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67
467화
* * *
“이, 이… 이이이……. 이건 말이 다르잖아?”
다두가 극한의 혼란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알테어의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이 악신의 묫자리에서 사고를 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알테어의 힘을 깎아내는 것이다.
헌데 뮤온 보트라는 그와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 아니, 정반대를 넘어서서, 알테어를 교란함과 동시에 핵심 고수의 힘을 악신의 묫자리로 모은다는 모순을 벌였다.
“이종족 연합지역도 힘이 분산될 거였는데……!”
애초에 젤 포이만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을 때부터 알테어를 언급했지.
하지만 이종족 연합지역 나름대로 악신의 묫자리를 조사해도 아무런 이상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으니 그 말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을 터다.
이종족 연합지역은 다두의 발언에 머리가 깨질 거다. 악신의 묫자리가 블러프일 수 있고,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다두는 인공 악신 시체 도둑 용의자. 어느 쪽이든지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고, 그를 위해서 전력 분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
하지만 뮤온 보트라가 광고라는 정신 나간 선택을 함으로써 사정이 180도 뒤바뀐다.
“그러면 세계 곳곳에 퍼진 절대고수가 가능한 만큼 악신의 묫자리로 올 거 아닙니까악~!”
다두가 절규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공 악신의 시체 및 젤 포이만 납치 용의자 다두! 그를 한 달 넘게 보호하고 있는 뮤온 보트라가 악신의 묫자리가 맞는다고 광고를 하느라 전국 각지로 퍼진 고수가 알테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 뮤온 보트라와 다두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알테어 근처에서 대기하던 고수들이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6결 이상의 고위 마법사가 떼거지로 몰려와 다두 일행을 압박할 건 불 보듯이 뻔 한 논리!
일이 그렇게까지 악화되면 이들이 악착같이 지키려고 하는 불살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요!”
그들이 왜 미련할 정도로 불살을 고집하는가!
그것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번 사건이 끝났다고 그들의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파멸이니 뭐니 거창한 이야기를 붙여도, 각자 자신의 삶이 있다. 이들이 다두의 말을 믿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실행했다고 해서 퇴로마저 포기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이야기다.
때문에 그들은 돌아갈 곳, 자신의 고향, 자신의 위치, 나의 인연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죽이지 않는다’라는 최후의 선을 지키는 것이다.
쉘리 반데스는 게리소님으로, 뮤온 보트라는 통일 제국의 황제로, 르데앙과 젤 포이만, 옥시아는 이종족 연합지역의 핵심으로, 트라칸은 쏠트리먼의 얼굴마담으로…….
뭐, 싸우는 와중에 재수 없게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고, 반병신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의도하고 죽였다’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다 보니 죽었다.’는 차이가 크다.
심지어 유명한 고수나 마법사라면 어디서 꿀리지 않는 권력을 지닌 자인 건 당연지사. 잔인하고 섭섭한 말이지만, 일반 병사 한 명을 죽이는 것과 권세가 드높은 고위 귀족을 죽이는 건 무게감이 다르다.
아무리 귀족의 권위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해도 평민과 귀족 사이에는 줄일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즉, 만약 고수이자 고위 귀족을 피치 못하게 죽이게 되면 그들이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돌아갈 자리’는 더 이상 없게 된다!
게리소님, 통일 제국, 이종족 연합지역의 최고 권력자가 돌이킬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는 것!
의도치 않게 이 심각한 사태의 원흉이 된 다두는 정말이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질 것 같았다.
“형! 진짜 나 미치는 거 보고 싶어?”
쉘리 반데스는 악신 재제작에 미쳐서 뮤온 보트라가 눈을 시퍼렇게 뜨는데도 꿍쳐놓은 악신의 살을 꺼내지, 젤 포이만은 자기 목숨을 잡은 인질극에 르데앙은 관저 폭발…….
이제 와선 뮤온 보트라가 불살 고집마저 휴지통에 버리는 짓을 한다. 다두는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았다.
“아니, 왜 그래요 대체! 진짜! 다들 진짜로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진짜 뭐 섭섭한 거라도 있어? 어? 진짜! 말해 봐! 진짜로 진짜!”
진짜의 게슈탈트 붕괴 속에서 울부짖는 다두.
타앙! 팅!
뮤온 보트라가 발광하는 다두의 안구를 노리고 쏘아진 고속탄을 막아주며 변명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두.”
“뭘 맨날 씨팔! 시팔 맨날 씨팔 어쩔 수 없대?!”
