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22
022
굳세어라 션아.
*****
일단, 목표를 확실히 세우자.
나는 이번 생이 끝이 아님을 안다.
웬만해선 오래 살고 싶긴 한데, 한없이 오래 살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번 생을 다음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신!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간다 해도 그 과정에서 얻는 건 분명히 있겠지.
그러니 신이 되기 위해 먼저 초월자가 된다.
초월자가 되기 위해 라온이 알려준 세 개의 도달점. 점과 선, 원과 곡선, 우주의 원리를 담은 검을 깨닫는다.
세 개의 도달점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 기초단계인 승천자의 무학을 배운다.
하지만 이번 생의 나는 인간(션의 인류도 스스로를 인간, 사람, 르암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나도 더는 현생 인류라는 이상한 단어로 그들을 분류할 필요가 없겠지.)으로 태어났으니 승천자의 무학을 인간 식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인간이 만든 마나 호흡법과 검술, 수련서를 먼저 익히고, 그걸 기반으로 삼사드의 경지를 빠르게 복구한 뒤 승천자의 무학을 파고든다.
마지막으로 그러기 위해서··· 제식검술을 열심히 익힌다.
마법은 ‘일단’ 포기한다.
마법을 익히는 데 필요한 재능은 검술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악랄했다. 승천자 전용의 마법을 인간 식으로 재해석하려면 몇십 년이 필요할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어중간하게 둘 다 배우는 것보다 하나에 집중해서 성과를 얻어야 했다.
우선 검술, 마나 호흡법부터.
열심히 수련하고, 갈드한테 착한 아이인 척하고, 콜먼을 자살하기 전까지 괴롭혀서 마나 호흡법과 검술을 빼앗고, 콜먼 쫄다구를 두들겨 패면서 인간의 신경계와 근육계를 공부해야지.
오들도 힘내자.
*****
“엉! 어엉!”
프린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콧방울을 터뜨리며 서럽게 우는 프린은 처음으로 애 다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콜먼의 쫄따구인 에르만, 부거, 프린. 열 살인가 열한 살인가. 관심도 없어서 까먹었다. 여하튼, 프린은 체구도 작고 얍실하게 생긴 녀석이다.
쥐방울만한 놈이 깐족대며 호랑이를 등에 업고 만만한 애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아라. 이제 이놈이 얼마나 패주고 싶은 놈인지 쉽게 알 것이다.
물론 난 그렇게 감정만으로 사람을 패는 인간은 아니다. 아니, 프린이 엉엉 우는 건 내가 두들겨 패서 그런 게 맞지만, 나도 이유는 있다.
사건은 갈드한테 가르침을 받은 지 삼 일째 되는 날에 일어났다. 오전 수련 후, 오후에 일(을 빙자한 아동학대)을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애들이 많이 빈다.
수를 세자 무려 열여섯 명이나 빠졌다. 다들 하나같이 열 살 이상 되는 녀석들이었고, 콜먼의 뒤를 노리는 이인자 깡패 새끼들이었다.
거기에 콜먼과 쫄다구 셋도 보이지 않는다.
이건 기회다. 이번 기회에 콜먼을 포함해서 같이 땡땡이친 놈들까지 아주 개박살을 내야지.
결심한 나는 땡땡이친 놈들을 찾았다. 다들 애라서 그런지 숨는 장소가 고만고만했고, 초능력 파동까지 사용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녀석들이 숨은 곳은 운동장 구석이었다. 놈들은 거기서 나뭇가지를 깎아 만든 잡스러운 목검을 들고 제식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어억! 너, 너너······.”
“어, 어떻게 여길!”
느긋하게 다가오는 나를 보자 청춘의 땀을 흘리던 에르만과 부거가 캑캑 대며 화들짝 놀라 했다.
“으그극······!”
주먹을 쥐고 다가오자 움찔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고는 자신을 되찾는다.
무술 수련 경험 최소 4년 차 이상 된 꼬맹이들 열여섯! 상대는 다섯 살 먹은 유치원생 하나. 수로 짓밟을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가질만한 매치업이었다.
‘자꾸 반항하면 너희만 고달프다. 빨리 포기해라.’
하지만 꿈은 그저 꿈일 뿐.
