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55
055
*****
“우웨엑!”
철퍽! 철퍽!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지저분한 토사물이 바닥을 더럽힌다. 오바이트의 주인은 한 작전요원이었다.
“으윽!”
십여 분 전까지만 해도 흠모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 작전요원들이 기겁하며 내게서 멀어졌다.
강강수월래를 하는 것처럼. 수 명의 사람이 나를 피하고, 나는 그 중심에 외로이 서 있다. 나는 뻘쭘하게 그들을 바라보다가 내가 할 일을 했다.
바로, 죽은 흑마법사의 시체를 해부하는 일을.
“웨엑!”
토하던 요원이 흑마법사의 내장을 보고 또 토한다. 그것을 보고 드레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션! 이··· 썅! 좀 적당히 할 순 없나?”
“······.”
“문신 몬스터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드레이가 역정을 내는 걸 보니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는 했나 보다. 하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나는 드레이의 비난 어린 추궁에 열심히 변명했다.
“흑마법사가 어떤 마법을 쓰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대처법을 확실히 알아야 이후의 전투에 사망자가 줄어들지!”
흑마법사를 죽이려면 흑마법사를 알아야 한다. 내 답변은 지당했다. 특히, 알테어에 기생하는 흑마법사의 씨를 말리려는 드레이 측 인물들에겐 이보다 잘 먹히는 답이 없다.
“나는 복수회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엉덩이를 두들겨주진 못할망정 화를 내다니.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드레이 측 이들, 복수회(復讎會)라 명명한 조직과 함께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안전지대 외곽과 몬스터에 점령당한 마을 등지를 돌아다니며 흑마법사와 위험한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들은 내가 성자라는 사실을 알자 나를 값비싼 보석처럼 애지중지 다루려고 했지만, 어디 내가 그리 쉬운 인간인가?
힘으로 내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드레이 정도나 가능하려나? 사실, 드레이도 힘들다. 해서, 나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며 복수회의 흑마법사 앤드 기타 몬스터 처치에 함께했다.
즉, 나도 억울하다. 이렇게 착한 마음가짐으로 복수회를 도와주고 있는데, 죽은 인간 해부 좀 한다고 화를 내?
드레이가 이를 갈며 외쳤다.
“전혀!”
그가 내 허리춤에 걸린 아밍 소드를 가리켰다.
“검사면 검사답게 행동해! 네가 그걸··· 그, 시체를······. 그 꼴로 만든다고 뭘 알아낼 수 있다고······.”
그것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드레이의 반박을 받아들였다.
“끄응······!”
드레이가 골치 아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보요원도, 몇 안 되는 기사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야··· 대접이 이렇게 확 바뀌네.’
처음 성자라고 떠받들던 모습은 어디 가고, 지금은 검술과 정보에 미친 인간으로 나를 대한다.
사실 이건 내 탓도 있다. 악신의 유해인지 뭔지로 맛이 간 흑마법사들이 자기만의 마법서를 들고 다니지 않지 않나. 그 탓에 몸이 달아오른 나는 한 가지 극단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바로 조금 전에 하던, 흑마법사나 문신 몬스터를 해부해서 회로를 파악하는 것이다. 코드(code)는 해부하는 과정에서 손상되지만, 회로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힘은 흑마력, 가능성은 맛이 간 정신머리. 이 두 개는 따로 파악할 필요가 없다. 회로와 흑마법사가 발현한 마법을 통해 코드를 역산해냄으로써 그들의 마법 이론을 훔쳐내는 뛰어난 발상!
하지만 나한테나 뛰어난 발상이지 복수회 입장에선 사이코패스도 이런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었나 보다.
어쩔 수 없지. 아깝지만 여기서 끝내는 수밖에.
여태까지 내가 해부한 흑마법사의 수만 두 자릿수에 다다르고, 문신 몬스터도 그와 비슷한 수를 해부했다. 위의 실행 횟수에서도 얻지 못한 정보라면 앞으로 같은 짓을 반복해도 얻지 못할 확률이 높다.
나는 깔끔하게 흑마법사 시체를 포기하고 일어섰다. ‘내가 졌다.’ 라는 의미로 양손을 높게 들자 상황이 종료되었다.
