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50)
351화 귀화
제임스는 기자회견 이후 여러 매체에 출연했다.
아니, 그 끔찍한 마경과 마왕 그리고 그것을 처단하고 있는 수호의 모습을 생생해 증언했다.
언론사 토크쇼, 유튜브 토크쇼까지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불러주는 곳은 모조리 출연 중이었다.
제임스 코인에 올라탄 여러 매체들이 그에 대해 다뤘고, 제임스는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양 박수호를 찬양하고 다녔다.
제임스는 열렬했고, 지금 지구가 무사한 것은 모두 박수호의 덕이라 설파했다.
화제성이 있는 일인지라 제임스에 대한, 아니, 잠적해버린 박수호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전 세계의 모든 언론이 그에 대해 다뤘다.
물론 조작이라는 이들도 있었고, 반발하는 이들 또한 상당했다.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괜한 분란을 조장하며 이슈화하려는 언론도 상당했다.
– 와, 기레기 양심 있나?
– 이걸 종교 분쟁으로 가네.
– 종교가 의미가 있나?
– 거의 소방관 vs 하나님 수준 어그로네.
– 근데 개독은 소방관이 구해줘도 하나님 덕이라 할 듯.
초 단위로 갱신되는 댓글을 보면 어그로 기자들의 의도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에 탑승해 시위를 온 이들이 있었다.
“이단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신을 사칭하는 사이비는 물러나라!”
시위 인원은 겨우 셋.
그들은 수호 길드 남문 밖에서 피켓을 들고 외치고 있었다.
직접적인 대상인 수호 길드가 위치한 수호시티에 더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아까부터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호랑이 하나 때문이었다.
“크르릉.”
이따금씩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시위자들이 움찔했으나, 그 이상 위협이 없었기에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만, 호랑이의 강렬한 눈빛에 더 다가가지 못할 뿐.
“사칭을 그만둬라!”
“그만둬라! 그만둬라!”
“인간이 무슨 신이냐! 신성모독 멈춰라!”
새롭게 생긴 포탈허브가 수호시티와 서울시티 중간에 위치했기에, 자연히 허브를 통해 수호와 서울로 오고가는 사람이 많았다.
허브를 통해 수호시티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에, 허공에 대고 하는 시위는 아니었다.
“아, 뭐야?”
“쟤들이 더 사이비 같은데.”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지나갔고.
“오, 열정적 캠패인.”
“힘찬 응원. 힘내세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이들은 수호를 응원하는 걸로 알고 그냥 지나갔다.
수호 길드는 그들을 방치했다.
이곳에 몰려와 시위하던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고, 전에 비해 오히려 규모가 적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이들일 뿐이었다.
“왓? 뭐라는 거지, 지금?”
다만, 지금 막 한국에 방문한 한 미국인의 귀에 실시간 통역 아티팩트가 달려 있었고, 그들의 시위 내용이 생생히 전달되었을 뿐이다.
“당신들 지금 뭣하는 거지?”
시위를 주최했던 낭만교회 집사 오진배는 외국인의 말에 버럭했다.
“신을 사칭하는 오만방자한 인간이 있어 신의 뜻을 전하는 중이오.”
“왓?”
외국인 제임스는 진심을 담아 외쳤다.
“지금 당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예의 없는지 알고 있나?”
“신의 말씀을 전할 뿐이오.”
“허, 신이 그리하라 전했나?”
“물론이오.”
“뭘로? 전화? 인터넷 메일? 뭘로 신의 지령을 받지?”
오진배가 외국인의 조롱에 버럭했다.
“신성모독이오! 신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거늘, 어찌 그리 삿된 방법으로 뜻을 전한단 말이오?”
“하하하.”
“지금 저들이 신격화하는 박수호가 신이 아니란 증거가 바로 그거요.”
박수호를 언급하자 제임스의 얼굴이 굳었다.
악마와 싸우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그를 보았다.
