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 * *
“크아앙!”
안으로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돌산 위에서 몬스터가 습격해온다! 사막의 기후에 맞게 진화한 고블린이 돌도끼를 집어던지며 내게 뛰어내렸다.
고블린만 있는 게 아니다. 녀석들에게 시선을 조금만 위로 주면 밑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몬스터까지 무시무시한 서전트 점프를 선보이며 내게 이빨을 들이댔다.
거대 악어, 거대 뿔도마뱀 성체 무리, 돌 짐승! 심지어는 대형 가시뱀까지 몸을 둥글게 말아서 탄력 있게 튕겨 위로 뛰어올라 접근!
입구에만 발을 디뎠는데도 이만한 몬스터가 나를 반긴다. 나는 염동력 흐름으로 고블린의 돌팔매질을 흘려 넘겼다.
팍팍! 입을 쩍 벌리는 악어의 머리통, 뿔도마뱀 성체가 쏘는 가시를 작두를 타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밟아가며 허공을 겅중겅중 뛰어 회피!
그 와중에 가시뱀은 공중에서 방향을 비틀어 아가리를 내 쪽으로 향한다. 신체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 건지, 20여 미터쯤 되는 몸길이가 고무줄처럼 두 배 이상 늘어나 뾰족한 독니를 내게 박아넣기 직전까지 접근!
“어딜!”
꽈악!
나선경을 이용해 가시뱀의 머리통을 붙잡고 돌린다. 모터의 회전에 휘말린 인간의 몸뚱이가 이러할까? 가시뱀이 빙글뱅글! 회전하며 그 길쭉한 몸이 내 손목으로 말려 들어왔다.
신체가 제멋대로 비비 꽈이며,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는 불쌍한 가시뱀의 육체! 유연한 뼈도 급격한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뚝! 뚝! 부러지는 소리가 손을 타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신 뼈가 부러져도 몬스터는 몬스터! 가시뱀은 몸이 둘둘 말린 상태에서도 눈을 빛내며 내게 최후의 특공을 개시했다. 나는 녀석을 붙잡고 돌 짐승에게 내던져 마지막 공격을 무효화했다.
가시뱀을 얼싸안고 지상으로 자유 낙하하는 돌 짐승에게 인간미 있는 뻐큐를 날리며 뾰족 바위 군락 안으로 들어간다.
높게 솟은 바위가 긴 그림자를 만들어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고, 바닥에 고인 물 때문인지 지상이 아닌 동굴 안에 들어온 것처럼 습하기 그지없다.
“칫칫칫!!”
어둠 속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지옥 박쥐 무리가 돌산을 타고 날아다니는 나를 포착하고 번개처럼 기습했다. 어두컴컴한 돌산 벽에 붙어있던 수백, 수천이 넘는 박쥐가 찍찍! 소리를 내며 내게 날아왔다.
흑마법사가 어떤 수작을 부릴지 모르는데 이런 놈들한테까지 일일이 오러를 써가며 마나 낭비를 할 새가 없다. 나는 마나장을 옅게 깔고는 내 범위 안에 있는 생명체를 목표로 마법을 사용했다.
“강탈!”
사막 고유의 마법. 흑마법에서 유래한 생명력 흡수 등을 변형하여 생명체의 수분과 유분을 빼앗는데 쓰는 마법이다.
거기에 웨일의, 승천자의 독자적인 마법 이론까지 일부 추가하여 더욱 흉악하게 변모한 나만의 강탈 마법!
수백의 박쥐 무리의 입에서! 눈에서! 귀! 가랑이! 항문! 피부! 너나 할 것 없이 체액이 줄줄 빠져나온다!
아주 약간의 체액만 흘러나와도 근육이 마비되고 오감도 제 성능을 못한다. 상대적으로 체질량이 적은 박쥐는 손바닥만 한 수분만 잃어도 비행능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찌지직!
내게 접근하는 박쥐 무리가 전기 파리채에 맞고 떨어지는 모기떼처럼 우수수! 추락했다. 밑바닥에서 은근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몬스터가 때아닌 횡재를 만났다.