*****
흑마법사 처치와 뒷정리가 끝나면 휴식할 차례다.
이번 흑마법사는 망한 영지에 자리 잡은 녀석들. 도시 곳곳이 파괴되었지만, 사람이 거주할 만한 곳은 넉넉히 있었다.
우리는 빈 건물에 들어가 먼지와 시체 등을 치우고 자리를 잡았다. 건물 네 개를 십자(十)형으로 정하고, 가운데 건물을 드레이와 기사들을 비롯한 핵심 인물이 차지했다.
“후우!”
건물 옥상에서, 숨을 내뱉는 감시병의 입가에 흰 김이 서린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아 날씨가 쌀쌀하지만 몬스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불은 피우지 못한다. 마나를 보관해주는, 작은 마력석을 이용해 열기를 만들고 쾨쾨한 이불을 덮어 체온을 보존해야 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임시 회의실로 사용되는 빈방에 들어갔다.
삐걱!
관리되지 못한 나무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그들의 인사를 가볍게 받고, 근처 빈 의자에 앉은 뒤 드레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물었다.
“다음엔 어디로 가면 돼?”
“거의 다 끝났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전력 파악이 끝날 때까지는 내버려 둬야겠지.”
“그럼. 쉬는 겁니까?”
회의실에 있던 한 기사가 기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드레이가 픽! 웃으며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래. 안전지대로 간다.”
그리 말하자 기사들도, 정보요원도 말없이 주먹을 꽉 움켜쥔다. 지난 2개월간의 가혹한 행보를 따져보면 그럴 만도 했다.
“야호!”
“드디어 휴식···. 압! 아닙니다.”
나는 환호하다가 드레이의 눈치를 보는 기사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흑마법사를 처치했지. 철인인 기사들도 지칠 만해.’
드레이가 복귀하고 2개월. 그는 천재검을 노리는 머저리들을 함정 속에 묻은 후,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흑마법사 처치에 열을 올렸다.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그제는 저 산에 자리 잡은 문신 몬스터를 죽이고, 어제는 요 마을을 점거한 흑마법사의 머리통을 땄다.
그를 보조하느라 정보요원도, 기사들도 파김치가 되었다. 7년간 감시구역에 머무르며 꾹꾹 응축된 드레이의 복수심을 따라올 체력을 가진 이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2개월간 알테어를 누비며 피의 복수를 자행한 드레이. 그가 어찌나 살벌하게 흑마법사를 죽였는지, 7년간 건드리지도 못했던 흑마법사 집단이 겨우 2개월 만에 거의 다 정리되었다.
지난 7년간 처치한 흑마법사의 수로, 1년 평균 처치수를 계산한다면, 그 평균은 드레이와 내가 2개월간 처치한 흑마법사의 수와 맞먹었다.
비술의 은자라는 정보조직이 열심히 정보를 모은 덕에 빠른 섬멸이 가능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드레이의 뛰어난 무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드레이는 무려 익스퍼트 상급! 그것도 마스터를 한 발 앞둔 상급 끝자락의 실력자!
익스퍼트 상급 끝자락의 검사는 얼마나 강할까? 이 질문에는 하급부터 차례로 예시를 들어야 한다.
먼저,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가 마나를 익히지 않은 평범한 병사와 싸운다면, 그는 혼자서 얼마나 많은 수를 죽일 수 있을까.
답은 바로 나온다. 100~150 사이다.
익스퍼트 중급은 거기서 몇 배를 더하면 된다. 300~500 가까이 되는 병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익스퍼트 상급은?
그것의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다. 나올 수 있는 답은 ‘검사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도까지.’가 가장 적절했다.
1천이냐 2천이냐 하는 숫자놀음은 익스퍼트 상급에게 통하지 않는다. 현대화기를 가져오지 않는 한, 화살이나 갑옷 따위를 입은 단련된 인간은 상급 앞에선 화염 속의 솜이불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기어코 상급을 죽이고자 한다면? 그러면 희생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100이든 200이든 얼마든지 갖다 바치며 상대방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고 또 몰아쳐야 한다.
