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63)
364화 신의 강림 (3)
쿠우우우.
락샤샤는 불티만 남은 숨을 뱉고는 호흡을 골랐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신이라 해도 이 대형 브레스는 마음껏 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아래에 불타는 도시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보인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각성한 인간들.
오크 전사들에게 훌륭한 재물이 되어줄 것이다.
‘휴식이 필요하겠군.’
흐뭇하게 둘러보던 락샤샤가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제법 괜찮은 곳이 있었다.
후우우우웅.
락샤샤가 선회해 후지산으로 향했다.
커다란 날갯짓 몇 번에 주변 풍광이 휙휙 지나가며 곧 거대한 산이 눈앞에 들어왔다.
눈 덮힌 모습이 썩 달갑진 않았다.
휘이이이잉.
락샤샤가 산 한 바퀴를 돌아본 뒤 난데없이 크게 숨을 뱉었다.
콰아아아아.
도쿄를 태울 정도의 브레스는 아니지만, 충분히 파괴적인 브레스가 산에 구멍을 냈다.
락샤샤의 거대한 몸집이 들어갈 정도의 거대한 구멍.
휘이이이.
락샤샤의 신형이 빨려가듯 들어가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머리와 꼬리를 휘감고 웅크렸다.
크르르르.
육성으로 나오는 숨소리는 신이 아닌 악마에 가까웠다.
후우우웅.
그의 숨결에 녹아든 열기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마력이 반응하며 주변에서 열원을 찾았다.
저 아래 지하로, 더 깊은 지하로…….
후우우웅.
락샤샤의 숨결에 반응한 화산이 꿈틀거리며 진동했다.
*수호 길드 용병들은 부산으로 이동했다.
대기중이던 수송 드론에 나눠 탄 인원들이 각자 배정된 지역으로 이동했다.
수호 길드는 조장급 정도 되는 용병들에겐 전부 아공간 주머니를 제공하기에 보급선의 문제는 없다.
G등급 용병들을 리더로 하는 몇 개의 분대가 만들어졌고, 각자 한 대씩의 수송 드론을 타고 동진하기 시작했다.
일본 본토 곳곳에 상륙해 산발적인 오크 사냥에 나설 것이다.
“나도 가 볼까?”
서민수의 역할은 오크 사냥이 아닌 락샤샤의 감시.
대머리독수리로 변신할 수 있는 그이기에 적어도 기동력만은 수호 길드에서 제일이었다.
드론에 타서 바다를 건널 필요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음속으로도 가속할 수 있는 그니까.
“그럼 나 먼저 갑니다. 다들 건투를 빕니다.”
“형, 조심해요.”
“무운을 빌겠소. 시주.”
아직 남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민수가 멋지게 손을 흔들곤 하늘로 점프했다.
휘리리릭.
공중에서 변신한 그가 날개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저 멀리 멀어졌다.
손을 흔들어주던 동수가 신음했다.
“음, 대머리만 아녔어도 참 멋있었을 건데.”
동수가 말을 하다 말고 흠칫 놀라,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명진과 눈이 마주쳤다.
“하하, 스님 들으라고 그런 건 아니고요.”
“동수 시주. 중은 대머리가 아니라 민머리입니다.”
“대머리나 민머리나 거기서 거기 아녜요?”
“이발을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에이, 거기서 거기 같은데.”
더 말해서 무엇하랴.
명진이 눈을 감았다.
“나무관세음보살.”
“에이, 괜히 할 말 없으면 맨날 나무 찾더라.”
“후, 가엷은 중생을 구하소서.”
명진이 염주를 쥐었다.
이 염주로 저 얄미운 얼굴을 치면 열반하지 못하겠지.
참자. 참아야 한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
아, 번뇌여.
“나무관세음보살.”
“염불 그만 외고, 우리도 얼른 가요.”
“…….”
내가 중만 아니었어도 이놈은 몇 대는 맞았다.
“얼른요. 스님.”
“……예, 갑시다.”
명진과 동수, 진세연은 셋이서 하나의 드론에 탑승했다.
