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고 싶지만, 여러모로 위험한 표현이니 조금 바꾸자. 나는 눈물이 벅차올라서 고개를 내렸다.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자.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거다.
하나, 화산쇄설류. 속도는 시속 약 400 킬로미터 전후.
둘, 우리의 위치는 큰 산 바로 밑의 수해. 큰 산 정상과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25 킬로미터. 하지만 산이라는 특성상 내리막길이 있고, 수해 또한 언덕이 반복되니 실 거리는 더 되겠지.
‘거리를 30으로 잡으면 도달하기까지 약 4분 30초. 그 시간이면 넉넉잡고 1 킬로미터 정도 더 이동하겠지만, 쇄설류의 속도나 규모를 생각하면 없는 수준.’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을 끝낸 나는 보로 등에게 병사들을 따라가라 다그친 후, 위를 올려다보았다.
탓! 타닷!
나무를 박차고 뛰어올라 1킬로미터 범위의 지형을 살핀다. 언덕, 동굴, 호수. 어디든 상관없으니 숨을 곳이 필요하다.
위에서 보니 상황은 더욱 가관이었다. 초창기 폭발로 말미암은 열폭풍은 수해를 전멸로 몰아넣었다. 진한 갈색 염료가, 초록색 마분지 한가운데로 떨어져서 서서히 마분지를 갈게 물들이는 것과도 같은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빠드득! 뿌득!
무슨 크레바스처럼, 쩍쩍 갈라진 지면 틈으로 죽은 나무가 쓰러지며 내는 비명이 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소리의 파도에서 강력하게 자기주장을 했다.
쓰와악! 하고 곳곳에 보이는 호수와 늪은 맹렬하게 휘몰아치며, 수위가 줄어드는 대변기 물처럼 크레바스 속으로 유동체를 격하게 쑤셔 넣는다.
쿠아아아!
어디선가 몬스터의 비명이 들린다. 높이 20미터가 넘는 나무 위로, 빼꼼! 하고 어떤 몬스터의 비늘이 잠시 드러났다가… 크레바스 사이로 쏙! 사라졌다.
비명에 실린 마나 파동이나 잠시 보인 비늘의 색감으로 보건대 대형 몬스터가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 몬스터라도 현 시점에선 기가 톤 단위의 재해에 휩쓸리는 불쌍한 미물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형 몬스터니까 단말마라도 내지른 것이다. 실제 미물인 쥐나 여우 따위의 소동물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갈라진 땅에 우르르! 쏟아져 죽거나 초반의 열폭풍에 폐, 피부 등이 타서 즉사했다.
와오. 높은 곳에서 보니 자연의 위대함을 생 라이브로 볼 수 있네. 나는 영 점 몇 초의 감상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환기하곤, 다시 주변을 살폈다.
‘물은 안 된다. 진흙 지형도 자살행위야. 대형 몬스터도 죽었는데 인간이 휘말리면 시체도 못 찾아!’
동굴과 호수는 피난 후보에서 제외한다. 그러면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하나? 이렇게 지진이 심하면 산사태가 일어나서 언덕도 위험하다. 그렇다고 평지만 달리면 쇄설류가 우리를 새까맣게 태울 것이다.
이 빌어먹을 지… 진? 잠깐. 보통 화산 분화가 시작된다 해도 이렇게 격하게 지진이 일어나나? 흔들리는 정도를 보면 하나같이 이상한 일뿐이다. 지질학은 공부한 적이 없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공부할 계획이 없지만, 뭔가가 이상하다.
‘땅이 대놓고 쩍쩍 갈라졌어. 이걸 P파라고 부르나? 그러면 왜 S파가 안 오지? 아니, 애초에 화산 활동이 지진파를 부르기는 하나?’
화산이 먼저냐 지진이 먼저냐. 그 이전에 화산 분화가 아무런 전도 현상도 없이 몇 분 사이에 이다지도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기는 한가.
“끄응…!”
후우웅! 숨 한 번 들이마시면 폐를 쫀득한 안주로 만들 열풍이 내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냉정한 자연은 복잡해진 머리를 식혀주지도 않고, 더욱 뜨겁게 달궈주었다.
짜증을 내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자… 눈앞에 커다란 화염 폭풍이 등장했다.
“이건 또 뭐야?!”
화르르륵!
바싹 마른 나뭇잎이 뜨거운 열폭풍에 휘말려 올라가다가 회오리가 된다. 회오리에 잘게 갈린 마른 나뭇잎, 추가로 백도가 넘는 뜨거운 바람. 두 환상적인 조합에 곳곳에서 화염 회오리가 생겨났다.
지진과 화산쇄설류에만 정신이 팔려서 못 봤을 뿐이지 화염 회오리는 아까부터 계속 있었다. 장축 40 킬로미터가 넘는 수해 곳곳에 높이 수십 미터, 지름도 수 미터가 훌쩍 넘는 화염 회오리가 등장하여 땔감을 태우며 크기를 불린다.