뮤온 보트라는 다두의 욕설을 참으며 설득을 이었다.
“실리적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쉘리가 재제작에 성공한 인공 악신의 알과 레이스를 흡수하기 위한 소형 몬스터에 대한 대비다.”
“무슨 대비요?!”
“만약 일이 최악으로 돌아가서 재탄생한 인공 악신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고, 레이스마저 빠져나와 소형 몬스터 일만 개체에게 스며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봤나?”
“그, 어… 어?”
다두가 글썽이는 눈물을 닦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생각 안 한 건 아닌데 지금 와서 그걸 물어보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뮤온 보트라가 그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섬광탄, 제압탄, 고속탄을 막아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힘이 아무리 강해 봤자 소수 정예에 불과하다. 우리끼리 말을 안 듣는 재탄생한 악신을 제압하면서 레이스에 미쳐 날뛰는 소형 몬스터를 막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
“…….”
“즉, 행정력 마비와 절대고수의 집중,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해야 함이 옳다. 악신과의 싸움에 도움이 안 될 저능력자를 멀리 퍼뜨리고, 도움이 될 핵심 고수만 데리고 오는 거다.”
“아…….”
그까짓 거 할 수 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아오른 다두지만, 뮤온 보트라에게 항변하지 않았다. 실무자가 힘들다고 하면 힘든 거다.
다두가 침묵할 때, 뮤온 보트라가 그를 들고 건물 외벽을 달리며 이어 말했다.
다다닷!
“두 번째는 선전 효과다.”
“선전 효과요? 누구에게, 뭘 선전하는 겁니까?”
“우리를 막기 위해 모인 고수들에게 우리의 정당성을 두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앞서 말했듯이 핵심 고수, 고위 능력자란 고위 귀족이란 말과도 같다. 뮤온 보트라는 그러한 고위 귀족, 권력의 중추가 그들이 한 일의 정당성을 ‘직접’ 목격하도록 의도했다.
부하만으로는 안 된다. 부하에게 ‘어, 그 사람들 악신 재탄생 시킨 거 맞는데, 일 다 잘 끝났어요. 굳이 처벌 안 내려도 될 듯한데요?’라고 보고를 받는 것 보다 당사자가 직접 현장을 목격하는 게 더 큰 감흥을 주겠지.
뮤온 보트라의 침착한 설명에 다두가 냉정을 되찾았다.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거군요. 감당하기 힘든 고수가 대량으로 몰려오지만, 일만 제대로 처리하면 한번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그런…….”
“그래. 다두, 어디까지나 네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한 일은 우리가 저지른 사건을 무마하는데 크나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너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이었다. 다두는 그 무엇보다 그 발언이 가장 불안했다.
“이제 이해됐나? 불평은 그만하고 어서 타라.”
넋이 나간 채로 뮤온 보트라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듣고 있자니 어느새 목표로 한 건물 옥상에 도착했다. 거의 웬만한 50층 아파트만큼이나 높은, 지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어마어마한 높이.
헬만 뿐만이 아니라 그 밖의 산, 강과 들판,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큰 발자국 호수까지 시야에 다 들어오는 기가 막힌 장관.
부부붕!
온 세상을 디오라마처럼 내려다보는 높은 건물 옥상에 그들만을 위한 신형 비행정이 마련되어 있었다. 뮤온 보트라는 일행을 다 태우고, 얼이 빠진 다두마저 태웠다.
덜컹!
문이 닫히고, 뮤온 보트라가 보조석에 앉는다.
조종사가 물었다.
“큰형님과 일행분 탑승 완료. 바로 출발합니까?”
“어서 출발해라. 예정보다 10분이나 늦었어.”
“예입.”
우웅!
통일 제국의 최신 기술이 아낌없이 들어간 최신형 비행정이 푸셔의 부드러운 기동음과 함께 떠올랐다.
“이런 썅!”
탓! 타탓!
점핑 슈즈와 바람 타기 망토를 장착한 알테어의 특작 기사단이 반질반질한 건물 외벽을 밟아가며 그들을 추적했지만, 비행정은 이미 출발했다.
“누가 놓칠 줄 알고!”
기사 한 명이 몸을 돌려 건물 벽에 등을 붙였다. 그가 밑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자세를 낮게 잡았다. 신발에 걸린 마법이 그의 발을 건물에 찰싹 붙여주었다.
지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세. 350미터 이상 되는 높이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그의 몸을 떠민다.
휘유웅-!
