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09)
310화 신수대전
콰콰콱!
느릿하게 걷기만 하던 두꺼비 군주가 급히 몸을 틀었다.
워낙 덩치가 커서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는 아니지만, 기존의 움직임을 보자면 가공할 속도.
휘리릭.
그 몸부림에 이무기 백사가 떨어져 내렸다.
“키에에!”
백사가 아가리를 벌리고 혀를 빼며 소리 질렀다.
푸시시시.
백사의 새하얀 몸 곳곳이 까지며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매캐한 살 타는 냄새는 모두 독액에 의해서다.
독두꺼비답게 몸 전체가 독이다.
[빌어먹을.]자신만만하게 출동했는데.
신급 군주라고 다 같은 급이 아니다.
이놈은 확실히 청룡보다 세다.
[젠장.]기억을 더듬어 보면 청룡도 그 혼자 처치한 것은 아니다.
수호가 도왔으니까.
가만있었으면 청룡 때문에 익사할 뻔했었구나.
이거 괜히 잘난 척했네.
저 멀리 촬영중인 헬기도 몇 대 보인다.
도망가야 한다.
본래 야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이고,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선택지는 둘이다.
우세하면 싸우고, 불리하면 도망간다.
여긴 결사항전으로 지켜야 할 새끼 둥지도 아니고, 영역도 아니다.
결단을 내린 백사가 멀찍이 멀어졌으나, 그냥 가지는 않았다.
이거나 받아라.
“키에!”
백사는 아가리를 벌려 침을 탁 뱉었다.
[독은 나도 있다, 임마.]치치치직.
두꺼비 군주는 날아오는 독액을 그대로 맞았다.
신성력 방패 따위는 작동하지도 않았다.
치지지지직.
“꾸어어어!”
독을 맞고 포효하며 날뛰었다.
거대한 산 같은 덩치의 두꺼비가 날뛰자 주변 지형이 변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그 휘하 군주들도 그 분노를 이어받아 같이 날뛰었다.
샤샤샤샥!
백사는 그들의 대규모 광포화에 재빨리 물러나면서 생각했다.
[저거…….]독 통하는 거 같은데?
백사가 꾸물거리며 멀어지다가, 하늘 위를 맴도는 매를 보고 덩치를 줄였다.
쐐애애액.
급강하한 매가 뱀을 낚아채 날아올랐다.
작전상 후퇴다.
**가만히 시체처럼 누워있는 이성우는 악몽이라도 꾸는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몸은 축축한 게 벌써 땀으로 다 젖어 있었다.
“으으, 으으.”
좋지 못한 환각을 보는 모양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는 환술을 부린 구미만 알 일이다.
“저거 괜찮은 거죠?”
“묘호호.”
“괜찮다고 한다.”
김미소의 물음을 구미가 답했고 차이가 통역했다.
그들이 한참 이야기 중인데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투욱.
“어?”
꼬물꼬물.
“백사님!”
여기저기 비늘이 누렇게 상한 백사가 몸을 비틀며 똬리 틀어 머리를 세웠다.
“벌써 잡고 오신 거예요?”
김미소의 물음엔 기대가 가득했다.
[실패했다.]“…….”
김미소는 잠깐 표정이 굳었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문제 없으시다면서요.”
[…….]“어렵지 않으시다면서요?”
[…….]“어쩌죠, 우리?”
김미소의 미소는 힘이 없었다.
백사만 믿고 있었는데, 큰일이다.
이미 두꺼비 군주는 만주를 지나 한반도 상륙이 코앞이다.
미리 평양 시민들의 피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일단 정부에 원조 요청부터 해야 하나.’
어차피 두꺼비 군주와 수만 마리 몬스터 대군의 진군이라는 위기의 한배를 탄 서울시다.
두꺼비도 문제지만, 세를 점점 불리고 있는 몬스터 군단도 문제.
국방부의 화력 지원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
[걱정 마라. 다시 가면 된다.]“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놈의 약점을 알아냈다. 애들이 조금 도와주면 돼.]백사는 그리 말하며 구미와 짭쿠로를 보았다.
그들 외에도 L급에 이른 야수들이 몇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뒤로 회귀할 것을…….’
박수호가 적어도 아프리카에 다녀온 이후로 회귀했으면 대부분의 야수들이 L등급을 찍었을 때다.
새롭게 합류한 기린에 사자 무리 등의 야수 전력도 더 늘었을 테고.
‘아냐. 그럼 괜히 검은 놈만 더 늘었을지도 몰라.’
