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35)
336화 조력자 (4)
신수와 힘을 모을 수 있다.
“젠자아앙!”
꽝이다.
신수 길들이기에 이어서 연속 꽝이다.
아무래도 숭배 스탯 자체가 신의 힘과 연관이 있다 보니 그쪽 관련 스킬만 풀리는 기분이다.
“제발 이거는…….”
하나 더 남은 해금된 숭배 관련 스킬을 확인했다.
숭배자들이 재단을 만들어 신을 기립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신전에 영향력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들을 보호하십시오.
“아오!”
이것도 꽝이다.
지구에 세워지는 신전 따위가 지금 무슨 소용인가?
이것은 숭배 스탯을 올려주는 숭배자들을 위한 스킬이다.
지금 수호가 있는 곳은 블랙맨의 영적 공간.
죽음에 이른 저 블랙맨의 정신체가 머무르는 죽은 공간이다.
온통 검은색의.
[이제 포기할 텐가?]“꺼져, 병신아.”
포기는 무슨.
“난 너처럼 약하지 않아.”
슈아아악. 쾅!
블랙맨의 주먹이 수호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언제 왔지?
보지도 못하고 맞아 저만치 날아가 처박혔다.
[누가 약하다고?]“아, 쓰벌.”
수호가 일어서서 입에 묻은 피를 퉤 뱉었다.
“너. 이 시벌놈아.”
[난 약하지 않다.]“약해.”
수호는 다시금 힘을 끌어모아 두치를 소환해 변신했다.
시묘한 은색 털의 늑대인간이 포효했다.
“우오오오오!”
이제 아까처럼 맥없이 당하진 않겠지.
[이제 유흥을 끝내주지.]“개소리는.”
수호가 피식 웃었다.
축적한 힘이 많으면 무얼 하나?
결국 제 스스로 생을 포기한 놈인데.
“약해빠진 새끼.”
늑대인간이 포효하며 달려 나갔다. 부끄러운 과거의 죽음을 멸해 주마.
[흥.]콰직!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두른 늑대인간의 주먹이 블랙맨에 막혔다.
그리고 그대로 내쳐졌다.
콰앙!
“커헉!”
충격이 얼마나 큰지 피를 왈칵 토해냈다. 손아귀에 잡힌 앞발은 기이하게 뒤틀렸고, 바닥에 패대기쳐진 등이 욱신거린다.
가장 심각한 건 턱 하고 막히는 숨.
호흡이 곤란하다.
[이제 너도 죽어.]“좆까라 그래.”
[…….]블랙맨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채 버둥거리는 수호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살아있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군.]“너하곤 다르지.”
[젊구나.]“지는 얼마나 살았다고.”
마냥 무시하기엔 5천 년과 1천 년의 차이는 좀 큰가?
[안타깝구나. 네놈도 생을 이어가다 보면 내가 느꼈던 절망을 느낄 수 있었을 터인데.]무엇이 있었기에 5천 년이나 생을 이어갈 정도로 끈질긴 놈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저놈이 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누가 죽는대?”
산다.
아직 죽지 않는다.
발버둥쳐서 살아남는다.
죽음은 선택이 아니다.
살다가 살다가 그 끝에 도래하는 종착지일 뿐이다.
“거창한 척하기는! 넌 그냥 비겁하게 자살한 놈일 뿐이야.”
[비겁하다라…….]블랙맨은 히죽 웃었다.
저놈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 신계가 어찌하여 존재하는지.
또 어떤 역사가 반복되어 왔는지.
[넌 아직 죽지 않았을 뿐이다.]“잘 아네.”
[못 알아듣는군. 너나 나나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스스로 선택했든, 힘이 없어 죽었든 같다.
“돌대가리냐? 어떻게 같냐?”
[흐흐흐, 젊어서 그런지 혈기왕성하구나.]수호는 인상을 구겼다.
이제 고통에 겨운 숨도 돌아왔고,통증도 조금 옅어지는 감이 있다.
[하나 알려주지.]“필요 없……. 아니, 말해봐.”
들어서 나쁠 것 없지.
[이 신계는 신의 죽음을 자양분으로 삼아 유지된다.]“……?”
[너를 죽임으로써 이 신계를 이롭게 하리라.]“미친 새끼네, 이거.”
수호는 비로소 블랙맨과 자신의 차이를 느꼈다.
저놈은 말로만 5천 년을 산 놈이 아니다. 무지막지한 스탯이나 신체능력은 차지하고서라도, 변화된 게 있었다.
