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48)
249화 이런 건 내 전문이오 (1)
파다다다다다다!
개리핀의 날개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파다다다다다다다!
작은 날개가 필사적인 속도를 내며 몸체를 공중에 띄웠다.
그리핀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신했지만, 그 베이스가 되는 것은 개 한 마리와 매 한 마리.
두 존재의 합체 결과는 조금 엉성해 보이는 모습의 개리핀.
그냥 날개 달린 개다.
개새다.
어떻게 보면 그냥 그렇다.
그런 개새 위에 사람이 탔다.
마치 벌새 같은 미친 듯한 날갯짓으로 공중에 뜨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의 언밸런스다.
마치 다 큰 성인이 어린이용 세발자전거를 탄 모습.
파다다다다다다!
하지만 안쓰러운 개리핀의 날갯짓이 통했다.
“끼아악!”
그리핀의 이목을 끄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방심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핀은 그동안 전투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공중을 배회하며 정찰, 지시, 신호 등을 담당했다.
그러던 놈들이, 하늘에 모습을 보인 침입자를 얕잡아보고 달려들었다.
“옳지!”
개새…… 아니, 개리핀 위에 타고 있던 수호는 맹렬히 접근하는 그리핀을 보며 씩 미소 지었다.
타이밍을 재다가 단번에 뛰어올라 그리핀의 위에 올라타 목줄기를 쥐었다.
“끼아아! 까아아!”
그리핀이 등에 올라탄 불청객을 떨어트리기 위해 난리를 피웠으나, 수호의 악력이 어디 보통의 힘이던가.
“어딜.”
꾸드득.
두꺼운 팔이 목줄기를 감싸고 뒤로 힘껏 제쳤다.
부러지지 않게 살살.
“끼아아아!”
그리핀이 이리 날고 저리 날며 발버둥치면서도 서서히 고도를 낮췄다.
“어어? 저거 떨어지는데요?”
밑에서 구경하는 한동수에게는 꼭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그리핀이 너무 버둥거리자 목을 휘감은 수호가 날개마저 종아리로 감싸 옥죄었다.
쿠우우웅!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동체가 내는 충격음에 동수가 재빨리 그쪽으로 달려갔다.
바닥이 조금 파여 흙먼지를 일으키는 그곳에, 그리핀과 수호가 한데 어우러져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주, 죽은 거 아닌가?”
“아직 숨 붙어 있어.”
목뼈가 꺾였으나 여전히 숨이 붙어있는 그리핀의 생명력은 수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길들이기 딱 좋은 상태지.”
훌륭한 교감이었다.
지금이 길들이기 스킬을 사용할 타이밍.
“혀, 형님은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
하늘에서 자유낙하하여 낙법 없이 바닥에 패대기쳐졌으나, 수호는 어디 하나 부러진 곳 없이 멀쩡했다.
‘진짜 사람이 아니다.’
한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호를 보통의 사람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
U급 각성자라 하여도 저 정도 자유낙하 후의 충돌이면 데미지를 입게 마련이다.
몸이 대체 얼마나 튼튼하면…….
안 따를 수가 없다.
숨이 깔딱깔딱 거리는 상황이니까.
“일핀.”
전투력 1831
땅에서는 사족보행하며, 날개와 부리를 가져 하늘을 날아다닌다.
외형과 다르게 성격이 온순한 편이다.
온순해서 그런가, 전투력도 레벨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다.
“좋아. 이핀이 길들이러 가자.”
주변에 나무라도 있으면 나무정령의 힘을 쓰겠지만, 황량한 도시뿐.
수호는 본인이 가진 조화력 에너지를 이용해 일핀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끼아아!”
목이 부러졌던 녀석이 금세 회복하고 날개를 쫙 펼쳤다.
수호가 그 등에 훌쩍 뛰어올라 탔다.
비룡보다 수배는 작은 덩치이지만, 외려 혼자 타기에는 딱 적당한 크기였다.
말보다 조금 더 커, 둘 정도는 태워도 무리 없이 비행이 가능한 수준.
후우우웅!
