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57)
358화 오크 사냥 (1)
화르륵.
모든 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딜 가나 화염이 번지며 도시 전체가 들끓고 있었다.
정확히는 오크들이 이미 진격해버린 도시의 절반이 타오르고 있다.
피피피피.
화염이 보호막의 외벽을 태우며 이상한 소리를 냈으나, 그 안에 있는 오크들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크르르륵.”
“인간들이 활활 타는군.”
보호막 안에 있는 오크들은 무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점령한 지역에 숨어있던 인간들에게는 영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끄아아아.”
“사람 살려!”
건물이 끓고있는 느낌이다.
밖이 불길로 넘실거릴 때 건물 안은 열기로 이글거렸다. 참지 못한 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탈출했으나 타죽을 뿐이었다.
“아아아악!”
물을 끼얹었으나 고온의 물은 화상을 더욱 재촉시킬 뿐이었다.
고통에 겨운 시간이 멈춘 건 인력이 아니었다.
쿠웅!
오크 대주술사 은낙이 오래토록 주문을 외운 주술을 완성해 지팡이를 바닥에 찧었다.
촤르르르.
해골들의 빈 안광에서 빛이 나며 부르르 떨어댔다. 지팡이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파동이 화염을 걷어버렸다.
화르르륵.
불길이 회오리처럼 휘돌았다.
휘도는 바람에 따라 원형의 붉은 불의 띠가 만들어졌다.
콰아아아!
그 불의 띠가 순식간에 넓어지며 멀어져 갔다.
거대한 원.
불길의 파도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미친 듯이 타오르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푸시시시시.
남은 것은 아직 가시지 않은 열기.
“아아아아!”
“끄으으으으.”
그리고 아직도 건물에 숨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갈라진 쇳소리뿐.
비명은 사람들이 최후의 생존 장소인 지하대피소에서도 새어나왔다.
“쿠르르. 인간들 냄새가 나는군.”
비명과 냄새를 따라간 오크 전사가 대피소 입구를 부숴버렸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오크 전사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오, 오크다!”
“꺄아아아!”
“루타! 록가!”
양떼 무리에 늑대가 달려든 꼴이다.
콰직. 콱!
한손도끼를 양손에 쥔 오크 전사는 춤추듯 움직였고, 그의 도끼가 움직일 때마다 머리통이 하나씩 날아올랐다.
“저 새끼 잡아!”
대피한 사람들 사이엔 일반인만 있는건 아니었다.
각성자.
용병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있었고, 아닌 이들도 있었다.
적은 오크 단 하나.
누군가의 외침에 각성자들이 달려들었고, 오크의 안광이 붉어졌다.
파파팟! 콰직!
몇 번의 공방 끝에 오크 전사가 용병 하나를 쓰러트렸고, 도끼가 목을 잘랐다.
“루타 록가!”
“뭐라는 거야, 시발 새끼가아!”
전투의 흥분이 뇌를 지배한다.
오크의 뒤통수가 커다란 수박처럼 보인다.
손에 쥔 쇠몽둥이를 힘껏 휘둘렀다.
퍽!
뚝배기가 깨지는 소리가 났으나, 결과는 파열음에 비해 초라했다.
“크르르.”
그저 머리에 피를 흘린 오크가 뒤돌아 도끼를 휘둘렀고, 각성자의 머리가 허망하게 치솟았다.
콰직, 콱!
남은 각성자들도 죄다 정리한 오크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루타 록가!”
축복이다.
신의 축복.
온몸에서 힘이 들끓어 오른다.
파파파팟!
오크의 몸에 빛과 함께 문신이 새겨졌다.
[목을 쳐라! 강해질 것이다!]전사의 수급을 취했고, 그만큼 강해졌다.
오크는 반복해 외치며 신을 찬양했다.
“루타 록가!”
파워 업한 오크가 날뛰었고, 숨을 곳 없는 사람들은 휩쓸려 나가기 바빴다.
끔찍한 살육을 벌인 오크가 밖으로 나오자 동료들이 부러움의 눈으로 그를 보았다.
“대전사가 되었군!”
“아, 전사의 목을 열이 넘게 얻었지.”
“크르르. 부럽군.”
“지하에 인간 사육장이 있다. 찾아봐.”
“좋은 소식이군.”
오크들이 대피소를 찾아 아직도 열기로 후끈거리는 도시를 헤맸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오크 전사들의 함성에, 은낙은 조용히 눈을 감고 만끽했다.
