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26)
327화 주변국 (1)
일본 정부에서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건 외무상이었다.
“뭐 연방?”
“그렇습니다.”
“허, 조센징들이 발악을 하는군.”
두꺼비 군주의 남하로 큰 곤욕을 치르더니 똘똘 뭉치려는 모양이었다.
저치들은 본디 가만히 내버려두면 끝없이 분열하지만 위기 순간에는 한없이 뭉치는 족속들이니까.
“건방진 놈들.”
외무성의 인상이 사나워졌다.
연방을 세우자면 대 일본제국까지 함께 동아시아 연방이라도 내세워야지, 저 작은 반도에서 무슨…….
“총리님께 알리시오.”
“하잇!”
서울 부산 할 것 없이 활동하는 첩보원들이 많다.
내부인사도 있고, 일본에서 직접 파견 간 이들도 있다.
첩보라인에서 들어온 소식인지라 아직 저들이 공식 발표하기 전이다.
한반도 전력이야 보잘것없지만, 두꺼비 군주를 직접 해치운 수호 길드는 대일본제국의 파트너로 받기 충분하지 않은가?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은 덮어두고 대국답게 손을 내밀어 주리라.
*수호 길드 부사장실.
김미소는 표정이 밝았다.
“됐어.”
영남연합도 대한민국 정부도 긍정적이다.
북한이야 진즉에 궤멸해 평양시 하나만 남았다지만, 대한민국과 영남연합은 여러 대도시들을 보유한연합국가다.
위기사태에 대한 연합을 공고히 하려 했는데, 외려 연방국가 체제로 발전해버렸다.
각 도시의 대표인 시장이 모여 최고의회를 이뤘다.
서울, 광주, 전주, 안동, 익산, 서귀포의 대한민국의 도시 여섯.
부산, 대구, 포항의 영남연합 셋.
그리고 평양 하나.
분단된 세 국가의 10개 도시에 수호시까지 11명의 시장이 모여 다수결로 연방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각자 한국과 영남연합에 속해있지만 익산과 대구는 사실상 수호시티의 영향력 아래 놓인 도시.
의결권 셋이 아니더라도 수호시가 연방을 주도할 것은 뻔했다.
한국, 영남, 평양의 합의로 조금 이상한 연방국가가 탄생했다.
11개 자치도시가 세 그룹으로 국가를 이루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연방국가가 출현했다.
공식 발표가 있은 후, 의결권을 가진 11명의 시장이 수호시티에 모였다.
한반도 연합.
유나이티드 코리아의 첫 번째 대통령의 선출을 위한 첫 모임.
수호시티 호텔의 연회장에 모인 11명의 인물들은 뚜렷하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
“대통령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너무 그러지 말게나. 그냥 서울 대표일 뿐이야.”
“어휴, 대한민국이 어디 갔습니까? 대통령님이 대통령님이지요.”
“자네나 나나 어차피 한 표일 뿐이야.”
류담의 말은 맞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연방국에 모인 11명의 인물들은 세 개의 정당으로 나뉜 것이나 다름없다.
정당 대표의 뜻에 따라 표가 몰릴 것은 자명한 일이니, 가장 많은 인원을 가진 대한민국 정부 세력이 유리했다.
그런 류담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연방정부가 다수결을 원칙으로 한다지만, 수호시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으니 모두가 알게 모르게 김미소의 눈치를 봤다.
수호시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김미소는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했다.
“저 그렇게 보실 필요 없으세요. 다들 바쁘시니 일단 임시연방대통령부터 선출하도록 하죠.”
“어흠.”
“으음, 누가 좋을지…….”
저마다 눈치보기 싸움을 시작할 때 평양시 대표 리중만이 선수를 쳤다.
“내래, 수호시의 김미소 동지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우!”
“맞습니다.”
대구시장이 편을 들자 서귀포 시장이 반박했다.
“연방정부 출범에 걸맞게, 무게감 있는 류담 대통령이 맡는 건 어떻습니까?”
부산총독이 대번에 반대했다.
“어허, 겸직해서 되겠습니까? 그리되면 연방이 대한민국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꼴인데. 난 반대입니다.”
서로 오가는 말을 보면 최대한 자기 쪽 사람을 집어넣고 싶은 모양이었다.
처음 운을 뗀 김미소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직 다들 국가 소속이니까.’
11개 도시가 모인 연합체지만 3개의 국가가 모인 합의체 성격을 더 드러내고 있었다.
