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370
370화
【 혼란 중첩 그리고 폭풍 전의 폭풍 승작 】
하늘을 날며, 전대 가주의 마갑을 이루는 금속 비늘을 하나 떼어 내부를 확인한다.
짤그락!
나는 비늘과 마갑 전체를 구성하는 마법 회로를 점검하곤 고개를 저었다.
‘역시 기능이 온전치 않군.’
본래 이 마갑의 성능이라면 달그림자 베기도 무리 없이 막았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마갑은 달그림자 베기를 막지 못했고, 전대 가주는 즉사!
나는 허리춤에 걸린 검으로 시선을 던졌다.
내가 들고 있는 검 또한 셀트리번 산을 분화시키려던 대머리를 죽이고 얻은 승천자의 유물. 수십 종류의 검으로 변환하고 열에너지와 마나를 흡수해서 대포처럼 쏘는 기능이 있는 엄청난 녀석이다.
하지만 그런 놈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망가져서 기능 대부분을 잃었다. 지금은 그저 오러와 충돌해도 이 하나 나가지 않는 단단한 롱소드.
통짜 금속으로 이루어진 검도 이 꼴이다. 마치 뱀의 비늘처럼, 수백 개의 금속 비늘로 이루어진 섬세한 마갑이 정상이길 바라는 것부터가 욕심이었다.
‘그래도 영 쓸모없는 건 아니야.’
익스퍼트 상급의 고수가 오러에 의한 마법 회로 손상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착용한다. 그 값어치는 이루 따지기 힘드리라.
이놈을 가져가면 테헤반 공작령은 피를 토할 정도로 엄청난 손해를 보겠지. 댐을 무너뜨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예상치 못한 이득을 보아서 마음이 든든했다.
“야, 너는 필요 없으니까 저리 꺼져.”
철컥! 철커덕!
마갑을 분해하고, 즉사한 전대 가주의 시체에서 떼어낸다. 나는 시체를 별생각 없이 버리려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미소를 지었다.
마침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허겁지겁 산을 올라오는, 2천 명이 넘는 명의 추가 병력이 눈에 들어온다. 기사도 스무 명이나 있고, 마법사도 다섯 명이 포함된 대병력.
“어–이!!”
그들이 하늘을 나는 나를 알아차리게 목소리를 높인다. 효과는 지대했는지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고개를 쳐들어 나를 확인하고는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다.
마법사는 빛의 화살을 쏘아 올리고, 기사는 바람 마법과 관통 마법이 걸린 투창용 창을 들고 망설이지 않고 나를 향해 던진다.
슈웅!
수직으로 200미터 이상 솟구쳐 오르는 창날! 하지만 잽싸게 나는 나를 맞추기는 무리였다. 나는 시체 주위를 맴도는 독수리와도 같이 그들 위를 빙빙 돌며 한손에 들린 시체를 흔들었다.
“이걸 봐라! 전대 가주의 시체다!”
“헛소리하지 마라! 다들 속지 마라! 저 간악하고 비열한 습격자가 감히 익스퍼트 상급의 절대 경지에 다다른……!”
한 기사가 이를 갈며 외친다. 나는 그의 말을 막으며 다른 손에 들린 마갑을 들었다.
“그러면 이것도 헛소린가? 전대 가주가 입었던 마갑! 그것도 내 손에 들려있다고!”
“어, 어억……?!”
반박하던 기사가 마갑을 보자마자 숨이 넘어갈 듯이 꺽꺽 댄다. 나는 그를 보고는 적임에도 불구하고 한숨이 다 나왔다.
이 등신아. 헛소리라고 할 거였으면 마갑도 레플리카라고 우기는 순발력이 있어야지. 어차피 한밤중이어서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어쨌든 내게는 좋은 일이다. 나는 전대 가주의 정수리를 잡고 목을 뽑았다.
뿅!
덜렁이는 상체는 다리로 잡고, 모가지를 기사에게 토스!
휙! 날아가는 전대 가주의 머리통. 기사가 그것을 받고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오열했다.
“으아! 으아아아! 스승님! 당신이 어째서……!”
아무래도 저 기사하고 전대 가주는 스승과 제자라고 칭할 만큼 사이가 가까웠나 보다. 이러면 더 잘 되었군.