신급 군주는 죽어서 검은 포탈을 남겼다.
수호가 사라진 이번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다시 회귀를 선택한다 한들, 관리자인 박수호가 수락할지도 알 수 없고 말이다.
잠깐 고민하던 백사의 시야에 누워서 신음하는 이성우가 들어왔다.
[쟤는 뭐냐?]“아, 회귀자예요. 캐낼 정보가 있어 환술로 심문하고 있어요.”
[…….]백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놔줘.]“안 돼요. 아직 회귀하는 법을 알아내지 못했어요. 완강한가 봐요.”
[허허허.]츄르르릅.
백사는 혀를 날름거렸다.
[그런 건 하나도 중요치 않으니까 일단 놔줘.]“왜죠?”
[저놈이 분명 메시지를 전할 테니까.]“네? 그게 무슨 말이죠?”
백사는 패배하고 돌아와서인지, 그답지 않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보나마나 회귀하러 가겠지.]“회귀하게 내버려두면 안 되잖아요?”
[쟤 못해.]백사는 안다.
이성우의 미래를.
“예? 왜요?”
[허락을 안 하니까.]“누가요?”
[주인…… 너네 사장이.]주인님이라고 하기엔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백사다.
“사장님이 회귀를 허락하고 말고 결정하신다고요?”
김미소는 자신이 물어놓고 얼굴이 흠칫 굳었다.
“왜, 왜죠? 아니, 사장님이 무슨 권한으로…….”
[신이니까.]“…….”
혼란스러워하는 김미소를 두고 백사는 구미에게 눈짓했다.
“묘호.”
구미가 꼬리를 살랑 흔들자 이성우가 정신을 차렸다.
“으으으.”
실눈을 뜬 이성우는 김미소를 보곤 화들짝 놀랐다.
“허, 허억!”
다다닥.
주저앉은 자세 그대로 화급히 발을 저으며 뒤로 물러난 이성우는, 나무둥치에 막히고 나서도 버둥거렸다.
“말하겠습니다. 다 말하겠…….”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을 뱉던 이성우는 손발이 자유로움을 알곤 재빨리 눈빛이 변했다.
‘기회다.’
그토록 바라던 기회다.
아 얼마나 굴욕을 견뎠던가.
이 악독한 년.
파파파팟!
이성우의 몸이 살짝 푸르게 변하며 덩치가 커지고 날개가 돋아났다.
“찻!”
변신 중엔 움직이지 않는다는 국룰도 어기고 재빨리 달리며 변이를 마쳤다.
타탓!
그대로 도약해 날개짓을 했다.
마몬비족으로 변해 하늘 높이 뜬 이성우는, 저 아래 입을 쩍 벌린 채 자신을 보고 있는 김미소를 보곤 이를 갈았다.
“이 개같은 년! 넌 진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준다. 이 시발새끼야!”
울분에 찬 고문 예고를 날린 이성우는, 또 원숭이들이 투석할까 봐 재빨리 날아 도망쳤다.
“시발. 정보고 나발이고 당장 회귀다.”
다음 생은 스트레스를 좀 풀어야 겠다. 인류 구원은 그 다음 회귀에서 하면 되니까.
저 멀리 날아가는 이성우를 보며 김미소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김미소의 충격받은 모습에 구미가 슬쩍 웃었다.
“대체 어떤 환술을 부리셨기에.”
“묘호호.”
옆에 있던 뱀파이어 차이가 성실하게 통역해 주었다.
“눈만 마주쳐도 오줌 지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
아무리 꿈에서 이뤄지는 환술이라지만…….
아니다, 모르겠다.
지금은 이성우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어차피 저대로 가도 회귀하지 못한다니까.
“일단 두꺼비 사냥팀부터 꾸려 봅시다. 백사님.”
사냥팀을 꾸리는 것과는 별개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평양 시민의 피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호시티의 피난 계획은 딱히 세울 필요가 없다.
‘여기가 끝이다.’
수호시티는 배수의 진이다.
세계수를 뽑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기가 최후의 방어선.
김미소는 굳게 마음먹었다.
‘죽기 살기로 막는다.’
지켜내지 못하면 죽을 뿐이다.
그녀의 군주가 돌아올 때까지.
무조건 지켜낸다.
그녀의 신이 돌아올 때까지…….
*졸졸졸.
냇물이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흘렀다.
슈우우욱, 콱!
곡괭이가 땅을 파고들어 물길을 내었다.
한참 곡괭이질하던 당진철이 허리를 폈다.