만약, 일반병이 공포에 젖어 상급 검사에게 달려들기를 주저하면, 그때는 게임 끝이다. 그 몇 분의 시간 동안 상급 검사가 물을 마시고, 건빵을 먹고, 지친 근육을 달래며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나마 이것도 정면 대결로만 한정한 거지, 기습이나 유격전까지 가면 숫자놀음은 의미가 없어진다.
즉, 마나 유저 이상으로만 중대급 병력, 그게 아니면 익스퍼트 이상의 고수와 마법사가 필요하다.
그게 드레이의 무력이었다. 그는 망한 알테어 왕국에서 명실상부한 절대고수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정보단체와 기사, 마법사의 보조를 받은 그가 2개월 만에 흑마법사 잔당을 대부분 처치한 건 전혀 이상할 게 아니었다.
그런 이 치고는 지나치게 소탈한, 너무 아랫것들과 친하게 지내며 앞서서 전투에 나서는 감이 있지만, 어쨌든 그게 드레이의 무력에 흠집을 내진 않는다.
그가 본격적으로 나서면 알테어의 사태는 몇 년 안에 진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드레이를 도와주며 복수회 내부에서 내 명성도 절로 높아져만 갔다.
‘내 얼굴에 금칠하는 것 같지만, 나도 그럴 만한 업적을 달성하긴 했어.’
성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뛰어난 검술 실력, 드레이의 과도한 복수 행각을 군소리 없이 따르고, 그가 자칫 실수하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까지.
나는 과도할 정도로 복수회를 도와주었다. 솔직히 이번 일이 끝나면 크게 자리 하나 얻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다.
그 이면은 순수하지 않지만, 어쨌든 도와준 건 도와준 거다.
복수회에 적극 협력한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검법!
원원검과 가짜 천재검. 그리고 드레이에게서 여러 검법을 배웠지만, 아직도 모자라다. 나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기사의 나라 알테어. 진짜 천재검을 얻는 게 불가능하다면 알테어의 모든 것을 가져갈 테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복수회와 친해졌고, 때로는 승천자의 기술을 슬쩍슬쩍 풀며, 때로는 성자라는 위치를 강조하면서까지 기사들이 익힌 검법을 빼먹었다.
사실 성자라는 휘장 덕이 크긴 했다.
기사들은 내가 뭐라 말만 하면 ‘오오······!’ 하고 감탄하며 알아서 나를 좋게 보았고. 검법에 진전이 없다고 한숨만 푹푹 내쉬면 깊게 고민하다가 밤에 몰래 나를 찾아와 백과사전만 한 두께의 책 몇 권을 전해줬다.
책은 모두 검법서와 마나 운용술이 적힌 해설책이었다. 그렇게 얻은 검법만 스무 개가 넘었다. 나도 고마워서 밤새도록 책을 읽고 검법의 완성도를 높일 힌트를 당사자에게 몰래 알려주었다.
중간에 흑마법사 해부한다고 이미지를 깎아 먹은 게 좀 있긴 하지만, 그 정도 따위야 검술의 고절한 이치를 알려준 은인을 나쁘게 볼 이유나 될까.
그렇게 서로 상부상조하며 지내길 2개월. 기사들과 나는 성자와 망국의 기사라는 위치를 떠나서 동등한 전우이자 검술의 묘리를 탐구하는 동료가 되었다.
*****
“들어가 보겠습니다!”
“성자님도 편히 쉬십쇼!”
망한 나라라서 예법도 신경 쓰지 않는 걸까. 기사들이 편한 자세로 경례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서 무어라 외치자 조용했던 건물에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멍청이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은신마저 까먹고 내지르는 소리를 듣고 드레이가 울컥했다. 나는 그를 살살 달랬다.
“참아. 솔직히 네가 심했어.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2개월 동안 먹고, 자고, 뛰고, 싸움만 할 수 있겠어? 나한테 얼마나 투덜대던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고.”
“너한테 투덜댔다고? 기사들이?”
“너무 그들에게 뭐라고 그러진 마. 내 친화력이 뛰어난 걸 탓해야지.”
“허! 참!”
드레이가 기막혀하며 나를 흘겨봤다.
나는 드레이를 보며 은근한 얼굴을 했다.
