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05)
306화 어느 회귀자의 망상 (1)
[뭘 그리 재밌게 보는 거지?]녹색요정의 물음에 야수가 고개를 들었다.
[싸움 구경이야 늘 재밌지.]요정왕이 호숫가를 향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개하군.]신수들과 인간들의 싸움이다.
호랑이 인간이 껄껄 웃었다.
[원래 싸움은 좆밥 싸움이 제일 재밌지.] [상스럽군.]요정왕이 더러운 거라도 봤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간에게 너무 물들었어.] […….] [어차피 지구의 말로는 정해져 있지 않나?]신수들의 놀이터가 되어 파괴되고 살육된다.
그리고 그 많은 신수들 중 하나가 신이 된다.
[다음 대 신은 누가 될 것 같아?] [이미 지구의 신은 그 인간이다.] [하하하, 구천지옥을 몰라?] […….]파앙.
야만왕이 괜히 손을 휘둘렀다.
권풍에 호숫물이 요동치며, 지구의 모습을 비추던 것을 멈췄다.
[낮잠이나 자야겠군.] [인간 이야기만 나오면 괜히 심술이군.] [내 영역에서 나가.]호랑이가 넓적한 바위에 훌쩍 뛰어올라 배를 깔고 엎드렸다.
[쳇.]요정왕은 한동안 호랑이 곁에서 머무르다가 나뭇잎으로 변해 팔랑팔랑 날아가버렸다.
그가 저 멀리 가자 호랑이가 슬쩍 눈을 떴다.
[……갔나?]갔다.
망할 요정왕.
오늘따라 뭐 이리 끈덕지게 붙어있는지.
고개를 들어 요리조리 쳐다보니, 완전히 갔는지 흔적이 없다.
[크르, 게가 어디라고 가.]쿠로는 괜히 으르렁거리곤 훌쩍 뛰어 바위산을 내려갔다.
요정왕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저 하늘의 달로 갈 방법이야 있다.
파파팟.
부리나케 달려나간 호랑이 인간의 체온이 사라지기도 전.
팔랑.
너럭바위 옆에 우두커니 선 나무의 나뭇잎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팔랑이다가 초록빛과 함께 요정의 모습으로 변한 요정왕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내 이럴 줄 알았지.]저 머리에 근육만 찬 호랑이 놈이 결국 미친 짓을 하려는 구나.
이 신계가 어찌 돌아갈지.
팔랑.
요정왕이 호랑이가 뛰어간 곳을 향해 팔랑이며 날았다.
*속보!
두꺼비 군주의 출현으로 러시아가 일차적으로 난리가 났다.
그 이후엔 만주국이 위기감을 가졌고, 대한민국 정부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큰일입니다. 거북이 군주의 예를 보면, 이들은 오직 직선으로만 진행합니다.”
두꺼비 군주의 행적 또한 오직 직선을 따르고 있다.
강이 있으면 넘고, 산이 있으면 오른다.
거대 육상군주를 중심으로 뭉치는 군주급 몬스터와 그 휘하의 수천수만의 몬스터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대군의 이동이다.
이동경로 상에 놓인 도시가 여섯.
러시아가 하나, 만주국이 둘, 한반도에 셋이다.
평양, 수호시, 서울시가 모두 영향권에 들어가는 상황.
아니, 몬스터 대군의 규모를 생각하면, 놈들의 진격이 백두산을 넘는 순간 한반도 전역이 피해지역이 될 것은 자명한 일.
“대책이 의미가 있습니까? 러시아에서 대규모 핵공격을 준비 중입니다. 내일만 되어도 결과가 나올 터인데요.”
“만일을 대비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만일이고 나발이고 있습니까? 그냥 군비를 누가 책임 지냐는 눈치싸움이지요.”
“맞습니다. 우리 한반도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도시 하나를 지키기 위해 두꺼비 군주에게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핵공격으로 인해 부산물을 얻을 수 없음을 염려해, 러시아에서는 만주국에 방위비를 요구하고 있었다.
진행 속도를 생각하면 내일이 마지노선.
러시아에서는 자국의 도시를 지키려면 늦어도 내일은 핵을 쏴야 한다.
