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64)
65화 7성 던전
본래 3군단이 쓰던 군단 본부는 축구장 두개 정도의 넓이에 3미터 높이의 담을 가진 작은 성이었다.
북쪽으로는 기관총 포대가 설치된 두꺼운 성벽만 있었고 동, 서, 남으로 3개의 출입구가 존재했다.
서쪽 출입구는 방공포대가 위치한 야산으로 향하는 길. 민둥산은 온데간데없고 빽빽하게 자라 성벽같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야수들의 쉼터로 변했다.
외부로 따로 출입구가 없어, 이곳으로 오려면 본부를 통해 서문을 통하는 길뿐이었다.
“형! 큰일이야.”
마중 나와 있던 준호의 음성은 조금 심각했다.
“왜?”
“방금 측정결과 나왔는데 7천이 넘어.”
“7성이네. 일단 가보자.”
본부가 자리한 부지는 모두 길드 건물들의 기초공사가 한참이었다. 동쪽 출입구 밖에 넓은 부지가 새로운 절터.
절을 다 짓고 나면 수호가 나무성벽을 만들어 주기로 하였기에 지금은 대웅전의 건축이 한창이었다.
공사 중이던 목수와 인부들이 작업을 멈추고 영롱한 빛을 뿌리는 포탈을 구경하고 있었다.
위이잉.
포탈 주변에 장비를 실은 트럭이 가동되어 측정에너지를 화면에 띄우고 있었다.
던전 규모 – 레벨 7 (7530)
남은 횟수 – 88 (662640)
브레이크 – 41. 23 : 59 : 21
“형 어쩌지?”
“왜? 7성이라서?”
“그것도 그런데 시간이 너무 짧잖아?”
삿포로에 생긴 7성 던전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7성 던전이 생겨나고 있었다. 길드 임시총회를 열어 이에 대한 공동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하였는데 그전에 던전이 먼저 생겨버렸다.
“삿포로 던전은 23회에 120일이었어.”
공략마다 5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충분히 브레이크 전에 없앨 수 있는 던전이다. 희생은 있었지만 히로의 선발대가 최초공략에 성공했고 이후 그의 팀이 안정적으로 공략 중이며 점점 시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이번 던전은 갭이 컸다.
“이건 무리야.”
이따금 밸런스 따위 무시한 이런 던전이 생겨나곤 한다.
최선을 다해 공략이야 나서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군대의 힘을 빌려 쓸어버려야 한다.
필드에 그 많은 몬스터를 풀어 놓을 수는 없으니까.
문제라면 이 주변이 초토화되어 재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거다.
이사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터전을 옮기게 생겼다.
수호가 준호의 어깨를 두르곤 포탈을 보았다.
“동생.”
“어.”
“우리가 왜 여기로 왔냐?”
이미 이사를 한번 했다.
“13구역 지정에 눈이 멀었어.”
박준호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길드의 역량은 생각지 않고 욕심에 눈이 멀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덥석 받아버렸다.
“아니지. 여기가 더 큰 사냥터라서 옮긴 거야.”
현대문명에서 혈석만큼 널리 쓰이는 에너지원이 없다.
더 좋은 사냥터란 어디인가? 몬스터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정부가 여기 콕 짚어 준 이유야 뻔해.”
하늘을 날며 지형을 살펴보았다.
만약 북한이나 비무장지대에 발생해 소탕하지 못한 몬스터들이 남하하면 거치는 길목이 이곳이다.
정부가 기대한 것은 잠깐의 방패막이일지도 모른다.
수호는 그 역할이 마음에 들었다.
몬스터를 맹수로 여기면 한없이 위험한 낭떠러지 위에 집을 지은 것 같지만, 그들을 초식동물이나 단순한 사냥감으로 여기면 이보다 풍족한 사냥터가 없다.
“저 정도는 그냥 처리해야지.”
눈앞에 먹잇감이 제 발로 나타났다.
잡숴달라고 목을 내밀고 있는 상황인데 겁먹고 도망친다?
그렇게 살다간 세상 끝까지 도망치기만 할 터다.
끝도 없이 도망치다 과거로까지 도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처음이니 며칠 걸릴지도 모르겠어.”
꽤 레벨이 올랐지만 7성 던전은 처음이다.
수호는 턱을 쓰다듬다가 준호와 명진을 보았다.
“둘은 남아있어. 누군가는 여길 지켜야지.”
잠깐 갔다 오는 거야 다 같이 가겠건만 며칠 단위라면 문제가 있다. 새로 모집된 길드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멤버가 남아야 했다.