망설이지 않고 나머지 사지를 뜯는다. 대각선으로 쩍 벌어진 상체의 상처도 야무지게 벌려서 둘로 나눈다.
뿅! 뾰뵤뵥!
혹시 상처를 통해 내 검술을 분석할 수 있으니 상처 부분은 불로 지지고 내장이나 혈관, 골격근도 으스러뜨린다.
그렇게 완성된 전대 가주 칠 분할! 나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니 머리통은 주인에게 주었다. 하지만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육 분할 된 조각은 이야기가 다르지.
“날아간다!”
찾아라, 전대 가주! 세상에서 제일 신비한 시체!
휙! 하나는 댐 아래로. 휘익-! 하나는 저 멀리 산을 넘어서. 휙! 휘휘휙! 나머지 네 조각의 살덩이도 산에 골고루 흩뿌린다. 그러곤 댐에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익스퍼트도 들을 수 있게 목 놓아 외친다.
“테헤반 공작령에 소속된 이들은 잘 들어라! 내가 전대 가주의 시체를 쪼개서 산 곳곳에 흩뿌려놓았다! 어디 한 번 나를 쫓으려면 쫓아 보든지! 그 사이에 전대 가주의 시신은 굶주린 야생동물과 몬스터의 뱃속으로 사라질 터이니! 하하! 하하하하!”
어떠냐. 이러면 나를 못 쫓겠지? 영주성에 침입한 뮤온 보트라 팀도 더 느긋하게 자료를 얻을 수 있을 테다. 내가 생각했지만, 기막힌 계책이었다.
시신에 대한 예우? 웃기고 있네. 수십만 명을 돼지 새끼 도축하듯이 죽인 집단의 수장이면 자기도 똑같은 꼴로 죽임당할 각오를 했어야지. 나는 느긋하게 그들의 대응을 구경했다.
“끄흐아악?!”
“차, 찾아! 저기로 날아갔다! 어서!!”
효과는 엄청났다.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엄청났다. 공작령이 난리가 나고, 나를 쫓던 2천이 넘는 병력은 전대 가주의 시체를 찾으려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어이쿠. 어떤 머저리가 산길을 급히 내려가다가 그대로 비탈길을 구르네. 꽁꽁 언 땅에 뒷머리를 거하게 박은 걸 보니 즉사다.
나는 이죽대며 혼비백산해서 흩어지는 병력에게 검을 휘둘렀다.
펑! 퍼엉!
폭탄 투하하듯이 오러 탄을 떨구어서 광범위한 파괴를 일으킨다. 굳이 정확하게 사람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가파른 겨울 산길을 오르는데 옆에서 충격파가 터지고, 돌덩이가 떨어져 내리고, 지면이 뒤흔들리면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균형을 잃고 굴러떨어진다. 오러 탄이 노리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댐을 무너뜨려서 수십만 명을 죽이는 건 포기해도 저들마저 포기할 순 없다. 여기까지 온 시간과 무장을 고려해봤을 때, 2천 명의 병사는 테헤반 공작령에 거주하는 정예병.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일 수 있는 만큼 죽여서 힘을 줄여놔야 했다.
‘근데 이렇게 병사들을 죽여서 공작령의 전투력이 줄어들면 몬스터를 못 막으니까 결국, 일반인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거 아니야?’
따지고 보니 그렇네?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고민을 털어 넘겼다. 내가 신도 아니고 그런 걸 일일이 헤아리면 어떻게 적을 굴복시키나. 민간인 학살을 안 저지르는 것만도 고마워해야지.
꽝! 꽈광!
신 나게 오러 탄을 쏘며 수백 명을 굴러 떨어뜨려 죽이기를 몇 분.
이대로 병사들을 전멸시킬까? 아니다. 나는 병사들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저 멀리 떨어진 곳, 저수지로 고개를 돌렸다. 저곳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모여드는 게 느껴진다.
울컥!
내가 고개를 돌린 그 순간, 한밤중에서도 똑바로 보일 만큼 저수지 표면이 부풀어 올랐다. 물로 이루어진 언덕이 솟구쳐 오르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언덕이 위로, 계속해서 위로 상승하고, 어느 순간.
쿠과과과과!
물로 이루어진 언덕을 부수며 그 안에서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나와 댐은 거리가 2 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어찌나 큰지 이곳에서도 그 형상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용?”
