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37)
338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일본이 강력한 성명을 냈다.
[이웃의 어려움을 이용한 간악한 재산 강탈.] [무단 점유한 수호시는 당장 철수해야.] [큐슈, 무단 점거. 선전포고 없는 전쟁과 다름없어.]연일 일본 얼론을 통해 강력한 성명이 이어지자, 한국 언론에서도 그 소식을 다루기 시작했다.
물론 여론은 그들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ㅋㅋㅋ 내로남불.
-전쟁이나 다름없으면 그냥 전쟁하면 안 됨?
-위에 초딩임? 전쟁이 쉽나, 이게 게임처럼 싸우고 마는 게 아님. 수많은 희생자가 생길 텐데, 그건 어떻게 감당함?
-질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긴 함.
-그래도 인류간의 전쟁은 비극뿐임.
-근데 버려진 섬 먹은 건데 왜 저럼?
-독도가 지네 땅이라 할 때 느낌 어땠음?
-아. 한 방에 이해되네.
-이해는 되는데 불쌍하진 않음 ㅋㅋ
-맨날 영토 분쟁 일으키던 놈들이라, 역으로 당해 보니 더 빡치나 봄.
일본은 총을 동원한 전쟁 대신 다른 전쟁을 시작했다.
[일본, 국제사회에 영토 분쟁 공론화.] [도시국가화 되어버린 세계. 자국 내 문제 해결에 급급해 일본의 호소 무시.]대 몬스터 시대.
전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사소한 영토 분쟁 따위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될 일은 없었다.
일본 정부는 언제나와 같이 한국 정부와 한반도 연합을 압박했으나, 그들은 전처럼 저자세를 유지하질 않았다.
[한국 정부 공식성명. 매우 유감.] [영남연합의회. 몬스터에게 빼앗긴 땅, 외려 일본은 수호 길드에 감사해야.] [평양시. 일본은 간악한 주둥아리질을 당장 멈춰야.] [한반도 연합. 국가가 관리 보호를 포기한 필드를 영토로 보기 어려워.]수호 길드도 일본 정부의 항의 서한에 입장을 전했다.
수호 길드의 입장 전문을 받아든 일본 총리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약아빠진 녀석들이! 어억!”
너무 화가 나 뒷골이 서늘했다.
뒤로 넘어지는 총리를 의원들이 서둘러 잡았다.
“총리님!”
“의사! 의사 불러!”
떠들썩한 그들을 헤치며 총리가 일어섰다.
“칙쇼!”
분한데 딱히 조치할 수단이 없다.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무력을 동원해 되찾으면 되지만, 그것도 안 될 말이다.
수호 길드의 입장 전문이 그렇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 조센징이 돌아온 게 틀림없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잠적해버린 박수호가 수호 길드에 돌아온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저들이 이리도 오만방자하게 날뛰는 것이 아닌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전쟁도 무섭지 않다는 거겠지.
총리는 확신했다.
박수호가 돌아왔다.
“으으으으, 이 조센징들을!”
분하지만 길길이 날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켜내지도 못할 큐슈 땅을 되찾자고 전쟁하는 짓은 일본의 멸망을 부추길 뿐이다.
총리는 화를 삭이고 또 삭였다.
*“쿠로오오!”
호랑이 인간의 포효에 수호는 눈을 꿈벅였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쿠로오, 인간 무모하기 짝이 없군.”
“헐, 날 따라온 거야?”
“물론이다.”
쿠로의 얼굴은 나 화났음 그 자체였다.
“아니, 그냥 모른 척해 주면 되지.”
“죽을 것이 뻔한 길을 가는데, 어찌 막지 않을 수가 있겠나?”
“나 안 죽어.”
“고전 중이지 않나?”
“…….”
수호가 슬쩍 블랙맨을 쳐다봤고, 그는 이 상황에서 히죽 웃었다.
[재밌군, 재밌어.]묘한 삼각대치 중에 수호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구면이겠네? 쟤 오천 년 살았대.”
“……?”
쿠로는 고개를 갸웃했다.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산 적이 없었는데?
“쿠로로로.”
쿠로를 보며 블랙맨이 히죽웃었다.
[하룻강아지 수준의 범새끼가 많이도 컸구나.]“쿠로로, 날 알고 있나?”