“동수, 재식이 둘만 따라와.”
“준비하겠습니다.”
“헙. 네에…….”
굳은 결심을 한 듯 다부진 표정의 재식과 말 한번 잘못했다가 한국 최초의 7성 던전에 발 디디게 된 동수가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준호, 정 위험한 일이 생기면 야수 사육장으로 도망쳐.”
그들도 길드의 일원이다.
전투력에서는 오히려 명진이나 준호보다 월등한 짐승들.
“알았어. 형, 조심해.”
“갔다 오마.”
수호가 재식, 동수 둘만을 데리고 포탈을 통해 사라졌다.
“자자, 다들 일들 시작합시다.”
“부사장님. 일단 멈추는 게 좋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사장님이 공략 성공 하더라도 브레이크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습니까?”
잠깐 고민하던 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속행합시다.”
확실히 PMC치고는 소속 용병이 너무 적었다.
실제 공격대 1개 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니 한계가 뚜렷했다.
“앞으로 용병충원을 생각하면 미리 길드 직원들부터 뽑아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던전 발생 신고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차,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모든 던전은 관리국에 신고해야 한다. 운영과 관리는 길드에서 하지만 명목상으로나마 관리국의 포탈관리과에서 직원 하나가 파견 나올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저희 길드는 레벨 6인데 7성 던전 공략해도 괜찮은 건가요?”
“어, 으음.”
직원의 의문에 준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레벨 6 길드의 권한이야 6성 던전까지다.
그 위는 아직 발생한 적도 없으니 법령을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
“뭐, 일단 보고부터 하죠.”
이미 들어갔는데 어쩌겠는가.
준호는 관리국장실로 전화를 걸었다.
새삼 각성자관리국장과 직통 전화를 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관리국에 비상이 걸렸다.
비상대책 회의기구가 발의되고 팀장급 인사들이 대거 소집되었다.
관리소장이 포탈관리과 팀장을 보았다.
“최팀장. 확인했나?”
“네. 파견 인력 10분 전 도착했고 7성 던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으음.”
“지금 박수호와 한동수, 장재식이 던전 진입한 상태입니다.”
대형 스크린에 진입한 각성자들 프로필이 떴다.
B급, D급, E급.
“아니, 박수호는 이해한다 쳐도 저 둘은 왜 데려간 거야?”
“한동수씨가 영상기억 보유잡니다.”
“공략 기록이라도 하러?”
“그런 것 같습니다.”
“네 생각 말고.”
“잠시만요.”
포탈관리팀장이 현장에 나가있는 직원과 통화 후 다시 회의에 참석했다.
“그냥 데려갔답니다.”
“…….”
국장이 한숨을 쉬었다.
“이거 세계적으로 이슈인데 박수호는 정말 쉽게도 덤비는군.”
두려움 없는 도전적 정신이야 좋다지만 너무 무모하다.
무려 7성 던전이다.
왜 공략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까?
최정예 드림팀을 꾸려 진입해도 모자랄 판에 하급용병 둘을 데리고 입장했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잔 말인가?
박수호는 자신의 가치를 너무 가벼이 여기고 있다.
“도대체 수호 길드는 왜 용병모집은 안 한답니까?”
“곧 한답니다.”
“…….”
국장이 한숨을 쉬곤 말했다.
“그때 우리 관리국 인력도 몇 보내놓으세요. 이거 영 불안해서 원.”
무려 세계 챔피언.
인류 최강자! 그의 가치는 이미 개인의 명예나 안전을 넘어섰다.
국가적 명예와 안보가 걸린 일이다.
괜히 일본이 이성우를 국가전력의 5%라고 추켜세우며 떠든 게 아니다.
스스로 돌보지 않으니 국가에서라도 그의 케어를 준비해야 했다.
“기동대는 어떻습니까?”
“13개 팀이 대기 중이긴 합니다만, 다들 그다지 내켜 하진 않습니다.”
관리국 소속의 기동대는 잘해봐야 A급 각성자 몇에 B급이 대부분이다. 5성 던전도 버거운 그들에게 갑자기 7성 던전의 공략에 나서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당장 투입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말 그대로 대깁니다. 박수호가 가져오는 정보에 따라서 팀을 짜야지요.”
“예. 다시 주지시키겠습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브레이크까지 42일. 88번의 공략을 마쳐야 던전이 소멸합니다. 하루에 두 번꼴인데…….”
국장은 자신의 입으로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다.
