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68
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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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사를 내버려두고 빨리 복귀했다. 융 기사가 병사를 인솔하고, 해피가 나를 뒤따라왔다.
“스승님. 어디로 가는지는 아십니까?”
해피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게 물었다. 나는 별 말없이 토드 영지의 구석으로 향했다.
성자 오세아이노.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겠다만, 영지 한구석에서 희미하게 성력이 빛을 발하는 게 느껴진다. 그것을 따라가면 오세아이노를 만날 수 있겠지.
덜컥!
영주성 옆에 있는 허름한 창고. 그곳의 문을 열자 시큼한 냄새가 자욱하게 풍겨왔다.
창고 안은 허름한 외형과 달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창고 중앙에 몇 명의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풍기는 시큼한 향. 그것은 살점이 썩는 냄새였다.
피오드를 비롯한 영지 최고 권력자 사이로 차분한 인상의 미인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성자 오세아이노였다.
오세아이노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여성이었다. 경지는 스칼라 하급. 그 정도면 충분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나처럼 성자가 익스퍼트급의 무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것부터가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특이사항이었다.
피오드와 오세아이노는 중앙에 누워있는 한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작게 인사를 한 뒤 누운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자는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자가 융 기사가 말한, 세 명의 방문자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병사의 얼굴이 낯이 익자 턱을 문질렀다.
“너는······.”
“드란입니다. 성자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병사가 가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해피에게 턱짓을 했다.
“해피야. 이 자를 기억하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드란이 해피를 보고 반색했다.
“아, 저 친구가 그때의 그 아이군요. 참 잘 자랐어요. 정말 훌륭하게 잘 자랐······.”
“드란, 저를 아십니까? 제가··· 제가 누구인지 기억합니까? 당신은 저의 과거를······!”
해피가 달려드는 것처럼 드란에게 접근했다. 나는 해피를 막았다. 그가 잡아먹을 듯이 나를 노려보는 걸 무시하고 침착하게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이 머저리야. 드란은 너와 같은 녀석이다.”
“예···?”
“흑마법사의 실험에 당한 기억상실증 환자. 너와 함께 10년 전에 구출한 그 피해자 중 하나였다고.”
“아, 아아······.”
해피가 얼굴을 안쓰럽게 일그러뜨렸다. 그와 드란의 눈이 마주치고, 둘 사이에 내가 모를 동질감이 교차했다.
나는 둘이 교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준 후, 말했다.
“드란. 너는 이제 죽을 거야. 어서 네가 할 일을 해.”
드란은 내장이 썩었고, 척추 동맥을 따라 독기가 전신에 퍼졌다. 오세아이노의 성력이 아니었다면 그는 일주일도 더 전에 죽었을 것이다.
드란은 전신이 썩어 가는 지옥의 고통을 무려 일주일이 넘게 버텼다. 그것은 아마도 내게 무언가의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수명마저 깎아서 드란에게 성력을 퍼붓는다면, 3~5년 정도 더 살 수 있겠지. 하지만 그에게 그 정도까지 해 줄 의리는 없다. 그러니 최소한 빠르게, 고통 없이 죽게 해주는 게 그에 대한 예의겠지.
드란이 입에서 검은 피를 줄줄 흘리며 말했다.
“서, 성자님 저희는······.”
“그래. 흑마법사. 그 개새끼들이 뭔 짓거리를 한 거야.”
“악신의··· 악신의 피와 뼈, 그리고 살. 그 중 피를 가진 흑마법사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악신의 피에 담긴 막대한 힘.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완벽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죠.”
“그렇다고 치기엔 너무···.”
나는 해피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무 실험이 보잘것없었는데?”
“저희는 여러 방법론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방법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 양반이 그리 말했으니 그런 거겠죠. 크흐흐···! 확실히 흑마법사 개새끼들이 보잘것없는······. 쿨럭! 크헉! 켁!”
드란이 컥컥 대며 웃다가 울컥 피를 토했다. 오세아이노가 그에게 성력을 전해주자 인상이 한결 나아졌다. 그가 이어 말했다.