[과거의 너를 알고 있지.]“…….”
“오, 나도 쿠로 만나봤는데.”
“날 만나봐?”
“그래.”
쿠로라고 신계에서 죽음을 경험해보지 않았겠나.
현생을 살아가지만, 무덤을 뒤져 보지 않은 이상 전생을 알 길이 없다.
수호는 무덤을 뒤져봤고, 쿠로는 과거의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치밀었다.
“나를?”
“거인한테 죽던데.”
“…….”
쿠로가 인상을 썼다.
이마에 왕자 털이 꿈틀거린다.
기억에 없다.
죽음 이후의 새 삶인데 과거의 죽음을 기억할 리가.
그가 아는 것이라곤 웬 인간이 신계에 등장했고, 몇 번이나 죽으면서 새로 살아가더라는 것뿐이다.
“나보다 오래되었을지도 모르겠군.”
여태까지는 신계에 먼저 온 게 쿠로 자신이라 여겼다.
그의 기억 속엔 인간이 수도 없이 죽는 것뿐, 그 이전에 대한 것은 없으니까.
돌고 도는 삶인데, 쿠로는 그 단면의 앞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전부라 생각했을 뿐.
“쿠로우, 신선하군.”
스스로를 수호의 스승이라 여겼다.
저 미숙한 인간은 참 많이도 죽고, 새 삶을 시작하고를 반복했으니까.
그런데 그 이전의 삶에서는 달랐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죽어 그저 검게 변해버린 저 블랙맨이 오천 년의 삶을 살아 가는 동안 쿠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는 상황이 지금과 반대여서, 저 인간이 자신을 보살펴 주었을까?
[생각이 많아 보이는구나. 호랑이.]“쿠루, 누구나 과거가 궁금한 법이지.”
모르면 몰랐을까. 과거의 행적, 죽음 이전의 삶이 궁금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렇게 그 연결고리가 버젓이 눈앞에 있는데 말이다.
[신룡대전을 겪어보지 못한 미숙한 신이 둘이라…….]블랙맨은 웃었다.
[이번 시대야말로 신계가 사라질지도 모르겠군.]“뭐라는 거야?”
수호는 블랙맨을 가리키며 쿠로를 보았다.
“좀 도와줘.”
“쿠로오…….”
“안 도와줄 거야?”
수호는 인상을 팍 썼다.
“아니, 왜 왔냐?”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수호는 쿠로의 뒤로 훌쩍 뛰어가, 무방비로 가만히 있던 청룡에게 다가갔다.
“얘 좀 빌리자.”
안 돌려줄 거지만.
파팟.
신으로 떠받들어지는 신수다.
청룡의 숭배 스탯이 다행히 수호보다는 낮은지, 금방 테이밍 되었다.
신수 길들이기의 첫 번째가 되어버린 청룡이 포효했다.
“쿠오오오오!”
“오랜만에 보네.”
“쿠오오오.”
“넌 처음이겠지만.”
그러고 보니 신수도 죽으면 다시 신계에 나타나는 모양이다.
회귀 전 지구에서 청룡은 분명 이무기 백사에 의해 죽었다.
지구는 회귀했다지만, 신계는 그대로다.
시간의 축이 다르니까.
“아무렴 어때.”
이 청룡이 그때 죽고 다시 태어난 놈이든, 아니면 그놈 친구든 상관없다.
파파파팟.
청룡의 몸이 푸른빛으로 변해 수호에게 엉겨붙었다.
‘신수 변신.’
두치와 뿌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고대 야수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신수.
신으로 추앙받으며, 가끔 지구에 헌신하기도 하는 신적 존재와의 합체.
파파팟.
수호의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돋아났고, 팔다리가 길어지며 덩치가 커졌다.
날개가 돋아나진 않았지만 구름과 같은 띠가 수호의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수족처럼 움직였다.
덩치만 커졌을 뿐 야수 변신과 다르게 인간의 외형에서 그다지 변하지 않은 모습에, 수호는 손발을 이리저리 살폈다.
“으음.”
야수 변신을 하면 어김없이 변하던 성격도 그대로다.
야수 변신이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면, 신수 변신은 조금 기분이 다르다.
청룡이 자신을 도와주는 느낌.