어둠 속에 살던 기괴한 몬스터가 추락한 박쥐 무리에게 다가가 낼름! 혀를 내밀어 박쥐를 꿀꺽 삼켰다. 한 놈이 배를 채우자 멀리서 구경하던 다른 놈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후다닥 뛰어온다.
“크릉! 크르릉!”
입구 부분에서 눈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나를 쫓아온 몬스터 무리도 추락한 박쥐 무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방향을 틀었다.
내 밑에는 금세 추락한 박쥐 무리를 독차지하기 위한 몬스터의 격렬한 투쟁 현장이 만들어졌다.
와글와글!
눈 깜짝할 사이에 성인 남성 한 명쯤은 한입에 집어삼킬 대형 몬스터 수백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밑에 모여들었다!
녀석들이 오랜만의 포식에 눈이 돌아가 주변의 몬스터도 물어뜯으며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 어느새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수백의 몬스터가 처음에는 식욕으로 모였다가, 나중에는 생존본능마저 잊고 마지막 한 놈만 남을 때까지 싸우는 광경은 마치 고독(蠱毒)과도 같다.
내가 이런 꿀 같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에잇!”
와사삭!
찰랑이는 웅덩이에서 커다란 돌덩이까지 길게 자란 덩이 넝쿨을 마구 뽑는다. 초능력으로 넝쿨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몬스터를 향해 뿌렸다.
기운이 담겨있다지만, 기껏해야 넝쿨 줄기. 단검과도 같이 날카롭게 날아간 넝쿨은 몬스터의 피부를 베는 걸로 제 역할을 다했다.
“키에엑!”
자신들끼리 신성한(?) 투쟁을 벌이는데 감히 위에서 비겁하게 공격이나 하다니! 그것도 하찮은 인간 따위가! 수백 대형 몬스터의 시선과 살기가 내게 집중되었다.
노랗고, 붉고, 푸른 눈동자.
나는, 웬만한 현미경보다 뛰어난 시력을 자랑하는 웨일은 몬스터의 눈동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똑똑히 보았다.
무저갱의 입구처럼 세로로 길쭉한 동공과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가 형상화된 듯이 검은색 모세혈관이 자글자글하게 퍼진 거대 뿔도마뱀의 눈.
황량한 사막에 우뚝 솟아오른 검은 산과도 같이, 갈색의 눈동자에 세로로 길쭉하게 찢어진 검은 동공을 자랑하는 고양잇과 몬스터의 눈.
공허한 푸른빛을 감싸는 갈색의 태풍, 백지에 떨어진 한 방울의 검은 안료, 목성의 대기와도 같이 혼돈으로 일렁이는 눈동자에 가로로 그러진 푸른색 크레바스까지!
그 기괴하며 섬뜩한 눈동자가 나를 포착한다. 나는 소름이 오싹 돋는 느낌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너희도 같이 가자.”
나는 밑에 모인 대량의 몬스터에게도 강탈 마법을 사용했다. 몬스터의 피부에 난 상처로 피와 수분이 쭈와악! 빨려나갔다.
녀석들 하나하나가 박쥐 따위와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마법 저항력이 강하여 나오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 덩치도 커서 리터 단위로 수분을 뽑아내도 끄떡도 없는 녀석들이 대부분!
하지만 내 행동으로 ‘공격 의도’ 하나만큼은 절절하게 전해졌다.
“크아악!”
“캬악!”
냉엄한 침묵이 산산이 깨지고, 하늘 위의 건방진 인간을 향해 몬스터 무리가 일사불란한 돌진을 개시했다. 나는 수백의 몬스터를 이끌며 뾰족 바위 군락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갔다.
“강탈! 강탈! 쇠약의 저주! 고통! 석화! 둔화! 그리고 또 강탈!”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무차별적인 시비 걸기는 끝을 보이지 않고 계속된다. 조금만 덩치가 크거나 무리를 지은 녀석들이 있으면 무작정 강탈과 고통 전달을 걸어 분노를 일깨운다.
웅덩이에 모인 작은 몬스터, 식물 군락은 하나도 빠짐없이 강탈을 걸어서 바싹 말라붙게 한다. 그렇게 죽은 소형 몬스터에게 다가가는 중, 대형 몬스터에게 석화와 둔화로 시비를 걸어서 내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쿠과과광!!
