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47)
348화 사제와 기사
어지간한 운동기구로는 인간을 초월한 각성자들을 자극할 수 없다.
철컹!
쇠뭉치 부딪히는 소리가 더없이 경쾌하다.
“후우욱. 흐읍!”
다시 숨 참고 봉을 가슴까지 내린다.
좋아! 가슴 자극, 아주 좋아!
강석호는 힘껏 봉을 밀어냈다.
철컹!
“후우!”
좋아. 라스트 하나 더!
“후웁.”
강석호가 빛에 휩싸인 건 봉을 내리던 그 순간이었다.
와당탕!
한쪽으로 봉이 기울어진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었다.
사람의 네 배쯤 되는 거대한 기구가 넘어지며, 대형트럭 타이어보다도 더 큰 원판들이 우수수 뽑혀나와 뒹굴었다.
“뭐, 뭐야?”
“대장! 대장님.”
주변에서 운동하던 강석호의 5공격대 용병들이 화들짝 놀라 다가왔다.
원래 무거운 중량을 칠 땐 보조를 해주는 편이지만, 강석호야 워낙에 단련되어 있고 알아서 잘하다 보니 모두 신경 쓰지 않다가 사고가 났다.
“이게 뭔 일이냐? 어서 대장님 빼내!”
기구들을 치우며 그 아래 깔린 강석호를 끄집어냈지만 그는 의식이 없었다.
찰싹! 찰싹!
“대장, 눈 떠 봐요.”
찰싹!
세차게 뺨을 때려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폐소생술!”
“그거 한다고 되냐?”
“아, 뭐든 해봐요.”
투닥거리다가 용병 하나가 재빨리 강석호의 가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어서 의사 불러와. 아니다. 진 수녀님 불러와.”
어지간한 의사보다 진세연이 월등히 낫다.
“수녀님 지금 우한에 파견 가셨답니다.”
수호 길드엔 5개 팀에 속하지 않은 용병들도 많다.
진세연이나 명진, 동수 같은 부류가 그렇다.
그들은 팀웍이 아닌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성장한 이들이다.
필요에 따라 팀으로 뭉칠 뿐, 평시에는 개개인이 알아서 활동한다.
“젠장, 대장 좀만 더 버텨요.”
꾸욱, 꾸욱!
힘껏 흉부 압박을 해도 이 튼튼한 가슴은 쇳덩이 같다.
진정 사람의 몸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가슴을 압박하다가 강석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뭐하냐?”
“헉, 대장! 정신 차렸어요?”
“후우, 비켜봐.”
강석호는 부하를 밀치고 일어나 가슴을 쓰다듬었다.
“갈비 나가는 줄 알았네.”
풀어헤친 가슴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엄청난 무게가 달린 봉에 눌리며 생긴 상처.
‘까딱하면 뒈졌겠네.’
위험했다.
갑자기 힘이 풀릴지는 몰랐다.
물론 끔찍한 잠깐의 고통 뒤에 엄청난 힘이 샘솟아 멀쩡할 수 있었다.
멍 따위야 조금만 지나면 사라진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철컹.
어느새 부하들이 정리해놓은 철봉을 들었다.
끼긱.
봉이 약간씩 휘어지며 점점 허공으로 들어올려졌다.
“와아…….”
“미쳤다.”
강석호를 보고 부하들이 입을 쩍 벌렸다.
벤치프레스로 들어올리던 걸 한손으로 잡고 아령들듯 하고 있었다.
물론 놀라긴 강석호 본인도 마찬가지.
“후우…….”
이거군.
이래서 홍 대장이나 서 대장이 그토록 변했군.
강석호는 선망의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부하들을 쭉 둘러보았다.
모두가 기대에 찬 시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오오!”
“우리 대장님도!”
그들 모두가 짐작하고 있다.
수호의 축복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파워업을 했다.
“드디어 도달했다.”
“오오!”
지금 당장 사냥에 나서도 될 정도로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자신들의 대장도 이제 맨손으로 신급 군주를 때려잡을지도 모른다.
용병들의 파워 인플레이션과 낙수효과가 가장 큰 길드가 수호 길드다.
그 어디보다 부하들 키워주는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곳.
