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1
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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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헤치고 미로를 나아간다. 미로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거대한 의문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크롤러에 앙크, 부서진 함정, 복잡한 미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곳에 천재검이 있을 리가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지만) 왕성을 지키는 최고 전력은 트라암 북동쪽의 산맥에 뼈를 묻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곳에서, 산맥에서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몬스터에 의해 야금야금 병력이 줄어들다가 전멸을 맞이했다고 한다. 왕인지 차기 왕손인지 뭔지 하는 인간도 거기서 죽었다던가 뭐 했다던가······.
하지만 도둑놈들은 산맥에 우글대는 몬스터한텐 감히 발도 뻗지 못하고, 말 그대로 도둑답게 주인 없는 왕성을 무단으로 뒤지는 중이다. 그래도 국가의 지배자가 살던 곳인데 뭐라도 나오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왕성을 밑바닥부터 완전히 때려 부쉈다.
“그런데 갑자기 미로 안이라고? 도대체 일지의 뭘 보고 여기에 천재검이 있다고 추측한 거지?”
설마 왕가의 ‘높으신 분’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미로로 몰래 탈출하다가 죽은 걸까. 그런 거면 대대손손 전해질 치욕일 텐데 말이야.
나는 궁금증을 고이 간직한 채 미로를 돌파했다.
미로의 끝.
보통 미로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니 보물 상자 따위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있어봤자 함정이나, 훈련받은 요원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내 상상과는 전혀 다른 것을 마주했다.
“이거 진짜 뭐가 있어도 크게 있을 분위긴걸?”
나는 미로의 끝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끝에는 넓은 동공(洞空)만 덩그러니 존재했다. 평평한 바닥과 거진 3층 건물만 한, 거대하고 거대한 철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철문과 동공 곳곳에 횃불이 박혀있다. 밝혀진 동공의 풍경은 침입자용 함정이 널려있다는 걸 잊어버릴 만큼 깔끔했다.
“······?”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아 동공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도로 미로로 빠져나왔다. 꼼꼼히 주변을 뒤졌지만, 다른 장소로 새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걸 넘어서 아예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침입자가 자동으로 동공으로 향하게 길이 좁아진다.
‘이러면 미로의 지도가······.’
머릿속으로 미로의 지도가 그려진다. 입구는 좁고, 안은 넓다. 헤치고 나아가면 끝은 다시 좁아진다. 이건 마치 양 끝에 주둥이가 달린 호리병 모양이다. 좁아지는 입출구의 두 끝은, 하나는 침입자용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내가 보고 있는 미로의 끝.
나는 엉망진창인 미로를 떠올리며 혼란에 빠졌다.
“아니, 왜? 왜 갑자기 출구가 하나로 좁혀지지? 보통 엄한 놈이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게 길을 여러 개 만드는 게 보통 아닌가?”
알테어 왕국은 보면 볼수록 이상한 놈이 사는 것 같다. 열심히 함정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자, 여기가 출구야. 어디 한 번 들어와 보렴.’ 하고 광고하는 꼴이라니. 돈 낭비도 작작해야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철문으로 접근했다.
조심스럽게 철문 안의 기척을 감시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철문은 3대 조직, 아니, 몰락 귀족을 제외한 2대 조직이 침입했는지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열려있었다.
“가자······?”
왕성의 감시병력, 이상한 미로, 두 개의 요소만 해도 이상한 부분이 차고 넘치는데 철문 안은 내게 여러모로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미로를 넘어서서 철문을 지나니··· 그곳은 왕성 안이었다. 새하얀 대리석 복도가 침입자를 반겨주었다.
복도 양옆에는 검을 든 조각상이 줄을 서 있고, 길게 이어진 복도 끄트머리엔 고급스러운 원목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
나는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고 물음표를 몇 개나 띄웠다.
은신하는 것도 까맣게 잊고, 대리석 복도 앞에서 멍청하니 서 있다. 한참 후, 겨우 혼란에서 빠져나와 생각을 정리했다.
좋아, 정리해보자.
하나. 이 미로는 침입자 격퇴용이다.
둘. 미로 끝에는 잘 빠진 철문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로의 전체적인 지도는 침입자를 의도적으로 철문으로 유인하게 설계되어있다.