“신계를 밟기 전에 왕이 탄생할지도 모르겠구나.”
언제나 은낙의 뒤를 따르는 호위기사 누술이 그 말을 받아 주었다.
“대왕이 그리 쉽게 나오겠습니까?”
은낙이 슬쩍 뒤를 돌아보니 누술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있었다.
피를 보고 싶으리라.
전사의 목을 취하고 신의 축복을 받고 싶으리라.
“피가 고프냐?”
“……대주술사님을 모실 뿐입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라. 너의 도끼가 곧 피로 가득 적셔질 것이다.”
은낙은 알고있다.
이곳 도시는 지구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양민들 수백 수천을 잡아봐야 무엇이 득이 되겠나?
오크는 전사의 목을 따고 강해지지 않던가?
슥.
은낙이 싸한 느낌에 하늘을 쳐다봤고, 누술이 따라 보았다.
귀환자를 통해서 미드얼 행성의 사정을 배운 것이 어디 지구뿐일까?
미드얼 행성의 오크들 또한 소환자들을 통해 지구를 배웠다.
“또 다시 포격이 시작될 모양입니다.”
“아니다.”
은낙은 떨어지는 포탄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파파팟.
은낙의 눈이 푸른색으로 빛났고, 세상이 둘로 나뉘었다.
포탄은 둘이 되었고, 하나는 빠르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땅에 닿았을 때 오크 전사들 근처에 있는 주술사들이 부랴부랴 보호막을 쳤으나 역부족.
쿠우우우우웅.
반투명한 세상이 폭풍에 휩쓸렸다.
은낙의 귀에만 그것이 들렸다.
빠르게 몰아친 폭풍 끝에 남는 것은 없었다.
오직 대주술사 은낙이 펼친 보호막만이 존재할 뿐.
도시 자체가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렸다.
‘이것이 핵이구나.’
은낙의 눈에 푸른 귀기가 사라졌다.
빠르게 감겼던 시간의 세상은 지워져 버렸고.
슈우우우웅.
포탄은 여전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위험한 물건이구나.”
“저것이 말입니까?”
“운석 소환보다도 끔찍하구나.”
운석 소환이야 그 캐스팅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운석이 당도하기 이전에 주술사를 찾아 죽이면 해결되는 마법이다.
강력하지만 준비시간이 워낙 길어 성공하기 쉽지 않은 대주술.
치치치치치.
은낙의 지팡이에 주렁주렁 매달린 해골들이 춤췄다. 붉은 안광을 토해내는 해골들의 눈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라.”
파파팟.
은낙의 머리 위로 거대한 검은 막이 펼쳐졌다.
파파파파팟.
떨어져 내리던 핵폭탄과 함께 쏘아진 수천 발의 미사일들이 검은 장막에 닿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비상상황이 끝나지 않은 일본 총리 관저.
“각하! 큰일입니다.”
“왜 그리 호들갑이야?”
“이것 좀 보십시오.”
오사카 방위 사령관이 보내온 영상.
불타는 오사카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다.
그런 도시의 불길 가운데서 시작된 폭풍이 불의 장벽을 만들어 외부로 밀어내더니 그대로 사그라져 버렸다.
“허, 대마법사라도 있는 모양이군.”
적어도 아루카 행성의 엘프 대마법사 수준은 되어야 저 정도 범위 마법을 쓰리라.
‘대규모 소화마법이라.’
총리는 생각했다.
대마법사가 아니라면 저 정도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빌어먹게도 박수호 정도뿐이라고.
‘이젠 더 있지.’
윈드스톰이라 불리던가?
최수영이라는 각성자가 바람을 수족처럼 부리며 신급 군주마저 사냥한다고 하던데, 그녀 정도는 있어야 저 수준의 마법이 가능하리라.
물론 비교에 앞서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그런 대단한 마법사가 미드얼 행성 진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뭐, 뭐야?”
영상이 조금 지나고 나자 열기가 남아있는 도시에 오크들이 다시 활보하기 시작했다.
네이팜탄으로 도시를 구워버리기 이전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은 그 숫자에, 총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굳었다.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사카 방위사령부와 인근 군부대에서 총 동원한 일제 화력시위가 적을 전혀 솎아내지 못했다.
파괴한 것은 도시이고, 죽은 것은 시민들뿐이다.