“후,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군.”
“오오!”
“가자!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우오오!”
부하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강석호가 향한 곳은 출구가 아닌 사무실이었다.
“대장 거긴 왜?”
“인바디 재야지.”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단 한 톨의 근육까지도 쥐어짜 벌크업 해 주마.
*“후우.”
정신을 차린 박준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낯익은 천장이 보인다.
“내가 얼마나 기절했냐?”
“10분 정도요.”
“후, 그래?”
박준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하를 보았다. 자신보다 더 기대에 찬 얼굴로 빤히 쳐다보고 있다.
“뭐, 왜?”
“그거 맞죠? 축복!”
“…….”
수호의 축복.
사제와 기사에 임명되며 그의 힘을 조금 물려받는다.
물론 결과만 보면 조금인 수준이 아니라 몇 배나 더 파워업해버린다.
“맞아.”
“오오!”
호들갑 떠는 부하만큼이나 박준호도 가슴이 떨렸으나 애써 담담한 척을 유지했다.
“어떤 능력이에요? 변신해요? 아니면 최 대장님처럼 마법 쪽?”
박준호는 새로운 스킬을 익히듯 머릿속에 자리잡은 지식을 떠올리곤 결론을 내렸다.
“물.”
“와아! 최 대장님 계열이시네.”
준호가 한쪽으로 손을 뻗었다.
촤르르륵.
책상 위의 물잔에 놓였던 물이 떠올라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와아!”
이 정도 물을 컨트롤하는 건 전혀 힘도 들지 않았다.
“내일 교대 준비에 차질 없도록 한 번 더 점검해.”
“넵.”
“난 부사장님 뵙고 오지.”
“옙.”
박준호가 김미소 부사장을 찾았다.
“음?”
부사장실 소파에 앉아있는 거구의 들소를 보곤 흠칫 놀랐다.
“아, 나요. 박 부사장.”
들소의 이마에 난 두 개의 뿔이 차츰 짧아지고, 검은 털이 빛으로 화해 사라지며 남은 건 덩치 큰 인간이었다.
“아, 강 대장님이시군요.”
축복은 자신만 받은 게 아니군.
“껄걸, 내 체지방율이 얼만지 아시오?”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예의상 물어봤다.
“음, 얼만가요?”
“2퍼센트요. 후후후.”
“…….”
사람이 어느 정도 지방은 있어야 하지 않나?
박준호는 굳이 의문점을 내비치지 않았다.
저렇게 해맑게 좋아하고 있는데 어찌…….
“ 박부사장님은 어떤 거죠?”
“물이요.”
“조화마법이군요.”
김미소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부여받은 스킬이 사기적이라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스탯업이다.
신급 군주와도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스탯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인간이 아닌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보는 게 맞았다.
‘반신이나 다름없네.’
신의 자식쯤 되려나?
뭐 빈말은 아니다.
“그럼 이제 다섯 분의 대장님들이 모두 축복을…….”
똑똑.
한창 이야기 중에 부사장실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동수였다.
“와! 부사장님. 형님, 강 대장님!”
호들갑을 떨며 들어온 동수는 감격에 찬 목소리를 뱉었다.
“왔어요. 왔어.”
“뭐가요?”
“제가! 제가!”
동수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겨우 가라앉히곤 말했다.
“저 사제 임명됐어요!”
“…….”
사제라면 조화마법이다.
김미소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인재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축하드려요. 어떤 마법인가요?”
“땅이요! 아까 오면서 해봤는데 요리조리 주물러지더라고요!”
“그래요?”
“네! 그냥 막 솟구치게 할 수도 있고, 지진 비슷하게 할 수도 있고요.”
“파는 것도 되죠?”
“아유, 당연하죠! 막 수 미터는 그냥 파낸다니까요?”
“후후후.”
동수를 바라보는 김미소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최강의 공병을 얻었다.’
한동수가 다져놓은 땅에 김미소가 나무 방벽을 치면 완벽한 요새의 출현이다.
“한 이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을 거예요.”
“하하하.”
기분 좋게 웃던 한동수가 슬금슬금 뒤로 발을 뺐다.
“전 그냥 자랑하러 온 건데요.”