그 소속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으니 11개 도시 연방이 아니라 한국, 영남, 북한의 정상회담을 보는 듯했다.
“수호시티의 의중은 어떻습니까?”
김미소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야 누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류담 대통령님도 좋고, 부산 총독님도 좋지요.”
자신은 연방대통령 경쟁에 끼지 않겠다는 위회적인 발언.
부산총독과 류담 대통령의 눈에서 불꽃이 일렁이다 금새 사라졌다.
“타국에 얕잡아 보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류담 대통령님이 제격입니다.”
“어허, 그럼 뭐하러 연방을 꾸립니까? 죄다 대한민국 밑으로 들어가지.”
“아, 임시 아닙니까? 일단 기틀부터 갖추자는 거지요.”
광주 시장의 말에 김미소는 고소를 머금었다.
‘이미 기틀은 갖춰졌다.’
11명의 최고 결정권자들이 모였다.
연방대통령은 이들 11명의 대표일 뿐이지, 왕이 아니다.
저들은 다른 연방제 국가를 따라가고 싶은 모양이지만, 김미소가 생각하는 연방은 딱 지금 수준이다.
각 도시별로 자력 생존, 그리고 위기시 힘을 모은다.
현대 국가 개념이 아닌 봉건제와 닮았다.
임시 연방대통령이다.
왜 임시겠는가.
‘나의 군주, 나의 신이 돌아오실 때까지.’
그 전에는 누가 되든 상관없다.
그저 임시고, 명목뿐인 대통령일 뿐이다.
명령권도 없으며, 결정권도 없다.
연방의 모든 결정은 이 11명의 연방가입도시 대표들이 논의해 결정한다.
“그럼 대략 후보들은 나온 듯하니 투표하시지요.”
“으음.”
부산총독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으나 차마 자리를 박차고 나가진 못하고 투표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류담.
대한민국 정부 대통령이 한반도 연방의 대통령직까지 겸임하게 되었다.
“축하드려요.”
“허허, 명목뿐인 자리 아닙니까?”
“후후.”
김미소는 그저 미소지어 주었다.
늙은 생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느긋한 저 얼굴 뒤에 어떤 야망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가 무슨 정치공작을 하든 상관없다.
김미소는 나쁘게 여기지 않았다.
류담이 정치력을 발휘해 연방정부나 대한민국 정부를 섞으려 들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좋지.’
어차피 왕이 돌아오시면 모든 것은 그분의 것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연방정부를 흡수하는 게 아니다.
정부를 알아서 갖다 바치는 꼴이지.
“좋아요. 수호시에 연방정부 건물이 들어설 겁니다. 이동포탈은 11개 도시를 하나로 이을 겁니다.”
수호시를 중심으로 말이다.
“각 도시간 이동포탈망도 확보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부산총독이 은근히 물어왔다.
“네, 각 도시들끼리 이동포탈망 구축에 찬성이죠.”
늬들 돈으로 하는데 무슨 태클을 걸겠나?
“허허, 수호 길드에서 용단만 내려주시면 됩니다.”
차원석 많은 수호 길드에서 깔아줘라.
“길드에서요? 왜요?”
내가 왜?
“하하하하.”
부산총독이 송골송골 올라온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저렇게 대놓고 거절하다니.
“공사는 구분합시다. 우리 연방은 외세에 대비해 힘을 키우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존재합니다.”
“아, 이를 말이겠소.”
대충 맞장구쳐 준 뒤에는 동맹 강화를 위한 각 11개 도시의 신속한 연락망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그 뒤에야 모두가 돌아갔다.
이동포탈은 이미 모두 설치되어 그들이 각자의 도시로 되돌아갈 때는 이동거리별로 소모되는 혈석만 지불하면 되었다.
*용식 클랜장 김용식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근수야!”
“왔냐?”
“이야, 너 좋아 보인다?”
“그렇지 뭐.”
근수의 모습은 전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깔끔한 배틀슈트 차림이야 그렇다 치고, 허리에 찬 칼은 척 봐도 명품처럼 보였다.
특히 달라진 것은 저 얼굴의 여유.
“와, 너 진짜 성공했구나.”
“에이, 성공은 무슨. 말단인데.”
“그 칼은 뭐냐?”
“아 이거? 그냥 지급품이야.”
“지급품?”
수호 길드는 용병들 대우가 좋다더니, 장비까지 지급해 준단 말인가?
“이, 이게 기본 장비야?”
“다 주는 건 아니고 각자 원하는 거 지급받아.”
칼쟁이는 칼 받고 활쟁이는 활 받는다.
