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28)
329화 드루이드들 (1)
아직 정식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다섯의 공격대가 1군.
최종적으로 8성 던전을 안정적으로 선발 공략 가능토록 전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런 1군 공격대마다 하위에 편성된 2군 공격대가 다섯.
팀마다 30인으로 정원이 이뤄지니, 서민수를 대장으로 하는 공격대만 여섯에 180명의 대원이 속해 있었다.
2군 공격대는 사장님이 사라지기 전 버스에 운 좋게 탑승해 SS급이나 S급이 된 용병들도 다수 있었고, 그렇지 못해 여전히 D급이나 심지어 F급에 머물러 있는 용병들도 있었다.
그들의 등급 업이자 훈련을 도맡아 하는건 대장인 서민수 본인.
“각 조별로 산개!”
편의에 따라 18개의 조로 세팅했다. 10명이 한 조.
18개의 조가 산개해 넓게 대형을 잡았다.
드넓은 필드에 흙먼지가 피어올랐으나 누구 하나 눈 감는 이가 없었다.
“아직 팀 개편 안 됐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
“무조건 1군 간드아!”
각 조장들이 독려하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180명의 인원이 6개 티어로 나뉜다.
개인의 실력이나 공훈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상위 팀으로 옮겨갈 수 있는 일.
1티어인 1군 공격대가 되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호 길드 대표 공격대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밀집대형으로!”
서민수의 명령에 각 조들이 서둘러 간격을 좁혔다.
“모여!”
“간격 유지! 간격 유지!”
실제 던전에 나선다면 이런 대규모 진영 훈련은 무의미하다.
많이 진입해 봐야 30인이 전부인 던전 사냥은 철저하게 게릴라 전술을 사용한다.
소수의 공격대가 수천, 수만의 몬서트들을 차근차근 사냥하며 최후에 보스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통상적인 던전 사냥이니까.
‘앞으론 다르지.’
점점 필드 사냥의 비율이 늘어난다.
지금이야 현대화기의 도움을 받아 원거리 타격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최악의 상황에서는 냉병기를 들고 백병전을 벌여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것을 대비한 훈련이다.
한참의 진영 훈련이 이어졌다.
군대와도 같은 그 훈련에 모두가 지쳐 갈 때쯤 휴식이 부여되었다.
“다들 쉬어.”
서민수의 명령에 다들 조별로 둘러앉아 퍼질러졌다.
“후아, 우리 대장님 군 출신이라 그런가, 얄짤 없으시네.”
“그래도 서 대장님이 나아. 홍 대장님 쪽은 애들이 입에 포션을 물고 산단다.”
군 장교로 근무하다 전역하고 관리국 산하 포탈관리과에서 근무하다가 스카웃되어 수호 길드까지 오게 된 서민수다.
서민수가 군대 경험을 살려 180명의 인원을 죄다 정예병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훈련 커리큘럼을 짰다면, 홍세희는 달랐다.
그녀는 180명의 대원들을 서로 짝지은 뒤 무한대련을 지시했다.
싸우고, 또 싸운다.
‘결국은 개인의 힘이다.’
소규모 조별로 사냥에 나서는 것이 용병의 주요 사냥 패턴이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에 남는 건 혼자다.
홍세희는 개인의 전력과 전투감각을 중시했고, 무한대련으로 군대가 아닌 전사를 양성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부상도 잦고 포션 소모량도 가장 많다.
“박 대장님 쪽이 제일 낫지 않아?”
“야, 거긴 더해.”
“왜요?”
“거긴 모의 훈련이야.”
“……?”
잘 모르는 신입의 얼굴을 보며 조장이 피식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조별로 사냥 훈련하고 있어.”
“그게 더 꿀 아녜요?”
“상대가 일곰이 같은 애들이야.”
“와, 모의 훈련이 아니라 그냥 모의 보스 레이드네요.”
“그렇지.”
조장은 생각난 듯 덧붙였다.
“그 누구냐, 힐러. 그 수녀님.”
“진세연 수녀님이요?”
“그래. 그분이 괜히 3공격대에 파견 갔겠냐.”
“아.”
“거긴 까딱 한눈팔면 허리가 접혀요.”
포션으로 치료할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진세연이 항시 대기하며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
더불어 그녀도 치료 훈련을 하기에 좋았다. 부상자가 꾸준히 공급되니 말이다.
“와, 뭐 만만한 공격대가 없네요. 4공격대가 낫나.”
“야야, 거긴 더 해.”