“이러면 시팔! 평지고 언덕이고 다 위험하잖아!”
땅 위는 전부 재난재해! 동굴은 무너지고 물속은 세탁기. 어디로 피하든 죽음만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니, 나는 살겠지. 하지만 여기 있는 대부분은 죽을 것이다. 할리 등의 고위 마법사, 익스퍼트 이상의 실력자를 제외하면 모조리 죽겠지.
드드드드드!
또다시 지진! 이제는 왜 지진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큰 산 정상을 보았고, 정상에 달라붙은 쇄설류 덩어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화산쇄설류가…….
“양이 줄었다!”
연기는 여전히 커다랗지만, 안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는 고형물은 아까보다 확연히 줄었다. 그렇지.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화산쇄설류는 결국 식은 마그마나 화산재, 찢겨나간 돌조각 등이 강한 압력에 분출되는 것.
큰 산의 화산 폭발은 기이할뿐더러 시기가 비정상적으로 빠를 뿐, 그 기세와 양은 특이할 만큼 많지 않다. 20제곱킬로미터나 되는 지면을 덮을 만큼 부산물이 많지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여기까지 오는 것은, 화산재 섞인 뜨거운 바람이 전부. 하지만 그것에 휩쓸려도 인간은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 뜨거운 화산재 섞인 바람만 피하면 된다. 나는 전면, 약 500미터 앞에 만들어진 긴 크레바스를 확인했다.
시간이 없다. 나는 다 타버린 나무를 옮겨 타며 순식간에 대열의 앞에 도달했다. 밑으로 쏜살같이 떨어져 내려, 할리와 마냐툴을 양손에 잡고는 다시 상승한다.
“으히익?!”
“쟈, 쟈기?”
할리는 새된 비명을 지르고 마냐툴은 부지불식간에 공격하려다가 나를 보고 놀라 멈춘다. 나는 시간이 없다는 말만 하고는 둘을 데리고 크레바스를 향해 달렸다.
“쟈기! 뭐 하는 건가! 그 둘이 없으면……!”
이스마일이 멀어지는 내게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그에게 전면에 보이는(나뭇잎과 수풀이 모조리 말라서 시야가 방해되지 않았다.) 긴 크레바스를 가리켰다.
“쇄설류! 돌! 여기는 바람만! 밑에서 바람만 피하면……!”
“아하!”
맙소사! 개떡같이 말해도 개떡보다 맛있게 알아듣는 마법사 최고다! 이스마일이 코피를 흘리며 스태프를 굳게 움켜쥐었다.
그가 지면을 고르게 굳힐 뿐만 아니라 할리와 마나튤의 마법까지 대신해주며, 병사들을 이끌었다.
“어서 하게! 다들 저, 고… 협곡… 절벽까지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려라! 눈앞에 보이는 절벽까지만 가면 된다! 그러면 살 수 있어!”
“으아아! 하느님! 천족님!”
“살아나면 진짜 인생 착하게 살게요!”
“마법전단! 공기 주입! 신선한 산소하고 온도 변화에만 신경 써라! 기사들은 마법사를 들고 뛰어!”
“선임병사 이상은 나 보로를 따라 뒤로 와라! 쓰러진 놈들 데리고 뛰어!”
뒤의 소란을 무시하고, 가장 넓게 갈라진 지점을 찾는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 밑으로 수직하강한다. 30미터 가까이 떨어지자 위에서 일어나는 재해는 거의 영향받지 않는다.
여기가 숨기에 딱 적당하다. 크레바스가 더 넓어지거나 좁아지지만 않으면 되겠지. 만약 그렇게 되면? 그러면 나도 모른다. 같이 죽자.
나는 둘에게 말했다.
“여기서 하세요!”
“뭐, 뭘 말인가?” 할리가 물었다.
“아무거나! 그런 거 있잖습니까? 여기에… 애새끼들이 디딜 땅을 만들고, 떨어질 때 다치지 않게 공기막도 만들어주고, 하는 김에 침대하고 화장실도…….”
“뒤에 두 개는 못 들은 걸로 하겠네! 살의 저주!” 마냐툴이 시커멓게 탄 수염을 쓰다듬으며 완드를 격하게 휘저었다.
쭈와악!
마냐툴의 완드에서 살색의 지우개와 비슷한 색깔의 물질이 튀어나왔다. 살의 저주라는 보호막이다. 물컹한 촉감의 살의 저주가 거미줄처럼 절벽 좌우에 끈끈하게 달라붙고는, 그 사이의 빈공간을 가득 채웠다.
“할리! 나 혼자선 힘들어!”
“예, 예! 살의 저주!”