칼을 건네받은 김용식은 입을 딱 벌렸다.
“이, 이, 이게 지급품이라고?”
“어, 그런 거 창고에 많아.”
“…….”
미쳤다.
아티팩트 백화점에 가도 VIP실에 진열되어 있을 것 같은 물건이 창고에 널렸다고?
허세가 섞였겠지만 영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무슨 풀 장비냐. 나 기죽이려고 입고 왔냐.”
아닌 게 아니라 배틀슈트에 무기까지, 당장 어디 던전 공략이라도 나서도 될 차림이다.
“아, 비번 아니면 다들 출동대기야.”
“그, 그래?”
용식은 꽤 실력 있는 클랜의 클랜장이지만 괜히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너 등급은 좀 올랐냐?”
“아, 선배들 말이 길드장님 계실 땐 진짜 엄청났다던데. 난 그저 그래. 이제 S등급이야.”
“에, 에에스?”
용식의 입이 또 딱 벌어졌다.
용식은 클랜장답게 팀에서 가장 높은 A등급이었다.
그의 팀원들이 대부분 C등급, 몇몇 조장급이 B등급인데…….
‘수호 길드 입사하기 전에는 C등급이던 애가…….’
그간 용식 클랜이 사냥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격차가 뒤집어질 수 있단 말인가?
“아무튼 잘 왔다야. 여기 클랜 입주하면 혜택 많을 거야.”
“그, 그래. 소개해줘서 고맙다 야.”
“에이, 나 말단이야. 진짜 그냥 알려만 준 거야.”
“그래도 야. 고맙다.”
“저쪽 구역에 클랜 사무실 입주할 거다.”
근수와 용식이 있는 곳은 수호 길드 남문 인근 외성지역.
그 한쪽에 구획을 정비하고 건물들이 쭉 들어서고 있었다.
“저게 이동포탈 존이야.”
그 옆에 콜로세움처럼 지어진 포탈 존을 가리켰다. 내부에 들어가면 각 지역으로 이동 가능한 포탈이 존재했다.
“듣기로 대륙간도 이제 곧 잇는단다. 사냥터 찾아 가기엔 여기가 진짜 딱이야.”
“그렇지.”
“너 진짜 생각 잘한 거야. 처음엔 다 받아줘도 나중엔 자리 없어서 오고 싶어도 클랜끼리 경쟁해야 할 거야.”
“그, 그래.”
“저기 봐. 못 보던 사람들인 거 보니까 외부인 같은데.”
몇몇이 무리지어 다니며 클랜 구역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마 나처럼 아는 지인들 불러 왔을 거야.”
그 수가 못해도 수십이 되어 보였다.
“우, 우리 클랜 입주 못하는 거 아니냐?”
“초반이라서 그 정도 경쟁률은 아냐. 아무튼 빠르게 옮겨버려.”
“그래야지. 야, 미리 알려줘서 고맙다야.”
“친구끼리 뭘.”
용식은 근수를 따라다니며 수호 길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클랜원들과 던전 돌기 바빠서 수호시티에는 처음 오는 것인데, 과연 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니, 최상의 조건이다.
‘이리 평화로울 줄이야.’
나무로 된 장벽은 삭막하지도 않고 태초의 자연 속에 도시가 자리잡은 느낌이었다.
용식은 계속해서 한 가지 생각이 맴도는 것을 떨쳐낼 수 없었다.
‘클랜 이주가 아니라 입사를 할까?’
‘길드에서 받아 줄까?’
용식의 눈에는 말단 용병이라는 근수의 모습이 더없이 대단하고 부럽기만 했다.
말단인데 S급에 명품무기 지급이라…….
‘수호 길드라…….’
괜히 용병들의 종착지라 불리는 회사가 아닌 듯싶었다.
길드에 대한 동경이 생겨난 용식이다.
*파팟!
수호는 두치와 고대야수 변신을 이뤘다.
투명한 은빛 털의 늑대인간은 여기저기 피투성이를 한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존나 쎄네.”
[미래의 나는 상스럽군.]“닥쳐. 너도 똑같아.”
[맞는 말일지도.]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 블랙맨을 보니 거대한 벽을 마주한 기분이다.
저렇게 강한데 왜 자살했지?
과거의 내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니, 이 신계에.
‘이길 수 있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음?’
아니, 돌파구가 생겼다.
숭배 스탯이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그 덕에 스탯이 모자라 확인할 수 없었던 숭배 관련 스킬이 잠금해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