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94)
195화 두유노?
김미소는 어서 빨리 귀환석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롤랑 사에서 제작법을 공개해 버렸기에, 연구소의 엘리트 인력이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차원석을 모두 연구소장인 장순필이 가지고 있다는 거다.
재료가 없으니 수호 길드도 만들어 낼 방법이 없다.
홍세희의 2공격대는 지금 필드의 6성 던전 공략에 나서고 있고, 서민수의 3공격대는 서울 3구역의 6성 던전 공략에 나가 있다.
이제 제법 손발이 맞아 6성 던전 정도는 이틀이면 공략해 내고 최대한의 전리품을 챙겨 올 정도다.
이미 새로 뽑은 인턴들 빼고 기존의 용병들은 최하 등급이 S급이라, 6성 던전에서 부지런히 사냥해 봐야 조금의 경험치를 얻을 뿐이다.
2, 3공격대의 주목적은 레벨업이 아니라 전리품.
그중에서도 아티펙트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나오는 던전 위주로 취사선택해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호시티 내에 생성된 던전이 없어 필드의 던전은 공짜로, 서울 열두 개 구역의 던전은 이용료를 지불하고 공략한다.
“유휴인력이 누가 있지?”
“한동수 이사님이요.”
무려 SSS급.
아니, U급이면서 공격대도 맡지 않고 놀고 있다.
수호 길드 내에 U급 각성자는 총 4명.
홍세희, 서민수, 한동수, 명진이다.
“한 이사, 인턴 교육 가지 않았어?”
수호의 엄청난 던전 버스 덕에 소속 용병들의 커트라인을 S급으로 올려버렸기에, 대규모 인턴 채용이 있었다.
F급부터 A급까지 다양한 인력이 지원했고, 그들의 인사이동과 공격대 재편, 교육 등을 맡고 있을 터인데…….
“박 부사장님하고 최이사가 할걸요.”
박준호와 최수영이 교육을 맡은 모양이다.
‘하긴.’
한동수 성격이나 커리어상 교육 쪽과는 거리가 멀다.
“한 이사 호출해요. 난 잠깐 야수 숲에 다녀올 테니.”
“네, 부사장님.”
비서실장에게 지시해 놓은 김미소는 본사 계단을 내려와 서쪽으로 향했다.
온통 숲뿐인 이 공간은 오직 야수들에게만 허락된 쉼터다.
‘잘하면 사장님 결재 없이 차원석 얻을지도.’
김미소는 기대를 품고 걷고 걸었다.
숲의 중앙에 근접할수록 그를 지켜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나무 위의 원숭이가, 저 멀리 수풀 사이 늑대가, 또 바닥에 똬리 튼 뱀들이…….
숨어서 지켜보던 그들의 시선을 애써 넘기며 숲 중앙의 대장나무가 보이기 시작하자, 숨어 있던 숲의 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
“쉬쉭.”
수호시티 어디에나 있는 야수들이다.
애완동물보다 더 친숙하고, 인간들에게 우호적인 그들이지만 대장나무에 접근하는 것은 박수호를 제외한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다.
김미소가 발걸음을 멈췄다.
더 접근하면 늑대들이 어찌할지 모른다.
김미소 본인도 A등급의 각성자이지만 늑대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이길 자신이 없다.
그녀가 여기 온 것은 싸우기 위해서도, 대장나무를 구경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차이 있어요?”
휘리릭.
검은 연기가 뭉쳐 검은 코트의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한 피부와 무표정한 얼굴이 그녀의 미를 더 돋보이게 했다.
“불렀나?”
수호의 야수 중 유일하게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존재.
“네,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어떤 부탁이지?”
“U급 야수들의 힘을 빌렸으면 해요.”
80레벨대의 군주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80레벨대의 야수가 필요하다.
뱀파이어 귀족을 잡은 것도 짭쿠로와 팔미다.
“주인께서는 영역을 지키라 명하셨다.”
수호가 아니면 야수들에게 명령하기 어렵다. 그것은 한국말로 대화가 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김미소도 알고 있다.
“네,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허락 좀 구해다 줄래요?”
“…….”
차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저 전령으로서의 소임뿐이다.
