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274)
275화 회귀 (1)
즈아앙.
포탈을 열고 나왔다.
동수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12시간 지났어요.”
던전 안에서 보낸 시간이 대략 8일이다.
시차로 따지면 16배.
“괜찮네. 다시 들어…….”
박수호는 던전 재진입 전에 한곳을 노려봤다.
“잠깐 기다려봐.”
“네.”
휘리릭.
수호의 신형이 연기로 증발했다.
슈아악.
연기가 뭉쳐 매가 되더니 날아올랐다.
슈우우욱.
매가 바닥으로 하강하다 연기로 화해 사람으로 변해 착지했다.
“이게 뭐야.”
수호는 난데없이 사라진 거북이 시체와 그 자리에 생성된 검은 포탈을 보았다.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접근했다.
“흠.”
전에 대만에서 본 포탈과 같다.
자살자들의 시체를 쌓아 만든 포탈이던가?
누가 만들었나?
수호는 주변을 둘러봤다.
시체의 산이 여러 군데.
“음.”
저 시체들이 이 포탈의 에너지원이 되어주는 걸지도 몰랐다.
화르르르르륵.
수호는 조화력을 일으켜 시체들을 태웠다.
거대한 불길이 초원을 가득 채웠다.
“안 없어지네?”
시체의 산이 불타고 있는데도 검은 포탈은 소멸하지 않고 유지되었다.
사라진 거북이 시체가 이 포탈을 이루는 에너지원이 된 걸까?
아니면 거북이 군주 시체는 누군가 채가고 검은 포탈을 만들었나?
삼십 분이 지나도 포탈은 그대로일 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따 다시 와보지 뭐.”
조금 서둘러 던전 공략을 마무리하면, 대략 6시간 후면 오겠지.
던전의 몬스터를 싹싹 긁어 사냥하는게 아니면 가능한 시간이다.
일행에게로 돌아와 보니 시체들이 타면서 내는 역한 냄새와 열기에 일행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세희의 방어막 스킬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들어가자.”
“넵.”
일행이 던전으로 다시 진입하고 난 뒤, 초원은 불구덩이에서 타오르는 몬스터 시체들뿐이었다.
*사냥이 거의 막바지다.
이번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닮아 있었다.
육중한 덩치에 거대한 넓적다리.
앙증맞지만 긴 손톱으로 위협적인 앞발, 거기에 커다란 대가리에 날카롭고 촘촘한 이빨까지.
키가 10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강석호가 일대일로 상대하고 있었다.
“크아아아!”
쾅, 쾅, 쾅!
티라노 아가리에 하반신 전체를 담그고 미친 듯이 콧잔등에 주먹질을 하는 모습을 사냥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어쨌든 훌륭히 상대하고 있었다.
무려 4일에 걸쳐 보스 몬스터와 일대일을 하고 있다.
쾅, 쾅쾅!
이놈 이거, 이빨이 얼마나 튼튼한지 부서질 생각을 안 한다.
쿠웅, 쿠웅!
강석호를 입에 문 티라노는 춤을 추듯 헤드뱅을 했다.
“어지럽다, 이 미친놈아!”
쾅, 쾅, 콰직!
오, 송곳니 하나가 금이 간다.
조금만 더 치면 이빨 네 대째 작업 들어가는 거다.
왕창 다 뽑아 주마.
고통에 겨운 티라노가 입에 문 인간을 뱉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박치기하며 돌아다녔다.
이 질긴 인간은 죽지도 않고, 잘 씹히지도 않았다.
“오, 석호 형님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오우거 하나의 목을 치고 오크 네 마리에게 둘러싸여 하나씩 잡고 있던 동수가 손을 흔들었다.
“어, 그래. 동수야. 수고.”
티라노 이빨에 물려 상체만 빼곰히 내민 강석호가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네, 형님도 수고하세요.”
“그래.”
티라노는 온 맵을 쏘다녔고, 대부분 부하들이 있는 쪽이었다.
쾅, 쾅, 콰직!
이빨 하나가 결국 부서지며 총 네 대의 이빨을 잃어버린 티라노가 강석호를 뱉었다.
이 질긴 고기의 인간을 더 물고 있다가는 이빨이 몽창 다 부서져 나갈 판이다.
