
동수는 당장 이번 던전을 나가면 요청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수호가 내놓는 식재료를 보고 기대를 모았다.
“이모, 필요한 거 불러 봐.”
맛을 위한 지출이 아닌 사기를 위한 지출이라면 또 말이 다르다. 지금도 업적포인트 자체는 많으니까.
“배추하고, 고춧가루 있냐? 잉, 그거하고…….”
한아름 식재료를 내어놓은 수호는 기대로 모인 용병들을 보며 한소리했다.
“저기 카우성 하나 함락 하고 와.”
카우족은 강변에 나무목책으로 된 작은 성을 짓고 산다.
이 7성 던전에 그런 성이 수백 개.
“갔는데 카우킹 성이면 어떻게 해요?”
“그럼 튀어.”
“헙.”
“얼른 준비해서 가 봐. 슬슬 너희끼리 해야지.”
수호가 부하들을 키우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수호시티 내에 혹시라도 7성 던전이 생겨나면 그걸 대신 처리하기 위해서다.
그 정도 전력은 맞춰 놓아야 안심하고 아루카 행성으로 모험을 떠날 것 같았다.
용병들이 우르르 떠나자, 남은 건 이숙자와 그의 개인호위를 자청하는 당진철, 그리고 무공을 점검받는 건우였다.
장순필과 장취아도 남았고, 인턴들도 위험해서 남아 이숙자의 요리를 지켜봤다.
“와, 복지부장님 엄청나십니다.”
“맛습니다. 벌써부터 군침이 돕니다.”
“저는 목젖이 마중나갈 지경입니다.”
“전 기대감에 말하는 걸 잊었습니다.”
인턴들의 칭찬 러시에 이숙자가 대꾸해 줬다.
“이 잡것들이……. 아부 떨지 말고 저기서 장작이나 갖구 와.”
“헙, 넵.”
무성한 잡풀로 이뤄진 지형이지만 강 근처엔 드문드문 나무들이 모습을 보였다. 아예 나무가 존재하지 않는 지형이었다면 목책으로 성을 쌓은 카우성도 없었을 것이다.
수호는 괜히 시간이 남는 부녀에게 접근했다.
“순필이.”
“네, 주군.”
“이 던전도 터지면 그 군주란 놈이 나오겠지?”
“아마 그렇겠지요.”
몬스터라고 모두가 인간을 적대시하는것은 아니다.
필드에 존재하는 고블린의 모습은 어떠한가?
놈들은 인간을 죽이는 것보다 인간의 눈을 피해 숨는 것을 택한다. 모든 생명체가 개인의 생존과 번식을 우선하는건 당연한 일.
필드에 터지는 던전을 내버려 두어도, 시티 근방만 청소해 주어도 안전한 이유는 몬스터들끼리 생태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버려둔 필드엔 각가지 몬스터 종들이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미 그들은 학습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영역은 건드리면 안 된다.’
많은 들짐승들이 그러했듯, 그들도 외계종을 넘어 이 땅에 자리 잡은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녹아드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극히 자연적인 그 섭리를 허무는 게 군주다.
7성 이상의 던전이 브레이크를 일으키면 던전 보스보다 더 상위의 객체.
지난번 개성 7성 던전의 브레이크로 나온 뱀파이어 백작이 그런 군주다.
녀석은 포탈에서 나온 주변 몬스터를 부리는 힘이 있었다.
“연구해 봐.”
“음, 제1주제가 바뀌는 겁니까?”
장순필의 제1연구과제는 박수호다.
“아니지. 나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겠지.”
수호의 야수 길들이기는 어떠한가?
일일이 야수들을 찾고, 굴복시키고 길들여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마치 의식이 연결된 것처럼 공통된 무언가가 생긴다.
“뭐가 다르겠어. 야수와 아닌 몬스터를 판별하는 기준처럼, 놈들도 그런 게 있겠지.”
수호는 야수라면 지구의 맹수든, 차원에서 튀어나왔든, 던전 안에 있든 모두 자신의 휘하로 거둘 수 있다.
하지만 7성 던전의 브레이크로 인해 나온 군주는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만을 휘하로 거두었다.