언제 불러줄지 모르는 백구를 통해 편지를 전하는 것보다, 말 통하는 차이를 통하는 게 백번 나으니까.
“확실히 그런 언질을 받았다.”
차이가 받은 명령은 수호시티가 위기상황이 오면 알리러 오라는 것이지만, 인간 차이지엥으로서 존재했던 ‘경험’도 가진 그녀는 충분한 융통성을 발휘했다.
“다녀오지.”
“네, 고마워요.”
휘리릭.
차이가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녀는 의식의 끈을 타고 연결된 종착지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
7번째 부족이 무너졌다.
마몬족들은 혼비백산해 뒤로 뒤로 전선을 물렸고, 마침내 무림맹 본단이 있던 역사의 눈을 되찾았다.
그새 더 증원된 무림맹 무사들이 2천이 넘었는데 일류 이류 고수 할 것 없이 이번 기회에 죄다 몰려든 모양이었다.
어설프게 건축 중이던 마몬족 가옥을 무너트리는 모습을 보며, 수호는 무림맹 본단의 최 중심지로 향했다.
주변은 온통 폐허다.
마몬족이 아닌 수호가 그렇게 만든 것.
“…….”
장취아는 그 현장을 걸으며 그날의 참상을 느꼈다. 무림맹에 와 보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잔해들의 규모만으로 예전의 무림맹의 세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광활했다.
‘여기가 무림맹.’
무너지다 만 건물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대부분은 불에 타 검게 그슬렸고, 집터만 남은 자리도 꽤 되었다.
대리석으로 잘 닦인 길도 검은 숯이 묻어 지저분해져 꼭 거대한 쓰레기 섬에 온 느낌이다.
‘아버지께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신이 죽은 줄 알았다.
남궁세가주이자 무림맹주 남궁장천에 의해서 말이다.
그래서 혈마를 찾으셨다.
그의 손을 빌려 복수를 했다.
그 결과물이 이곳.
“…….”
취아는 가만히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아버지에 이끌려 걸었다.
부녀의 앞에는 수호의 등이 보인다.
그가 흘러가듯 말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
“약하면 죽고, 강하면 산다.”
“…….”
아버지는 약해서 착취당했고, 남궁장천 또한 약해서 복수 당했다.
“잘 보고 배워 둬라.”
“…….”
혈마, 아니 사장님은 이 폐허에서 무엇을 보고 배우라는 것일까?
박수호가 등을 돌렸다.
장취아에 잠깐 머물렀던 시선은 그 뒤의 박건우에게 닿았다.
“알아들었어?”
건우는 한참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어렵게 말을 뱉었다.
“누구보다 강해질게요.”
“그래.”
수호는 씩 웃고 다시 걸었다.
역사의 눈에 다다랐다.
그 주변 일대는 무림맹 무사들이 달려들어 이미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취아.”
“네.”
“한번 만져봐.”
수호는 가만히 취아의 상태를 관찰했다.
구천 행성 출신의 당진철은 지구에서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업 하지 못했다.
구천 행성과 지구의 시스템이 다르다는 가정하에, 그는 구천 행성을 따르는 인간.
출신에 따라 그 행성이 정한 힘을 얻는다는 가정하에, 두 행성인 사이의 혼혈인 장취아는 어떨까?
파팟.
역사의 눈에서 뻗어 나온 엄청난 빛이 장취아를 휘감았다가 사라졌다.
빛은 다섯 번이나 반짝였다.
수호는 턱을 쓰다듬었다.
관찰 스킬로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 다섯 개 정도의 칭호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죄다 정산되어…….
레벨 73 – SS
검객
역경을 극복한
레벨이 껑충 뛰었다.
수호의 관찰 스킬로 다른 무인들의 칭호를 훔쳐볼 수는 없는데, 특이하게 하나의 칭호가 보였다.
‘내가 치료해 줘서 그런가?’
조금 더 연구해 볼 문제다.
“건우야. 너도 해봐.”
“네, 삼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습격한 마몬족 부족이 일곱이다. 오는 동안 일부러 건우에게도 실전을 겪게 했다.
순수 지구인 출신의 건우에게도 투쟁의 축복이 내려질까?
텁.
“그냥 돌 같은데요?”
“흠, 무공이 키워드가 아니네.”