그의 숭고함에 감화되어 뜻을 함께할 동료들과 한국을 찾은 제임스다.
제임스 용병단은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기에, 남은 이들은 모두 수호 길드에 투신해 인류를 위해 싸울 생각이었다.
수호 길드에는 큰 뜻이 있다.
그 리더인 수호가 몸소 실천하며 악마와 싸우고 있으니까.
“나의 신을 모욕하지 마라.”
“하하하, 삿된 말이오. 인간을 어찌 신으로 모신단 말이오?”
오진배는 한평생 신을 모셔온 인물.
“인간은 감히 신을 사칭할 수 없소. 박수호는 그저 신이 보낸 사자일 뿐이오.”
제임스는 말이 통하지 않는 그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익함을 깨달았다.
“실체없는 신을 모시는 것은 자유다. 나는 너의 신을 모욕한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이 모시고 있을 신도 처음엔 인간이었음을 상기시켜 줄 필요는 없다.
“가자.”
“좋은 선택이야. 리더.”
밀러가 제임스의 등을 두드렸다.
저들은 모른다.
박수호가 어디서 누구와 어떤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이 세상에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여기 있는 제임스 용병단의 남은 인원들뿐이다.
제임스는 근처에서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호랑이를 지나쳐 걸었다.
해자 사이로 난 긴 길을 건너 남문에 닿았다.
출입구는 둘.
직원 전용과 방문객용.
방문객은 입국심사에 준하는 검문검색을 받았다. 실제 여권이 있어야 출입을 허가해주는 도시들이 부지기수.
수호시티도 그중 하나였다.
삐빅.
“오, 꽤 등급 높으시네요.”
“으음.”
미국에서는 수위를 다투는 랭커가 꽤 높은 수준으로 취급받음이 신선했다.
말많은 검색대 직원은 제임스의 신원을 확인하곤 아는 체를 해왔다.
“아, 제임스 용병님이시네요. 인터뷰 잘 봤습니다.”
최근 매스컴에 굉장히 많이 노출된 제임스다.
사명감에 불타 박수호의 성전을 홍보하러 다니다시피 한 그이기에, 수호 길드 직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리더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수호 길드 직원들도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제임스의 일로 모두 알게 되었다.
소속 단체의 리더가 그리 힘들게 악마를 때려잡고 있다는데 소속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기 충분한 일.
“방문 목적만 남기시면 됩니다.”
“오케이.”
“말씀해 주세요.”
“귀화. 봉사.”
“네?”
“수호 길드에서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아, 용병 지원이시군요.”
검색대 직원이 빠르게 방문 목적을 적어놓고는 악수를 청했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
제임스는 악수를 나누며 묘한 기분이었다.
미리 통과하고 팀원들의 검색을 기다렸다.
“와우, 봤어? 우리 테스트 받아야 하나 봐.”
“하긴, 우린 겨우 SS등급이잖아. 아까 들어올 때 마주친 호랑이 봤어? L등급이었어.”
팀원 숀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대상의 등급을 알아낼 수 있었다. 분석가로 통하는 그의 말은 신뢰도 99%
“왓더…….”
“왜 그래 숀?”
“저기 말 보여? 뻑킹 U등급이야.”
“왓?”
“홀리 쉣! 저기 고양이 L등급이야.”
경악한 숀이 더 이상 분석 스킬을 사용하길 포기했다.
담장 위 고양이가 L등급이고, 마차에 묶인 말이 U등급이다.
“나랑 동급이군.”
“…….”
제임스가 멍하니 마차를 끄는 말을 보았다.
관광객들 투어용인 듯한 그 말을 보니 자신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어쩌면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을지도…….’
신을 보았다.
큰 뜻을 보았고, 숭고한 희생을 마주했다.
감화되어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으로는 마차 끄는 말 수준이 아닐까.
“후, 다들 기운내.”
