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46)
247화 군주의 취향
강릉.
신라 길드 임시 사무실.
“뭐? 누가 와?”
“박수호 사장이 오고 있답니다.”
“아니, 시발. 다 돼 가는데 왜 와?”
사장은 역정을 냈다.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대기업 신라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하, 귀환석 하나를 못 구해서…….”
신라 길드의 용병 구성은 나쁘지 않았다.
S등급 용병만 벌써 21명.
한 달 전이었다면 세계적 전력으로까지 언급될 정도의 수치였다.
그런데 7성 던전 등장 이후 용병사회가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용병 등급 인플레가 일어나 버렸다.
요즘은 개나 소나 S등급, 조금 이름을 날리던 놈들은 죄다 SS등급이다.
거기에 수호 길드에서는 U등급까지 등장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인지.”
질서가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꽉 잡고 있던 질서가 한 길드의 등장과 함께 무너졌다.
용병계의 생태계 교란종이나 다름없는 박수호의 등장 이후, 모든 판이 수호 길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뭘 해서든 포섭했어야 했는데.’
하다못해 그가 원한다면 이 사장 자리를 내어주고라도 신라 길드가 품었어야 했다.
박수호라는 인간의 미친 던전 공략 능력.
그리고 휘하 용병의 경험치를 떠먹여 주는 미친 육성 능력.
두 가지가 수호 길드를 비상하게 만들었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에 차선을 찾던 대길드들에게 기회가 왔으니, 바로 귀환석이다.
어르고 달래도 상위 던전은 위험하다며 공략을 꺼리는 용병들의 부담을 확 낮춰주는 귀물이었으나, 그 수효가 적다.
그 재료가 되는 차원석이 구하기 어려워서다.
한반도에 출현했던 군주 몬스터 둘은 박수호에 의해 제거되었고, 이후 생긴 7성 던전은 그가 사냥터로 삼으며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았다.
심해에 몸을 숨긴 해상군주는 찾기도 어렵고 사냥도 어렵다. 놈들 덕에 바다 몬스터들이 군집을 이루며 생활하니, 바닷길은 여전히 끊긴 상태.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없다.
해상에 몸을 숨긴 군주 몬스터는 찾기도 힘들고, 잡기는 더 힘들다.
“근데 그놈들은 또 그걸 잡는단 말이지.”
환장할 노릇인 건, 박수호가 사냥한 것이 아니라 그의 휘하 한동수라는 용병이 해상군주를 잡아낸다는 것이다.
그놈은 사냥법은 물론 해상군주 목록까지 만들어가며 모든 것을 수호 길드 채널에 공유했다.
박수호가 구천 행성에서 길들여 온 웬 이무기 하나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사람이 군주급 몬스터를 부하로 부려?’
이게 게임이었으면 밸런스 붕괴로 패치가 시급했을 상황이었다.
일개 개인이 이정도 무력과 이정도 세력을 가지는 게 말이 안 되니까.
어쨌든 박수호는 그걸 해냈고, 차원석을 여러 개 확보했다.
정부와 딜을 해 군사위성 하나를 낚아채 갔으며, KH로부터 통신위성 하나를 양도받고 귀환석을 내 놓았다.
그렇게 풀려서 지금 KH길드는 저 경험치 굴과도 같은 8성 던전에 공략대를 내보냈다.
몇몇 길드로부터 엄청난 돈을 뜯어낸 뒤, 그들과 연합을 꾸린 연합 선발대를 말이다.
KH길드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신라 길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는 것뿐이었고, 연합에 끼지 못한 몇몇 대길드들이 다시 연합하여 정부와 수호 길드를 압박하는 중이다.
‘핵도 통하지 않는 강력한 육상군주.’
국민들이 불안에 떨기 좋아할 소재가 있고, 그걸 이용할 세력이 있다.
차츰 달군 여론은 이제 너도나도 수호 길드에게 책임을 묻는 단계다. 조금 더 지나면 그들의 욕심을 비난할 것이다.