“왜요? 최 대장님 예쁘잖아요.”
“예쁘기야 예쁘신데…….”
성깔도 장난 아니시지.
조장은 괜히 뒷말을 삼켰다.
“그 팀은 레인저 훈련한다더라.”
“네?”
“최 대장, 출신이 어디냐? 감지과 아니냐? 거기서도 에이스였는데…….”
최수영은 각성자 관리국의 감지팀에서 근무했다.
감지팀이 주로 하는 일은 던전 발생 이전에 차원균열을 미리 감지해 위치를 특정하는 것.
던전이 지금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이전에야 감지팀이 필드를 돌았지만, 지금은 필드에 나가는 감지팀은 없다.
던전 발생이 빈번하다 보니 도시내의 던전 발생만 미리 캐치해내는 것만 해도 역부족.
“최 대장이 감지팀 출신인 거랑 훈련 빡센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지금 거기 공격대 180명 전원, 강원도 갔다.”
“강원도요?”
“구보로.”
“…….”
질문했던 조원이 핼쑥해졌다.
“아, 미리 말하는데 5공격대 말은 꺼내지도 마라.”
“거, 거긴 왜요?”
대한민국 구 10대 랭커 중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강석호가 대장으로 있다.
원래 웅비 길드 대표 각성자였는데, 강릉 던전에 고립되었다가 박수호 사장으로부터 구함받고 수호 길드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 애들은 오줌도 잘 안 싼대.”
“……?”
훈련이랑 오줌이랑 무슨 상관이지.
“아, 맨날 쇠질하고 땀에 쩔어 사니까.”
“허허.”
그러고 보니 5공격대 때문에 길드 실내 트레이닝 룸이 증축했다는 소문이 들리긴 했다.
“거기 가면 너도 프로틴 존나 처먹고, 근손실 노이로제 걸릴걸.”
“저, 저는 그냥 여기 있어야겠어요.”
수호 길드의 다섯 개 공격대.
총 900명의 인원 외에도 이번에 대대적으로 추가 신입 용병을 모집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여튼 후임들한테 자리 뺏기고 싶지 않으면 잘해. 서 대장님이 그래도 애들 챙겨주는 건 확실한 분이니까.”
“넵. 전 4공격대에서 뼈를 묻겠습니다.”
“그래, 임마.”
“근데 조장님.”
“왜?”
“우리 공격대 이름은 언제 정해집니까?”
“몰라. 알아서 정하시겠지.”
다른 길드의 유명 공격대들은 죄다 이름이 있었다.
현무니 주작이니 하는 이름을 따오기도 했고, 대장의 이름을 따서 부르기도 했다.
수호 길드는 그냥 숫자로 5공격대까지로 부른다.
아무튼 수다로 휴식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몰랐다.
서민수는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체크했다.
‘다음 주부터 3공격대 애들 굴리겠네.’
이미 다섯 명의 공격대장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훈련 스케줄을 잡아, 모든 용병들이 특색 있는 다섯 가지 훈련 커리큘럼을 모두 경험하도록 합의했다는 걸 말이다.
‘이제 슬슬 다시 할까.’
이제 휴식의 끝을 알리기 위해 일어서려던 서민수는 그답지 않게 휘청이고 말았다.
이미 L등급을 찍은 각성자다.
박수호 사장님을 제하고 인류 각성자 순위를 줄세웠을 때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강자다.
물론 그 열 손가락이 전부 수호 길드 소속이지만.
어쨌든 그런 그가 잠깐 앉았다 일어나는 정도로 현기증을 느낄 리 만무한 일.
“어어어어.”
머리가 띵하며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이명마저 들리는 느낌.
술을 진탕 마시고 둥근 공에 갇혀 절벽을 구르는 느낌이다.
구역질을 할 것만 같은 느낌이 가신 이후에, 서민수는 세상이 확 밝아졌다.
“대장님!”
“대장님! 괜찮으세요?”
그때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차츰 잦아들며 주변의 소리가 들렸다.
부하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쓰러졌네.’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게 느껴져?’
L등급의 신체감각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상태다. 그런데 전보다 감각이 더 예민해진 기분.
그리고…….
휙.
“대장님!”
서민수가 벌떡 일어섰다.
“괜찮으세요?”
서민수는 주먹을 쥐었다 펴 보았다. 힘이 넘쳐난다.
“괜찮냐고?”
“예, 갑자기 쓰러지셔서…….”
“괜찮지. 아주, 괜찮지.”
서민수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그렇구나.