“기사들은 됐고. 그보다. 드레이, 검술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흐···. 흐응?”
드레이가 눈동자를 은근슬쩍 옆으로 돌렸다.
그도 말은 안 할 뿐이지, 시간이 날 때마다 나와 검술 이야기를 하는 걸 즐겼다. 나는 그의 반응을 보며 ‘이거면 괜찮겠지.’ 싶은 승천자의 기술을 르암인 식으로 개조해서 하나씩 알려주었다.
현대 검법의 패러다임을 몇 단계나 뛰어넘은 승천자의 마나 운용술! 마스터를 목전에 둔 그라면 당연히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다.
드레이가 관심을 드러내자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이제 슬슬 다음으로 갈 길이 보이는데, 네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허···. 어어?!”
드레이가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 말을 듣고 기절초풍할 듯이 놀랐다. 그도 내 (대외적인) 경지가 익스퍼트 중급이란 걸 알고 있기에 ‘다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바로 익스퍼트 상급. 마스터 바로 전 단계.
나는 드레이에게 손사래를 쳤다.
“아아! 바로 갈 수 있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보인다는 거야. 최소 5년은 더 갈고닦아야 해.”
“하아··· 션, 너는 대체······.”
나름 드레이를 안정시킨다고 한 말인데 오히려 그를 기진맥진하게 한 것 같다. 드레이가 의자에 미끄러지듯이 등을 기댔다.
그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나는 중급에서 25년을 머물러있었는데 5년을 입에 담다니······.”
“25년이라니? 너 몇 살이야?”
내가 물었다. 드레이는 겉모습은 삼십 대 중반의 청년으로 보인다.
“일흔이 좀 넘었······. 아니, 내 나이는 상관없잖아?”
어머나.
“드레이커 할아버지. 여태까지 무례해서 죄송해요.”
“시, 시끄럽고! 무, 묻고 싶은 게 뭔지나 어서 말해!”
드레이가 얼굴을 붉히며 왈칵 소리를 질렀다. 70살이 넘었는데도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는 그였다.
충성을 바친 왕의 사망, 국가의 멸망, 흑마법사에게 복수, 천재검을 노리는 도둑들의 처치 등 여러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드레이를 배려해서 나이 이야기는 모른 척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냥. 별거 아니야. 너도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으니 수련에 주의해야 할 점이라던가, 영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애매하게 물어보면 평상시의, 내가 알던 감시구역의 말 많고 점잖은 드레이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를 목전에 뒀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걸어야 할 길이 한참 남았어.”
에이. 또 그렇게 뺀다.
나는 웃으며 드레이를 손가락질했다.
“익스퍼트 상급 끝자락이잖아? 너무 겸손한 건 좋지 않다고.”
그렇게 놀리듯이 말했지만, 드레이의 표정은 뜻밖에 진지했다. 그가 정색하고 내게 말했다.
“션, 설마 모르는 건가? 상급을 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야. 익스퍼트 최상급이 남아있다고. 거기서 평생을 수련해야 마스터의 끝자락이라도 밟을 수 있어.”
“어···. 어······??”
익, 익스퍼트··· 뭐라고?
익스퍼트 최상급? 그건 또 뭐야?
드레이가 내 표정을 보고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독학으로 검술을 익혔다고 하니 설마 했었는데··· 이런 기본적인 구분까지 몰랐을 줄이야. 아니, 몇 개월이나 함께하면서도 말하지 않은 내 잘못인가.”
“어헝?”
내가 바보 같은 소리를 내었다. 드레이의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승천자는 익스퍼트 상급 다음이 바로 마스터······.
그때 드레이가 말했다.
“션, 마스터의 벽은 높고도 높아. 인간은 그 벽을 단숨에 뛰어오를 수 없다고. 상급을 넘어서면 마주하는 마스터라는 벽을 차근차근히, 한 층씩 오르는 단계를 ‘우리들’은 최상급이라는 이름을 붙였어.”
나는 드레이의 고백에 입을 떡 벌렸다.
이런 시팔. 마스터도 한 번에 못 오른다고?
아무래도 난 르암인의 재능을 너무 높게 본 모양이었다.
056. 알테어는 죽지 않았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