내 삶하고 가장 비슷한 전생을 고르라면 북방의 악마가 있다. 북방의 악마는 초능력자임이 밝혀지자마자 세 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다섯 살엔 어른과 타격계 격투기로 싸워 이기기까지 했다. 바람의 파이터처럼 백 연전은 불가능했지만, 십 연전은 무리 없이 이겼다.
그리고 다섯 살 션은 다섯 살 북방의 악마보다 강하다. 그런 나인데 열 살 좀 넘은 꼬맹이 열댓 명하고 싸워서 질 리가 없었다.
적당히 했으면 몇 대 맞고 끝났을 싸움, 시작하기 직전에 프린이 화근을 불러일으켰다.
“다 같이 밟아 죽여! 어차피 혼자라고! 한 번에 덤비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얼씨구?
“개새끼가! 네 이빨을 다 뽑아주지!”
이게 프린이 희희덕대며 지껄인 말이다. 이제 프린이 왜 우는지 이유를 알겠지.
“어흐어어어!”
나는 사흘이나 나한테 두들겨 맞고도 수적 우위를 확인하자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건방져진 프린이 마음에 들어서 이빨을 뽑아버렸다.
물론 양심이 있어서 다 뽑진 않고, 몇 개 남은 유치만 골라 뽑았다. 그러니 저렇게 서럽게 울지 않아도 될 텐데, 왜 저럴까 몰라.
“너희······.”
“어흐마!”
“······너희 여기서 뭘···.”
“어엉! 어어어!”
딱!
대화를 이어가려 했는데 프린이 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서 프린의 경동맥을 잠시 막았다. 산소공급이 차단되자 프린이 픽! 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허어억?! 프, 프린! 정신차려!!”
이건 녀석들한테도 심상치 않은 일이었나 보다. 그 누구보다 많이 맞은 콜먼이 부들거리며 일어나 나와 프린을 번갈아 보았다.
“기절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여기서 뭐 하고 있던 거야.”
“······.”
“더 맞고 말할래? 그냥 말할래?”
“우, 우리는······.”
에르만이 주저하며 말하기 직전, 내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애들을 몇 대 더 팼다.
“왜···. 흐윽! 왜 때리는 거야아!”
부거가 쓰러져서 울며 소리쳤다. 나는 에르만을 가리켰다.
“말 더듬었잖아. 똑바로 말해. 더듬을 때마다 맞을 줄 알아.”
“이 씨······!”
“부거! 그만! 내가 말하지. 몰래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몰래?”
콜먼이 대장인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다른 그 누구보다 콜먼을 가장 많이 때렸지만, 그는 주눅이 든 기색 없이 대표로 나를 상대했다.
“그래. 갈드 님이 알려주신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오후에도 짬을 내서 수련하고 있는 거다. 제발 방해하지 말아다오.”
“검술을 수련해서 뭐 하려고?”
“용병이 될 거다. 오늘 흘린 땀이 나중에 흘릴 피를 대신한다.”
그리 말하자 쓰러진 놈들이 다들 선망의 눈으로 콜먼을 바라보았다. 나는 녀석들을 대충 가리켰다.
“저 버러지들하고 같이 용병 일을 하려고?”
“그, 그래.”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병사가 되는 게 목적이야?”
자비 수도원이 있는 스테노 영지. 이곳에선 아무나 병사가 될 수 없다.
‘영지 내에서’, ‘용병 경력 2년 이상’, ‘나이는 스물다섯 살 이하.’ 외부인은 세 조건을 만족하는 이에게만 병사가 될 기회를 주었다.
딱히 스테노 영지만 특이한 제도가 있는 게 아니라, 스테노 영지가 속한 국가가 원래 좀 특이하다고 한다.
“그렇다. 그러니까······. 며칠 전의 그건 미안하다.”
털썩!
돌연, 콜먼이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릎 따윈 얼마든지 꿇을 수 있는 사나이! 참으로 남자다운 놈이다.
퍽! 콜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땅에 머리를 박았다. 그가 피를 토하듯이 간절한 어조로 내게 외쳤다.
“션! 같은 고아라면 너도 알지 않나!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다! 가족과 집! 친구와 안정된 직장! 암흑가에 빠져 내일이 없는 삶이 아닌,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평안한 삶을 원한다! 제발 그만 해다오!”