마법 무구를 썼음에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높이와 바람! 하지만 공포에 떨지 않고 다리를 굽힌다. 배구를 하듯이 양손을 깍지 낀 후, 밑으로 축 내렸다.
자세를 잡은 기사가 동료에게 외쳤다.
“밟아!”
동료 기사가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50층이나 되는 건물 외벽에서 발을 뗐다. 그의 몸이 붕! 뜨고 중력의 법칙에 의해 하락하다가, 기사가 깍지 낀 손바닥에 발이 닿았다.
발이 닿은 순간 몸을 격하게 숙인다. 제자리 높이 점프를 하듯이 전신의 탄력을 이용해 점프! 그 타이밍에 깍지 낀 기사도 온 힘을 끌어모아 팔을 위로 치켜든다!
부웅-!
마법과 마나로 강화된 근력, 추가로 점프 마법까지 더해지자 동료 기사의 몸이 30미터 이상 떠올랐다. 건물을 타고 올라온 기사단의 절반, 20명이 동일한 퍼포먼스를 발휘해 막 출발한 비행정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비행정에 닿기란 무리. 그럼에도 그들은 아쉬워하지 않는다. 일정 거리까지만 접근하면 되었다. 공중에 뜬 기사들이 멀어지는 비행정을 노려보며 등에 진 무언가를 장비했다.
“쏴!”
소형 마포 또는 폭발 마법총. 아직 정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지구의 것으로 예를 들 수 있는 물건이다. 그것의 정체는, 마법으로 만든 바주카!
꽈앙!
중하급 마나석 한 개를 일회용으로 쓴 매지컬 바주카가 불을 뿜는다. 섬광, 암석포, 가속, 관통, 방어막 무효화, 폭발 등이 꽉꽉 눌러 담긴 매지컬 로켓이 비행정으로 쏘아졌다.
30미터나 가까이 접근했기에 단 두 발을 제외한 열여덟 발이 비행정에 닿을 궤도로 맹렬하게 날아든다.
벌컥!
로켓이 비행정을 격추하기 전, 옥시아가 문을 열고 완드를 흔들었다.
“바람의 보호. 침투하는 서리. 소형 폭발.”
압축된 바람이 불어 로켓을 때린다. 침투하는 서리가 바람을 타고 로켓의 겉면부터 얼어붙게 해 마나의 흐름을 방해.
마지막으로 작은 폭발이 서리를 타고 로켓 안까지 흘러들어 가 마나석에 폭발을 일으킨다. 열여덟 발의 로켓이 비행정에 채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쿠와앙!!
폭발 시 발생하는 화려한 불꽃과 비산하는 흙먼지에 가려진 비행정. 하지만 기사단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쏴!”
건물에 남아있는 절반, 2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명이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뛰어 바주카를 쏜다.
열 발의 로켓이 날아들고, 건물에 남은 1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5명이 똑같은 방식으로 뛰어서 바주카 발사!
시간차로 날아드는 열다섯 발의 로켓. 흙먼지에 시야가 가려졌다는 점 때문에 궤도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휘유웅-!
하지만 바람의 보호가 남아있다. 옥시아는 그들이 추가로 공격할 걸 예상하고는 최초의 로켓 열여덟 발을 막자마자 바람의 보호에 남은 자원을 투자했다.
강화된 바람이 로켓의 궤도를 흐트러뜨린다. 차례로 발사된 열다섯 발의 로켓은 비틀거리며 날다가 비행정을 놓쳐, 엉뚱한 곳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걸로 끝을 맺었다.
“썅…….”
바람 타기 망토에 걸린 마법으로 안전하게 추락하는 기사가 조금도 망가지지 않은 비행정을 보고는 이를 갈았다. 그가 재빨리 통신기를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보냈다.
“본대에 알린다. 작전 실패. 다시 한 번 알린다. 기사단 작전 실패.”
기사들을 떨궜지만, 아직 헬만의 압박은 끝나지 않았다. 서서히 가속하던 비행정의 앞에 황금빛 막이 서려 전진을 막았다.
우웅-!
황금빛 막의 정체는 영지 내 광범위 마법진으로 발동한 원거리 방어막.
50층 건물에서, 그 두 배쯤 되는 높이까지 날아왔는데도 영지 내 광범위 마법진은 그만한 거리까지 방어막을 쳤다.
이것이 세월의 힘이고 집단의 힘이다. 어마어마한 노동자가 수십 년 동안, 십몇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에 깐 광범위 마법진. 그것은 상공 수백 미터 위에까지 방어막을 칠 출력과 에너지를 자랑했다.
