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66
066
*****
해피의 변화만큼이나 토드 영지의 발전도 극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영지가 커지고, 사람들이 늘어났다.
피오드는 내가 보아온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광산에서 얻어 들인 막대한 부와 명성을 기반으로 토드 영지의 덩치를 불렸다.
언제는 하룻날 잡아서 인부들을 데리고 어디 뒷산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나와 병사들은 혹시 모를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한다.
반나절 가량 주변을 경계하면 인부들이 흙이나 돌덩어리 따위를 수십 개의 수레에 한가득 채워서 성으로 가져간다.
뚝딱! 뚝딱!
하루가 지나면 옆의 저 멀리서 돌벽이 올라온다. 한 주가 지나면 외부 성벽이 만들어지고, 한 달이 지나면 외부 성벽이 내부 성벽으로 변한다. 늘어난 땅만큼 사람들이 살 집터도 늘어났다.
계절이 바뀌면 성의 면적이 십 퍼센트 가까이 늘어난다. 그만큼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토드 영지도 북적이게 된다.
또 하루는 나나 융 기사가 인부들을 이끌고 어디 저 멀리 있는 뒷산으로 간다. 거기서 열심히 오러를 피워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베었다.
쿠웅!
성인 남성 네다섯 명이 원을 그려도 감싸지 못하는, 수령 수백 년은 넘었음 직한 나무 백 수십 그루가 한 인간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우와······.”
“이게 익스퍼트······.”
인부들이 질린 얼굴로 쓰러진 나무에 접근했다. 내가 나무를 쓰러뜨리면 인부들이 달라붙어 잔가지를 쳐냈다. 구석에 쌓아둔 잔가지만 해도 건물만큼 높게 쌓였다.
우지끈!
착! 착!
인부들 수백 명이 달라붙어 잔가지를 쳐도, 나 한 명이 나무를 베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나마 익스퍼트 중급 수준으로 경지를 제한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인부들의 눈에서 감탄이 사라지고 서서히 공포가 깃들었다. 도끼를 쓰면 반나절이 걸려도 하나를 자를까 말까 한 나무가 몇 분 안에 쓰러지니 두려울 만하다.
나무를 나르는 건 마법사 펜드라의 몫이었다.
“어이구··· 제가 하루 빠지면 광산 일이······.”
“돈 세는 거에 정신이 팔려서 이거 하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지그래?”
“솔직하게 말하면 빼주긴 할 겁니까?”
“아니.”
“······.”
펜드라가 투덜거리며 땅을 고르게 다졌다. 평평하게 다져진 땅 위로 나무를 굴린다.
데굴데굴!
쿠르르! 쿵쾅쾅!
나무 수백 그루가 고르게 다져진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섬유질로 이루어진 해일을 보는 것처럼 압도적인 자연의 힘이 눈앞에 드러났다.
소란에 몬스터가 몰려올 걸 염려해 재빨리 도망가고, 며칠은 쉰다. 나중에 병사들과 함께 자잘한 몬스터를 정리하고 나무를 영지로 실어 날랐다. 그렇게 날라진 나무는 건물이나 기타 등등으로 재탄생했다.
이렇게 나무를 자르고, 자르고 또 잘라도 사람들이 물밑들이 몰려오니 언제나 부족한 게 나무였다. 거의 한 달에 산 하나를 민둥산으로 만들어도 다음날이면 행정인원이 찾아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기 일상이었다.
“션 기사님! 제발! 제바알 나무조옴!”
“융 기사님한테 부탁해. 오늘을 병사 훈련시키는 날이야.”
“어이쿠! 융 기사님한테 그런 소리 하다가 목이 베이면 어떡합니까!”
나는 안 베는 줄 아냐? 나는 투덜거리며 행정인원을 발로 찼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오늘도 나무를 베러 열심히 산을 타고, 몬스터를 잡아 먹을 것을 마련해야 했다.
토드 영지는 먹을 걸 포함해서 뭐든지 부족하다. 나와 융 기사, 두 명의 익스퍼트가 영지를 꽉 잡고 있지 않았으면 큰일이 일어나도 아주 큰일이 일어났을 정도였다.
멈추지 않고 난민들이 몰려오기 때문이었다. 알테어를 넘어서 타국에서까지 사람들이 온다. 토드 영지로 몰려드는 난민은 대부분 알테어 남쪽 국가 출신이었다.