수호에게 있어 마음의 고향이 지구라면, 저놈은 이미 신계인이다.
지구의 안위? 그리움?
저놈에겐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맨이 아주 짧은 유희를 끝내고 신의 무덤을 하나 더 만들어 주려는 그때, 검은 세상의 한쪽이 찢어졌다.
파지직!
그 검은 틈으로 거대한 청룡의 대가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뒤이어 호랑이 인간도 하나.
“쿠로오오!”
호랑이 인간의 포효가 검은 공간을 진동했다.
*지이이잉.
중국 내륙.
옛 지명 우한으로 불렸을 그곳의 어느 필드에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됐어.”
최수영은 수호시와 연결이 완료된 푸른 포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곳은 수호 길드에서 무조건 보호해야 할 장소가 되었다.
붉은색의 던전 포탈과 다르게, 푸른색의 이동포탈은 출입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다.
붉은 포탈이 오직 각성자와 차원에너지에 영향을 받은 아이템만 통과 가능한 반면.
푸른 포탈은 누구라도, 어떤 물건이라도 이동이 가능하다.
그 말은 각성하지 않은 지구인이라도 포탈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반대로 몬스터에게도 통용되는 말이다.
이 포탈을 통해 몬스터들이 수호시로 곧장 오는 것을 막으려면 이곳에 개척도시를 세우고 방어해야 한다.
작은 마을이라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요새화하는 게 좋다.
지이잉.
푸른 포탈이 일렁이더니 등장한 것은 김미소.
“부사장님 오셨어요?”
“최 대장, 수고했어요.”
사석에서야 언니 동생 하는 둘이지만 길드 용병들도 많고, 종성의 노마드 900여 명도 함께하니 서로 존대했다.
김미소가 그들을 보고 곧장 다가갔다. 이미 김미소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둘러앉아 한곳에 모여 있었다.
“반가워요. 저는 수호 길드 부사장 김미소예요.”
“임종성입니다.”
김미소가 악수하곤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저는 이곳에 작은 도시를 건설할 겁니다. 여러분들이 원한다면 도시민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임종성이 떨리는 눈으로 물었다.
“차별……. 아니, 노동 강도가 셉니까?”
임종성이 위험한 필드를 떠돈 이유는 별거 없다.
7개 연합국가로 사분오열된 중국이다.
그 어느 연합에서도 조선족이 기득권을 차지한 도시는 없다.
‘이 멸시를 견디느니 차라리 필드가 낫지.’
그들이 필드를 나온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피해서다.
인간을 가장 잔혹하게 대할 수 있는 건 우습게도 인간이다.
몬스터와의 대립은 그저 삶과 죽음을 가르지만, 인간은 다르니까.
임종성의 노마드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뭉쳤다.
대부분의 구성이 탈북민과 조선족이다.
노예처럼 부림당하느니 차라리 위험한 필드를 택한 이들.
“착취요?”
김미소는 어떻게 대꾸해 주어야 할까 잠깐 망설였다.
“세금은 있지만 착취는 없습니다.”
말이 없다 뿐이지, 세금이 존재하는 한 착취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임종성이 우려하는 건 그 세금의 양이다.
“1인당 혈석 100이면 됩니다.”
100의 에너지를 내뿜는 혈석이면 그저 손톱 두 개 정도의 크기다.
임종성이 조금 놀라며 물었다.
“하, 하루에 말입니까?”
이러면 조선족을 무시하며 멸시하던 다른 도시들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아뇨, 한 달이요.”
“……!”
눈을 부릅뜨고 놀란 임종성보다 먼저 대답이 튀어나왔다.
“만세에!”
“우리도 집이 생기는겨!”
거의 축제 분위기인 그들을 보며 미소는 미소지었다.
거주 세금은 100마력짜리 혈석 하나지만, 그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엔 세금이 붙을 거다.
달콤한 자본주의를 맛보여주지.
일하기 싫어도 스스로 일하게 되리라.
안전을 위해 몬스터와 싸우던 저들이, 혈석벌이를 위해 스스로 나서게 되리라!
“거주하시는 동안 모든 안전은 수호 길드에서 책임집니다.”
“만세!”
“수호 길드 만세!”
“수호 만세!”
그들의 환호에 김미소의 몸이 은은하게 빛났다.
‘아!’
이것으로 신도가 더 늘고 그녀의 신께 더 도움이 되었구나.
스스로 느낄 정도.
김미소는 안전 확보를 입으로만 말하지 않았다.
“하압!”