“야… 이건 위험한데?”
비행정에 탄 트라칸이 긴장하며 대검을 매만졌다.
저 안에 담긴 마나량은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그것을 몇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트라칸이 한평생 모은 총량보다 월등히 많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방어막을 부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에게는 양을 압도할 수 있는 질의 정화, 검법과 오러 블레이드가 있었으니.
마법사의 의지가 섞이지 않은, 마법 무구가 만든 일차원적인 방어막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으려면 열 배가 넘는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니 깰 수는 있긴 하지만… 그러다간 다 죽는다.’
오러 블레이드로 저 방어막을 때렸다간, 엄청난 폭발이 발생할 것이고 그는 몰라도 옥시아와 르데앙은 분명히 중상을 입는다.
2개월에 걸쳐 간신히 만든 악신의 알, 시조 세포가 망가질 것도 불 보듯이 뻔 한 일.
“…쯧!”
트라칸이 위험을 감수하고 방어막을 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틈에 전면에 쳐진 방어막이 비행정을 감쌌다.
우우웅-!
마치 황금빛 비눗방울에 갇힌 꼴. 이대로 방어막을 압축하면 비행정 따위는 가볍게 으스러진다.
그러나 방어막은 압축되기보다는, 천천히 밑으로 하락했다. 얌전히 투항하고 내려오라는 뜻이다.
이걸 따라야 해. 아니면 위험을 각오하고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켜 때려 부숴? 트라칸이 고민할 때, 뮤온 보트라가 나섰다.
“내가 처리하지. 조종사는 신경 쓰지 말고 나아가도록.”
웅… 하는 고전적인 효과음도 없이 뮤온 보트라의 손에서 오러가 솟았다. 백색의 오러 검, 심검이 만들어지고 그가 보조석 문을 열고 나갔다.
맹렬하게 바람이 부는 상공 수백 미터 위. 어떠한 마법의 도움도 없이, 맨몸으로 비행정 전면 유리창을 딛고 선 그가 황금빛 방어막을 향해 심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번쩍!
뮤온 보트라가 든 심검만이 아니라 그의 손도 빛으로 화했다. 빛으로 변한 손이 빛으로 이루어진 검을 광속의 0.X%로 휘두른다.
인간계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속도로 휘둘러진 검이 단단한 황금빛 방어막을 두부처럼 반으로 갈랐다.
서걱! 파바박!
검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농구공 따위를 가르듯이, 무수한 백색의 선이 그어져 황금빛 방어막을 조각조각 가른다.
이만큼 작게 갈라졌으면 방어막은 더 이상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개성이 없는 마나로 화(化)한다. 비행정이 허공으로 사르르 흩어지는 황금빛 방어막 조각을 뚫고 헬만 영지를 벗어났다.
철컥!
뮤온 보트라가 보조석으로 귀환한다.
“와…….”
“서, 선배? 그건 대체…….”
“별거 아니다. 그보다. 조종사, 속도를 더 높일 수 없나?”
냉정한 (척하는) 르데앙과 늘상 웃는 상인 젤 포이만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뮤온 보트라을 뚫어져라 바라보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조종사에게 명령했다.
“아, 으, 아… 예, 예. 알겠습니다.”
나름 검사인 조종사도 뮤온 보트라가 보여준 한 수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는지 입술을 달달 떨었다. 그가 서서히 마나를 투입하여 비행정의 속도를 높였다.
‘저건…….’
다두는 남은 시간을 계산하는 뮤온 보트라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영체화… 확실히 이 정도면 소드 마스터를 반 발자국 벗어난 게 아니라 그 다음 경지에 발 발자국 발을 내디딘 격이야.’
영체화. 육체가 마나로 이루어진 그릇으로 화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는 공격을 쏟아붓는 경지. 소드 마스터 다음에 다다랐음을 알려주는 증거!
드높은 승천자 중에서도 소수만이 다다른 위대한 경지다. 뮤온 보트라는 비록 한손에 불과할 뿐이지만, 영체화에 성공했음을 증명했다.
‘안 덤비길 잘했군.’
다시 생각해도 처음 황궁을 방문했을 때, 뮤온 보트라와 진심으로 안 싸워서 다행이다. 팔다리 잘린 거? 고수가 잘라가고 싶다는데 그까짓거야 얼마든지 주지.
다두는 앞으로 뮤온 보트라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자고 다짐하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우우웅-!
그렇게 일행은 짧은 휴식을 취하며 헬만을 벗어나, 악신의 묫자리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