‘그런 놈이 나를 린치하는 건 왜 가만 보고 있었데······.’
나는 한심한 눈으로 콜먼과 쫄다구들을 바라보았다.
콜먼의 나이는 몇 개월 후면 열세 살. 사춘기가 와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다. 원래 사춘기 애들이 이해 가지 않는 짓을 자주 저지른다.
이럴 땐 어른의 여유를 보여주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도 그리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싫어. 너흰 자비 수도원을 나가는 그날까지 나한테 괴롭힘 받아야 해. 맞고, 맞고, 또 맞는 거지. 최종적으로는 마음이 무너져서 싸움도 할 수 없는 폐인으로 만들 거야. 너희 인생을 아예 무너뜨릴 거라고.”
“어, 어째서 그런 짓을······?”
콜먼의 얼굴색이 새하얗게 탈색됐다. 쓰러진 아이들도 괴물을 바라보는 눈으로 날 본다. 그다지 이상한 말은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참 무례한 꼬맹이들이었다.
나는 콜먼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싫은가? 그러면··· 콜먼. 너는 분명히 너만의 마나 호흡법과 검술이 있어. 그걸 내놔.”
“······뭐?”
콜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열두 살 꼬맹이라곤 생각하지 못할 완벽한 연기였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겐 통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말했다.
“네가 익힌 마나 호흡법과 검술. 그걸 내놓으라고.”
“······뭐??”
자꾸 모르는 척하네.
나는 무릎 꿇은 콜먼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콜먼의 머리채를 쥐고 위로 들어서 나와 눈을 마주 보게 했다.
“자세히 설명하지. 내 목표는 너야. 너한테 남은 선택지는 단 두 개밖에 없어. 하나. 마나 호흡법과 검술을 내놓고 편해진다. 둘. 끝까지 저항하다가··· 죽는다.”
“그, 그것만은! 제발 그것만은······!!”
콜먼이 이마를 땅에 박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 근력이 그를 훨씬 웃돌기에 강제로 나와 눈을 마주쳐야 했다.
“콜먼. 네가 수도원에서 나갈 때까지 반년이나 남았어. 난 자신 있어. 반년 안에 널 자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자신이.”
“어, 어으으어어······.”
나는 남은 손으로 콜먼 뒤에서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나한테서 떨어지려 하는 쫄따구들을 가리켰다.
“쟤네가 전부지? 고맙게도 한곳에 모인 덕분에 목표를 특정하기가 쉬워졌네. 열다섯 명이니까··· 삼 개월은 내버려 둘 게. 삼 개월 남았을 때부터 일 개월에 다섯 명씩 죽일 거야. 물론, 남들이 보기엔 자살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네가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거야.”
“으, 으으······.”
“그때까지 네가 죽지 않고 살아있으면, 마지막 날은 네 차례야.”
콜먼은 말도 채 잇지 못한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생생한 공포가 감돌았다.
그의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떤 인간일까.
션은 지저분한 금색 머리카락과 각진 얼굴, 적당한 키와 빼빼 마른 체구를 가진 평범한 다섯 살 먹은 꼬마아이였다. 하지만 콜먼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나는 어떨까? 웃기는 소리지만, 나는 콜먼을 적으로 대했다.
상대가 애새끼니 뭐니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콜먼은 내 적이다. 그리고 적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죽던가, 완벽하게 굴복하던가.
“콜먼. 넌 반년 후면 죽어. 여기서. 이 작은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네 꿈도 펼치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을 거야. 내가 널 그렇게 만들 거다.”
나는 엄숙하게 말했다. 그 말에는 다섯 살 션이 아닌, 수십 년을 살아온 내 전생의 무게가 더해졌었다.
“어, 으으······!”
조금 진지하게 말하자 콜먼은 물론이고 도망치려는 꼬맹이들까지 그 자리에서 우뚝 서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의지를 정면에서 맞은 콜먼은 얼굴이 하얘지는 걸 넘어서 찰흙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콜먼의 얼굴이, 콜먼이라는 인간이 무너지는 과정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관찰했다.
그의 눈썹부터 시작해서 턱까지, 각지고 남자다운 얼굴이 붉어지고 온통 주름투성이로 변하며 마지막에는 시뻘게진 눈동자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
마침내 콜먼이 눈물을 또르륵 흘렸다.