돌산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대지 폭발, 땅 뒤흔들기, 지면 부수기, 암석 붕괴 등으로 붕괴를 유발한다. 그렇게 보금자리가 무너진 몬스터가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려가며 또 나를 쫓는 무리에 합류!
늪지대 생성 마법도 있는 대로 써 가면서 돌산 밑의 지면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나는 아예 뾰족 바위 군락 자체를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며 여유분의 정신력을 써서 초반에 보낸 독 구름을 확인한다.
‘독 구름은… 아직 멀쩡하군!’
왼쪽으로 보낸 독 구름도 정정하다. 독 구름이라는 재앙을 맞이한 몬스터는 독을 피하여 오른쪽으로, 그리고 중심지를 향해 필사의 탈출을 개시했다.
* * *
‘야… 이거 좀 심했나?’
나는 질린 얼굴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뾰족 바위 군락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모여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밑에 십분의 일 정도는 모였을 것이다.
이래서 사람이 일을 너무 잘해도 문제다. 뒤에 따라올 허약한 부하들을 위해 몬스터 좀 대량으로 이끌어보려고 했더니만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네?
와글와글!
거진 일천이 넘는 수십 종류의 몬스터가 눈을 벌겋게 뜨고 나만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밑으로 내려가는 게 무서울 지경이다. 익스퍼트 상급이고 뭐고 저 한가운데 떨어지면 칼 몇 번 휘두르는 걸 끝으로 죽어버릴 것!
내가 한 거라고는 가는 길마다 저주와 강탈로 식물류를 몽땅 못 먹게 하고, 대지에 저주를 걸어서 몇 개월간 작물이 자라지 못하게 막은 게 전부인데 뭐가 그리 화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펑펑!
거기에 추가로 돌산을 있는 대로 무너뜨려서 서식지를 파괴하고, 보금자리를 없애 버린 것밖에 없는데! 몬스터나 되가지고 겨우 그것 가지고 저리 화를 내다니!
인생 너무 쪼잔하게 살면 안 되는 법이다. 나는 몬스터에게 화해의 악수를 건넸다.
“시들어가는 대지!”
내 화해의 악수를 받은 식물이 말라죽었다. 물이 풍부한 땅도 가뭄에 고통받는 논밭처럼 쩍쩍 갈라지고, 흉한 몰골을 드러냈다.
웅덩이에 자기만의 생태계를 만들던 어류, 수서 식물과 곤충들도 떼죽음을 당하고 앗! 하는 사이에 부패하여 시독을 대지로 투사한다.
수많은 어류, 곤충, 식물이 부패해가며 내뱉는 시독이 마법에 의해 더욱 악랄하게 변형되어 땅을 더럽혔다.
시들어가는 대지를 정통으로 맞은 땅은 꼼꼼한 정화를 거치지 않는 한, 수년 동안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폐한 대지로 남아있을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오, 이번에는 많이 화가 났나 보다. 웅덩이에서 살던 거대 독 두꺼비 무리가 자식을 잃은 어미와도 같은 짐승 울음을 내지른다.
독 두꺼비 무리가 본능적으로 마나의 잔향을 읽어 생태계를 파괴한 원흉을 찾아내었다. 녀석들이 나를 보자 눈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전신에서 걸쭉한 액체를 뿜어냈다.
액체를 맞은 몬스터 무리가 얼굴이 시퍼레지더니 픽픽! 쓰러졌다.
뾰족 바위 군락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서식지를 보유한 절대 강자 중 하나인 독 두꺼비! 독 두꺼비가 나를 쫓는 몬스터 무리에 합류했다.
독 두꺼비는 아르마딜로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는 공굴리기하듯이 굴러가는 특이한 이동법을 선보였다.
지름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살덩어리 공! 수백의 공이 지나간 자리에는 독액만이 남았다. 흉흉한 기세를 자랑하던 몬스터 무리도 감히 그 독액을 지나가지 못하고 피해 갈 정도였다.
쿠구구궁!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역겨운 독 냄새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위험하다. 진짜로 위험하다. 한 호흡만 도주 경로를 잘못 정하면 눈을 번뜩이는 몬스터 무리 한 가운데로 떨어져 사지가 찢겨 죽을 게 분명하다.