“다케시 장군으로부터의 급전입니다.”
“이리 줘봐!”
거칠게 뺏어 든 수화기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케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애꿋은 시민들의 목숨만 잃었지 않나?”
[죽을 죄를 지었으나, 전장의 상황이 급박합니다.]“으으으.”
[다시 한번 일제 포화를 쏟아붓기 이전에 총리님께 요청하오니, 핵폭탄 발사를 허가해 주십시오.]“핵, 핵이라니! 자국내 도시를 향해 핵을 쏘잔 말인가?”
[모든 과는 제게 돌리소서. 저는 이곳에 뼈를 묻겠습니다. 오사카를 버리고 일본을 구하소서.]“…….”
[시간이 없습니다. 각하!]총리는 이를 으득 물었다.
“다케시 장군. 그대에게 대일본제국의 모든 군권과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한다.”
핵 발사를 명령하지는 않았다.
그저 잠깐 동안 군권을 주었을 뿐.
후폭풍은 다케시가 감당할 것이고, 총리는 그저 실책 정도로 무마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그대와 함께해 제국이 발전할 수 있었다.”
[하잇!]수화기가 끊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가 연이어 이어졌다.
“해군 3, 4함대가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원거리 미사일 발사는 중하지 않다.
그 안에 든 탄두가 핵이라는 것이 끔찍할 뿐.
“해군 5함대, 일제 사격에 들어갔습니다.”
오사카 인근에 있는 함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연달아 쏘아 올렸다.
핵 도착과 동시에 타격하리라.
오크들 따위야.
신급 군주도 아니고 핵무기에 견딜 보호막이 어딨겠나.
“오사카 방위군, 일제 포격을 시작합니다.”
“좋아. 지켜보자고.”
거대한 화면에 전장을 여러 각도에서 비춘 화면이 여럿 떠 있었다.
대상 장소가 적진이었다면 더없이 보기 좋을 장관이었겠으나, 자국 도시라는 것이 마음 한쪽을 불편하게 했다.
슈슈슈슈슈.
“뭐야?”
오사카 상공에 검은 장벽이 생겨나더니 포탄이 죄다 흡수되어버렸다.
방어막 따위가 아니다.
그야말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는 기현상에, 총리실에 있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어, 어디로 간 거야?”
결과는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쿠르르르릉.
“뭐, 뭐야?”
총리실이 흔들렸다.
바짝 몸을 숙인 총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무슨 일이야!”
“통신병! 어서 해군 함대에 연락해봐!”
장관이 소리치자 통신병이 서둘러 연락을 해봤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해군 3함대 통신 두절.”
“해군 4함대 통신 두절. 적의 공격을 받은 듯합니다.”
“해군 5함대! 적 포격에 노출. 함선 두 대 침몰 중!”
총리실에 있는 모두가 패닉에 빠져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쿠르르르릉.
총리실이 다시 한번 흔들렸고, 곧 암담한 소식이 전해졌다.
“도쿄 남부 해안 쓰나미 경보 발령!”
“진원지…… 3, 4함대 주둔 해역…….”
“…….”
핵을 발사한 함대가 핵을 맞았다.
*김미소는 입수한 영상을 분석하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골치아프네.”
옆에서 함께 영상을 보고 있던 연구소장 장순필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공간 이동 마법의 일종입니다.”
거대한 공간이동 마법진.
좌표는 발원지.
“으음. 적어도 마법은 지구의 것보다 훨씬 더 앞서 있겠군요.”
저걸 보면 누가 오크를 그저 야만적인 도끼전사라고 하겠나.
지구인들은 이제 겨우 루팅한 차원석을 재료로 귀환포탈과 이동포탈을 설치하는 정도인데…….
그것도 직접 개발이 아닌, 아루카 행성에서 이미 개발되어 있는 것의 재현에 가까웠다.
“이러면 부산에 진을 꾸린 게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으음.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장순필이 김미소의 말에 동조했다.
바다를 건너긴 커녕 순간이동으로 당장 눈앞에 오크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어버렸다.
김미소는 고심했고, 곧 결정을 내렸다.
“방어조와 공격조로 나눕시다.”
전장을 정할 수 있다면 아군의 진영보다는 적진에 꾸리는 것이 낫다.
전술은 어차피 게릴라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바뀔 필요성이 생겼다.
적어도 적 마법사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