“크롸아아!”
“아오, 옆구리 쑤시네.”
강석호는 다리를 한 짝씩 들어올리며 스트레칭했다. 한 나흘 하반신을 안 썼더니 하체 근손실이 온 느낌이다.
허벅지 사이즈가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감히 내게 근손실을 유발하다니!”
지치지 않는 강석호가 달려들었고, 티라노가 앞발과 꼬리를 이용해 반격했다.
슈아아악, 쾅!
채찍처럼 휘두른 꼬리에 맞은 강석호가 저 멀리 처박혔고, 오뚜기처럼 일어나 다시 달려들었다.
계속 그랬다.
지치지 않았다.
고통에 온몸이 무겁다.
근육이 성장중이구나!
다시 달려든다.
계속해서.
“나가자.”
그 일방적 구타와 같던 싸움이 끝난것은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얼추 정리가 되어 수호가 용병들을 불러들인 이후다.
“석호 이리 와.”
“후욱, 후욱.”
“수고했다.”
“예. 후욱, 후욱.”
수호는 숨을 몰아쉬는 강석호에게 고기 덩어리를 내밀었다.
쩝, 쩌업.
강석호는 익숙한 듯 잘도 뜯어 먹었다.
간도 하지 않아 텁텁한 고기를 잘도…….
‘이상한 놈이 하나 들어왔어.’
수호는 이렇게까지 잘 따라올지 몰랐던 강석호를 보며 속으로 혀를 한번 차고는, 검을 들어 티라노 목을 베었다.
파팟!
죽은 티라노 옆에 리젠된 차원석을 주웠다.
때마침 그 옆에 지구로 향하는 포탈도 열렸다.
즈앙.
출구 포탈을 타고 나가 보니, 아직 여기저기 꺼지지 않은 불길에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잠깐 여기 있어봐.”
“넵.”
수호는 곧장 검은 포탈로 날아갔다.
“그대로네.”
만져봤으나 여전히 진입이 불가능하다.
“균열로 생긴 포탈이 아니야.”
차원간 균열이 발생하면 그 틈이 벌어져 포탈이 된다.
포탈이 생성되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 이미 통로로서 기능한다는 소리.
이 검은 포탈은 통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다 만 시체들을 아예 날려버리면 사라질까?
“묘하게 찝찝하단 말이야.”
후우우우우우.
수호의 손끝에서 시작된 회오리 바람이 점점 더 덩치를 불리며 주변을 휩쓸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회오리바람이 불길과 함께 백골이 되어버린 몬스터 뼈, 타다 만 시체들을 사방에 퍼트려 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검은 포탈.
“다음에 보자.”
어차피 8성 던전을 소멸시키고 갈 작정이다.
그때까지 검은 포탈이 그대로일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수호가 일행에게로 돌아가 곧장 포탈로 입장했다.
세 번째 던전 공략을 진행하는 그때, 검은 포탈로 검은 짐승이 접근했다.
“크르르르르.”
검은 짐승은 검은 포탈의 앞에 다가와 코를 킁킁거렸다.
신의 냄새가 난다.
“킁킁.”
이 진한 냄새는 이 포탈의 옛 주인인가?
“쿠로.”
검은 짐승이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리고 검은 포탈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쿠구구구궁.
마치 천둥과 같은 소리가 퍼져나가며 검은 짐승의 모습이 요동쳤다.
실체 없는 그것은 한참을 요동치더니, 검은 몸 중에 유일하게 붉은 두 개의 눈동자 안광이 번쩍였다.
“쿠루루루.”
낮게 포효한 검은 짐승이 다시 움직였다.
신을 찾아.
*함께한 용병 모두가 L등급을 찍었다.
8성 던전을 공략한 지 단 세 번만의 성과였고, 몇몇 야수들도 레벨을 굉장히 많이 올렸다.
모두가 90레벨.
8성 던전에서 오를 수 있는 최고 단계까지 올랐다.
이제 사냥해도 더 이상 경험치를 주지 않는다.
“음?”
던전을 나온 수호는 말끔하게 사라진 검은 포탈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사라졌지?”
자리를 비운 사이 소멸해버렸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의문이 드는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검은 포탈의 출현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터다.