바로 옆 나라의 사례. 이성우의 선발대도 최초공략에 열흘이 걸리지 않았나. 거기에 던전 내 시간이 2배라면 순수 공략에 20일이 넘게 걸린 꼴.
이번 던전의 시차가 20배 정도 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긴 했다. 상세한 던전 공략정보와 충분한 공격대 자원이 있으면 말이다.
“길드 협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게 다들 여력이 없는듯합니다.”
“7성 던전도 문제지만 최근 급증한 6성 던전에 각 길드도 공격대를 풀가동 중입니다.”
최초 발생한 7성 던전에 모든 여론이 몰려서 그렇지 진짜 문제는 이거다.
본래 6성 던전이 생성되면 레벨 6 길드 두셋이 알아서 협력하여 공략한 후에 사이좋게 서로 던전을 나눠 클리어했다.
1년에 많아 봐야 10개 내외로 생겨나던 시절에는 그게 가능했다.
S등급 용병들도 사냥터가 필요했고, 적어도 둘 이상은 참여해야 생존율이 올라가니까.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최근 한 달간 서울 시티에서만 4개의 6성 던전이 생겨났다.
필드에 생겨난 것은 무려 7개.
한국 내에서만 11개의 6성 던전이 동시 활성화되어 브레이크 타임까지 재깍재깍 흐르고 있었다.
레벨 6 길드가 12곳이나 되는데 시티의 던전만으로도 감당이 안 되어 필드의 6성 던전은 방치되고 있는 실정.
갑자기 던전은 넘쳐나는데 용병이 없다.
국장이 이마를 짚었다.
아주 위험한 시기다.
3년 전 최초로 6성 던전이 등장할 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그땐 많은 용병이 무리한 도전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지나면 풍족해진 6성 던전의 공급으로 A급에 정체되었던 각성자들이 여럿, S급으로 올라설 것이다.
그 과도기를 잘 견디기만 하면…….
“국장님. 의정부의 수호 길드를 철수시키고 브레이크에 대비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포탈관리팀장의 의견에 귀환자관리팀 김미소가 반박했다.
“수호 길드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거에요.”
“의정부보다 더 좋은 필드를 내어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막말로 의정부를 뚝 떼어 준 것도 손 안데고 방벽 좀 세우려고 한 것 아닙니까?”
시티를 보호하는 방벽의 공사는 많은 자원과 시간,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호는 고속성장 스킬을 통해 나무 방벽을 세운다.
지리적으로 북한과의 길목이 되는 그곳을 수호 길드에게 할당해주고 13구역 지정이라는 미끼를 준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여론을 보세요.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서울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금은 의정부지만 언제 서울시티 한복판에 7성 던전이 생길지 모를 불안함.
브레이크 이후 군대의 힘으로 몬스터를 정리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국민들은 지금 집과 생활터전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금은 7성 던전의 공략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일단 수호길드를 최대한 지원합니다. 그리고 예상 공략시간 좀 뽑아보세요.”
SS급에 오른 이성우가 S급 팀원 12명과 A급 13명을 데려가 7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열흘이 걸려 공략에 성공한 게 7성 던전이다.
“6성 공략 데이터도 없어 예상이 어렵습니다.”
“5성 던전의 최근 공략에 57분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던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서 회의할 게 아니군요. 제가 직접 수호 길드로 가봐야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7성 던전에 무턱대고 들어갔는지.
“그리고 지금 여유 있는 S급 각성자들 모두 지원 요청 보내세요.”
“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요청이라도 해보세요. 뭔가 거래라도 하려 들겠죠.”
이 나라는 이게 문제다.
사설 용병 회사인 길드들 힘이 너무 세다.
레벨 6으로 성장한 길드 중에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곳을 찾는 게 어렵다. 국민들 안전보다 기업 이익이 우선인 그들의 행동에 이따금 경멸마저 들기도 했다.
국가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지금은 이득을 따지기보다 7성 던전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국방부엔 연락했습니까?”
관리국에서 기동대를 두고 던전공략대를 운용하듯, 국방부에도 던전공략을 주로 하는 특수부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돈보다 명예를 택한, 국가의 희망 대한민국 랭킹1위 손진우가 있었다.
‘아니, 이제 2위인가.’
국방부와 연락을 담당했던 팀장이 보고했다.
“30분 전 77특공대 파견했답니다.”
손진우의 부대다.
국장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 펴졌다.
“회의 마칩니다. 대통령께 보고 마치고 올 때까지 기동대 출동 준비하세요.”
“네, 국장님.”
대통령 보고까지 끝낸 관리국장이 의정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