“중앙 대륙에서··· 흑마법사 새끼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뭔가’를 실험했고, 거기서 악신의 피를 담을 육체를 연성하는 걸 성공했다고 합니다.”
나는 오세아이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저런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데일리케 왕국을 포함하여 7개 국가가 흑마법사의 난(難)에 휘말려서······.”
중부대륙도 사정이 말이 아니네.
드란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세아이노 님. 당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너무 큰 부담을······.”
오세아이노가 드란의 말을 끊고 그를 꾸짖었다.
“성자 션 님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당신이 죽었으면 어쩌려고 진실을 숨긴 겁니까?”
드란이 윙크를 했다.
“죽기 전에 말하려고 했습죠.”
이놈. 아무래도 오세아이노하고 많이 친해진 모양이었다. 병사 따위가 성자하고 장난질이나 해대고 말이야. 나는 오세아이노를 뒤로 물리고 드란에게 성력을 주입했다.
“드란. 그리고?”
“어, 어떻게 저만한 성력을······!”
경악하는 오세아이노를 뒤로하고, 드란이 한결 편해진 얼굴로 이어 말했다.
“저 꼬마아이. 저 아이가 흑마법사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저는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머리 좋은 양반들이 그렇다 말하니 그런 거겠죠.”
그 말이 우리 모두가 세 번째 등장인물, 구석에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인 꼬마애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아이는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을 더욱 깊게 안으로 파묻었다.
내가 물었다.
“저 애를 지키면 되는 건가?”
“아닙니다. 악신의 묫자리. 수백, 수천 년이 넘게 악신이 몸을 뉘인 대지. 그곳에서 그 육체와 악신의 피를 흡수시킬 대마법을 실행한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흠. 흠흠.”
“그곳으로 아이를 데려가서··· 뭘······. 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걸 듣기 전에 상황이 이렇게 돼버려서······.”
뭐야 이놈. 결국, 자기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이잖아. 나는 아이를 가리켰다.
“그냥 여기서 죽이면 안 되나?”
그 말에 아이가 눈에 띄게 흠칫했다.
드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얘기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뭔가가 폭발한다더군요. 그 폭발이··· 여하튼 엄청나답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죽이지도 못한다고······.”
“······.”
너무나도 완벽하게 외통수로 몰아넣어 진 상황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오세아이노는 물론이고 피오드조차 드란의 말을 못 믿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폭발한다’는 그의 표현이 정확하다고 판단했다.
그도 그럴 게 저 아이는······.
‘저 녀석은 인간이 아니야. 거대한···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이지.’
저 꼬마애는 이상하다.
그러니까 평범한 마나 유저가 계산기, 소드 마스터를 가정용 컴퓨터에 비교한다면, 저 꼬마애는 미래세계에서나 쓰일 법한 양자 컴퓨터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나도 감히 해석하지 못할 막대한 마나가 꼬마애의 몸속에 휘몰아쳤다. 아니, 휘몰아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육체 자체가 마나로 이루어진 새로운 생명체나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사람의 탈을 쓰고 있지만, 저건 사람이 아니다. 그저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극순도의 마나가 인간의 육체를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저것을 죽이면, 극한으로 밀집된 마나가 한순간에 풀어헤쳐 지고 그 파괴력은······
“대충 핵폭탄급인가······.”
핵폭탄이 폭발하면 그 지역은 방사능에 절여진다. 만약 꼬마애의 몸 안에 있는 혼란스러운 마나가 폭발하면?
그러면 돌연변이 괴물 몬스터가 그 지역에 넘쳐흐르게 된다. 인적 드문 곳에서 꼬마애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르암인의 기술력과 마법으로 저런 걸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불을 따지기 이전에, 결과물이 눈앞에 있으니 막무가내로 아니라고 하기기도 뭐 했다.
