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19
019
굳세어라 션아.
우선, 나는 어떤 세상에 태어났는가.
일단 지구는 아니다. 지구에 이렇게 거지 같고 허름한 지역이 있을 리가 없다. 언어마저 지구의 그것과 다르다.
그렇다고 승천자의 세상도 아니다. 말하지 않았나. 거지 같고 허름하다고. 그건 승천자와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어느 지역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냥 옆 산 어디에 뭐가 있다. 옆 마을은 누가 다스린다. 정도만 아는 게 고작이었다.
한 가지 사실. 나는 막노동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내 아버지, 부암은 전형적인 못 배운 시골 촌놈이었다.
그는 나무 자르기, 장작 패기, 장작과 봇짐 나르기, 창고 정리, 농사일 등··· 부암은 며칠이면 숙련되는 단순노동으로 겨우 생계를 꾸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안 믿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거리는 절대로 맡기지 않았다. 심지어 곡물 포대 나르는 일조차 주지 않았으니, 세간의 평가가 어땠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못 배운 무지렁이. 쌍놈의 자식. 평생 저렇게 살다가 죽을 놈. 그게 부암의 평가였고, 마을의 시선이었다.
과연 그가 세간의 편견을 깨트릴 자상한 아버지였을까. 아쉽지만 그건 아니다. 부암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거기에 가정폭력범이기도 했다.
우리 집이 가난한 이유도 기껏 번 돈을 다 부암의 술값으로 날리는 일이 허다해서였다. 마을의 평가가 최악인 이유가 다 있다.
내 어머니 실라는 그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유산을 했다. 나는 그들의 둘째이자 첫째 자식이었는데, ‘원래’ 첫째 자식이 부암의 폭력 때문에 유산을 당했다.
그 때문일까. 실라는 휠리스 이상으로 나를 애지중지 키웠다. 그녀는 당신이 굶는 한이 있어도 내게 젖을 물렸다.
사실 나도 유산 직전까지 발생과정이 망가지긴 했다. 지금도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만약 내가 초능력자가 아니었다면, 실라는 나를 유산하고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으리라.
여하튼 부암은 개새끼였고,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
“아아악!”
다섯 살이 되던 해, 실라의 찢어지는 비명이 적막한 밤을 깨웠다. 이제는 익숙한 부암의 폭력이었다.
‘이러면 힘들지······.’
51번에 쉰둘, 그리고 삼사드. 워낙 건강우량아로 태어난 적이 많아서 착각하기 쉽지만, 다섯 살짜리 아이의 몸뚱어리론 할 수 없는 게 너무나도 많다.
저벅저벅.
나는 실라와 그녀를 패는 부암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아무 말 없이 실라를 껴안고, 부암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 이 새끼가! 너마저 나를 무시해!”
부암이 얼굴을 붉히며 내 배를 발로 찼다. 실라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나를 감싸 안았지만, 부암의 폭력은 집요하게 나를 노렸다.
하지만 나는 초능력으로 몸을 강화해서 이 정도론 간지럽지도 않다. 승천자가 아니니 초능력도 들킬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못 배운 세상 만세였다.
나는 은근히 몸을 비틀어서 실라를 때리려는 부암의 공격을 내 쪽으로 유도했다.
‘그래 때려라 때려. 이것도 2년만 참으면 끝이니까.’
나는 일곱 살이 되면 부암을 죽일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이 세상은 인권이란 게 희박한지 일곱, 여덟 살만 되면 당연하다는 듯 일을 한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실라에게 편안한 노후를 선물해주고 나 할 일을 할 계획이었다.
그게 자식 된 이로써 최소한의 도리겠지.
하지만 나는 내 선택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몰랐다.
나는 인간의 허약함과 단련되지 않은 인간이 폭력에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지 까먹었다.
“뒈져!”
부암이 다시 발차기를 날렸다. 저놈은 고된 노동으로 팔목 관절이 다 나가서 주먹질을 잘 못한다.
“안 돼!”
실라는 숙련된 레슬링 선수처럼 나를 꽉 끌어안았고, 내 경험으로 보건대 그녀의 왼쪽 어깨가 가격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휘청!
발을 날리던 부암의 몸이 휘청였다. 실라의 어깨를 노리던 발목이 살짝 위로 올라가··· 그녀의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때렸다. 미처 내가 반응할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나이가 어리고, 지구인과 육체 구조가 달라서 초능력의 섬세한 조절도 힘들다. 나는 미처 실라에게 초능력 보호막도 쳐 주지 못하고, 그녀가 발차기를 맞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쩌억!