“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해야죠.”
“저 할 일 많은데요.”
“인사이동이야 늘 있는 법이죠.”
“…….”
너무 조급했다.
김미소는 닦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능력 있는 인재를 그냥 놀리는 타입도 아니다.
“후후후.”
김미소가 활짝 미소 지었다.
점점 사제와 기사가 늘어나고 있으니 수호 길드의 안전은 차지하고서라도 외부에 파견할 이들에 여유가 생겼다.
‘드래곤, 오크, 거인…….’
직접 신탁을 내려 경고 줄 정도의 위협에 맞서 시간 벌이 정도는 되어 줄 터.
이 정도로 맡겨주는데 신을 실망시킬 수는 없는 노릇.
김미소는 의지를 다졌다.
*파파팟!
수호는 막 잡은 신수를 길들이곤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른 달과 붉은 달.
아루카와 구천이 사이좋게 떠 있다.
“이제 됐어.”
더 욕심 부려서 좋을 게 없다.
신급 군주가 죽으면 검은 포탈이 열린다. 아마도 지금쯤 몇 개는 활성화되어 있을 것이다.
파팟.
신수 변신으로 청룡인이 된 수호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구천 행성의 사막뿐인 대지 위를 날아다니며 검은 연기를 내뿜는 비석을 발견했다.
“일단 하나 잡았고.”
수호는 연기에 집어삼켜졌고, 과거와 마주했다.
*동부 미국은 떠오르는 태양의 격추 작전을 대대적으로 방영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최악의 던전인 8성 던전이 생성되어 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공략 시간이 촉박해 도전해보지도 못한 던전이 터지고, 신급 군주가 출몰했으나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여럿 군인들이 희생되었지만 시민들의 피해는 전무한 상황.
여러 언론들은 희생당한 군인들을 기리면서, 시민들의 결속을 이끌어 냈다.
위기도 잘 넘겼고, 정치적 역량 강화에도 성공했다.
우습게도 한반도 연방과 직통하는 이동포탈을 설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시민들은 일부분 안심할 수 있었다.
대응 불가능한 재해가, 수호 길드의 원조가 있으면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위기로 급감하니까.
시민들은 한반도 연방과 동맹체계를 구축한 정부를 칭송했다.
모든 게 술술 풀리고 있었지만 동부미국의 대통령은 안심할 수 없었다.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후, 난감하군. 측정에너지는 이것이 9성 던전임을 가리키고 있는데…….”
신급 군주의 사냥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레드드래곤의 시체가 사라지고 남은 건 검은 포탈 하나.
수호 길드는 그저 내버려두면 알아서 사라질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그렇다고 소유권을 주장한 것도 아니라서, 동부미국은 여럿 전문가들이 나서서 조사에 들어갔다.
측정되는 차원에너지는 9성급.
“공략 가능성은 있소?”
“없습니다.”
8성 던전이야 공략 가능한 팀이 몇 있다.
8성 던전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가 군주니까.
하지만 9성 던전에 등장할 보스 몬스터라고 하면 신급 군주가 뻔한 상황.
수호 길드 정도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난이도다.
“그들은 분명 내부 정보가 있을 터인데…….”
“그럴지도 모릅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다.
수호 길드 내부에 첩자라도 숨겨 놓지 않는 이상 말이다.
“꺼림칙하군.”
대통령은 현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은 당연하게도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했다.
허나 대격변 이후 모든 질서는 무너졌고, 이제 세계를 주도하는 건 한반도연방이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지원 요청을 해야 하고, 정보를 구걸해야 한다.
부잣집 도련님이 한순간에 추락해 거지가 된 기분이다.
“후, 자네는 어찌 했으면 하나?”
“조사해 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타국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누가 도전하려 하겠나?”
“제임스의 팀이 설욕할 기회를 벼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번 작전에 참가해 호되게 당한 용병팀이다. 그런데 또 의지를 다지고 있다니…….
“용감한 친구들이군. 요구하는 건 없던가?”
“명예욕이 상당해 보이더군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대통령에게 이건 아주 쉬운 부탁이다. 허울뿐인 직책이야 줄 게 널려있으니까.
“불러들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