대저나 고양이, 토순이처럼 지구에서 태어나 차원에너지를 흡수해 각성한 야수들은 그들의 군대에 속하지 않았다.
그 차이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고, 수호는 고민 대신 지시를 내렸다.
“하나하나 연구해 보겠습니다.”
“좋아.”
당진철은 운기조식에 들어간 건우를 지키다가 수호에게 다가와 물었다.
“내 제자에게 어떻게 한 것이오?”
“뭐가?”
“내력이 아주 큰 폭으로 상승했소.”
“레벨업 했으니까.”
“허, 참. 지구인들은 참 괴랄하군. 이런 짐승 따위를 잡는데 내력 증진의 효과가 있다니.”
수호는 피식 웃었다.
“너희도 맨날 쌈박질하면 오르잖아.”
“허허, 어찌 이런 짐승놀음과 투쟁을 두고 비교한단 말이오.”
수호가 느끼기에 거기서 거기다.
“흠, 순필아.”
“네, 주군.”
“지구인은 어째서 구천 행성의 투쟁까지 가능할까?”
마몬족과 중원인만 가능한 역사의 증명이 지구인은 가능하다.
반대로 마몬족도 중원인도, 지구로 와서 몬스터 사냥으로 레벨업을 할 수가 없다.
그게 가능했다면 지구는 몬스터 침공보다 진즉에 구천 행성과 아루카 행성의 침공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
“연구해 보겠습니다.”
수호와 장순필, 당진철은 어느 순간 말없이 저 멀리 카우성만 보고 있었다.
용병들은 의외로 카우족 전사들을 맞이해 잘 싸우고 있었다.
“슬슬 아루카 행성 갈 준비도 해야겠어.”
“준비하겠습니다.”
구천 행성에서 한차례 또 변화를 맞이했듯, 아루카 행성으로 가는 순간 또 시스템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너도 가야지.”
“나는 가지 않는다.”
당진철이 거부의 뜻을 밝히자 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가야 연구를 하지.”
“무슨 연구?”
“무림인이 아루카 행성에 가면 어떻게 변하는지.”
“…….”
당진철이 혐오스런 표정으로 수호를 보았다.
“우형께서는 어찌 아우를 그리 쓰려 하시오? 내 아직 우리의 호형호제를 하늘에 고하지 않았으니 없던 일로 하겠소.”
“죽을래?”
“은인께서는 농도 구분치 못하시오?”
“나도 농담이야.”
“허허, 사실 속마음이 조금은 있었소.”
“나도 조금.”
“하하하.”
조금 죽을 뻔하였구나.
당진철이 어색하게 웃었다.
“어머니도 데려가 주시오. 그녀와 나는 이미 생을 함께하기로 하였소.”
암기술은 문제없다. 독공의 연구와 개발이 없다면 더이상 사천당문의 재건에 대한 희망도 없다.
“그거 숙자 이모도 아는 소리냐?”
“효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것. 내 마음속에만 있으면 충분한 일이오.”
“이놈 이거, 말빨만 절정 입문한 것 같은데.”
당진철이 서둘러 말을 돌렸다.
“어허, 저것 위험한 것 아니오?”
잘 사냥하다가 밀리는 용병팀을 보며 수호는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
시간이 흘렀다.
7성 던전에 대한 수호 길드의 방위조약으로 안심하기엔 남은 시간이 겨우 20일.
아직까지도 선발대 투입을 하지 못한 12개 대길드 외에도,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슬슬 불안감이 퍼져가는 시기다.
지난 한 달간 던전 공략 회차는 겨우 49회.
하루 1번이 넘는 수치지만, 남은 20여 일간 나머지 던전을 공략하기엔 너무 많은 회차가 남아버렸다.
던전 규모 – 레벨 7 (7980)
남은 횟수 – 168 (1731660)
브레이크 – 21. 23 : 09 : 11
지금 공략중인 던전까지 클리어하고 나온다 하더라도 무려 167회.
하루에 8회. 3시간에 한 번 꼴로 던전 클리어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자, 슬슬 서울시는 물론 해당지역인 4구역의 민심이 들끓었다.
태극기를 동여맨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던전 현장에 나와 시위하는 일이 벌어지자, 수호 길드도 침묵을 접고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