실라의 몸에서 수박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눈, 코, 귀에서 비릿한 액체가 질질 흘러나왔다.
털썩.
실라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힘을 잃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아하니, 즉사였다.
“······.”
나는 당황해서 피를 흘리는 실라를 내려다보았다.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주정뱅이의 흔들리는 발차기, 신경 보조 모듈이 없는 나의 뇌, 막노동으로 망가진 부암의 몸, 그리고 지저분하며 미끄러운 바닥.
아마 내가 생각하기엔 이 네 가지 변수가 우리의 사이를 회복할 수 없을 수준으로 갈라놓은 것 같다.
“어··· 어으? 으잉?! 실라? 시, 실···라?”
바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부암이 쓰러진 실라를 보고 당황했다. 내가 싸늘한 눈동자로 부암을 째려보자 그가 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쳤다.
“아, 아니야! 이러려는 게 아니었어!”
부암이 실성해서 손을 마구 휘저었다. 추하디추한 모습이었다.
‘차라리 지금 초능력으로 죽일까?’
초능력이나 마나로 신체를 보호하지 않는 인간은 손가락만 까딱해도 죽일 수 있다. 머리나 심장으로 흐르는 혈류만 조절하면 완전범죄 완성이었다.
나도 쉰둘과 삼사드로 살며 순해진 모양이었다. 사람 하나 죽이는 것 가지고 몇 초씩이나 고민하는 되는 날이 오다니.
“아니야아아아!!”
고민하는 사이에, 부암이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곤 마을을 넘어서 어둠에 가려진 숲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도망치는 부암을 막지 않았다. 대신 지저분한 천으로 실라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다.
불쌍한 실라. 고생만 하고, 편히 살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다니.
‘멍청한 놈.’
실라는 부암이 아닌 나 때문에 죽었다. 내 어리석음과 안일함이 실라를 죽인 것이다.
‘이제 뭘 하지? 부암이 오면 부암부터 죽이고 시작하자. 너무 착해졌어. 일단 다 죽이고 생각해야지.’
멍하니 죽은 실라를 내려다보며 향후 계획을 세우기를 몇십 분.
땅땅땅!
마을 어귀에서 자경단이 미친 듯이 종을 울렸다. 그러자 마을이 순식간에 부산스러워졌다.
“또 무슨 일이야?”
이제 의외의 인카운터는 지긋지긋하다. 나는 실라를 끌어안고 집 옥상에 올라가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했다.
저 먼 곳 숲속, 상처투성이가 되어 마을로 도망치는 부암이 보인다.
그 뒤를 서른 개체가 넘는 근육질의 괴물이 따라오고 있었다. 괴물의 육체를 보면 쉽사리 부암을 족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부러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한다.
부암을 미끼로 마을이 있는 장소를 찾으려는 수작이다. 괴물의 영리한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사, 살려······!”
꾸직!
목적을 다한 인간을 죽인다. 괴물이 도끼를 내리쳐서 부암을 세로로 쪼갰다. 부암은 마지막 단말마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크르르······!”
부암도 죽였고, 목표물도 보인다. 괴물은 망설이지 않고 마을을 향해 돌진했다.
괴물은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지구에서 본 그림자와도 다르고, 승천자의 적대자인 투혼과도 달랐다.
녀석들은 인간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고 피부는 초록색을 띠었다. 무기는 커다란 몽둥이나 일반인은 들기도 벅찬 양날도끼를 나뭇가지처럼 가볍게 휘둘렀다.
“모, 몬스터다!”
마을 사람들은 나름 괴물에 맞서 싸웠지만, 글쎄······. 아무래도 힘들다. 평범한 산골짜기 시골 사람은 괴물 한 개체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드득!
나무로 만든 목책은 도끼질 몇 번에 단숨에 무너지고, 괴물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나는 마음만 먹는다면 괴물을 죽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열 몇 개체에서 막힌다. 그게 영양실조에 걸린 다섯 살짜리 꼬맹이의 한계였다.
크르릉!
괴물 한 녀석이 실라의 피냄새를 맡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저 녀석 한 놈을 죽이면 남은 서른 놈이 나를 죽이자고 들어오겠지. 이럴 땐 정면돌파보다 유화책이 주효했다.
우웅!