저수지에서 등장한 그것은 물로 이루어진 수룡(水龍)이었다. 서양식 용이 아닌, 동양식 용과 같이 늘씬하고 길쭉한 동체를 자랑하는 용. 댐 위로 올라온 몸체의 길이만도 50미터를 훌쩍 넘었다.
체형은 또 어떠한가. 대가의 경지에 이른 조각가가 빚어낸 듯한 섬세한 비늘. 물로 이루어졌다고는 믿기 힘든 날카로운 이빨과 흉폭한 살기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시퍼런 눈!
환한 달빛을 받아 신비롭게 빛나는 수룡의 몸.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 무려 세 개나, 댐 위로 고개를 쳐들었다.
마치 히드라와도 같은 삼두룡(三頭龍)이다. 그 삼두 히드라가 천 년 묶은 고목과도 같은 우람한 목을 뻣뻣하게 쳐들곤 사방을 둘러본다.
“오오…….”
나는 가까운 산 정상에 착지했다. 삼두 히드라는 2킬로미터라는 거리를 넘어, 나를 정확하게 포착했다.
삼두 히드라가 세 개의 입을 쩍 벌려서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쿠오오오오!!”
저릿저릿한 기파가 이곳에까지 전해져온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한 쾌감이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치달았다.
외침만 들었는데도 신체가 절로 전투태세에 들어서는 무지막지한 위용! 나는 신체 반응을 재정비하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저거군.’
저게 몰래 숨어서 준비하던, 고위 마법사의 비장의 수단이다. 고위 마법사가 자잘하게 물의 창이나 물의 화살 따위나 쏘아대는 게 무슨 짓거린가 싶었는데, 저런 걸 준비하고 있었으면 말이 되지.
그렇게 납득하며 삼두 히드라를 지켜보고 있는데, 울컥! 하고 삼두 히드라의 몸체 밑동이 부풀어 올랐다. 물을 올려보내는 것이다.
쿠르르륵!
그뿐이 아니다. 저수지와 맞닿은 비늘에서부터 천천히… 신비로운 청광(淸光)이 몸을 타고 올라온다.
철컥! 철컥! 하고, 청광을 내는 비늘이 사알짝 벌어졌다가, 레고가 조립되듯이 정으로 배열된다. 몸을 타고 올라온 청광은 히드라의 입에 응축되었다.
딱 봐도 브레스를 쏠 준비를 하는 것. 2킬로미터라는 거리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세상에서 2킬로미터를 넘는 초장거리 포격이 가능한 마법. 심지어 내가 도망쳐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태도이니, 유효 사거리는 2킬로미터를 훌쩍 넘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배운 천국의 계단 마법으로는 따라 할 수조차 없다. 렉시놈의 비전 마법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거기까지 배우지 않았다. 나는 삼두 히드라를 보며 빛의 수호자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디 보자… 저거에 맞설 수단이 뭐가 있나…….’
천상의 갈고리는 부서졌고, 빛의 억압은 쓰임새를 다했다. 그나마 준법의 사슬이 반 정도 남아있는데 이걸로는 브레스 하나도 겨우 막는다.
멸망을 부르는 화살도 너덜너덜하다. 이것도 한 발만 더 쏘면 망가진다. 그래도 한 발이면 브레스의 방향을 비틀 수 있겠지.
‘준법의 사슬로 하나, 멸망을 부르는 화살로 하나. 나머지 한 발의 브레스를 내 힘으로 막아야 한다는 뜻이야.’
도망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런다고 내가 도망칠까? 전혀 아니다. 어차피 유물 반출을 조사하면 이번 습격자가 에이스헨과 구오를 빼앗은 의문의 소드 마스터임이 밝혀질 게 뻔하다.
그러니 굳이 오러 블레이드를 숨길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일부러 오러 블레이드를 드러내지 않은 것은 적이 내 힘을 오판하라고 의도한 것.
삼두 히드라를 소환한 고위 마법사가, 베이터 댐을 지키는 병력이 내가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 익스퍼트의 강자라고 오해하게 하기 위해서다.
만약 내가 소드 마스터였으면 마법사도 삼두 히드라가 아니라 사두(四頭), 어쩌면 자기 목숨까지 바쳐서 오두(五頭) 히드라를 소환했겠지.