“시발! 이때 왜 돌아오고 지랄이야. 관광이나 더 하다 오지.”
박수호가 아루카 행성에 왜 갔는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그가 돌아왔다는 거다.
7성 던전도 3분 카레 취급하는 놈이.
“와아아.”
사무실 밖에서 들려오는 환호 소리에 신라 길드 사장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왔어?”
“네. 헬기 계류장에 와이번이 내렸습니다.”
“시발.”
꼴보기도 싫다.
신라 길드 사장은 애꿎은 의자만 걷어찼다.
“젠장, 젠장!”
대기업의 자존심마저 버리고서 숙이고 들어간 적도 있었다.
합동 공격대를 구성해 길드 자원들을 좀 키워 달라 부탁한 것을, 놈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아니, 놈이 아니라 그년 김미소.
“젠장할 년놈들.”
경쟁도 안 되고, 숙여도 안 되고, 그저 구경만 할 수밖에 없다.
“시발, 망해라.”
할 수 있는 건 욕밖에 없다.
*“오셨어요?”
“어, 저거야?”
박수호는 비룡에게서 내리자마자 산 중턱에 덩그러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던전을 가리켰다.
“네. 공격대 구성은 어떻게 할까요?”
수호 길드의 정예 30인이 지금 공략중이다.
그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SS등급과 S등급의 용병들이 대기 중이다.
“나 혼자 갔다 오지.”
수호는 다시는 몸의 주도권을 뺏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8성 던전에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건 89레벨까지.
90레벨이 되는 순간 레벨업은 멈춘다.
’90은 찍는다.’
수호는 현황판을 보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8번 남았네.”
8번이면 90레벨 찍기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애들 대기는 시켜놔.”
“네, 사장님.”
“형님, 저 구경만 하면 안 돼요?”
한동수가 따라붙자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순필이 용필이도 그냥 들어가자.”
“헙, 저희도 말입니까?”
“저는 왜…….”
“안 갈 거야?”
“헙, 아닙니다.”
박용필이 깨갱했고, 넷이 공격대를 이뤘다.
수호가 산을 오르자 기자들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박수호 씨. 지난 5일간 어디서 무얼 했습니까?”
“대한민국의 PMC 시장을 선도하는 수호 길드의 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 대표 길드로서의 책임감과 도덕적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들의 걸음이 수호를 멈추게 했다.
“사장님. 그냥 가세요. 제가 맡을게요.”
“아냐, 됐어.”
수호가 김미소를 내버려두고 기자들을 쭉 둘러봤다.
“다 기자들이지?”
“네.”
가끔 대장이 나서주고, 얼굴도 비추고 해야 부하들이 일하기 편해진다.
수호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질문 3개 받습니다.”
“너무 적은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2개 남았습니다.”
“아닛! 그걸 질문으로 치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합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지. 자, 하나 남았습니다.”
“…….”
수호의 말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시발, 뭐 묻지?’
질문을 고르고 고르는 와중에 재빠른 기자 하나가 나섰다.
“이상형이 어떻게 됩니까?”
“강한 여자.”
수호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나 수호 길드 스텝들과 군인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파팟.
준비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포탈을 타고 사라져버린 그를 보며, 기자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렸다.
“아닛, 그따위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왜요? 대중이 궁금한 걸 묻는 게 기자의 직업적 사명 아닙니까?”
당당한 그 기자의 대답에 동료 기자들이 황당해하다가,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곤 저마다 욕을 하곤 뿔뿔이 흩어졌다.
“후, 시발……. 연예인 꽁무니나 따라다니지, 왜 여기 와서 지랄인지.”
“어유,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사회부 기자들이 득실거리는 현장에서 연예부 기자 김아름은 당당했다.
‘병신들.’
어차피 저들이 해대는 질문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아니다. 돈 받은 기업들을 위해 질문하고 펜대를 놀릴 뿐이다.
그에 반해 자신의 회사는 어떤가?