할리도 허겁지겁 마냐툴을 돕는다.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약 2분 내외. 그 사이에 수만 명이 디딜 수 있는 땅을 만들어야 하기에 두 사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나는 어찌 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는 할리의 품에서 완드를 뺏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물성강화(物性强化), 탄력 증가! 경량화!”
그러며 은근히 초능력도 써서 물질을 강화해준다.
“자, 자네 마법을 배웠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겨우 5년 만에……!”
“아, 저 천재라니까요! 충격흡수! 반발력 감소!”
“…….”
할리가 잠시 마냐툴과 시선을 마주치더니, ‘그럼 그렇지…….’라는 태도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마법에 집중했다. 내 도움을 받자 두 사람은 살의 저주 생성에만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와 급해서 대충 말한 건데, 이 변명이 통하네? 그 후, 우리는 살의 저주를 이용해 절벽 한가운데에 병사들이 디딜 땅을 만들었다.
“와!”
내 도움이 있었다지만, 악신의 살 신체 강화자 6결, 7결 마법사의 힘은 과연 대단했다. 지름 40미터 이상, 길이는 150미터가 넘는 살의 저주 보호막이 절벽 사이에 만들어지고도 시간이 몇 초 남았다.
우리는 그 시간을 이용해 좌우 절벽에도 수 센티미터 두께로 살의 저주를 옅게 발랐다. 이러면 잘못 뛰어도 절벽에 몸을 박아서 크게 다치지 않겠지. 지지대 역할도 해주고 말이야.
나는 물었다.
“이거면 될까요?”
마냐툴이 울먹이며 외쳤다.
“나도 몰라!! 할리! 자네는 아나?”
할리가 울먹이며 외쳤다.
“저도 모릅니다!!! 쟈기! 자네는 아나?”
나도 울먹이며 외쳤다.
“나도 몰라 시팔! 대지의 장벽이나 써! 대지의 장벽!”
““대지의 장벽!””
우드득!
살의 저주 밑으로, 절벽을 이루던 돌덩이가 모였다.
아치형 돌다리가, 가운데가 축! 늘어진 살의 저주를 평평하게 해주고 무게를 지탱해주었다.
지잉!
그 사이, 우리 위로 금색 실선이 길게 늘어진다. 이스마일이 먼저 절벽 끄트머리에 당도해서 뛰어내릴 경로를 병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뒤이어 기사들이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마법사를 밑으로 집어 던지듯이 떨궜다.
“으아악?!”
투웅!
마흔 명이 넘는 마법전단이 비명을 지르며 절벽으로 떨어져 내리다가… 살의 저주 위로 안전하게 착지했다. 나는 얼떨떨해하는 마법사들에게 명령했다.
“바람마법으로 떨어지는 병사들을 받쳐! 안전하게 받을 생각은 하지 마! 그냥 방향만 바꿔서 겹치지 않게!”
“아,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이 벌떡 일어나 완드와 스태프를 들고, 할리와 마냐툴도 코피를 슥 닦으며 마나를 끌어 올린다. 곧 있으면 시작될 삼천궁녀의 이세계 버전, 수만궁남을 기다린다.
삼십 초가 지났을까? 절벽 위에서 이스마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줄은 이쪽으로! 뒷열! 여기로 뛰어! 기사들은 병사들을 이끌어라!”
“지금이다!”
나는 눈을 번뜩이며 절벽을 타고 중앙 쯤 되는 높이에 올라갔다. 할리에게도, 이스마일에게도 멀리 떨어져야 초능력을 들키지 않는다.
이곳에 서서 초능력 파동을 넓게 퍼뜨려 떨어지는 병사들의 체중, 방향, 속도를 감지한다. 그렇게 나조차 준비를 끝내자…….
“다들 여기로 뛰어 내려라!”
“미치셨습니까?! 영주님!”
“이번만큼은 내 욕을 해도 봐주겠다! 풍벽!”
“흐아아악!”
우수수수수!
수백이 넘는 병사가 절벽으로 떨어졌다. 1분 안에 다 들어와야 하니, 계산하면 6초에 천 명 이상! 나는 절벽 하늘을 가리는 병사들을 보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맙소사! 우리가 어리석었어!’
할리와 마냐툴, 수십 명의 일반 마법사들이 수만 명의 병사를 겹치지 않게 안전하게 받아줄 리가 없다. 마지막에 와서 계산이 어긋났다.
나는 이를 으드득! 깨물며 초능력 파동에 감지된 병사들의 물리량을 계산했다. 하나하나 자세하게 파악하는 것은 무리니, 어디로 떨어질지 대강 예측하는 수준으로.
그렇게 일차적인 파악이 끝나면 마지막 변수, 할리와 마냐툴, 마법전단의 마법을 추가한다. 그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병사들만 인도하기에, 내가 할 일은 중간에 낀 병사들의 방향만 바꿔주면 되었다.