하지만 마법사는 목숨까지 걸지 않았다. 적의 사살보다 본인의 생존을 중요시했다. 전력이지만, 인간이기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빈틈. 그 빈틈을 노리는 거다.
즉, 지금이 기회다. 최하 6결 수준의 고위 마법사는 전장에선 익스퍼트 상급 고수보다 성가신 존재. 이 기회를 노려서 마법사를 불구로 만들어야 한다.
죽이지는 않는다. 내가 유물을 쓰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본 이, 빛의 수호자와 관련이 있는 전문가의 증언이 있어야지만 저들이 범인을 확실하게 특정할 수 있지.
‘어디 한 번 붙어보자.’
철그럭!
나는 준법의 사슬, 왼손에 절반쯤 남은 사슬을 잡고 늘어뜨렸다. 오른손목에 걸린 멸망을 부르는 화살, 너덜너덜한 손 쇠뇌도 준비를 끝낸다.
오른손은 롱소드를 집는다. 마법사가 검술에 얼마나 소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막 소드 마스터에 들어선 검사로 오해하게 천천히… 느긋하게 오러를 모은다.
빠직! 빠지직!
뇌광 오러가 서서히 몸집을 불린다. 검손잡이에서 검신을 넘어, 길이 10미터가 넘게 솟구친 뇌광 오러에서 수백 줄기의 스파크가 넘실거렸다.
스파크가 땅을 부수고 대기를 불사른다. 내 몸은 노랗게 빛나는 오러에 가려진 지 오래. 황금색 오러가 색을 강렬하게 내뿜을수록 삼두 히드라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저수지에서 청광을 흡수했다.
우웅! 우우웅!
한 번, 두 번, 세 번……. 세 동체를 타고 올라온 청광이 계속해서 히드라의 아가리에 응축된다. 그럴수록 아가리에 맺힌 푸른빛은 그 세기와 크기를 한없이 키웠다.
곧이어 삼두 히드라의 목둘레가 두 배로 부풀었다. 쩍 벌어진 세 아가리에 맺힌 세 덩어리의 청광은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관찰할 수 있을 만큼 밝은 빛을 발했다.
마치 동화 속의 달빛을 응축한 것만 같은 푸른빛의 구체 세 개! 그리고 2킬로미터 떨어진 민둥산 정상에는 샛노란 전기를 마구 내뿜는 10미터도 넘는 오러!
‘어디 있냐.’
나는 그 와중에도 눈을 번뜩이며 마법사의 위치를 조사했다. 녀석이 아무리 멀리 숨어있어도 이만큼이나 대규모의 마법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을 리가 없다.
………찾았다! 마나의 흐름을 끈질기게 파고든 결과, 마법사의 위치가 특정되었다!
꽝! 꽈광!
그와 동시에 세 줄기의 푸른 브레스가 쏘아진다! 푸르게 빛나는 물줄기 세 개가 막대한 양의 마나를 품은 채 음속으로 하늘을 날았다.
시퍼런 빛을 내뿜으며 길게 무리지어 날아가는 세 줄기의 브레스!
지름이 20미터가 넘게 부풀어 올랐던 히드라의 목이 몇 미터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녀석의 몸길이를 고려하면, 브레스 한 줄기에 담긴 물의 무게는 일만 톤을 훌쩍 넘는다!
‘어이쿠! 이건 나도 힘들다.’
자신만만하게 정면대결하자고 나섰지만, 음속을 넘는 일만 톤의 질량 병기는 위험하다.
물질 그 자체를 깔끔하게 자르는 오러 블레이드라면 일만 톤이든 십만 톤이든 거리낄 게 없지만, 저것에 담긴 마나량은 나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다.
대응을 바꿔야겠어. 나는 즉각 준법의 사슬에 마나를 알차게 넣었다.
무게나 속도를 넘어서서, 법칙 그 자체를 옭아매는 승천자의 유물! 준법의 사슬에 희미한 성력을 불어넣고, 이것이 망가질 정도로 과부하 시켜서 발동!
촤라라락!
유물이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준법의 사슬을 발동하자 아까보다 배는 더 되는 길이와 두께의 사슬이 나온다. 은은한 빛을 내뿜는 사슬은 번쩍! 하며 공간 그 자체를 넘듯이 이동하여 삼두 히드라의 브레스를 묶었다.