김미소가 손을 뻗으니 일대의 나무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쑥쑥 키를 키운 나무들이 오밀조밀 서로 붙어 벽을 이뤘다.
촤촤촤촤차!
여기저기 뻗어난 가지들에 무성한 잎사귀가 덮었다.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친 나무들이 아주 작은 나무 성을 만들어 냈다.
수호시티의 내성보다도 조금 작은 수준이지만 천 명 정도야 충분히 수용 가능한 크기.
당장 클 필요는 없다.
유입되는 피난민이 많아지면 그때 확장하면 될 일.
‘후우.’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이 정도가 김미소가 발휘할 수 있는 조화마법의 한계라서 그렇다.
“와아아아아!”
“만세에!”
“살았다. 살았어!”
주변을 가로막는 성벽이 생겨나자 사람들이 더욱 크게 환호했다.
파파팟.
김미소의 몸이 조금 더 진하게 빛났다.
‘후후.’
아까보다 더 늘었다.
역시 사람들은 말보다 눈앞에서 기적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아무런 도시도 없는 우한.
작은 개척 마을이 들어섰다.
*오사카 각성자 초능부대 31돌격대가 오랜만에 던전 공략이 아닌 임무를 받고 출동했다.
31돌격대장 기무라는 수송 드론에 몸을 싣고 큐슈로 향했다.
많은 도시문명과 기반시설이 파괴되며, 육로 통행은 애초에 막혔다.
배를 타는 것도 해상괴수 때문에 위험하니, 섬과 섬 사이를 오가려면 하늘을 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하늘을 나는 몬스터는 개체수가 적으니, 언제든 비상착률할 수 있을 정도로의 저상비행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위이이이잉.
“와이번이다!”
“칙쇼!”
공중 몬스터의 등장으로 급히 섬에 착륙한 기무라 부대는 육로로 이동했다.
“대좌! 전방에 오크 무리입니다.”
“무시하고 우회기동한다.”
“하이!”
31 돌격대의 이번 임무는 사냥이 아니다.
대일본제국은 큐슈의 방어를 포기하고 시민들의 대대적인 철수를 시행했다.
이제 큐슈는 몬스터들끼리 치고받는 몬스터 랜드나 다름없다.
군주 몬스터들이 꽤 등장하면 미사일로 타격해 차원석이나 루팅하는 장소일 뿐이다.
그곳에 미지의 세력이 점거했다.
관리를 포기했다곤 하나 엄연히 대일본제국의 영토!
31돌격대는 그 세력에 대한 조사 임무를 맡았다.
사실 이건 조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칙쇼.”
“조센징의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저 멀리 망원경으로 보이는 풍경은 분노 그 자체를 유발했다.
버젓이 수호 길드 깃발을 걸어대고, 여기저기 막사가 난립해 있었다.
“회신은 아직인가?”
“하잇.”
이미 보고는 올려두었다.
곧 있어 통신병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근거리 접근 후, 퇴거 절차를 밟으랍니다.”
“…….”
기무라는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
‘나니? 수호 길드를 상대로?’
괜히 멀찍이서 망원경에 기대 정찰하는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다.
무서우니까.
저들은 그 옛날 일제 시절 독립군처럼 무모하다.
폭탄을 던지고, 암살을 자행하는 자들보다 저들이 더 무모하다.
일본 제국을 상대로 무력도발을 해오고, 감옥선을 탈취 약탈까지 자행하는 놈들이니까.
‘칙쇼!’
기무라는 비로소 명령을 내렸던 초능국장을 떠올렸다.
호시탐탐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놈.
왜 31돌격대가 이번 임무를 맡았나 싶었더니, 이건 버리는 패가 아닌가?
적에게 던져주는 미끼 수준이다.
“대좌! 어찌 합니까?”
“…….”
고민이 길어지는데 속 모르는 부하들이 재촉한다.
“제군들은 제국을 얼마나 사랑하나?”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습니다.”
“…….”
위에서 바라는 게 그것이다.
목숨 바쳐 희생하라.
전쟁의 명분이 되어줄 것이다.
기무라는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어차피 이대로 돌아가더라도 명령 불복종으로 다스려질 것이다.
“31돌격대. 명을 받으라.”
“하잇!”
“제국의 영토에 무단 침입한 저들에 대한 퇴거 절차를 밟는다.”
대화로 시작해 전투가, 결국엔 죽음으로 끝날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피할 수 없다.
죽음을 각오하니 망설임이 가셨다.
기무라가 앞장서서 걸었다.
“대장, 누가 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