서서히 성곽시대의 상처에서 회복하는 알테어와 달리 본격적으로 몬스터에 신음하는 남쪽, 중앙 대륙은 난민들이 넘쳐나고 어디서든 지옥도가 펼쳐졌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타국으로 가는 난민들도 모른 척 해주는 게 르암인의 국제관례였다. 이렇게 몰려온 난민들은 안전지대 마을 곳곳으로, 그리고 토드 영지로 흘러들어왔다.
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나중에 확인하니 토드 토박이보다 외부인이 더 많을 정도였다.
‘30%였나 20%였나. 이 이상 외부인을 받으면 토박이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들 했지.’
나의 전생, 북방의 악마였던 시절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손만 들면 손가락을 뜯고, 입을 열면 혓바닥을 뽑는 최강 초능력자의 공포정치, 군벌독재 속에서도 문화니 역사니 하는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인 게 인간이었다.
지구가 망한 지 몇십 년이 넘었는데 같은 러시아인끼리도 지역별로 차별하는 광경은 퍽이나 우스웠다. 하지만 상남자 르암인 따위는 나약한 지구인의 사회론에 속박되지 않는다.
인간하고 싸운다?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하냐. 주먹질하다가 피 냄새 풍기면 수백 미터 밖에서 몬스터가 몰려오는데, 이질적인 문화 따위는 죽어라 막노동하고 밥 몇 끼 먹으면 금방 동화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동화되지 않으면 병사들이 무참히 창질을 해대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여하튼 외부인 문화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드럽게 해결되었다.
영지는 계속해서 넓어졌다.
영지는 내가 왔을 때만 해도 광산에서 나오는 돈과 융 기사의 무력에 빌붙어서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니 영지의 넓이가 두 배는 넓어졌고, 또 몇 년이 지나니 토드 성도 성벽 안에 감쌀 정도로 면적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영지 넓이가 이 정도로 커지니 토드 산의 이름을 딴 토드 영지라는 명칭도 바꿔야 하지 않나······. 하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피오드는 그와 같은 주제가 성상(席上)에 올라오면 눈을 부릅뜨고 추호령을 내렸다.
“영지에 산적한 문제가 산더민데 영지 명을 토드 영지가 아니라 다른 걸로 바꾸면 공식 서류 수정은 언제 다 할 거요? 그럴 시간에 일이나 제대로 하시오!!”
아랫사람들에게 악마와도 같은 유능하고 성실한 상사가 피오드였다. 피오드가 그리 소리치면 밑의 사람들은 고개를 쏙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무력의 최고봉인 나와 융 기사. 금력의 원천인 광산을 책임지는 마법사 펜드라까지 모두 피오드의 편이다. 어쭙잖게 권력을 잡으려는 외부인 출신 지식인은 고개를 숙이고 피오드의 품 안으로 들어가거나 뱀의 머리라도 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고, 가끔씩 어둠의 힘(다른 말로는 병신 같은 선택)을 고르는 놈들이 있었지만······.
슥삭!
장난하나? 내 두 번째 삶이 암살자이자 히트맨이었던 51번이다. 은신, 암살, 침입은 검술 다음가는 내 장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전생을 더해가며 더더욱 완숙되었다.
“커억······!”
“너 얼굴 기억나. 그 귀족··· 뭐였지? 아 몰랑, 죽어.”
나는 토드 성에 와서 연평균 100명이 넘는 스파이, 도둑 조직의 우두머리, 타국의 범죄자, 악질 용병을 죽였다. 그 숫자에 머리만 굴리는 샌님 하나둘 더하는 것 따위야 일도 아니었다.
영지가 커가며 해피의 성장도 슬슬 마무리되었다.
해피의 내적 성장이 완결지어졌을 땐, 그가 토드 영지에 온 지 3년이 조금 넘었던 16살의 겨울이었다.
*****
좌우반전 L자 형태를 한 알테어 왕국. 그 좌측에 있는 거대한 호수.
북쪽, 릴스테아 왕국에선 다암 호수라고 부르고 동쪽의 알테어 왕국에선 도이어 대호수라고 부른다. 서쪽 왕국에서도 따로 부르는 명칭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큰 발자국 호수’라고 부른다. 호수 모양이 발을 오므린 모양과 비슷해서 그렇다고 하나?
‘그럼 타원형 호수지 큰 발자국은 무슨.’
어떻게든 자연물을 사람, 사물, 동물에 비유하려고 하는 인간 특유의 심리는 르암인에게도 있는 듯했다.