판타지 세상에서 신이 만든 무기를 본 미래인의 심정이 이러할까. 드란 등은 그저 ‘흑마법사가 개 짓거리를 해서 저런 게 탄생했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지만, 꼬마애의 본질을 깊게 이해한 나는 정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
나는 좀 더 고민했다.
내가 괜히 저 녀석을 죽이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게 아니다. 과연 저 괴물이 꼬마애의 탈을 쓴 ‘마나의 신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정말로 꼬마애의 정신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저 꼬마애는··· 그냥 꼬마였다. 저 나이대의 흔한 애새끼.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평범한 시골 꼬맹이.
이건 마치 양자 컴퓨터에 486 컴퓨터로도 돌아갈 고전 게임 하나만 깔고, 그 고전 게임이 자기가 양자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조절하는 주인이라고 말하는 격이다.
“쿨럭! 컥! 큭!”
폐를 통째로 끄집어낼 것 같은 격한 기침이 내 생각을 위로 끌어올렸다. 기침의 주인은 드란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붙잡던 긴장의 끈을 정보를 다 말했다는 안도감에 놓쳤을까. 드란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나는 물론이고 오세아이노마저 달려들어 성력을 퍼부었지만, 그의 생명력은 밑 빠진 독에 담긴 물처럼 줄어들었다.
바스락!
드란이 우리를 밀치고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
종이를 펼치니 지도가 한 장 나왔다. 피와 흙에 더럽혀지고 구겨진 지도. 하지만 나의 감각은 지저분한 물질을 뚫고 지도의 본래 형태를 감지했다.
지도는 알테어를 가로지르는 고암 산맥, 그 산맥의 중심부를 보여주었다. 등고선까지 꼼꼼하게 그려져 있는 지도 중간에, 까만 점이 찍혀있었다.
드란이 끊어질 듯한 어조로 내게 속삭였다.
“거, 거기로··· 그곳으로 그 그아아이르······.”
나는 한 손으로 드란의 손을 마주 잡고, 나머지 손으로 그의 목뼈를 부드럽게 주물러주었다. 미세하게 퍼진 초능력 파동이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서 그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나는 드란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가 내 손의 온기를 느낄만큼 강하게 붙잡은 뒤, 그에게 말했다.
“알겠다. 드란, 수고했어. 편히 쉬어라.”
드란이 편해진 얼굴로 말했다.
“더, 덕분에 기사란 것도 돼보고, 인생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었군요. 셔, 션님··· 구해주셔서 가, 감사······.”
그렇게 드란은 죽었다.
나는 모포를 끌어올려 드란의 얼굴을 덮어주었다.
나는 일어섰다.
“해피.”
“예.” 해피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짐을 싸라. 그리고 저 꼬맹이··· 에 대해 이것저것 좀 알아보고.”
“예.”
“오세아이노 님.”
“말씀하시지요.” 오세아이노가 눈가를 닦으며 대답했다.
“한숨 주무십시오. 오늘 새벽부터 쉴 틈 없이 움직일 겁니다.”
“알겠습니다.”
“피오드.”
“음!” 뭐든지 말 해! 라고 가슴을 탕탕 치는 피오드.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돈 줘. 지금 가진 거 다.”
“······.”
피오드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말했다.
“뭐, 왜.”
“나는 좀 다른 걸 기대했는데.”
“걱정하지 마. 네 가치는 그런 게 아니야.”
“돈도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군······.”
피오드가 한숨을 푹 쉬며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졌다. 나는 묵직한 돈주머니를 받고 창고를 나갔다. 창고를 나가기 전, 피오드에게 말했다.
“푹 쉬고. 융 기사님도 여기로 불러. 영지 경계도를 최대로 올리고, 내가 가르친 준기사하고 정기사 녀석들도 다 여기로 불러.”
“알겠어.”
나는 창고를 나서, 완연히 어두워진 거리를 걸었다. 그러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직도 부족한 정보가 산더미다.
하나, 드란은 드레이의 부하다.
둘, 드란은 알테어에서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중부대륙에서 왔다.