대중들의 궁금증을 위해 일한다.
오로지 조회수.
‘강한 여자라.’
이러다가 최강의 남자를 차지하기 위한 여자부 SFC라도 열리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파팟.
포탈을 통과한 수호는 던전을 보곤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명도시네.”
“지금은 아닌 거 같은데요.”
뒤이어 따라 들어온 동수가 황폐화된 건물들을 보며 말했다.
“흔적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거대한 도시다.
여기저기 부서져 잔해만 남은 것들도 있고, 아직 뼈대가 멀쩡한 건물들도 있다.
숲이 없어 나무정령의 에너지를 빌린 조화마법은 한계가 있어 보였다.
“몰살은 안 되겠고.”
힘을 빌릴 수 없으니 딱 수호의 스탯 수치만큼으로 조화마법의 위력에 제한이 생겨버렸다.
그렇다고 사냥에 애먹을 그가 아니다.
“어? 고블린이네요.”
건물 기둥 위에 모습을 보인 고블린을 보자마자 수호는 돌을 하나 주워 던졌다.
퍼억!
“8성 던전이라 좋구만.”
고블린 따위를 잡는데 무려 7의 업적포인트나 주고 말이다.
콰쾅!
머리가 터져 죽은 고블린의 시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뒤늦게 폭발을 일으켰다.
“자살폭탄병이네.”
수호는 여기저기서 불쑥 머리를 들이미는 고블린을 보며 웃었다.
“여기 애들 도망갈 줄을 모르네.”
고블린 따위도 저렇게 용기 있게 나서주니, 이거 레벨업이 더 쉬워질 느낌이다.
슈욱, 퍼퍼퍽!
어쩌면 인류 최초가 되었을 무기.
수호의 투석질에 고블린들의 머리가 사정없이 터져나갔다.
콰콰쾅, 쾅!
여기저기서 울린 폭발에 수호가 걱정했다.
“아, 이거 죄다 도망가면 쫓기 힘든데.”
“그러게요. 명진 스님 데려오면 몰이사냥 걱정할 필요가 없느…….”
동수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크와아아!”
무너진 도로를 따라 오크 부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허, 여기 몬스터들은 다 호전적이네요.”
“그러게.”
동수의 말에 수호가 희게 웃었다.
“골고루도 오네.”
저쪽에선 리저드맨들이, 저기선 또 코볼트들이 투창으로 무장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수호는 그 모습이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빨리 90 찍겠네.”
군주가 있어서 그런가?
자기들끼리 싸우지도 않고, 명령에 따라 호전적이다.
조화마법에 제약이 있어 몰이사냥에 문제가 있겠거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제왕검을 꺼내들었다.
스릉.
‘횡소천군.’
천군이든 만군이든 달려들어 봐라.
일검에 베어주마.
스캉!
“크아아아.”
단번에 절명하지 못한 몬스터 무리가 토해내는 비명에 주변이 떨었다.
몹 몰이가 필요 없는 이곳은 천상의 사냥터인가?
*강릉 수호 길드 임시 사무실.
“하하하하!”
문이 닫히자마자 김미소는 파안대소를 흘렸다.
“아, 진짜 재밌네.”
수호가 웬일로 인터뷰를 다 받아준다 싶었더니, 대응도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기자도 진짜 대박이긴 하다. 어디 소속이랬지?”
“다스패치입니다.”
연예인들 스캔들만 캐던 연예기자가 왜 여기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는 일이다.
아니, 수호 정도면 이미 연예인급인가?
“재밌네.”
유명인이라도 권력 가진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절대 터는 일이 없는 다스패치가 붙다니.
“근데 소진이는?”
“예?”
비서실 직원의 반응에 김미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상사도 안 챙기냐. 지금 어디래?”
“아, 알아 오겠습니다.”
비서실 직원들이 비서실장 이소진의 동향을 파악하는 사이, 김미소는 아까의 일이 또 생각나 괜히 피식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