나는 초능력으로 나와 실라의 몸을 감쌌다. 반투명한 보호막과 어두운 밤이 우리의 몸을 괴물의 눈에서 숨겨주었다.
괴물은 우리를 찾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하지만 피 냄새는 나는데 목표물을 못 찾았다는 거에서 화가 나는지 집 곳곳에 도끼질했다.
우지끈!
조잡한 나무로 만들어진 집은 도끼질 몇 번에 무너졌다. 괴물은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어디선가 불을 가져와 집에 불을 질렀다.
활활!
불타는 집 안. 나는 쓰러진 실라를 하염없이 껴안고 있었다. 중간에 괴물 몇 놈이 더 들어왔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돌려보냈다.
짹짹짹······.
동이 트고,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을 땐 괴물도,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인구수 400여 명의 작은 촌락이 망하는데 하룻밤도 걸리지 않았다. 멍청이 부암이 마을의 멸망을 불러온 것이다.
*****
망한 마을에선 할 게 없다.
나는 불탄 집터에 허탈하게 앉아 떠다니는 구름을 구경했다.
‘원래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사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승천자의 무술을 배우고 경지에 오른 뒤, 라온이 알려준 세 개의 도달점을 연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리 쉽지 않다.
먼저 승천자와 이 생명체의 육체는 너무나도 다른 점이 많다. 그래서 승천자의 무술은 원전 그대로 익히기가 곤란하다.
팔 두 개, 다리 두 개, 눈 두 개, 코와 입 하나 등 외형적으론 똑같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참새와 독수리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참새가 독수리의 날갯짓을 따라 하다간 뼈와 살이 분리된다.
마나 수련법과 검술도 똑같다. 승천자는 태어나서부터 우월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지금 육체는 승천자의 10분의 1조차도 못 된다.
귀중한 수련법이 머릿속에 가득해도 지금의 나는 ‘생명체라면 누구에게나 통용될 기초 중의 기초’ 수련법만 겨우 익힐 수 있는 게 현재 상황.
그러니 우선해야 할 것은 승천자의 수련법과 무술을 지금 육체의 것에 맞게 개조하는 것. 그리고 초능력을 꾸준히 수련하는 것. 마지막으로······.
“일단 먹고 살아야지.”
무너진 마을을 돌아다니며 멀쩡한 식량을 찾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남는 시간은 초능력과 지구의 기초 무술을 수련했다.
“여기 꿍쳐두고 있었구만.”
그리고 촌장의 집을 뒤져 돈이 될 법한 걸 찾고, 문자와 이 세계의 지식을 익힌다.
“괴물들을 몬스터라고 부른다. 그리고 위대한··· 뭐? 무슨 남작? 촌장 놈이 소설 따위나 읽고 있으니 마을이 이렇게 망하지. 쯧쯧!”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나는 초능력을 이용해 죽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분류하고,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혹시 다섯 살짜리가 할 일이 아니라 의심할 수도 있어서 땅을 얕게 파고, 흙만 대충 덮었다.
마지막으로 나뭇조각을 꼽고 이름을 적는 걸로 끝.
하지만 실라는 아니었다. 그녀의 시체는 내가 아는 일반적인 매장법에 따라 정성스럽게 장례식을 올려주었다.
부암의 시체는 묻지 않았다. 그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휴우!”
나는 세로로 쪼개진 부암의 시체를 마을 한구석에 내던지고는 허리를 폈다. 영양실조는 하루 만에 치료되었다. 초능력자가 이래서 편하다.
“할 건 다 끝냈으니 이제 고민할 건······.”
마을이 멸망한 지 일주일. 나는 그동안 무너진 집터를 뒤져 옷과 신발, 곡물을 챙겼다. 이제 고민할 건 곡물을 먹으며 여기서 될 수 있는 데까지 버티느냐, 아니면 그냥 떠나느냐.
“여깁니다! 기사님! 여기··· 어억?!”
고민하는 와중, 멸망한 마을로 들어오는 한 무리가 있었다. 조잡한 갑옷과 나무로 만든 창을 장비한 병사 서른 명, 삐까번쩍한 갑옷을 입은 기사 둘.
‘기사? 갑옷? 참 요지경인 세상이군.’
마지막으로 그들을 안내하다가 비명을 지른 남성. 나는 그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는 이 마을에 거주하는 유일한 사냥꾼이었다.