사장님께서…….
이 힘의 정체를 알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능력도.
‘야수……. 어떤 야수로…….’
이건 스킬북을 통해 스킬을 배우듯이 갑자기 머릿속에 자리잡은 지식이다.
야수로 변할 수 있다.
수호가 보여줬던 흉내내기 스킬과 같은 것.
차이가 있다면 무궁한 변화가 아니라, 단 한 번 모델을 정할 수 있다는 것.
서민수의 고개가 하늘로 올라갔다.
까아-
‘날고 싶어.’
수호의 공식 액션캠 1, 2위를 다투는 서민수와 한동수다.
서민수는 수호에게 매달려 하늘을 날 때, 그도 날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마침 저 멀리 거대한 날개를 가진 새가 보인다.
와이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충분히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존재.
파팟!
서민수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체형의 변화가 아니다.
파파파팟.
갈색 빛이 모여들어 그의 몸을 감쌌다.
부리가 튀어나오고 손이 날개로 변했다.
빛이 깃털을 이루고, 덩치를 키웠다.
거대한 날개를 갖춘 독수리로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파팟!
마침내 변신이 끝났다.
“후후후.”
사장님의 기분이 이랬을까?
이건 상상하지 못한 낯섬과 설렘.
서민수가 날개를 한껏 펄럭여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머리 뚜껑만 남겨 둔 채로.
쏴아아아!
서민수가 눈 깜짝할 새에 독수리로 변해 수호시티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니, 대장님이…….”
“허어, 우리 대장님이…….”
아까부터 공격대 이름을 생각하던 조원이 무심결에 홀린 듯 말했다.
“우리, 독수리부대 되는 걸까요?”
“…….”
“…….”
180명의 대원들이 전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유난히 반질거리는 머리가 눈부시다.
“대머리부대일지도…….”
*샤샤샷!
“누가 소리 내나!”
최수영의 뾰족한 목소리에 부대원들이 찔끔했다.
“속도가 늦다!”
“…….”
대답하는 인원은 없다.
그저 최수영의 다그침만 있을 뿐.
‘아니 시발, 말도 못하게 하고.’
‘소리 내면 소리 낸다 지랄하고.’
‘달리면서 어떻게 소리를 안 내.’
온 신경을 집중해서 천천히 걸어도 겨우 조용히 걸을까 말까 한데, 지금 180명의 4공격대는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꽤 빠른 속도로.
뽀짝.
“누구야!”
“헙!”
“실전에서 입을 놀려?”
“…….”
나뭇가지를 밟은 대원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다른 대원들의 얼굴도 가히 좋지 못했다.
“전원 제자리 대기!”
즐거운 얼차려 타임이 돌아왔다.
“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지?”
“은밀함입니다.”
“엎드려뻗쳐!”
누군가의 대답에 최수영이 소리쳤다.
180명의 대원들이 신속하게 바닥에 엎드렸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그 뒤가 은밀한 접근.”
적을 알고, 들키지 않는다.
사냥의 시작은 목표물에 접근하는 것부터다.
‘아니 시발, 무슨 암살자 키우냐.’
‘오우거가 보청기 끼고 있나.’
저마다 불만은 많았으나 입에 담는 대원은 없었다.
성깔 더럽고 히스테리컬하기로는 수호 길드 제일인 최수영이니까.
유일하게 박수호 사장을 깐 여자.
“다들…….”
그런 그녀가 갑자기 픽 쓰러졌다.
“…….”
하지만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무슨 훈련이지?’
‘시험하시는 건가?’
‘다들 움직이지 마.’
‘속지 마! 다들 엎드려 있어.’
잘 훈련된 대원들은 조금의 소리도 미동도 없이 최수영이 일어날 때까지 가만히 얼차려를 받았다.
“아!”
한참 만에 눈을 뜬 최수영은 시야를 메우는 나뭇잎과 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에 자신이 누워있음을 알았다.
“이 새끼들, 대장이 쓰러졌는데 다들 엎드려 놀고 있어?”
“…….”
“대답 안 하지?”
“아닙니다!”
“일어서!”
샤샥!
다들 일어서 부동의 자세로 최수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아니, 외려 기쁜 듯 웃고 있었다.
휘리리리릭.
그녀의 주변으로 소용돌이 같은 바람이 몰려왔다.
‘이게 조화력.’
최수영은 이 힘의 근원이 어디인지 대번에 알았다.
이 끈적한 결속력은 너무 익숙한 그 사람의 것이다.
“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