셋, 철문을 지나면 왕성이다?
‘셋이 말이 안 돼. 왜 하필 왕성이야.’
하지만 내 공간지각능력은 현재 위치는 Z축만 다를 뿐, 왕성 중심부에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왕성의 중심부,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 딱 답이 나오질 않나. 여기가 왕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다. 그리고 이 미친 알테어 인은 그곳으로 통하는 길을 침입자 격퇴용 미로하고 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복도를 걸었다.
적외선을 감지하니 복도에 미미한 열기가 남아있다. 검술단과 정보조직이 이 복도를 지나친지 몇십 분도 안 지났다는 뜻!
복도는 자세히 보니 곳곳이 망가져 있었다. 대리석 바닥은 금이 가고 벽은 날카로운 자국이 몇 개나 그어져 있다. 조각상과 천장도 부서져서 복도를 걷는 걸 방해한다.
복도 중간마다 방이 몇 개씩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로를 관리한 이들이 묵었음직한, 생활내음이 물씬 풍기는 방이 나왔다.
중간마다 있는 방은 전부 미로 관리자를 위한 공간이었다. 어떤 곳은 화장실, 심지어 샤워실과 요리실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그곳도 2대 조직이 뒤졌는지 바닥과 천장 자재까지 싸그리 뒤집어져서 흉한 몰골을 드러냈다. 나는 초반의 방 몇 개만 뒤지고, 다른 방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렇게 몇 분 지나지 않아 복도 끝의, 원목을 통짜로 가공해서 만든 화려한 문을 마주했다. 문 사이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뜨끈한 열기, 날카로운 살기가 새어나온다.
문 안은 무언가 마법적인 처치가 되어있는지 코앞까지 가서야 희미한 말소리가 들린다. 나는 잠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면 들킨다.’
살기와 마나 파동 사이로 만만치 않은 실력자의 기척이 느껴진다. 그것은 드레이가 가끔씩 보여준, 익스퍼트 상급의 기운!
검술단과 정보조직의 최고 고수가 문 앞에 있다. 나는 문 위로 올라가서 매미처럼 달라붙은 후 기척을 최대한도로 줄였다. 그러고는 얌전히 소리를 들었다.
먼저, 날카롭고 깐깐해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꼼꼼히 뒤져라! 증거를 있는대로 찾으라고!”
좋아, 넌 날깐이로 정했다.
날깐이는 부하들에게 신경질적으로 ‘여기를 뒤져, 저기를 뒤져.’ 뭔가 나온 듯하면 ‘손대지 마. 나한테 가져와. 이게 아니잖아! 머저리 같은 새끼!’ 라고 윽박질렀다.
나는 제3자의 처지에서 그의 짜증을 들었는데도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나도 그러할진대 정면에서 그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는 부하들의 입장은 어떨까.
아마 죽을 맛일 거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날깐이에게 뭐라 하지 못한다. 그저 죽음과도 같은 침묵 속에서 방 내부를 뒤지는 소리, 발걸음소리만이 들려왔다.
‘저 녀석이 검술단의 대장인가보군.’
날깐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드레이와 비슷했다. 즉, 날깐이는 신경질적인 행동을 할 자격이 있는, 익스퍼트 상급의 고수였다.
잠시 후, 날깐이가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마라! 여기는 우리 구역이다!”
우리 구역은 무슨. 여기 알테어 왕성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테클을 걸었다.
느긋하지만, 억센 여성의 목소리가 날깐이에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자리를 점하니 저희도 불편한 건 매한가지입니다. 서로 양보하는 게 어떤가요?”
그래, 너는 느억이다.
날깐이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보? ···차라리 여기서 한 판 하는 건?”
“너무 화만 내지 마시죠.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랍니다. 다만, 저희 쪽 팀원이 이동하는 것마저 일일이 역정을 부리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을 뿐이에요.”
느억이는 날깐이의 협박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운은 익스퍼트 중급에 불과했지만, 그와 별개로 불길한 파동이 감지되었다.