초능력을 들키면 안 되니, 검풍을 쏘듯이 검을 휘두른다. 몰래 염동력을 일으켜서 떨어지는 병사들의 추락 방향을 앞뒤좌우로 조금만 비틀어서… 겹치지 않게!
후두두둑!
“아, 아니야! 이건 정말 아니야!”
“미, 밀지 마! 밀지 말라니… 꺄아악!!!”
옆으로 틀고, 쟤는 이쪽으로 이동하고, 얘는 안전… 아니 썅, 이 머저리 새끼가 저렇게 뛰면 머리부터 떨어져서 목뼈가 부러져 즉사하잖아. 저놈은 몸만 뒤집어주고.
뒤집는 작업이 추가된다.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고. 앞으로 뒤집고, 뒤로 뒤집고. 구석부터 차곡차곡 쌓고, 2열… 3열… 4열… 계속해서 추가되는 병사들의 체중과 중력가속도, 방향을 계산하고.
푸화악!
계산량이 너무 많아지니 코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동공의 모세혈관이 터지고, 눈과 귀로 피가 질척하게 흘러내린다.
지구가 그립다. 신경 보조 모듈만 있으면 이것보다 천 배나 많은 계산도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아쉬움과 함께 울컥! 올라온 핏덩이를 삼켰다.
“끄엑…!”
“다, 다리가 부러졌어!”
“숨을 쉴 수가…….”
좀 참아라. 이 새끼들아. 나는 내장이 조각났거든.
머리 위로 펄펄! 김이 솟는다. 시야는 새빨갛게 물들다 못해 검게 칠해졌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초능력 파동으로 오감(五感)과 육감(六感)을 대체하며 병사들을 뒤집고 방향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내가 검을 휘두르긴 하는 건가? 이렇게 지랄했는데 이스마일에게 초능력을 들키지 않을까? 렉시놈의 마법을 배우는 걸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긴 했는데, 이만한 수준의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게 들통 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거리가 태산이지만,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다. 걱정에 쏟을 정신력이 있으면 초능력을 운용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나는 무아지경으로, 내 텔레파시와 초능력 파동, 염동력 흐름에 정신을 맡기곤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질의 흐름에 관여했다.
시간감각이 흐트러진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영원처럼 느껴지는 1분이 지나고… 더는 내 초능력 파동에 떨어지는 인간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입에서 울컥 피를 쏟으며 말했다.
“어, 없어? 다 했어……?”
이런, 말을 하니 집중 상태가 풀렸잖아. 나는 몸에 힘이 풀려… 절벽으로 추락했다.
“마스터!”
탁센이 기겁하며 떨어지는 나를 안전하게 받았다. 누가 네 마스터냐. 태클을 걸고 싶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다. 나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탁센의 귀에 속삭였다.
“공기… 공기하고 위에 방어…….”
희미하게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내 목소리. 탁센은 내 말을 듣고는 크게 외쳤다.
“공기하고 방어막이랍니다아!!”
마법전단이 급하게 절벽에서 산소를 모은다. 세 명의 고위 마법사는 얼음, 돌, 얼음의 삼중 방어막을 위에 두텁게 쳤다.
“아버님. 잠시만!”
소니아가 막 방어막을 빈틈없이 보강하려는 이스마일을 말렸다.
“차핫!”
그녀가 십 미터 가까이 뛰어서 방어막 틈 사이로 찌르기를 날렸다. 찌르기에 그녀의 전력, 익스퍼트 상급이 보유한 모든 마나가 담겼다.
영역은 그녀의 마나를 부드럽게 실어 날라 1차 얼음 방어막 위를 덮었다. 마나가 유형화되어 오러로 변하더니, 얼음 방어막 위를 커튼처럼 보드랍게 감쌌다.
‘비기를 썼군.’
거의… 20년? 30년도 더 전. 전생의 웨일이 르데앙과 함께 솔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보여준 비기. 비단결처럼 겹겹이 중첩되는 오러의 막!
그 오러의 막이 1차 얼음 방어막 위를 감쌌다. 확실히 저거면 웬만한 방어 마법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끙…!”
오러를 쏜 그녀는 떨어지지 않고 3차 얼음 방어막에 찰싹 달라붙어서, 영역으로 오러를 유지했다. 밑에서 보면 얼음 천장에 사지를 박아 넣은 미친년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카리스마가 넘친다.
소니아가 밑을 내려다보며 외쳤다.
“지금!”
“끄하압!”
“아이고! 죽겠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스마일, 할리, 마냐툴이 전력으로 보호막을 보강했다. 막, 그들의 보호막 보강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꾸과과광!
수백 도의 열기를 간직한 쇄설류가 우리 위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