일핀이 수호를 등에 태우고 이핀, 삼핀을 꼬시러 가는 그때, 주변에 즐비한 시체의 산 위로 새롭게 몬스터 무리들이 나타났다.
“혀, 형님 그리 가시면…….”
동수가 애타게 불러봤으나 수호는 이미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그리핀들을 쫓고 있었다.
“한 이사, 어떻게든 버텨 봅시다.”
장순필과 박용필이 비장한 얼굴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후, 야수라도 좀 불러주고 가시지.”
인간 셋이서 저 몬스터 웨이브를 막을 수 있을까?
“왈왈!”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는 듯 개새가 짖었다.
“그래. 너라도 있어 다행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딘가.
세 명의 인간과 키메라 하나가 몬스터 무리를 상대로 고립된 싸움을 시작했다.
*이소진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한자리에 가만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주변을 서성였다.
“하아.”
때때로 한숨마저 쉬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이소진의 시선이 한쪽에서 마보를 하고 있는 명진에게 닿았다.
“아니, 스님. 지금 한가하게 수련 같은 걸 할 때가 아니에요.”
“흐으음.”
명진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에 신음하며 마보를 풀었다.
“소진시주께서는 무에 그리 조급하십니까?”
“며칠째 갇혀있는데 안 조급하게 생겼어요?”
“언젠가 오해가 풀릴 날이 있을 터인데, 조금 참으시지요.”
“아니, 그러니까 언제요.”
“허허허, 다 부처님의 뜻이지요.”
“…….”
이소진이 겨우 화를 참았다.
허나 얼굴이 붉어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지겹도록 들어왔다.
명진은 그렇다 치고, 한쪽에 정좌한 채 앉아있는 태사신니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우 속 터져.’
불자 두 명이랑 인질 신세를 지다 보니, 이러다 자신마저 출가할 판이다.
뭐 그리 긍정적인지 삼시 세끼 밥 주는 것으로 저들이 해할 마음이 없다며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조금 노여움을 가라앉히시지요.”
“스님께 화내서 미안해요. 그런데 조금 답답하네요.”
일의 원흉을 따지자면 갑자기 그들을 포박한 엘프들의 잘못이지, 명진의 잘못이 아니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잡혀 준 정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으셨을 텐데, 왜 그러지 않으셨어요?”
“괜히 화를 불러 올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가만히 갇혀 있는 것보다, 차라리 조금 다치더라도 탈출하는 게 나아 보여요.”
“화는 저희가 아니라 여기 주민들에게 오지요.”
“예?”
“분쟁이 생기면 수호 시주가 가만있지 않을 터인데, 이들이 수호 시주를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아.”
명진과 태사신니가 가만히 엘프들에게 잡혀준 것은 화를 키우지 않기 위함이다.
아직은 꼬인 실타래를 풀 희망이 있지만, 창을 쥐고 맞서는 이상 꼬인 실타래는 영영 풀지 못한다.
“오해야 풀면 그만이지만, 원한은 결국 피만 불러올 뿐입니다.”
“…….”
“답답한 마음은 알겠으나, 소진 시주께서는 조금만 참으시지요.”
“네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태사신니는 속으로 끊임없이 염불을 외고 있었다.
‘이 행성에 혈겁이 일어나 무고한 이들이 상하게 둘 수는 없다.’
구천 행성에서 벌어진 혈겁이 이곳에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천검야장 장순필의 원한을 갚자고 무림맹을 손수 무너뜨리고 수많은 고수들을 죽여버린 혈마다.
엘프들이라고 다를까?
괜히 난장을 피워 오해를 쌓아 원한으로 발전시킬 필요는 없다.
“후, 좋아요. 어쨌든 드래곤이니 뭐니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
“그렇지요.”
“으음.”
이소진은 지난 며칠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들은 갑자기 왜 자신들을 가뒀는가?
다행히 물건을 뺏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집에 가둬두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할 뿐이다.
좋게 말하면 구금.
통역 팔찌가 여전히 그녀의 손에 채워져 있기에, 밖에서 이야기하는 엘프들의 말을 엿듣는 데 무리는 없었다.