G등급 셋이서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 것은, 이들이 사냥조를 돕는 지원조이기 때문이다.
위급상황일 때 얼른 달려가 전투를 돕고 부상자를 돌보기 위해서 셋이서 한 조가 되었다.
기동력이야 이제 막 변신 능력에 익숙해진 동수가 있으니까.
“부디 저희를 보살펴 주십시오. 아멘.”
“나무관세음보살.”
“어휴.”
수녀와 스님, 유튜버가 탄 드론엔 다른 한 조도 같이 탑승했다.
20인 정원의 수송 드론에 달랑 셋만 타고 가는 건 낭비다. 더군다나 이들 셋은 지원조라, 작전지역이 어디로 향하든 상관없으니까.
“형제여. 도끼날은 다 갈았나?”
“오우!”
드워프 융의 선창에 다른 드워프들이 도끼를 치켜들고 소리쳤다.
“어우,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아하하, 인간 친구 고막이 튼튼하지 못하군그래.”
“드워프 고막은 쇠로 만들었대요?”
“아, 물론이지!”
융은 가슴을 두드렸다.
탕탕!
“이 심장에 쇳물이 녹아 있다네.”
“어휴.”
동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드워프들을 이끄는 조장, 연구소장 장순필에게로 향했다.
그는 수호 길드에서 박수호에 대한 믿음이 신실하기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사제 임명도 가장 처음에 받아, 이제 그 능력을 다루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소장님. 그건 뭐에요?”
“터빈이라네.”
“예?”
“주군께서 선물해주신 내 능력이 무언가?”
“불이잖아요.”
장순필은 사제로 임명되며 조화마법을 깨쳤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그렇지. 이건 화력 터빈이라네.”
장순필은 커다란 원통에 손을 쑥 집어 넣었다.
위이이잉.
손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이 터빈을 돌리며 원통 안에서 터빈이 돌았다.
푸시시시.
연기를 내며 원통 앞에서 움츠리고 있던 네 개의 손가락이 뻗어나와 기계팔이 되었다.
왜소한 인간이 거대한 로봇의 팔을 장착한 모습이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묘한 멋이 있었다.
“와, 쩐다! 거의 아이언맨이네요.”
“아이언맨은 무슨.”
장순필이 생각하기에 아직 그 정도까지는 멀었다.
“그럼 터빈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아니지.”
위이잉.
장순필이 착용한 기계손이 움직였다.
“이건 내 힘으로 하는 거지.”
“……?”
동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럼 그냥 커다란 강철 글러브잖아요.”
어쩐지 움직임이 느리다.
이딴 걸 왜 끼는 걸까?
“두 가지 공격 기능이 있다네.”
위이이잉.
기계손이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더니 원통에서 제트 터빈 같은 모습의 장치가 튀어나왔다.
위이이이잉.
가속되는 그것에서 후끈한 열기가 전해지자 동수는 기겁했다.
“아니, 수송기 터질 일 있어요? 그만하세요.”
“허허, 그냥 준비동작일 뿐이야. 아무튼 내 힘을 더욱 농축해 공격에 쓸 수 있지. 파이어볼이 파이어 버스터가 되는 거지.”
그리고 역으로 추진력을 받아 강력한 아이언펀치를 먹일 수도 있다.
아직은 프로토 타입이라 그 두가지 정도가 전부다.
터엉.
“어유, 어깨야.”
강철 팔을 내려놓은 장순필은 어깨를 주무르며 동수를 눈짓했다.
“여기 좀 주물러봐.”
“아, 네.”
천검야장이 요즘 통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더니 이런 걸 만들고 있었구만.
꼭 이런 거추장스런 쇳덩이가 아니더라도 장순필은 강력하다.
G등급이 되면 기본적인 신체능력 자체가 버프를 받아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 버리니까.
그야말로 갓 등급.
반신이나 다름없다.
후세에.
아주 먼 후세에 사람들은 그리 부르지 않을까?
신화시대에 살았던 신과 반신의 노래를 부를지도.
“오우! 우리가 신화시대의 주역이로세!”