“흡! 후읍!”
나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텔레파스를 일으켜 뇌내 활성도를 최대한 높였다. 처음 가는 길, 어두운 환경, 시끄러운 몬스터의 울음소리. 그 모든 것들을 정보로 변환하여 읽어들이고, 내가 가야 할 최적의 길을 찾았다.
사사삭!
거미처럼 돌산을 기어올라 중간 즈음에서 휙! 뛰어내린다. 몬스터가 집어 던진 돌을 밟고 공중에서 이단 점프를 하여 다음 돌산에 도착한다.
그럴 때 은밀하게 이전 돌산에 심어놓은 대지 폭발이 발현된다. 돌산 중간이 폭발하며, 위까지 높게 솟은 수천, 수만 톤의 돌덩이가 소낙비처럼 밑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나는 내가 있는 곳까지 튕기는 돌을 밟고 다음으로, 또 다음 돌산으로 징검다리를 밟듯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며 이동했다.
밟은 땅마다 대지 폭발을 심어 돌산 일부가 무너지며 내가 지나간 곳마다 무수한 소규모 산사태가 일어난다.
산사태를 뚫고 들어오는 몬스터의 가시, 독액, 음파, 돌덩이! 몸을 비틀어 가시를 피하고, 역파장을 둘러 음파를 막는다. 돌덩이는 손끝으로 흘려서 독액에 명중시킨다.
돌덩이를 흘린 힘을 역이용하여 다음 돌산에 착지! 그리고 또 맞은 편 돌산을 향해 점프하며 대지 폭발!
꽈과광!
큰 폭발이 일어나며 내 몸이 높게 떠올랐다. 나는 초능력 파장을 겨드랑이에 옅게 깔아 날다람쥐가 날 듯이 공기를 타고 날아올랐다.
주변 경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여기서부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대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마법을 마구 쓴다.
시속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공중 비행! 코앞을 휙휙 스쳐 지나가는 돌산을 피하며 마법을 꽂고, 다음으로 가는 경로를 계산하여 초능력 파동으로 방향을 수정한다!
휘이잉!
퍼버버벙!
그렇게 몬스터의 이목을 있는 대로 끈 끝에, 나는 뾰족 바위 군락 중심지에 도착했다.
뾰족 바위 군락 중심지에는 커다란 호수가 자리 잡았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호수. 사막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풍부한 물과 짙은 녹음이 우거진 자연환경. 그 중심에, 마치 원시부족처럼 나무로 지어진 집을 짓고 살아가는 흑마법사 집단이 나를 반겼다.
“엇? 너…….”
한 흑마법사가 위를 날아가는 나를 손가락질하며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윙크를 했다.
“안녕. 그리고 안녕.”
쉭!
흑마법사가 미처 공격, 방어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빠르게 스쳐 지나간 나! 그런 내 뒤로 일천이 넘는 몬스터가 우르르! 뒤따라왔다.
“왓?! 으악! 악!???”
흑마법사가 기이한 괴성을 터뜨리며 비상 마법을 작동시켰다.
흑마법사 집단은 아까부터 외부에서 일어나던 심상치 않은 일을 알고 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준비한 ‘대비’란 기껏해야 환상이나 현혹 따위로 몬스터의 이목에서 숨고, 혹시 모를 방어 마법을 준비하는 게 고작.
내가 끌고 온, 일천이 훌쩍 넘는 화가 난 몬스터 무리에게 그따위 허접한 마법 방벽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꾸왕!
일천의 몬스터는 대형 방어막에 충돌했고.
와장창!
방어막은 돌진하는 탱크를 막는 스티로폼처럼 허망하게 부서졌다. 수십의 몬스터가 방어막에 지체된 사이 뒤에서 밀려온 몬스터에게 깔려 죽었지만, 그보다 수십 배는 많은 몬스터가 흑마법사 거주지에 발을 내디뎠다.
수많은 몬스터가 발하는 살기와 혼탁하게 일렁이는 마나가 환상, 현혹 계열의 마법도 단숨에 깨트린다.
꿀꺽!
몬스터의 난폭한 시선이 수십 명이 넘는 흑마법사에게 향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았다.
“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