‘드래곤을 두려워한다.’
‘와이번을 드래곤으로 착각했다.’
‘일행을 드래곤의 앞잡이쯤으로 본다.’
그간 취합한 정보를 토대로 한 이소진의 결론이다.
“후우.”
결론이 나면 뭐하겠는가?
오해를 풀어야 할 엘프들은 대화해주지 않았고, 박수호는 연락이 없다.
결국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수호가 돌아올 때까지.
끼익.
못질한 문이 덜컹거리며 못 뽑는 소리가 났다.
“어?”
이소진은 바짝 긴장했다.
혹 엘프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들을 해하려는 것인가?
“스님들?”
돌아본 명진과 태사신니의 얼굴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별다른 살기가 없는 것을 보아하니, 이제야 대화할 마음이 든 모양이군요.”
끼긱.
문이 열리며 오룬 부족의 엘프 촌장이 모습을 보였다.
“그간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는 꾸벅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일단 나오시지요.”
밖으로 나가 보니 하이엘프들이 몰려 구경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유난히 빛나는 미모의 엘프가 나섰다.
그의 옆에는 허리쯤 오는 덩치 좋은 난장이도 한 명 있었다.
‘드워프인가?’
들어오던 생김새 대로다.
“나는 융이오. 은인의 일행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성격 급한 드워프가 나서서 지구인들에게 호감을 표했다.
엘프 공주는 나서서 그들을 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신탁을 잘못 읽은 제 불찰이에요.”
그녀는 사과하면서도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여러분들을 지구까지 모시겠습니다.”
“굳이…….”
“사죄의 의미로 배웅하겠나이다.”
이소진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명진과 태사신니를 보았다.
그들은 그저 알 듯 말 듯한 미소로 이소진을 보기만 했다. 어떻게 해도 따르겠다는 의미다.
“좋아요.”
데려다주겠다는데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다.
나쁜 마음이 있다면 저들의 홈그라운드인 이곳에서 벌이지, 굳이 지구까지 가서 일을 칠 리는 없다.
수호성이 그리 만만한 곳도 아니고 말이다.
*김미소는 제주도에 파견 나가 있는 직원의 보고를 받고 머리가 지끈 아팠다.
“같이 안 넘어와?”
“네. 게이트 통과 이력이 없습니다.”
“하, 누구누구 남았어?”
“명진 스님과 태사신니, 비서실장입니다.”
아루카 행성에 셋이 남아 있다.
수호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질이 없었다.
‘사람을 보내? 사장님 나오실 때까지 기다려?’
하필 박수호와 함께 돌아온 사람들이 전부 던전에 따라 들어가버렸다.
소식을 물을 길이 없으니 김미소는 심사숙고했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하루 기다려보죠.”
“네, 부사장님.”
하루가 지났으나 수호는 던전에서 나오지 않았고, 이소진을 위시한 명진, 태사신니도 제주도 게이트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미소는 서둘러 수호시티로 돌아왔고, 야수 쉼터에서 쉬고 있는 뱀파이어 차이를 찾았다.
“차이, 사장님께 좀 물어봐 줄래?”
“그러지.”
차이가 사라졌고, 곧 다시 돌아온 그녀는 좋지 못한 소식을 전했다.
“모른다는군. 주인님보다 먼저 지구로 돌아갔다고 하였다.”
“…….”
이소진과 두 승려가 따로 할 일이 있어 남은 게 아니었다.
박수호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아직도 지구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오다가 사고를 당했을 확률이 높다.
구조단을 꾸리려고 했지만, 수호 길드의 최강 전력 30인은 이미 따로 선발대를 꾸려 진즉에 던전공략 중이다.
“누굴 보낸다?”
무력충돌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상황.
‘태사신니도 함께인데 왜……?’
L등급의 태사신니가 함께인데, 도무지 그들이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녀보다 높거나 비등한 전력이라면 당장 떠오르는 이가 한 명뿐이다.
“당진철 씨 어딨죠?”
“복지부에 계시죠.”
김미소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