셋, 어째서 그들을 보호하는 고급 무력이 아무도 없을까. 드란은 기껏해야 스칼라 중급, 그 혼자서 성자 오세아이노를 보좌하는 건··· 솔직히 격에 맞지 않는다.
즉, 드레이는 어째서 알테어를 벗어나 중부대륙에 갔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평범한 기사 수준의 무력을 보유한 드란 혼자만 오세아이노를 수행하게 한 거였을까.
만약 드란 외에 다른 이들도 있었다면?
그들은 이곳으로 오는 와중에 무슨 일을 겪은 걸까. 오세아이노에게 물어본다면, 오는 길에 겪은 고초를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은 지엽적인 정보에 불과할 뿐이다.
내게는 더 폭넓은,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
*****
10년 전. 아니, 11년 전? 12년 전인가?
내가 한창 천재검에 미쳐있던 시기.
그때 나는 드레이의 함정에 빠져 늑대인간과 싸우다가 성력을 각성했다.
나는 거기서 릴스테아 왕국의 5대 검가의 일원인 날깐이, 니웨를 만났다.
그리고 한 명 더, 대륙에 퍼진 정보조직의 일원 느억이, 카······.
“카 뭐였지?”
느억이 본명을 떠올리다가 기억이 나질 않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카롤······? 카트··· 뭐시기?
끼익!
생각을 접고 술집 문을 연다. 왁자지껄한 술집이 내가 들어오자 침묵에 잠겼다.
“······셔, 션 기사님? 여, 여긴 무슨 일로······.”
용병 한 명이 나를 보고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뒤로 물러섰다.
나는 용병이나 외부인을 대할 때 북방의 악마와 비슷한 스텐스를 취했다. 그때처럼 마구잡이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반항하면 며칠은 골골댈 정도로 두들겨 팼으니 용병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용병들과 겁에 질린 술꾼들을 무시하고 바텐더에게 갔다. 바텐더가 은근히 긴장한 기색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바텐더에게 말했다.
“너, 대륙의 유방.”
“어, 그······.”
바텐더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나는 말없이 검을 잡았다.
“부정하면 죽일 거야. 네가 팀장급이지? 너를 죽이면 부조장이 나오고 아까 했던 대화를 반복하겠지. 그도 부정하면 부조장도 죽일 거고, 그때 가서 책임자가 나올 거야. 그렇지?”
“아, 그······. 하!”
바텐더가 울상을 지었다. 그가 한숨과 함께 솔직하게 인정했다.
“대륙의 유산입니다만. 그리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어쨌든. 이거나 받아.”
팅!
과거, 느억이에게 받았던 인장을 건네준다. 바텐더가 인장을 받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건 크램 님의······!”
아, 느억이 이름이 크램이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오드에게 받은 모든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곤 물었다.
“중앙 대륙의 정보. 흑마법사 놈들이 뭔 짓을 했는지. 그리고 성자 오세아이노의 행방을 알고 싶다.”
단출한 말에 술집에 경악에 휩싸였다.
“!!”
“저··· 딸꾹! 저희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나가! 어서 나가라고!”
“야! 저 새끼 깨워! 죽고 싶어!? 당장 데리고 나가!”
용병들이 허겁지겁 술집에서 나갔다. 정신이 나간 술꾼까지 다리를 잡고 질질 끌어서 데리고 나간다.
와르르!
삽시간에 한산해진 술집. 나는 바텐더에게 말했다.
“내가 여기서 10년간 허접한 정보조직이나 도둑 새끼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너는 잘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런 내가 어째서 너희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리로 오시죠.”
바텐더는 아까 전의 당황한 모습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담담한 얼굴로 지하 창고로 내려가는 문을 열었다. 그가 나를 지하로 이끌며 말했다.
“복귀를 환영합니다. 성자 션 님.”
그래. 다 퍼졌구나. 아주 그냥 대대손손 자랑하고 다니지 그러냐.
069. 재수없는 흑마법사들 (3)