이유는 모르나 언데드형 군주 몬스터는 끊임없이 자살자의 시체를 모아 검은 포탈을 만들어냈다.
수호에게 걸리지 않아서 그렇지, 지구 어딘가에 이미 생성된 검은 포탈이 여럿일 수도 있었다.
‘다음에 알아보지 뭐.’
거북이 군주의 시체로 인해 검은 포탈이 생겨난 것이라면, 또 신급 군주 하나를 죽여 지켜보면 될 일이다.
“어쨌든 너흰 돌아가.”
“사장님은요?”
“야수들 레벨은 마저 올려야지.”
야수들이야 수호로 인해 소환과 역소환이 자유롭다.
용병들은 더 이상 아프리카에서 할 일이 없다.
휘리릭.
비룡을 소환해 수호는 그들을 모두 태워 수호시티로 돌려보냈다.
“형님 몸조심하세요.”
“별소릴 다하네.”
“그러게요. 아무튼 저희 먼저 가요.”
“그래. 며칠 안 걸릴 거야.”
던전의 남은 회차는 고작 20회 남짓.
던전을 완전 소멸하지 않고 일부러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켜 신급 군주를 불러들일까 고민도 해 보았으나, 나중으로 미뤘다.
‘조급할 이유가 없지.’
8성 던전 생성은 이제 시작이다.
언젠가 여기저기서 8성 던전이 터진다.
신급 군주도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수호는 던전 공략에 나섰다.
이 던전만 소멸시키면 도시로 복귀할 작정이다.
애초에 목적이었던 차원석은 충분할 정도로 확보했다.
*세계수 앞.
여전히 마비가 풀리지 않은 이성우는 주절주절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렇군요. 이제 몇 가지 안 남았군요.”
장순필은 기계적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회귀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회귀는 회귀의 돌을 가지고 구천 행…….]이성우는 전음을 하다가 말고 화들짝 놀랐다.
이 간악한 놈이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가장 중요한 정보를 캐물으려 했구나.
“왜 말을 하다가 마십니까?”
[그건 알려줄 수 없다.]“다 포기하신 게 아니군요.”
[포기는 죽음뿐이다.]장순필이 웃었다.
“회귀하실 생각으로 전부 말하신 거군요.”
[당연한 것 아닌가?]“좋습니다.”
[…….]이성우는 장순필이 문제 삼지 않음에 의아함이 커졌다.
“고문하진 않을 겁니다.”
고문해서 회귀의 정보를 얻어봐야 쓸일이 없다.
되돌아간 인생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겠나.
그것이 장순필의 결론이다.
“제 질문은 이제 끝입니다.”
그간 알아야 할 건 다 알았다.
가장 큰 소득은 역시 이성우의 50번 회귀 중에 박수호가 등장한 것이 이번 생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연구해 볼 만한 주제다.
“이제 마비가 풀리면 가시면 됩니다.”
[저, 정말이냐?]“네.”
[날 이렇게 놓아준다고?]“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렇지만…….]장순필의 말을 100% 믿지 않은 이성우다.
근데 정말 놓아준다니…….
기회를 볼 것도 없이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모조리 사라졌던 야수들이 숲에 한둘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재빨리 날아서 도망쳐버리면 될 일이다.
“후, 피곤하군요. 그럼 이만 작별하지요.”
[……고, 고맙다.]“허허허, 전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
장순필이 허리를 펴고 빼곡히 적힌 노트 다섯 권을 품고 숲길을 걸어가버렸다.
그가 가버린 자리로 여우 한 마리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꼬리가 아홉?’
이성우가 눈을 깜빡이니 여우는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잘못 봤나?’
그럴 수 있다.
정신적으로 꽤 피곤한 상태니까.
“엇?”
혀가 굴러간다.
화들짝 놀라 목소리를 삼켰다.
집중해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보니 움직인다.
‘좋아.’
이성우는 재빨리 날개를 퍼득여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땅이 멀어지며 수호시티가 작게 보였다.
“시발놈들. 모조리 다 뺏어가 주마.”
욕을 퍼부운 이성우가 회귀를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장순필이 돌아왔다.
이성우가 날아간 자리엔 놀랍게도 이성우가 누워있었다.
눈을 감고 웃고 있는 모습이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했다.
묘호호호호.
그 옆에서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눈 웃음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