뭐, 벌써부터 노래지어 부르는 덩치 좋은 난장이들이 있긴 하지만.
두두두두두.
부산에서 출발한 수십 기의 수송 드론이 일본 열도의 북쪽 해변가에 착륙했다.
오사카에 게이트를 열어버린 미드얼 행성의 오크들은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고 있었다.
락샤샤의 발자취를 따랐는지 동쪽으로 대거 몰려갔으나, 남쪽이나 서쪽으로 향한 오크 무리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 몬스터 가리지 않고 사냥에 나섰고, 드문드문 강력한 진화를 이뤘다.
마치 인간이 몬스터를 잡고 레벨업 하듯이 그들도 레벨업을 했다.
*쐐애애액.
“어디 보자.”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날고 있는 대머리 독수리가 적당한 지점을 찾아 착륙했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은 이미 오크들이 쓸고 가버렸는지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군부대였던 것 같은데.”
도시 단위도 아니고 필드에 이 정도 소규모 주둔지를 두는 경우는 군대뿐이다.
여기저기 피에 묻은 일본 군복들이 찢겨져 있었고, 먹다 버린 것인지 전투중에 잘린 것인지 모를 시체 조각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한쪽에 산처럼 쌓아올린 일본 군인들의 시신의 탑은 오크들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더했다.
“고약한 놈들이네.”
화장하기 위해 시체를 모은 게 아니다.
저 탑이 내뿜는 음울한 기운이 오크 주술에 필요하겠지.
서민수는 아공간 반지를 만지작거려 기름통을 꺼내 시체의 탑에 뿌렸다.
화르르륵.
화염에 불타는 그것들을 뒤로하고, 착지한 본래의 목적을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으음, 어디로 가셨나.”
드래곤 락샤샤의 행방을 찾는 일은 의외로 쉽다.
인터넷에 접속해 일본인들의 SNS를 뒤졌다.
– 거대한 드래곤이 도시를 불태우고 있어!
이건 도쿄 이야기군.
– 놈이 남하하고 있어!
– 후지산으로 향한다.
– 맙소사! 방금 지진, 나만 느낀 거야?
– 분명 지진이야.
– 흔한 일에 너무 과민하는 거 아니야?
– 멍청아! 빛이 번쩍하더니 지진이 났다고.
– 드래곤이 후지산에 왔다!
“후지산이군.”
서민수가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라 대머리독수리로 변신해 후지산을 향해 날았다.
쐐애애액.
한참을 날아가니 거대한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맞나?”
막연히 상상한 눈 덮힌 후지산의 모습과는 조금 괴리가 있는 모습의 산이 멀리서부터 보였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자, 거의 녹아내린 눈과 후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산이 달아오르고 있다.’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열기.
“빠아앙, 빵!”
그리고 후지산에서 멀지 않은 작은 도시는 빠져나가려는 사람들과 차로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무너진 몇몇 건물들이 있는것을 보니, 지진의 규모가 적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그 지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산이 꿈틀대니 주변이 진동하는 느낌.
“허, 이것 참.”
드래곤이 다른 도시들을 차례로 순회 하듯 안 돌아다니고 후지산에 처박혀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뭔가 모를 심상찮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드래곤의 모습이 불안하다고 해야 할까.
뭐가 됐든 좋을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 서민수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였다.
지금 당장 드래곤에게 달려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보이고 싶지만, 박수호마저 조심하라고 이른 존재다.
섣불리 덤벼 명줄이 얼마나 기나 시험해 보고 싶지는 않았다.
‘감시나 하자.’
대머리 독수리가 후지산을 멀리서부터 선회했다.
한참만에 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구멍을 발견했고, 아주 멀리서도 느껴지는 불쾌하고 압도적인 기운을 감지했다.
‘저걸 어떻게 싸워?’
수호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이다.
아니, 수호와는 적이 되어 보지 못했으니까 느낄 일이 없었던 종류의 감각.
조금만 더 다가가도 놈에게 들킬것 같다.
아니, 갈가리 찢길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살기는 여지껏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것.
‘격이 다르다 이건가?’
오크들의 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대머리독수리가 잘게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