어쨌든, 북쪽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큰 발자국 호수까지 가까운 탓에 토드 성의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하지만 때때로 폭발하는 해피의 분노는 그 겨울도 감히 식히지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스칼라 하급에 들어선 해피의 분노는 이제는 평범한 병사들로는 막기 힘들었다. 주먹질하면 융 기사도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 정도였다.
16살의 해피는 그 분노가 극에 달해 한밤중에 칼을 들고 설치기까지 했다. 내가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를 막지 않았다면 해피의 손에 죽은 이만 해도 수백 명이 넘었을 터였다.
오늘도 그랬다.
검을 들고 다 죽이겠다고 설치는 해피의 목을 졸라 그를 말린다. 해피는 검을 떨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구슬픈 눈물을 뚝뚝 흘렸다.
“크흐흑! 흐흐흐흑······!!”
나는 해피에게 물었다. 무엇이 그리 화가 나느냐고.
“그냥 밉습니다! 모든 게 다 밉습니다!”
해피는 그 말 이후에 몇십 분 동안 두서없는 욕설을 내뱉었다. 한참 후 겨우 진정이 된 그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째서 제 인생은 그래야 했습니까? 왜 저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과거의 기억도 잃어야 했던 겁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흑마법사에게 납치당해 몬스터와 그리고······.”
그리고 마침내 해피는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를 입에 담았다.
“어째서 그곳에서 인간끼리 서로 죽여야 했던 겁니까!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퍽퍽! 해피가 주먹으로 언 땅을 마구 내리쳤다. 피부가 까지고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데도 그의 분노는 그칠 줄 몰랐다.
“저는 저를 용서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흑마법사의 명령을 받았다 해도, 살기 위해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던 과거의 제가 밉습니다! 흑마법사도 이런 빌어먹을 세상도 전부다!”
“······.”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밥을 먹을 때! 세수할 때! 길을 걸을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불쑥 떠올라 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벅벅!
해피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이, 이 삶은······. 제가 보낸 오늘은 그들이 바라 마지않던 내일이었을 텐데!”
“······”
“스승님!”
해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시퍼런 달빛을 반사하는 그의 눈동자는 인간이 아닌 괴물의 그것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그가 괴물의 입을 빌려 내게 물었다.
“제가 정말 인간입니까? 당신께서는 저를 진정으로 인간으로 보고 계신 겁니까?”
해피도 내가 그를 제자로 받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나는 전생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것을 해피에게 털어놓았다. 아마 이 세상에서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레이가 아닌 해피일 것이다.
그렇기에 해피는 내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너는 나를 인간으로 보는가, 천재검을 완성해줄 검으로 보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인간에 대한 나의 관점은 변하지 않는다.
배 채우고, 똥 싸고, 섹스하면 배고픈 동물. 그게 인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해피의 질문은, 그의 고뇌는 올발랐다. 그는 인간을 넘어선, 인간성(人間性)에 대한 답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인간성의 범주 안에 있는지 확답받기를 바랐다.
나는 그런 해피를 보며··· 쏜이 떠올랐다.
나는 북방의 악마를 배신한 쏜을 용서했다. 그것은 전생의 악연을 현생까지 끌고 오지 말자는 결심이기도 했고, 쏜에 대한 존중이기도 했다.
나는 쏜을 존중한다. 쏜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의 인생을 존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그들을,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인간을 존중한다. 심지어는 내가 죽인 이들까지도.
존중하는 것 치고는 너무 가볍게 죽이지 않았나 의심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는 내가 죽인 모든 이들을 기억한다. 내 삶의 안녕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나의 칼날에 스러진 생명을 똑똑히 마주한다.
삶이란 투쟁이고, 세상은 투쟁의 장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인간성이란 희미한 등불을 길잡이로 삼아 끊임없이 싸우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피는 그 과정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기에 이토록 괴로워했다.
나는 울부짖는 해피에게 물었다.
“해피야.”
“흐윽! ···예. 스승님.”
“토드 영지는 어떻니?”
“다들 행복해 보였습니다. 성곽시대임에도 그들의 얼굴에선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래. 너는 해피야.”
“······?”
“네 이름은 해피다. 다른 세상의 단어로 행복한, 행복하다라는 뜻이다.”
그 이후 나는 해피와 길게 이야기했다. 그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의 목적성에 대해서.
타인의 목적에 휘둘리는 삶과, 자신의 목표와 타인의 목적을 일치하여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삶을 길게 이야기했다.
그 끝에 나는 해피에게 말했다.
“검이란, 오러란 아름답다. 그것은 죽이고 살길 바라는 인간의 투쟁심리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빛의 집합체야.”