아마 순수 무술이 아닌 걸로 경지를 뛰어넘는 무력을 손에 넣은 것 같다. 날깐이의 마나가 몇 번 날카롭게 가다듬어지다가 풀리는 걸로 봐서 그도 느억이하고 싸우는 건 손해라고 판단한 듯했다.
검술단의 대장인 날깐이도 함부로 검을 휘두르지 못하는 자. 아마 느억이가 정보조직의 수장이다. 그리고 정보조직은 내가 겪어봤듯이 정면대결보다는 암습과 독, 마법 무구를 적극 사용한다.
“흥!”
결국, 날깐이가 양보했다. 그가 짜증을 내며 고개를 돌렸고, 그의 눈치를 보던 느억이 부하가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부하는 학자 또는 정보원인 듯, 품에서 팔락이는 종이 소리가 들렸다. 너는 학자다.
학자가 느억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왕의······.”
아니, 학자가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모르는 척하고 둘의 말을 엿듣는 날깐이를 경계하는 거다. 느억이도 그걸 알고 킥킥! 하고 웃었다. 그녀가 웃음과 함께 다 들리는 목소리로 학자에게 말했다.
“어차피 천재검이 아니면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닐 테니 말하려무나.”
“아, 예, 예······.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요. 그러니까······.”
학자가 몇 번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여기는 왕의··· 그, 선왕의 수련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련실?!”
말한 건 느억이 부하인데 날깐이가 가장 크게 반응했다. 보이진 않지만, 날깐이가 눈을 부라리며 학자를 째려보고 있을 게 상상이 된다.
“네 녀석! 그게 정말이렷다!”
“아, 으, 아아······.”
익스퍼트 상급의 기세를 정면에서 받은 학자가 달달 떨었다. 시큰한 땀내가 문 뒤에 있는 나한테까지 풍겨왔다. 땀에 섞인 위기신호용 페로몬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또각!
구둣발 소리가 들림과 함께 느억이의 위치가 이동했다. 느억이가 날깐이에게서 학자를 보호한 듯싶었다. 그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니웨님 그쯤 하시죠.”
날깐이의 이름은 니웨였다. 어쨌든 너는 날깐이다. 날깐이는 느억이와 잠시 눈싸움을 하는 듯하더니만, ‘흥!’ 하며 코를 세게 치는 소리를 내고는 뒤로 물러났다.
날깐이자 짜증을 내며 학자의 주장에 반대했다.
“흥! 그까짓 거 우리도 짐작했다. 하지만 미로를 관리하는 요원들의 수련장소일 수도 있지 않나!”
“그, 그게··· 곳곳에 있는 생활공간을 보면 말이죠······. 침실의 양식와 화려함은 웬만한 왕족보다도 호화롭습니다. 거기에 저희가 조사한 역대 알테어 왕국의 기록을 고려하면··· 이곳은 국왕의 수련공간이 확실합니다.”
“그건 이상하군요.”
느억이가 골똘히 생각하는 어조로 물었다.
“외부는 침입자 격퇴용 미로가 있잖아요. 헌데 어째서 그 미로의 끝에 왕과 그 적자의 수련실이 있는 거죠?”
나도 그게 궁금하다. 설정이 이상하잖아.
날깐이도 느억이의 지적이 올바르다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두 조직 수장의 눈길을 정면에서 받은 학자는 아까보다 훨씬 심한 땀내를 풀풀 풍겼다.
“그, 그게··· 그게 말입니다요······.”
학자가 한참을 뜸들이더니 폭포수처럼 빠르게 말했다.
“함정과 요원의 방해를 뚫고 들어온 침입자라면 왕의 마주할 자격이 있다 판단해서 그렇답니다. 그리고 여, 여기는 그저 침입자를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적절한 자격이 있다면 침입자를 회유하는 곳으로도 쓰였답니다!”
“······.”
“······.”
학자의 말이 끝나자 날깐이도 느억이도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게 말이 되냐?! 이 병신아!’
세상에. 침입자가 괜히 침입자인가? 이 세상은 지구처럼 총기가 없지만, 마법과 마나를 이용한 무술의 힘으로 현대 화기보다 강한 화력을 개인이 낼 방법이 무수히 많다.