무공을 익힌 지구인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안 된다.
레벨 60 – S
살객
본래 장취아와 박건우의 레벨은 60으로 같았다. 그런데 다섯 개의 칭호를 받고 역사의 축복을 받은 취아의 레벨이 단숨에 73으로 격상되었다.
왜 새삼 무림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니 마니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호의 시선이 장순필에게 닿았다.
“순필이는 되잖아.”
“그렇지요.”
장순필이 역사의 눈에 손을 데었다.
파팟.
빛이 휘감으며 칭호는 아니지만 충분한 축복을 받았다. 몸이 개운하고 가뿐한 느낌.
“왜 넌 되지?”
혼혈도 아니고 지구인인 장순필이다.
“저는 귀환자라 그런 게 아닐까요?”
“귀환자라서?”
“예에, 제가 오고 싶어서 온 행성이 아니니까요.”
“음, 행성의 선택을 받아 초대되었다. 이런 느낌인가.”
수호는 한 번 더 확인을 위해 함께 따라온 이숙자를 이끌었다.
“이모 이거 한번 만져 봐요.”
“지구인은 안 된다미.”
“에이, 그냥 돌하르방 만진다 생각하고 만져 봐요.”
척.
“됐냐?”
“음, 안 되네.”
그 사이 당진철이 손을 대더니 몇 번의 깜빡임이 있었다.
“후후후, 드디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화경의 고수가 된다.
이기어검의 경지가 멀지 않았다.
레벨 80 초절정(U)
암살자
절정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간 일곱 개 부족을 습격하며 활약하더니 단숨에 초절정 고수가 되어버렸다.
알게 모르게 무림맹 무사들이 당진철에게 몰아줘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엄청난 성과임은 분명했다.
“좋아, 정리해 보자.”
수호는 연구소장인 장순필과 함께 정리해보았다.
– 당진철 (구천 행성 출신)
– 장취아 (구천, 지구 혼혈)
– 장순필 (구천 행성 귀환자)
– 박수호 (?)
“난 왜 되지?”
수호는 지구에서의 레벨업도 가능하고, 역사의 축복 또한 가능하다.
“음, 초대받지 않았지만 강제로…….”
장순필이 그럴듯한 추론을 냈다.
“그래서 기절했다?”
처음엔 수호도 역사의 축복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삼재심법과 삼재검법을 배운 이후 반응 했다.
“음, 사장님은 일종의 버그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벌레?”
“아, 아닙니다. 두 행성의 규칙에 끼인 어긋난 존재 같은 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장순필이 횡설수설했으나 수호는 넘어가주었다.
“내 출신이 특이하단 말인데.”
무공을 익힌 건우도 안 되는데 자신은 예외로 된다.
“예외라.”
다른 게 있다면 수호도 귀환자라는 거다.
‘날 초대한 행성은 대체 뭐지?’
던전으로 조각나 버린 세계.
답을 찾아 지구로 왔는데, 어쩌면 답은 그곳에 남아있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돌아가는 방법도 모를 그 행성.
“아, 갈 수는 있네.”
자신의 흔적이 남은 던전은 아직도 여러 곳에서 생성되고 있다. 어쩌면 그곳 어디 하나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수호는 오래전 자신의 홈트리에서 얻은 창을 꺼냈다.
문명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창.
창 외에도 도끼와 활을 얻었다.
분명 자신이 만든 물건인데, 던전에 남아 아이템이 된 것을 수습했다.
“태초라…….”
문명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그 세계의 물건이라면, 이후에는 문명이 생겨나기라도 했다는 말일까?
짐승들이?
아니면 어떤 다른 인종이 생겨나서?
수호의 고민을 깬 것은 몇몇 고수들과 함께 찾아온 중언개 때문이다.
그는 사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한쪽에 조용히 시립해 있었으나, 시선에 걸리는 것만으로도 수호의 주의를 끌었다.
“왜?”
“대인께 드릴 물건이 있사옵니다.”
“뭐?”
중언개의 눈짓에 무인들이 궤짝을 들고 왔다. 궤짝 안에는 작은 단지 세 개가 있었는데 잘 밀봉되어 있었다.
“김치야?”
“예에?”
김치가 뭐지?
지구에서 영약을 부르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