‘괴물한테서 도망치고 저 기사가 있는 조직한테 알린 모양이군.’
이제 어떻게 행동하지? 바싹 긴장한 모습을 보아하니 괜히 움직이다가 봉변을 당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을 언덕, 무덤가에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그들을 기다렸다.
“새, 생존자입니다! 여기 생존자가 있어요!”
과연 내 짐작이 맞았는지 마을을 뒤지던 병사 한 명이 나를 발견했다. 곳곳에 퍼진 병사들과 기사 둘이 내게 다가왔다.
기사가 어리둥절해하며 내 뒤에 있는 조잡한 무덤들을 가리켰다.
“꼬마··· 야? 이게 다 뭐니?”
“마을 사람들의 무덤이요. 대부분 잡혀갔지만, 남은 사람들은 다 묻어줬습니다.”
“누, 누가?”
“제가요.”
“허어~!”
긴 탄식이 기사와 병사들에게서 울려 퍼졌다.
“너, 너는 부암의 아들 아니냐? 그리고 저건··· 부암? 저 녀석이?!”
사냥꾼이 나를 보며 아는 체하다가 썩어가는 부암의 시체를 보곤 역정을 냈다.
“이, 이놈의 새끼! 이놈 때문······.”
“그만.”
사냥꾼이 부암의 시체를 걷어차려다가 기사에게 제지당했다. 기사가 내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가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션이요.”
“션. 으음··· 이거라도 먹지 않으련?”
기사가 쩔그럭대며 갑옷 안에서 설탕을 정제해 만든 조악한 과자를 꺼냈다.
‘참 맛대가리도 없어 보인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그랬다간 괜한 의심을 살 것 같다. 나는 과자를 받아 조심스럽게 갉아먹었다. 그런 나를 기사와 병사들이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기사가 머뭇거리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마을에···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부암을 가리켰다.
“부암이 실라를 죽였어요. 그리고 마을 밖으로 도망쳤고, 그 탓에 몬스터가 끌려왔습니다.”
“실라가 누구니?”
나는 가장 정성스럽게 만든 무덤, 실라의 무덤을 가리켰다.
“어머니.”
“저런······.”
기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내게 더는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실라의 무덤에 작게 허리를 숙였다. 기사를 따라온 병사도 무덤에 예를 표했다.
“퉤! 개새끼! 내 그럴 줄 알았다!”
“네가 감히 실라를! 이 쌍놈의 새끼!”
그들 중 몇 명이 부암의 시체에 침을 뱉는 걸 봐선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나 보다.
“흠?”
기사는 굳은 눈으로 화를 내는 병사들과 무너진 마을, 무덤가를 번갈아 보다가 무덤에 꼽힌 초라한 명패를 보았다.
“무덤···. 그러면 저 글도 다 네가?”
“예. 몰래 훔쳐 배웠습니다.”
“허어어~!”
다시 또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사가 신기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대뜸 내게 무등을 태워주었다. 그가 나를 어깨 위에 올린 뒤, 마을 밖을 향해 걸으며 외쳤다.
“조사는 이쯤에서 끝낸다! 테트라 마을! 오크의 습격으로 전멸! 생존자는 하나! 부암과 실라의 아들 션!”
그가 소리치자 나머지 한 명의 기사가 종이를 꺼내 따라 적었다. 저자가 나를 무등 태운 기사보다 후배인 것 같았다.
편의상 선배기사, 후배기사로 나누자.
“일주일이 지났으니 오크는 이미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나를 무등 태운 선배기사가 앞서나가고, 병사들은 창을 꽉 쥔 채 뒤를 따른다. 마지막으로 후배기사와 사냥꾼이 후열에서 뒤따라간다.
마을을 막 벗어났을 무렵, 나는 선배기사에게 물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수도원에 맡길 예정이다.”
수도원이란 곳이 고아를 도맡아 기르는 장소인가보다.
‘딱 봐도 거지 같은 세상인데 고아 대접이 그리 좋지는 않겠지. 그래도 설마 51번보다 가혹하겠어?’
51번의 인생과 비교하면 어디든 천국이다. 다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렴. 남작님은 인자하신 분이란다. 수도원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조용히 있는 걸 오해했는지 선배기사가 나를 달래주었다.
“감사합니다.”
적당히 대답한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현대와는 다른, 지저분하게 난 나무 뒤로 무너진 마을이 점차 사라져갔다.
안녕. 실라.
020. 굳세어라 션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