왕이 아무리 검술의 대가라고 해도 작정하고 죽이려고 들어온 암살자하고 정면에서 칼질한다고? 귀중한 옥체(玉體)에 흉터 하나라도 나면 아랫것들 모가지가 우수수 날아간다는 건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골소재 아닌가?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만 한 듯했다. 날깐이가 이해한 어조로 혼잣말하는 게 나를 더욱 큰 놀라움의 새로운 경지로 몰아넣었다.
“하긴··· 이만한 함정과 미로, 요원을 뚫고 들어온 이라면 미천한 암살자라도 왕의 검술을 견식할 자격이 있지.”
‘뭐?!’
느억이도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후후··· 그럴만한 이라면 익스퍼트는 돼야겠지요. 암살자이면서 익스퍼트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라장을 거쳐왔을지 상상이 가질 않네요. 자신의 마지막을 검황의 검술로 마무리한다니. 조금 부럽네요.”
‘뭐어??!!’
“쳇! 짜증 나지만 나와 의견이 같군.”
‘뭐어어???!!!’
아무래도 나는 르암인을 무시해도 크게 무시한 듯 했다. 몬스터와 수천 년을 경쟁하면서 문명을 발달시킨 르암인은 지구인 이상의 마초들이 넘쳐났다.
마초마초 상마초.
그 마초들을 다스리는 위대한 마초왕 알테어 왕.
어찌나 상남자인지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암살자라도 실력이 된다면 위대한 왕과 검대 검으로 독대할 자격조차 준다.
‘나는 르암인입니다.’의 동의어를 ‘나는 철도 씹어 먹을 개 상남자입니다.’라고 여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을 때, 날깐이와 느억이가 동시에 하는 말이 내 정신을 바로잡아주었다.
“그렇다면 저게······.”
“예. 저게 바로······.”
날깐이와 느억이의 말끝이 흐려지고, 훈훈하게 풀린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그들의 기운이 점차 날카롭게 정련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히, 히익!”
학자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학자가 발을 놀리며 둘에게서 멀어졌다. 학자가 바동거리는 소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문에서 새어나오는 살기도 강해져만 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문 안에 있는 왕의 수련실. 그곳에는 검술단과 정보조직이 총합해서 최소 100 이상은 있었다. 그들이 진형을 이루고 투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평화로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수련실 안은 살기만이 남았다.
‘무슨 일이지?’
나는 궁금증이 생겨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무너진 대리석 조각을 통해 살며시 열린 문틈이 반사되었다. 나는 대리석 조각에 비친 수련실을 자세히 파악했다.
잘 보이진 않지만······. 방 중심에 서 있는 날깐이와 느억이가 보인다. 그 둘은 양손을 허리춤에 향한 채로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날깐이··· 로 추측되는 얄쌍한 인상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저 서적이 ‘그’ 검술이 분명하겠군.”
날깐이가 말하자 살기가 자취를 감췄다. 아니, 그것은 사라진 게 아니라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처럼 꽉꽉 압축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나는 날깐이와 느억이의 고개가 살며시 돌아간 것을 놓치지 않았다. 둘의 고개가 향한 곳은, 문에서 정면으로 쭉 나아가면 있는 단상. 그 단상에 놓인 두꺼운 책 몇 권이었다.
떡하니 수련실 중심에 책이 놓여있어 다들 눈치 보느라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 이곳이 위대하신 알테어 마초 왕의 수련실임이 판명나자 다시 관심을 기울인 거고.
그리고 그 단상 옆.
단상 옆에는 전신이 털로 뒤덮인 짐승 하나가 비쩍 마른 채 죽어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간보다 두 배는 커다란 늑대인간.
‘저건······?’
나는 늑대인간을 보며 기이한 기분에 휩싸였다. 저것은 모로 봐도 죽은 게 분명하지만, 내 감각은 저것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주 미약한, 하지만 한 번 불이 붙는다면 대지를 불사를 것만 같은 험악한 마나가 실지렁이처럼 새어나온다. 대리석 표면에 반사된 풍경이 아니라 앞에서 직접 본다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끙끙대며 늑대인간을 노려보는 와중, 수련실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042. 엎친 데 덮치고 코까지 깨지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