“······.”
“힘이란 아름답다. 힘은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수단으로써,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때려부수게 해주지.”
그리고 힘이란 잔혹했다. 어떠한 고민도, 인간적인 고뇌도 힘 없이는 공허한 메아리와도 같았다. 나 또한 전생할 때마다 늘 ‘내가 조금만 더 강했으면’ 하고 후회했던 적이 있다.
“이걸 보거라.”
부웅!
나는 오러를 꺼내 해피 앞에 흔들었다. 완연한 익스퍼트 상급에 들어선 나의 오러는 백금색으로 빛나며 어두운 그의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해피도 분노를 잊고 넋이 나가 오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의 의지가 빚어난 빛을 봐라. 나는 네게 이걸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나는 천재검 이외에 새로운 목적, 해피에게 내가 겪은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를 가르쳤다. 나는 해피에게 힘이 있는 이가 보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피오드를 봐라. 그는 차별받고 죽을 수밖에 없는 임무에 지원됐음에도 그 속에서 미래를 향한 길을 개척했다. 나는 네가 피오드를 보며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고 미래를 향한 길을 찾길 바랐어.”
“······.”
“과거가 괴롭냐. 미안하다. 나는 신이 아니라서 과거의 너를 어찌해줄 수가 없구나.”
“아닙니다.”
“맞다. 너는 신에게 항의하고 있는 거야. 어째서 과거의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냐고. 지금 와서 이래 봤자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화를 내고 있는 거다.”
“······.”
“하지만 나는 과거의 너를 어찌 할 순 없어도 현재의 너를 도와줄 순 있다. 토드 성에 와서 네게 했던 모든 교육은 네가 과거를 이겨낼 힘과 미래를 계획할 지식을 쌓기 위해 해준 거였다. 그러니······.”
그러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똑같지. 꼰대들이 으레 하는, 너만 힘든 게 아니라 나도 힘들고 다 같이 힘드니 적당히 지랄하고 정신 차리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정리해서 해주는 수밖에.
그리고 나는 해피를 남겨두고 떠났다. 나는 이때 해피가 검을 꺾을 것 까지도 각오했었다. 만약 그가 검의 길에서 벗어난다 해도 그를 존중할 생각이었다.
철그럭!
하지만 해피는 내가 떠나고 검을 잡았다.
살얼음을 에는 추위에도 고요함을 유지하는 상단자세.
“······.”
얼어붙은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은 침착함을 되찾았고, 시뻘게진 눈동자에는 지성이 깃들었다. 해피의 얼굴엔 더 이상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
“후읍!”
그가 숨을 들이쉬고··· 그리고 여태까지 보였던 그 어떤 내려치기보다 가장 깔끔한 내려치기를 선보였다. 밤새도록, 해가 뜰 때까지 계속.
그날 아침, 동상 때문에 내가 손을 치료해주지 않았으면 손가락을 잘라야 했을 때까지 그의 연습은 멈추지 않았다.
해피는 그날 이후부터 광증이 폭발하지 않았다. 그는 남는 시간에는 행정인원을 찾아가 영지 일을 돕거나 집무실에서 책을 읽었다.
피오드는 그날부터 해피에게 준기사 작위를 주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다. 해피는 준기사가 되자 행동거지도 조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외적으로) 융과 션, 두 기사의 공동제자로 유명세를 얻으며 토드 영지를 빛내줄 천재 검사로서 훌륭하게 성장해나갔다.
해피도, 토드도 한계를 모르고 성장한다.
행정인원과 인구를 늘이고, 영지를 넓힌 끝에 피오드는 서쪽에 있는 큰 발자국 호수에까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서쪽이다. 서쪽이 우리가 살 길이야. 서쪽으로 계속해서 확장해서 큰 발자국 호수를 영지 안에 넣어야 해.”
피오드는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토드 영지가 큰 발자국 호수에 닿으려면, 영지 면적이 내가 막 왔을 때보다 족히 열 배 이상 커져야 했다.
그게 가능한가?
우습게도, 가능했다.
나와 해피가 토드 성에 온 지 시간이 꽤나 지났을 무렵, 나는 인간의 두 가지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나는 해피가 익스퍼트에 들어선 일이고, 또 하나는 높게 쌓은 성벽 너머로 큰 발자국 호수의 표면이 보이기 시작한 일이다.
그날이 해피의 나이가 23살이 된 시기였다. 어느새 토드 영지에 적을 둔 지도 10년이 지난 것이다.
067. 재수없는 흑마법사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