제임스가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하찮은 일이라도 상관없어. 우리도 힘을 보태는 거야. 그게 중요한 거야.”
“리더 말이 맞아.”
“좋아. 가보자고. 설마 뒤에서 짐이나 나르겠어?”
나름 베테랑 용병인 그들이다.
곧장 수호 길드의 내성을 방문했고, 의외로 수월하게 김미소와의 면접이 잡혀 버렸다.
“와우, 기대도 안 했는데.”
“솔직히 오는 사이에 기가 좀 죽었는데.”
“우리 정도면 그래도 어딜 가나 환대받는 수준이지 않겠어?”
제임스와 용병들은 부사장실로 안내받았고 김미소의 미소를 보았다.
“어서 와요. 인터뷰 잘 봤어요. 김미소예요.”
“제임스입니다.”
악수를 청하는 김미소를 보며, 환대의 이유가 박수호를 찬양한 인터뷰에 기반했음을 알았다.
“귀화를 원하신다고요?”
“맞습니다. 우리는 성전을 함께할 것입니다.”
성전이라는 말에 김미소가 미소지었다.
박수호에게 푹 빠져버린 이 미국인들이 그리 싫지 않았다.
“좋아요.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수호시티 시민권이 부여될 겁니다.”
제임스가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시티 최고 행정권력자인 김미소다.
그녀가 그리 말해 줬으니 귀화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수호 길드 용병으로서 활동하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바라던 바입니다.”
“하찮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자세의 그들을 보며 김미소가 미소지었다.
각성등급만 높다뿐이지 베테랑 용병들은 부족한 수호 길드다. 소수의 인원이지만 제임스를 비롯한 인재들의 합류는 꽤 반길 만한 일이다.
“부사장, 안에 있소!”
그때 문을 열고 드워프 융이 들이닥쳤다.
“어이쿠, 외지인들이 계셨구려.”
“방금 수호 길드에 합류한 사람들이에요.”
“아하. 이제 한 식구군 그래.”
김미소는 성격 급한 드워프의 방문목적을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내 광산을 보고 오는 길에 기가 막힌 놈들을 보고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오.”
융을 비롯한 드워프들이 공방에 머무르며 아티팩트만 만드는 게 아니다.
최근 던전의 브레이크와 함께 주변 지형이 변화된 곳이 있어, 광물추출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기도 했다.
포탈 허브를 통하면 어지간한 지역은 모두 방문할 수 있으니, 자주 이용하는 중이다.
“시위자들 말입니까?”
“그렇지. 그 무지렁이들이!”
융이 화를 겨우 참으며 벌게진 얼굴로 욕했다.
“신이 탄생하는 시대요! 신화시대를 살아감을 영광으로 알아야지, 제 놈들이 아는 것만이 전부인 양 지껄여대고 있으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신이 있는데 유일신이라니.
개가 웃을 일이다.
엘프들이 모시는 야누스가 있고, 이제 막 신이 되어 신화시대를 열고 있는 박수호는 어떠한가?
그리고 오크들이 떠받드는 드래곤은 또 어떠하고.
“음, 내버려두면 알아서 해산할 겁니다.”
그들이 시위가 듣기 싫다고 상대해주면 더 신이 나서 떠들 이들이다.
무시가 상책이지만, 드워프 융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신을 모독하는데 어찌 참는단 말이오? 허가해 준다면 내 도끼로 그놈들의 머리통을 두쪽내고 오겠소.”
“와우.”
김미소는 그녀답지 않게 놀라며 이들이 아루카 출신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제가 처리하는 게 낫겠네요.”
“으음, 그래 주시겠소? 혹시 몰라 내 화를 참고 여기까지 한달음에 온 참이오.”
“정말 잘하셨어요. 다음에도 도끼 꺼내기 전에 꼭 물어봐 주세요.”
“으음, 알겠소.”
김미소가 소규모 집회 해산을 위해 명진을 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