“어허, 지금 다들 맥을 잘못 짚고 있습니다.”
“회귀자의 정보에 의하면 두꺼비 군주로 인해 한반도가 다 망한다고 했습니다. 저 제주도로 정부를 옮긴다지요?”
“흥, 회귀자는 무슨. 아직도 그런 정신 나간 패배자 말 따위를 신뢰하는 게요?”
고성이 오가며 비상대책회의장이 어수선해졌다.
“아니, 막말로 핵도 안 통하면? 그땐 어쩔 거요?”
“국방부 장관, 말해 보시오!”
“그땐…….”
더 강력한 화력이 없다.
그리고 방사능 낙진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쓸 무기도 아니다.
몇몇 국가들이 소형전술핵을 동원해 해상군주들을 잡고 있긴 하지만.
“아니, 유럽 놈들은 뭐한다고 거북이를 냅둬서…….”
아프리카에 나타난 거북이 군주는 바다로 잠수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중동의 도시들이 불안해하고 있긴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음에 그저 초조해하기만 할 뿐.
어떤 조치를 취해보기도 전에 그냥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공격도 없었고, 피해도 없었다.
바다로 들어간 거북이 군주가 언제 어디서 튀어날지 모를 불안함이 남았을 뿐.
위기가 없었기에 전투도 없고, 데이터도 없다.
밝혀진 정보라면 덩치가 아주 거대하다는 것.
그리고 주변의 군주 몬스터들이 마치 왕을 따르듯 하나로 결속한다는 것.
두꺼비는 러시아 북쪽 해변에 상륙한 이후 쭉 걸었고, 시베리아 필드의 여럿 군주 몬스터들이 호응해 달려왔다.
특히나 개체수가 많은 고블린 종이 많았다.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남하하는 녀석이 러시아의 도시 하나를 목전에 둔 어느 날.
만주국으로부터 방위비 일부를 뜯어내고 싶었던 러시아는, 결국 협상에 실패하고 일단 핵을 쐈다.
속보!
핵이면 될 줄 알았다.
주변에 모였던 몬스터 대군이 일거에 쓸려버리긴 했다.
하지만 두꺼비 군주는 티끌 하나 다치지 않았고, 잠깐 웅크렸던 몸을 펴고 다시 한 발 한 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진행 경로에 놓인 도시까지 당도하기에 3일의 시간이 남았고, 러시아 정부는 급히 전력을 끌어 모아 공성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핵의 화력도 견딘 두꺼비 군주를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기에, 많은 이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그렇지만 정부를 믿거나, 안일한 마음으로 머무르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고, 이들은 군인들의 분전을 기대했다.
대도시 하나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도시의 장벽은 두꺼비 군주의 한 걸음도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3일간 다시 모여든 몬스터들은 화력무기를 견디지 못하고 쓸려나갔으나, 두꺼비 군주 자체는 건재했다.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아무런 공격을 취하지 않아도 위협적이다.
도시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두꺼비 군주의 진로에 놓인 모든 건물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
아직 피난가지 않은 사람들은 희망을 가졌다.
저 진행 경로에만 놓이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을까?
두꺼비 군주가 아무리 크다 해도, 도시 자체의 면적은 굉장히 넓다.
두꺼비 군주의 이동 경로가 죄다 파괴되겠지만, 나머지는 건재하리라.
그냥 사냥해야 할 몬스터가 아니라 태풍이나 토네이도 같은 재앙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지나가고 나면 피해는 남지만, 그리 위협적이진 않은…….
하지만 두꺼비 군주가 도시 중앙에 다다르자 사람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꺾였다.
“뭐지? 왜 안 가는 거야?”
두꺼비 군주가 도시 정중앙에 멈춰 웅크렸다.
멈추지 않던 두꺼비 군주가 한 시간이나 한자리에 머물렀고, 이 모습을 중계하던 러시아 언론은 암울한 전망을 전했다.
“저 거대한 두꺼비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여길 영역으로 삼으려는 걸까요?”
초비상사태였던 만주국은 재앙이 더 이상 남하하지 않아 환호했고, 미국의 언론사 하나가 경고를 날렸다.