“흐, 흐윽! 주, 주겠··· 주······.”
뭘 그렇게 망설이냐. 션이라서 더듬거리는 걸 봐준 거지 북방의 악마였으면 혀를 다 뽑았다.
콜먼은 울먹이며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눈물과 콧물, 침을 튀기며 수도원이 떠나가라 외쳤다.
“주겠다아아아!!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다오!! 내가 졌다!!”
“오케이.”
나는 바로 콜먼을 놓아주었다. 콜먼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하늘이 떠나가라 울었다.
“으아아아! 아아아아앙! 아아아!”
“훌쩍!”
콜먼이 울자 쫄따구들도 운다. 너희는 왜 우냐. 어떻게 보면 너희를 지키려고 콜먼이 굴복한 건데.
“으아앙! 아아! 어흐어어아아앙!!”
콜먼의 울음은 남자답지도 않았고, 독기에 가득 차 있지도 않았다. 프린과 같이 그 나이 대 꼬맹이다운 우렁찬 울음소리였다.
“여기! 여기에요!”
“무슨 일이냐!”
멀리서 콜먼의 울음소리를 듣고 수녀님과 신부님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콜먼이 이걸 노리고 크게 운 걸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이놈은 삐뚤어진대서 남자다워서 ‘우리끼리의 싸움에 어른들을 부르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으니.
나는 신부님에게 ‘다들 일하는데 여기서 왜 땡땡이치느냐고 싸우다가 콜먼이 맞아서 울었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신부님, 수녀님은 그다지 믿는 기색이 아니었지만, 정말 하늘이 무너져라 엉엉 우는 콜먼을 보며 설득되었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콜먼은 고개를 박고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신부님이 말려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는 신부님 둘이서 콜먼의 어깨를 잡고 들어올려야 할 정도였다.
“어흐흐! 흐으응! 흐! 흐응! 흑! 흐으응!”
콜먼은 그때에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흙으로 범벅되어있었다.
쫄다구들도 말없이 훌쩍이며 신부님에게 연행되는 콜먼을 뒤따라갔다. 녀석들은 내게 너무 겁에 질려서 그 누구도 용기를 내서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입을 열지도 못했다.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나는 공손하게 수녀님한테 고개를 숙였다.
신부님은 나를 얼른 보내며 수고했다고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도 않는 눈치였다.
이것도 수녀님, 신부님이 내 말을 믿은 이유 중의 하나다. 겨우 10일 만에 자비 수도원의 최고 영재이자 착한 아이가 된 나. 콜먼과 그 일파는 못돼먹은 양아치들.
어른들이 내 말을 믿는 이유가 다 있었다. 나는 수녀님한테 인사하고는 일을 하러 돌아갔다.
“으흐흐흐흐흑······!”
나는 점점 멀어지는 콜먼의 울음을 감상하며 침을 뱉었다.
‘고급인 건 알겠는데 검술 하나가지고 비싼 척 하네.’
나중에 알았는데 콜먼이 가진 것은 검술이 아닌 검법이었다.
제식검술처럼 용병이 배우는 단순한 것이 아닌, 명가의 손길이 깃든 상위의 검술. 몬스터가 설치는 세상이니 검법의 가치는 고아원 모두의 목숨보다 값졌다.
한 치의 과장도 없이, 고아원 꼬맹이 머릿속에 검법이 있다는 걸 알면 고아원에 있는 모두를 쳐 죽이고 검법을 강탈해갈 놈이 주변에 득시글하다.
그러니 콜먼이 쉽게 내게 굴복한 거다. 그 또한 검법을 가치를 뼈에 사무치게 알고 있으니, 들통 나면 죽거나 빼앗기거나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다는 것을 안 거다.
하지만 아는 건 아는 거고, 막상 빼앗기는 상황이 오자 콜먼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나는 콜먼이 가진 게 검법이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의 항복 선언을 냉혹하게 강요만 했었다.
뭐, 어쨌든 간에.
‘이걸로 겨우 한 발 내디뎠군.’
계획 실행일로부터 사흘. 열두 살 꼬맹이를 굴복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023. 굳세어라 션아(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