야수 변신이 인간형 말 켄타우로스와 같다면, 신수 변신은 말 위에 탄 기사 정도가 된 느낌이다.
“후우우우.”
하지만 이 넘치는 힘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 심정으로는 저 블랙맨도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느낌.
“안 도울 거면 구경이나 해.”
“쿠로오오.”
수호는 쿠로를 지나쳐 블랙맨에게 그대로 돌진했다.
팟!
전에 비해 수십 배는 더 빠른 속도.
콰직!
수호의 주먹질 한 번에 블랙맨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콱!
블랙맨의 손을 잡고 그대로 패대기쳤다.
‘이렇게 쉽게 되네?’
신수 변신의 위력에 수호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기본 파워를 서너 배 올려주는 느낌이다.
거기에 더해, 주변을 떠도는 구름뭉치 비슷한 것들은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이기어검이나 다름없이 써먹을 수 있는 수증기 덩어리들.
청룡의 고유 능력이 물을 다루는 것이어서 그런가?
[…….]“왜 안 덤비냐?”
비척비척 일어서는 블랙맨을 보며 수호가 웃었다.
“유희라며?”
[…….]“그러고 보니까.”
저놈은 나다.
과거에 죽은 나.
그 삶의 과정이야 다르겠지만, 신계에 발을 디딘 스물셋 청년에서 시작하는 건 매한가지다.
어린아이부터 삶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의식의 성장과 자아확립이 이루어졌을 나이다.
그때부터 오천 년을 살았든, 천 년을 살았든 그 성향이나 성격에 큰 차이가 있을까?
아주 작은 변수에도 달라지는 게 인생이라지만…….
“너 이런 거 못해?”
[무슨 말이지?]“신수랑 합체같은 거 못 해 봤냐?”
저놈은 드루이드가 아니었나?
[못하지.]“음?”
저놈은 어떤 인생을 산 거지?
야생의 숲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거기서 거기였을 텐데.
“어쨌든 내가 이겼네.”
[그럴 리가.]블랙맨은 자리를 털고 일어서더니 히죽 웃었다.
그저 검은색 일생의 머리가 묘하게 찌그러지며 입이 있어야 할 위치에 반달 같은 구멍이 생겼을 뿐이지만, 분명 웃는 것 같았다.
[네놈도 이런 건 못하지?]솔직히 블랙맨은 놀랐다.
사후의 자신이 신계의 야수도 길드이고, 신수까지 길들이다니.
저런 스킬 따위 자신에겐 있지도 않았고, 배울 수도 없었다.
쿠쿠쿠쿠.
블랙맨의 몸체가 서서히 커졌다.
“어?”
이성우가 보여줬던 마몬족으로의 변신과 비슷한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쿠쿠쿠쿠.
“언제까지 커지냐?”
두 배 세 배로 커진 블랙맨은 종래에 수십 배 커져 거의 고층 아파트만 해졌다.
[너도 이런 건 못 하지?]“와아.”
와 놀리는 거 봐라.
인성 보니 저놈은 자신이 분명하다.
죽으나 사나 성격 안 바뀌는 건 똑같구나.
“그건 무슨 스킬이냐?”
[몰라도 된다.]“치사한 새끼.”
어차피 상관없다.
이기기만 하면 저놈의 힘도 기억도 모두 차지하게 될 테니까.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지.”
상식적으로 크기가 커지면 느려진다.
같은 속도를 내더라도 그 덩치에 의해 피하기 수월해진다.
압도적인 중량감으로 한 방 한 방 강력하겠지만, 안 맞고 안 잡혀 주면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파파팟!
수호가 요리조리 자유롭게 비행하며 블랙맨을 때렸다.
블랙맨은 한참을 그냥 맞았다.
커다란 덩치가 휘청거리긴 했으나 맷집도 함께 뻥튀기됐는지, 전처럼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맞다 보면 쓰러지겠지.
수호는 쉴 새 없이 블랙맨의 몸 곳곳을 공격했고, 빠르게 비행했다.
콰직!
그러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블랙맨이 수호를 움켜잡는 데 성공했다.
거대한 손아귀가 움직이는 것치고는 상식을 파괴하는 빠른 속도.
[잡았다.]아, 이게 잡히네?
수호는 온 힘을 다해 손가락을 밀었으나 옴짝달싹하질 못했다.
“와, 망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