“아이고야, 화경 고수도 노동은 힘드네그려.”
힘들 만한 수로공사다.
곡괭이 하나로 중랑천 물을 끌어쓴 지류와 이어지는 수로를 팠다.
수호시티 동측은 어쩌다 보니 길드 외의 세력들이 자리잡는 구간이 되어버렸다.
이미 자리잡은 사찰인 봉림사도 그랬고, 구천 행성에서 넘어온 아미파 분타도 그랬다.
그리고 여기 사천당문의 새로운 출발지가 될 터를 공사 중이다.
“이럴 때 형님이 계시면 얼마나 좋아?”
당진철이 이유 있는 투정을 부렸다. 어떻게 말만 잘하면 고생해서 이뤄놓은 공사를 손짓 한 번에 처리하는 사람이다.
땅만 잘 파는 게 아니다.
수목을 심었다 하면 단숨에 수백 년 수령이 될 법할 정도로 키워내는게 수호의 능력.
그가 있다면 당진철의 상상 속 정원 공사는 벌써 끝이 났을 터인데.
“계셨네요.”
“응? 한 이사 아니신가.”
“네. 와아, 이걸 다 파신 거예요?”
“허허허, 그렇다네.”
“아니, 건설사 맡기시지 이걸 곡갱이로…….”
“아, 세가의 뿌리를 세우는 일인데 의미가 깊지 않은가?”
“아.”
“껄걸, 사실 할 일이 없어 소일하는 거네.”
박수호도 한순간 사라져버리니, 누가 있어 당진철에게 잡일을 시키겠나.
구천 행성 출신의 당진철과 아미파의 태사신니는 무려 화경의 고수다.
지구의 등급으로 치면 L급이라지만, 그들은 또 지구의 각성자와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전투력을 보이는 무림인들.
함부로 대할 사람들이 아니기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있었다.
“잘됐네요. 할 일이 생기실 것 같아요.”
“으음? 무슨 일?”
“지금 엄청 위기거든요. 헤헤.”
당진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세상이 무너져도 십만대산 아니, 수호시티는 건재할 것이다.
수호가 없다지만 그의 맹수들이 가득이고, 길드의 용병들도 결코 호락호락하진 않으니까.
“지구에 혈교…… 아니, 혈마, 아니 형님의 길드를 위협할 만한 세력이 있는가?”
“아뇨.”
세력 싸움이 아니다.
“독두꺼비 하나가 내려오고 있는데, 요놈이 또 독에 약점이 있다네요?”
당진철이 턱을 쓰다듬다가 곡괭이를 놓았다.
“내가 나서야 할 일이로군.”
“캬, 독 하면 형님이 전문 아니십니까?”
“그렇지.”
당진철이 훍먼지 묻은 옷을 훌훌 털어냈다.
“어서 가세나.”
“넵. 이쪽으로.”
당진철은 당찬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두꺼비 독이라.’
채취해서 연구해 사천당문의 비기로 삼으리라.
*콰콰쾅!
“시발, 이렇게 센데 죽어?”
이 비석의 쿠로는 얼마나 예전의 쿠로일까?
이렇게나 강력한데 단숨에 죽여버린 그 거인의 정체는 대체 뭐지?
수호는 검은 쿠로의 공격을 막으며 연신 뒤로 물러났다.
반격을 하곤 있지만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이다.
“변신을…….”
야수의 힘을 끌어올까 싶었지만 관두었다.
괜히 지구에 길들여 놓은 야수들과 얽혔다가 일이 꼬일지도 모른다.
‘지구와 신계는 엄연히 다른 차원.’
지구는 지금 백사로 인해 과거로 회귀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 땅엔 침식도 일어나지 않는다.
죽은 신의 패악질도, 그런 이와의 사투의 전장도 지구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신계에서 죽은 신.
신의 죽음이 옮겨 붙는 것이 침식이다.
지구를 침식으로 지켜내는 방법은 수호가 지구로 돌아가지 않는 것뿐이다.
신계에 남은 자신의 죽음을 모조리 회수하기 전까진.
콰콰쾅!
정신없이 주먹을 주고 받던 수호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순수한 신체 전투력에서 밀리고 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킬 힘이 무엇이 있을까?
죽음뿐인 검은 공간이라 조화마법도 불가능한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라도 도움 되는 걸로.’
역시 순수한 육체 싸움에서 밀리면 템빨이라도 받아야지.
‘업적상점!’
아이템의 힘이라도 빌리기 위해 업적상점을 연 수호는, 새롭게 추가된 항목에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