목표로 한 브레스는 처음 세운 것처럼 하나가 아닌 세 개! 세 브레스를 한번에 막으려는 게 아니다. 세 브레스에 담긴 힘을 총체적으로 약화시키고, 속도를 줄이며 방향을 뒤바꾸는 게 목적이다.
꽈드득! 꽈득!
눈 깜짝할 사이에 준법의 사슬 절반이 파괴! 하지만 그 덕분에 세 줄기의 브레스가 하나로 묶였다. 일자로 날던 브레스는 기기묘묘한 나선을 그리며 서로에게 가까워져 갔다.
속도도 절반으로 감속했다. 브레스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궤도 또한 손에 잡힐 듯이 훤해졌다.
나는 머리를 팽팽 굴려서 나선을 그리는 세 브레스가 가까워지는 지점, 멸망을 부르는 화살의 속력과 그것의 발동속도를 계산했다.
단 100분의 1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멸망을 부르는 화살을 쏘아야 한다.
‘어디냐. 언제 쏘냐…….’
나온 답은… 바로 지금!
쿠와앙!
백광의 브레스가 내 오른손에서 쏘아진다! 아까처럼 범위형 타격이 아닌, 본래 목적에 맞는 일점집중형 공격.
세차게 날아간 멸망을 부르는 화살이 가운데 브레스를 맞춘다. 정면이 아닌 대각선으로 빗겨 맞추는 타격!
투쾅!
화살과 충돌한 브레스가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으로 응집된 힘을 내뿜었다. 그 폭발에 오른쪽의 브레스가 휘말린다.
똑같이 비틀비틀, 나선으로 날던 오른쪽의 브레스가 가운데 브레스의 폭발에 휘말려 엉뚱한 곳으로 방향이 휙! 비틀어졌다. 이제 저건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렇다면 왼쪽의 브레스는? 이 또한 가운데 브레스의 폭발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오른쪽만큼 가까이 있지 않았기에 방향이 완전히 꺾이진 않았다. 마법의 자동추적기능이 브레스를 제어해서 내게 머리를 쳐든다.
그러나 브레스에 담긴 마나와 물의 양은… 아까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가운데 브레스만이 아니라 멸망을 부르는 화살 또한 방향이 틀어져서 왼쪽의 브레스를 타격한 것! 이걸 노리고 빗겨 맞춘 것이다.
가운데 브레스와 충돌하느라 힘을 소모한 멸망을 부르는 화살이 왼쪽 브레스를 막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해서, 내가 노린 것은 왼쪽 브레스의 몸체 부근이다. 몸체를 때려서, 브레스를 반으로 똑! 갈라버리는 것.
가운데 브레스의 폭발에 휘말려 위력이 반으로 감소, 급히 방향을 트느라 속도 또한 절반으로 감속, 추가로 멸망을 부르는 화살이 몸체 중간을 부러뜨려서 무게도 절반으로 감소!
삼중 감소에 왼쪽 브레스의 위력이 확! 줄어들었다.
이거면 된다! 반의 반으로 줄어든 속도가 전해준 몇 초의 여유 시간. 나는 그 사이에 뇌광 오러를 한점에 압축했다.
빠지지직!
번개처럼 불타오르는 황금빛 오러! 검신에 자글자글하게 일어난, 압축된 오러의 소용돌이! 소드 마스터의 전유물인 오러 블레이드! 그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위력이 십분의 일 가까이 감소한 브레스를 향해 전력으로 내려친다!
꽈아앙!
세상의 절반은 푸른색으로, 나머지 절반은 황금색으로 채색하는 폭발이 민둥산 꼭대기에서 일어났다. 산꼭대기는 폐허가 되고, 산 곳곳에서 소규모 지진이 일어나 돌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끄흑……!”
폭발음 속에서 들릴 리가 없는 작은 신음소리가 내 귓가에 포착되었다. 저수지에 숨은 마법사의 비명이었다. 정면충돌 시에 일어난 반발력, 뇌광 오러 블레이드에 담긴 경력이 브레스를 타고 마법사의 신체를 으스러뜨리는 것이다.
힘조절을 절묘하게 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죽더라도 내 정보를 말하고 죽을 시간은 있겠지.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다. 나는 폭발에 저항하지 않고, 몸에 힘을 빼서 뒤로 훨훨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