하지만 다급한 경고의 메시지가 닿기도 전에 두꺼비 군주가 웅크렸던 몸을 일으켰다.
푸스스스.
두꺼비 군주가 맹독을 내뿜기 시작했고, 독구름이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다.
*수호 길드 부사장실.
비서실장 이소진이 다급히 김미소를 찾았다.
“부사장님. 만주국 총리 직통 전화예요.”
“줘봐.”
김미소는 전화를 받았고, 상대의 말이 통역 아이템의 효과로 인해 모두 이해되었다.
[김 부사장. 두꺼비만 좀 처리해주시오! 뭐든 해드리겠소.]“그러고 싶지만 저희도 그럴 여력이 없어요.”
“사장님은 지금 부재중이세요.”
[이 중요한 시기에 어딜 갔단 말이오!]너네만 중요하지란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갔다.
“사내 기밀까지 유출해야 하나요?”
[상황이 다급해서 하는 말 아니오. 제발 부탁드리겠으니 두꺼비 군주만 어찌 처리해주시오. 돈은 내라는 대로 드리겠소.]돈이 별게 아니다.
바로 혈석을 말함이다.
혈석이 가장 많은 도시 랭킹을 따지면 한손에 꼽을 정도의 수호시티를 상대로 돈으로 딜을 걸다니.
“하아, 솔직하게 말해 방법이 없어요.”
[제발 부탁드리니…….]만주국 총리는 부탁과 협박과 애걸 사이를 오고가며 끈질기게 늘어졌으나, 김미소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띠리리리리.
“부사장님. 관리국장님이세요.”
수호 길드를 찾는 건 만주국만이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정부에서도 전화가 온다.
“사장님의 존재감이 이 정도였나…….”
“거의 다죠.”
“하긴…….”
김미소는 한숨을 쉬곤 전화를 받았다.
“국장님 없어요. 없어.”
[아니, 어디 가셨길래 없어?]“사내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
[어허, 정말이야?]“거짓말해서 제가 얻는 게 뭐예요?”
[박 사장 부상설도 있던데…….]김미소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딴 찌라시로 간 볼 거면 끊어요.”
[에헤이, 있어 봐. 상황이 다급하니…….]뚜우.
김미소는 휴대폰의 전원 자체를 꺼버렸다.
“괘, 괜찮으세요?”
“안 괜찮으면?”
뚜루루루루.
“내선도 끊어.”
“저, 정말요?”
“끊어.”
이소진은 전화기 선을 뽑곤, 이래도 되는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외부전화 다 받지 마. 메일만 체크해.”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요.”
이소진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당장 비서실에 지시를 내렸다.
“속은 좀 후련하네요.”
“어차피 다 사장님 찾는 소식이야.”
“그렇죠.”
위기가 닥쳤다.
어쩌면 인류 전체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8성 던전이 터지면 거대육상 군주가 나오고, 이들은 핵무기도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8성 던전은 계속해서 생겨날 터인데 그 대책이 없다.
모두가 박수호를 찾고, 답을 구하고 있었다.
문제는 답이 여기도 없다.
“와, 찌라시 장난 아니네요.”
애초에 계속해서 감출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인류 전체의 위기감에 각국들이 박수호의 동향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보였다.
그에 비례해 부상설, 사망설은 기본이고 온갖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미국 동부 해안도시 LA.
은거 생활 중인 회귀자가 이 찌라시를 물었다.
“박수호가 없어?”
두꺼비 군주가 나타나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박수호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망간 거 아냐?”
이대로 잠적해 어디로 숨겠나.
놈이 회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회귀하러 갔다고 여기겠지만.
“그건 나만 알지.”
이성우가 여럿 기사들을 종합해보곤 결론을 내렸다.
이 가짜뉴스들을 죄다 믿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 소란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다.
“없을 수도 있단 말이지?”
이성우의 얼굴에 간만에 웃음이 내걸렸다.
“네놈을 하나하나 파헤쳐주지.”
원거리 관찰은 끝났다.
이제 잠입해 근거리 관찰을 시작할 때가 왔다.
회귀 전 최대한 많은 정보를 긁어모아 가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